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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213화 (213/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공성전! 213 >

번개 마법사의 활약으로 재빠른 2륜 차들이 다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남은 전력은 이제 힘과 무게로 밀어붙이는 녀석들 뿐이었다.

쾅! 쾅! 카가가각!

무섭게 달리는 차량이 서로 치고받고 마법과 화살이 날아다니는 와중에 드디어 오토마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이잉-!

크랭크의 차량에서 이번에 리프트를 타고 올라온 것은 다름 아닌 검은 방열 가발의 오토마톤 로테.

그 외에도 속속 지붕 위나 창문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동 인형들은 그간 쌓아온 훈련의 성과를 선보였다.

텅-!

달리는 강도단의 무법 차량에 난데없이 오토마톤이 올라타자 운전대를 잡은 도적단이 기겁했다.

“으악! 이놈들은 뭐야?!”

화려한 방열 가발과 대조되는 밋밋한 가면 같은 얼굴에서 두 눈만 빛나는 오토마톤들이 하나같이 목검이나 몽둥이를 뽑아 들었다.

급하게 나오느라 상대할 오토마톤을 데려 나오지 못한 무법자들이 노성을 질렀다.

“이 자식들이! 저리 비키지 못해! 당장 내리라고!”

“거절합니다. 차량을 세우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강한 안마를 해드리겠습니다.”

퍽퍽퍽!

오토마톤이 안마 운운하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자 멀쩡히 달리던 차량이 춤을 추다가 옆 차를 들이박거나 혼자서 뒤집히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오토마톤들이 뛰어다니기 쉽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던 토벌대 장갑차량들이 갑자기 일렬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좌우에 따라붙어 활을 쏘던 무법자들이 어리둥절할 틈도 없이 함정에 걸린 선두가 쓰러지자 뒤따르던 차량도 서로 부딪쳐서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쾅! 콰쾅! 퍽! 쾅!

몰리 마법사단의 파티 차량, 자동 석궁의 탄통을 교환하던 토스트가 창문으로 보이는 교통사고를 보고 신나게 외쳤다.

“하하! 자기들끼리 부딪쳐서 쓰러지는구만!”

“정녕, 여기서 내가 할 일은 없는 건가?”

내내 얌전히 앉아 있기만 하던 아스칸의 중얼거림이었다.

군 시절 장갑차량 운전도 병행했던 유리가 솟아오르는 신호탄을 보고 차량을 세웠다. 그리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역시 새 차가 좋아요. 끔찍하게 개조된 것들 사이에서 잘 달리네.”

“당연하지. 여기에 들어간 돈만 무려-!”

게토가 무려! 를 외치는데 마법을 난사해서 기진맥진한 몰리가 스산한 얼굴로 나타났다.

“무려? 얼만데요?”

“아, 음, 아스칸! 네 차례다! 나가서 놈들을 제압해라!”

“드디어, 알았다. 맡겨다오.”

무게중심 때문에 아스칸의 전용 자리는 차량의 중간 하부 짐칸을 관통하는 식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그가 커다란 몸을 일으켜 조심스레 차량에서 내리자 차체가 휘청거린다.

“와, 엄청 무겁나 보네.”

“백병전을 준비하자! 저러고도 덤벼드는 놈들을 제압한다! 정보에 따르면 위법 오토마톤도 있다고 했다. 주의해라!”

게토가 외치는 사이, 지친 몰리는 자리에 주저앉아서 포션 병을 꺼냈다.

낑낑거리며 뚜껑을 뽑으려는데 좀처럼 되지 않는다.

레나가 도와주려 했으나 애덤이 말렸다.

그때 토스트가 말없이 나타나 포션 병을 슥 가져가더니 코르크 마개를 뽑아 주었다.

“자.”

“음, 넌 나가지 마. 나 지켜.”

“엉? 싫거든?”

“야!”

“파하하! 못 지지쥬? 아무것도 못하쥬? 화나쥬? 때리고 싶쥬? 근데 못하쥬?”

토스트가 능글능글하게 놀리자 지친 몰리가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너, 너 쿨다운 끝나면 그냥 안 둘 거야!”

지켜보던 애덤과 리모가 히죽 웃는다.

“전장의 러브 코메디.”

“음, 드디어 반격의 시간이 왔다.”

놀림의 대상이 된 몰리와 토스트가 격한 얼굴을 돌렸다.

“어엉?!”

“그런 거 아니거든!”

게토가 끼어들었다.

“그런 건 나중에 하고 집중하자! 아직 안 끝났다! 레나! 아스칸을 지원해라!”

흥미진진한 눈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다가 밖으로 뛰쳐나간 레나였지만 지원할 것도 없었다.

전투는 거의 소강상태, 오토마톤의 몽둥이찜질에 도적 떼는 다들 항복했다.

그래서 아스칸은 그 힘으로 쓰러진 차량을 치우고 부상자의 구출을 거들었다.

