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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210화 (210/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낚시! 210 >

하역과 상차로 하루 정도 묵게 된 모험가들 덕분에 도시가 오랜만에 떠들썩해졌다.

이 와중에 여관방에 따로 모인 책임자들은 작전을 새로 짰다.

소식이 빠른 것인지, 토벌대가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도단이 모습을 감추었기 때문이다.

탁자에 팔을 올린 남자 하나가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 이 마을도 좀 의심스럽군요. 시장을 돌아보고 왔는데, 우리가 공급하지 않은 상품이 많았습니다.”

“암시장! 강도단에게 빼앗긴 물건이 이곳으로 흘러든다는 말입니까?”

“안 흘러드는 게 이상하지. 다른 곳도 마찬가지야. 자네라면 반값에 살 수 있는데 그걸 포기할 건가?”

상석에 앉아 가만히 듣고 있던 카우보이 모자의 로마니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찾아오지 않으면 우리가 찾아내면 됩니다.”

이튿날, 상회로 납품된 도시 특산품 등 교역 물자의 상차를 끝낸 토벌 상단은 사람들의 환송을 받으며 마을을 떠났다.

먼지뿐인 황무지 벌판에서 벗어난 그들은 아르곤으로 향하는 척했다가 하루쯤 지나 방향을 돌려 다시 돌아왔다.

상황을 살피기 위해 황무지 평야 인근에 남아 있던 정찰대가 토벌대 일행을 반겼다.

“미행은?”

“어제까지 근방을 어슬렁거리는 놈들이 있긴 했습니다. 지금은 다 사라졌습니다만.”

이이이잉-!

이야기 중인 사람들의 곁으로 장갑차량 한 대가 슬슬 기어 나온다.

운전석에는 코트를 벗은 로마니가 앉아 있었다.

“자, 이제 낚시를 시작합시다.”

위이이이이잉! 이이이이잉!

척박한 대지를 수송차량 한 대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빠르게 질주한다. 개조된 고출력 마력 모터는 말의 전력 질주와 비슷한 속도를 선보였다.

뒤를 이어 그 먼지구름을 뚫고 자동 2륜 차량이 튀어나왔다.

푸화악-!

“이얏호우! 오빠 달려!”

“너 그거 하지 말라고 그랬지! 어!”

자동 석궁을 들고 뒤에 앉은 사내가 신나게 웃고 있다.

“크악하하! 이거 정말 빠르네! 돌아갈 땐 내가 몰아보게 해줘!”

“이건 내 전용으로 개조한 거야! 대신 저거 잡으면 생각해 볼게! 등신아!”

앞뒤에만 바퀴가 달린 기묘하게 생긴 탈것에 오른 남자들이 거칠게 악다구니를 썼다.

활처럼 휘어져 있는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은 사내가 앞서 달리는 단독 운행 차량을 보면서 외쳤다.

느려 터진 굼벵이들과는 다르다.

저 덩치에 저 속도라니.

“손 좀 봤나 본데? 하지만 이쪽은 더 빠르다고!”

이이이잉! 촤아아악!

파지직! 지직!

손잡이를 힘껏 비틀자 자동 2륜 차량의 앞바퀴가 들리면서 급가속을 이뤄냈다.

공중으로 떠오른 채로 맹렬하게 회전하는 바퀴에서는 푸른 번개가 일어날 지경이었다.

이이이잉! 쿵-!

잠깐 솟아올랐던 앞바퀴가 다시 지면으로 떨어지자 뒷자리에 앉은 사내가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으허억! 혀 깨물었어!”

“옆에 붙인다! 작살 준비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버린 그들은 곧이어 앞서 달리는 화물차량의 측면에 달라붙었다.

“에라이! 순순히 포기하고 세우라고!”

쾅!

위협을 주기 위해 발로 차량을 걷어차자 상대도 지지 않고 밀어붙이려고 덤벼든다.

훙-!

하지만 운동성은 작고 가벼운 이쪽이 훨씬 빨랐다.

샤삭!

마치 뱀이 움직이듯 옆으로 물러선 2륜차의 도적들이 낄낄 웃고 있다.

이 와중에 뒷자리에 앉은 사내가 어깨에 대나무 통 같은 것을 짊어지고 조준했다.

그것의 이름은 작살통, 남부 해안에서 고래를 잡을 때 쓰는 것으로 밧줄이 묶인 작살을 발사한다.

“핫하-! 고향에서 고래 사냥이라도 하는 것 같구만!”

퉁-! 쉬리리릭~!

퍼걱?!

마법으로 강화한 스프링으로 발사된 묵직한 작살이 커다란 차량과 조그만 자동 2륜 차 사이를 밧줄로 연결했다.

“이얏호우! 잡았어!”

“이제 멈추기만 하면-!”

“정찰 나왔다가 이게 웬 떡이냐고! 하하!”