1차 공격을 성공리에 마친 토벌대는 바로 재정비를 시작, 함정에 걸리고도 살아남은 도적 떼를 생포하고 재돌입을 준비했다.

부서진 차량의 잔해 속에서 기어 나온 사내가 다급하게 외쳤다.

“이 녀석들도 구해줘!”

“뭐?”

모험가들이 인상을 구겼다.

당장 죽여도 상관없을 놈들이건만 상부에서는 노역을 위해 가능한 그들의 생포를 지시했기 때문에 굳이 구하는 참이었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오크와 코볼트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내 친구들이야! 신관님! 치료 좀 부탁드립니다! 우린 신관님들은 곱게 보내드렸어요!”

당황한 여신관의 앞에 무릎 꿇은 그를 보고 내키지 않는 구조 작업 중이던 모험가들이 다들 멍청한 얼굴을 했다.

그 모험가 중 하나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몰리 마법사단의 토스트였다.

사람 놀리기 좋아하고 내내 웃고 다니는 그가 드물게 인상을 찌푸리고 사나운 얼굴을 했다.

“뭐지? 이게 뭐야? 넌 인간이잖아? 그런데 왜 몬스터 편을 들고 지랄이야!”

버럭 소리를 지른 그가 도적의 멱살을 붙잡아 끌어당기고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도적은 다급했다.

바닥에 누워 기침하는 오크는 이제 입에 피거품을 물고 있었다.

그가 울상을 지으며 외쳤다.

“우리 두목이! 세이건이 그랬어! 강도질이라도 자비를 베풀라! 그리하면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낭만 강도단! 사람 목숨은 뺏지 않았어! 정말이야! 여자도 안 건드렸어! 다들 돌려보내 줬어!”

강도는 이제 울기 시작했다.

“오크랑 코볼트지만 내 친구들이야! 나랑 같이 술 마시고 웃고 같이 싸우고!”

쾅-!

보다 못한 토스트가 이마로 상대의 콧잔등을 박아 버리자 도적은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는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그래, 같이 강도질하면서 맺어진 우정이구나?”

스르릉!

지켜보던 모험가들을 대표로 나선 그가 허리춤의 롱소드를 뽑았지만 선뜻 후려칠 수가 없다.

왜지?

“와, 지금 기분 되게 이상하네?”

“헛소리인지 모를 소리를 듣고 망설이게 된 것입니다. 이 경우 보통은 무시하죠. 하지만 그래도 뭔가 뒤숭숭한 건 사실입니다.”

치이이이이-!

어느새 나타난 커다란 남자가 포션 병을 기울여 기진맥진한 오크의 입에 내용물을 흘려 넣었다.

그러자 당장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오크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코볼트의 부러진 팔다리도 살펴봐 주던 남자가 고개를 돌리자 묵직한 인상의 투구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우리에겐 방침이 내려져 있습니다. 노역을 위해 가능한 강도단을 생포하는 것. 다만, 어디까지가 강도단인지 모르니 일단 다 살려놓고 봅시다.”

그의 제안은 토스트의 두통과 다른 모험가들의 찜찜한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또한 그 덕에 친구들의 목숨을 구한 사내는 코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바닥을 기어가 안색이 돌아온 동료들을 살폈다.

“쿠바! 야게! 인마들아!”

인간과 오크와 코볼트가 서로 얼싸안고 살아남은 것을 자축했다.

그걸 롱소드를 들고 멀거니 쳐다보던 토스트가 손에 든 칼을 보면서 말했다.

“말 되네. 그런데 이 기세 좋게 뽑은 칼은 어쩌지?”

그의 동료들이 외쳤다.

“뭐 하긴! 뽑은 김에 저것들 임시 감옥에 집어넣어!”

“음, 알았어요. 자자! 너희들, 저쪽으로 가자. 등신 같은 것들이 낭만 강도단이 뭐냐? 놀리는 거야?”

벌겋게 된 눈을 소매로 문지르던 사내는 그저 웃으며 지시에 따랐다.

친구들과 함께.

남자의 눈물이 연극이라면 일류 배우의 귀싸대기를 후려칠 정도의 명연기로 보였기에 문화생활이 부족한 모험가들은 일단 속아주기로 했다.

약탈로 이어진 세 종족의 뜨거운 우정은 꽤 오래 모험가 일을 한 베테랑들에게도 신기하게 보였다.

하늘의 신께서 보았다면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을 모습이었지만.

“훠이! 훠이! 이쪽이다. 이쪽!”

목동이 양들을 몰아세우는 모양으로 롱소드를 지팡이처럼 휙휙 흔든 토스트가 구출한 도적단을 미리 준비한 원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차량 뒤집기를 끝낸 아스칸도 와서 포로 이송을 도왔다.

쿵-! 쿵-!

“지시받은 일이 끝났다. 이제 그대를 돕겠다.”

“넌 그냥 서 있으면 되겠어.”

키가 2.5미터에 망토까지 두른 중장갑 기사라서 그는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억지력을 발휘했다.