벌써 다 잡은 것인 양 신나게 떠들어대는 뒷자리를 돌아보며 앞의 사내가 눈썹을 세우고 외쳤다.

“처웃지 말고 겁줘서 세워!”

“으하하! 맡겨보라고!”

뒷자리에서 자동 석궁을 뽑아 든 남자가 활질을 시작했다.

투투투투투퉁-!

날아간 화살은 차량의 옆면에 차례로 박혀 든다.

퍼퍼퍼퍽!

“어이, 형씨! 꿈자리 뒤숭숭한 당신 목숨은 필요 없어! 우리가 원하는 건 한잔 걸칠 푼돈이라고! 서로 돕고 사는 거 아니겠어! 엉?”

낭만 가득한 강도단의 외침에 운전석에 앉은 카우보이 모자의 중년 남자는 피식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의 곁에서 망원경을 얼굴에 대고 있던 오렌지색 방열 가발의 오토마톤이 보고했다.

“목표 지점까지 앞으로 2, 1.”

텅-!

자동 2륜차와 그 위에 탄 남자들이 별안간 하늘로 튕겨 오른다.

이게 뭐······?

공중에 거꾸로 뜬 상태로 지면을 내려보던 사내는 바닥에 박힌 말뚝과 끊어진 밧줄을 보고 뒤늦게 자신들이 함정에 빠진 것을 알아차렸다.

콰쾅-! 쿵-!

“좋았어!”

낚시질이 성공하자 둔덕 아래에 구덩이를 파고 몸을 숨기고 있던 사람들이 환호하며 달려 나왔다.

“으하하! 멍청한 녀석들! 체급 차이를 생각해야지!”

“죽으면 안되니까 살려야 해! 신관님 모셔 와!”

다친 도적을 옮기고 부서진 차량을 수거한 그들은 멀리 떨어진 본진으로 돌아가 심문을 통해 도적단의 본거지를 알아냈다.

그들은 강도단의 정찰병으로 단독으로 움직이는 차량을 발견하고 용돈이라도 벌어보려 덤볐다가 보기 좋게 붙들린 것이다.

“그래도 너무 쉽게 부는 거 아냐? 거짓말은 아니겠지?”

“엥? 가서 보면 알걸? 우리가 의리를 지켜서 뭘 해요? 약속이나 지키쇼.”

며칠 못 먹은 사람처럼 후릅후릅 오크 고기 스튜를 퍼먹고 있는 사내들을 보면서 모험가들은 의심스러운 얼굴을 거두지 못했다.

그들을 내버려 두고 토벌대의 책임자들이 회의를 시작했다. 책임자라고는 하지만 각 차량의 차장들이었다.

지오의 목마를 타고 나온 캐롯이 두 팔을 들고 외쳤다.

“반푼이를 둘 합쳐서 1인분 나왔습니다!”

기가 찬 사람들의 시선에 지오의 얼굴이 좀 달아올랐다.

“뭐냐, 대리 참석이냐?”

똘망똘망한 눈으로 어른들을 보던 캐롯이 배시시 웃는다.

“그 바퀴 두 개 달린 탈것이 신기했는지 지금 다들 그거 구경하고 있거든요.”

캐롯의 손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멀지 않은 곳에 사람들이 모여서 처음 보는 발상의 탈것을 살펴보고 있었다.

“됐고, 어떻게 합니까? 위치를 알았으니 이대로 쳐들어갈까요?”

“이놈들 말이 사실이면 병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하루 두 번 정기 연락이라니, 보기보다 꼼꼼한 짓을 하는구만.”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오크 고기를 질겅질겅 씹고 있던 사내가 으흐흐 웃으면서 말했다.

“데헤헤, 갈 곳 없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이다 보니 꽤 쓸 만한 기술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습죠. 저 자동 2륜차도 그중의 한 녀석이 만든 거고요. 요즘 많이 만들어서 팔기도 한다구요.”

“얌마!”

곁의 남자가 어깨로 밀었지만, 사내의 수다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음흉한 표정을 지은 그는 결국 굉장한 소리까지 늘어놓았다.

“형님들, 마법 쓰는 오토마톤 본 적 있습니까? 이히히! 못 이겨! 이제 아무도 우릴 막을 수 없다고!”

떨어지면서 머리라도 다친 것인지 상태가 말이 아닌 녀석이 하는 소리라서 다들 시큰둥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던 로마니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주머니를 뒤적인 그가 금화 한 닢을 그릇에 넣어 주더니 말했다.

“자세히 말해보게.”

“로마니 씨, 돈 아깝게 뭐 하십니까?”

“아니, 신기하잖나. 마법을 쓰는 오토마톤이라니. 이게 진짜일 경우를 생각해 보게.”

그리고 내가 여기 온 이유기도 하고 말이지.

땡그랑.

사내의 그릇 속에 금화 하나가 더 떨어졌다.

그만 지오의 목에서 내려온 캐롯이 토끼 자수가 놓인 지갑을 손에 쥔 채 커다랗게 뜬 눈을 들이댔다.