무리를 전부 바닥의 원 안에 밀어 넣은 토스트가 롱소드를 지팡이처럼 짚으며 말했다.

“마법 감옥이라서 밖으로는 못 나온다. 번개 구이가 되고 싶다면 시도해 봐도 좋아. 그리고 너희들 개노답 3형제. 여기 아저씨들이 할 말이 있다는군.”

친구들과 함께 앉아 있던 사내가 고개를 들자 토벌대의 책임자들이 몰려와 심문을 시작했다.

보고 있던 주변 모험가들이 끼어들었다.

“그보다 빨리 2차 돌입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마법사들 회복 끝나는 대로 갈 거야. 정찰도 보냈으니 이 틈에 뭐라도 좀 들어두자고.”

크랭크가 질문했다.

성내에 남은 잔존 병력, 더불어 어떻게 이렇게 큰 세력을 키울 수 있었는가?

“살려줬으니 아는 대로 대답해 주면 좋겠군.”

옆에 앉아 있는 오크 쿠바를 올려다본 남자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서 욕지거리가 흘러나왔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되레 오크 쿠바가 이빨을 드러내며 성을 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원래 근방의 소규모 좀도둑에 불과했던 그들이 근래 갑작스럽게 세력을 확장한 것은 새로운 두목 덕분이라고 했다.

“사이퍼즈인? 난민인가?”

“아니, 암암리에 거래되던 노예였지. 우연히 습격한 상단에서 나온 녀석이었소. 혹시 아는지 모르겠소만, 사이퍼즈 남자들은 어릴 때는 굉장한 미소년들이거든.”

포로를 심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왔던 사람들이 전부 놀라운 시선으로 동석한 상단 관계자를 쳐다보았다.

“아저씨들, 노예도 사고팔아요?”

“아니요! 억울합니다! 우리 아르곤 상회 길드가 취급하는 품목에 그런 건 없소!”

흐흐 웃음 지은 사내는 계속 말했다.

“하여튼 그 녀석이 와서 많은 게 바뀌었지.”

그때 거친 목소리가 울렸다.

“호크! 두목을 그 녀석이라고 하지 마! 제대로 이름으로 불러드려!”

“저기 대머리 친구는 개척민 마을에서 왔어. 몬스터의 습격으로 아내를 잃었는데, 세이건 두목이 영역 다툼 중이던 오크 부족과 동맹을 맺고 같이 쳐들어가서 다 발라 버렸지. 굉장했어.”

대신 혼자서 남은 자식들을 키워 내느라 대머리가 되어 버린 묵직한 사내가 팔짱을 끼고 바닥에 앉은 채 버럭 외쳤다.

“세이건 두목이 우리들의 복수를 도왔다! 나의! 우리 가족의 은인이야!”

고문도 통하지 않을 대머리 남자를 보고 있던 크랭크는 떠나보낸 레그를 기억해 냈다.

산뜻하게 가진 정보를 털어놓았던 그와는 참 대조적이었다.

그때 여태껏 가만히 듣고 있던 토스트가 끼어들었다.

“이상해. 어제 그놈들도 그렇고 왜 이렇게 잘 알려주지? 아무리 강도지만 좀 얻어맞고 나서야 말하지 않아요?”

다들 좀 그렇게 느끼긴 했다.

그러자 바닥의 원 안에 둥그렇게 모여 앉은 강도 단원들이 시뻘건 도끼눈으로 히죽 웃는다.

오크, 인간, 코볼트 빠짐없이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남은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고? 전투원은 우리가 거의 전부야. 하지만 아직 비장의 무기가 남아 있거든? 당신들은 그걸 막을 수 있겠어?”

다만, 친구들의 목숨을 구걸했던 호크는 다른 표정을 지었다.

“다 처음부터 강도는 아니었어. 우리도 가족이 있다. 그래서 똑똑한 녀석을 두목으로 앉히고 미래를 도모했지. 걱정 마, 도와준 은혜는 잊지 않겠어. 왜냐하면 우리는 낭만 강도단이니까.”

“뭐가 어째?!”

울컥한 모험가들이 한마디 쏘아붙이려는데 다급한 마력 모터 소리가 들려왔다.

기이이잉!

촤아아악! 끼이이익!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며 멋지게 멈춰 선 로시난테의 위에서 아리에테가 외쳤다.

고개를 돌리자 투구와 마스크가 해제되고 얼굴이 드러났다.

철컥, 찰칵.

그녀는 캐롯과 함께 정찰을 다녀온 참이었다.

“후방에서 2차 추격대가 온다!”

“많은 수의 오토마톤도 있었어! 정보대로라면 위법 오토마톤이야. 그건 사람을 찔러!”

캐롯의 외침에 크랭크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투구를 돌리자 확실히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먼지구름이 보인다.

그걸 본 토벌대의 모험가들이 매서운 표정을 지었다.

“이놈들이 찾아갈 수고를 덜어주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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