“진짜예요? 진짜로 오토마톤이 마법을 써요?”

“이히히히! 아무렴!”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사내들은 앞을 다투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멀리서 그 모습을 힐끔 돌아본 아리에테가 중얼거린다.

“아무리 도적이라지만 의리도 없는 건가?”

“어디든 너무 깊게 빠지면 정신이 흐릿해지는 건 순식간이지. 술이든 약이든 여자든.”

크랭크가 또 어디에 관점을 뒀는지도 모를 뚱딴지같은 소리를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냐고 되묻는 대신 코를 좀 벌렁거린 아리에테는 그가 살펴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도 이 새로운 탈것에 무척 관심이 있었다.

겨우 바퀴 두 개로 그런 운동성이라니, 이건 마치 기계로 된 말이잖아?

“어떠냐?”

“구조 자체는 단순해. 그보다 발상이 대단하군. 대체 무슨 약을 했기에 바퀴 두 개로 달릴 생각을 했을까.”

함께 구경하던 사내들도 세워 놓은 그것을 조목조목 뜯어보며 의견을 교환했다.

“이러면 중심을 어떻게 잡지? 넘어지지 않아?”

“이걸 봐, 마력 모터를 바퀴에 직접 박아 넣었어. 그래서 2륜 차인가?”

한참 살펴보던 크랭크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심문과 증언을 마치고 감시 중인 도적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자세한 작동 방법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운전을 담당했던 사내가 말했다.

“그거? 몸으로 중심을 잡는 거지. 타보면 알게 돼.”

“그러지 말고 형씨도 돈을 내는 것이 어때? 최대한 알려주지.”

사내가 내미는 그릇에는 어느새 금화가 잔뜩 쌓여 있다. 고문 대신 정보료로 지급해 준 것들이다.

크랭크가 주머니를 뒤적이기 시작하자 따라온 아리에테가 버럭 소리 질렀다.

“뭐 하는 거냐! 도적에게 돈을 쓰다니! 차라리 내게 써라!”

무심한 투구를 돌린 그가 묻는다.

“내가 돈을 내면 넌 뭘 할 수 있지?”

이제 아리에테가 당황했다.

좀 생각하던 그녀가 팔을 들고 어색한 요염함을 뽐내보려 애쓰며 중얼거렸다.

“어, 조, 좀 더 살가운 나를 볼 수 있-! 으악! 못하겠다! 소름 돋아!”

성격상 귀엽고 요염하며 교태 넘치는 여자의 무기와는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는 아리에테가 비명을 질러 버렸다.

붙들려 있던 사내들은 물론 그들을 감시하던 사람들까지 모두 낄낄 웃는다.

결국 돈을 받은 사내는 크크케케 웃으며 그릇에 떨어지는 금화를 보면서 입을 벌렸다.

그리고는 옆자리에 앉은 사내의 어깨를 툭툭 밀었다.

그들은 지금 다리가 묶여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뭐 해, 동업자! 어서 알려드리라고!”

“크흐-! 운도 지지리도 없지! 하필 내 뒷자리에 앉은 게 네놈이냐!”

오만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리고 신세 한탄을 좀 한 그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커다란 갑옷 거인이 흥미롭게 그의 말을 경청했다.

“정말 몸으로 중심을 잡는다는 말이지?”

“그렇소. 말만 조금 탈 줄 알면 솔직히 별거 없어. 저건 무게와 동력 때문에 직진성을 가지거든? 그 부족한 중심만 약간 해결하면 쉬워요.”

협조하면 풀어주겠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사내는 가능한 아는 것을 다 이야기해 주었다.

나중에 뒤통수 맞으면 말짱 헛일이지만 붙들린 상황에서 이빨을 세울 정도의 의리는 없었다.

게다가 그들의 두목조차 그렇게 교육시켰다.

강도질에 목숨 걸지 말고, 어떻게든 질기게 살아남아 차근차근 목적을 이루라고.

고개를 끄덕인 크랭크는 감시병에게 말한 다음 그들을 데리고 자동 2륜 차로 향하더니 이것저것 더 물어보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다른 모험가들이 얼굴을 찡그렸다.

“작전 짜는데 좀 거들지나 않고 말이야.”

“이봐요! 솔직히 그거 고칠 수나 있습니까? 도구도 없는데!”

그 말에 크랭크의 투구가 움직였다.

마침 그 부서진 자동 2륜 차는 크랭크 파티의 이동 장갑차량 주변에 세워져 있었다.

철컥!

멋지게 손가락을 튕기는 대신 그는 차량의 숨겨진 레버를 찾아서 당겼다.

터텅-! 치이익-!

잠금장치가 풀리고 창문이 달린 차벽이 통째로 위로 올라가자 내부 생활 공간뿐만 아니라 각종 수리 도구가 정리된 크랭크의 이동 공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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