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인형 오토마톤-208화 (208/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돈벼락! 208 >

힐끔 애들과 놀아주고 있는 쿠르프를 돌아본 투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큼직한 엉덩이를 팡팡 두드린 그녀가 말했다.

“자, 잠깐 이야기 좀 하고 올게요.”

“아야, 이놈! 드워프 어르신의 수염을 잡아당기다니!”

“아하하! 잘못했어요! 꺄하하!”

버릇없는 꼬마 소녀의 겨드랑이에 굵은 손가락을 집어넣고 간지럽히는 모습을 쳐다본 투나는 슬그머니 창고 밖으로 나섰다.

잠깐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투나와 아이들을 번갈아 보던 샤를은 공방 정문에서 서성이는 것을 선택했다.

밖으로 나왔지만, 드워프의 귀를 의식한 듯 간단한 소음 제거 마법을 사용한 투나는 포비의 보고를 들었다.

“새로 보내주신 약초들은 잘 자라고 있어요. 무슨 전설의 영약이라고 어르신들이 애지중지하고 계시거든요.”

“음, 조만간 수량을 불려보자. 몇 개는 씨앗도 바, 받아 놓고.”

투나가 음흉하게 웃는다.

“대, 대량으로 불려서 조제용으로 사, 사용하자. 비싸게 파, 팔 수 있을 거야. 으히히!”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 따로 조그만 상회를 차릴까 하는데 어때요?”

“사, 상회?”

포비는 계속 말했다.

“쓰고 남은 걸 모아서 다른 도시에 파는 거죠. 종전에는 다른 상회에 재고를 넘겼는데, 이 자식들이 수수료를 많이 떼어 먹더라고요. 우린 당장 빵 몇 개가 걸린 일인데.”

요즘 머리카락을 기르기 시작한 포비는 꽤 샤프한 인상이 도드라진 멋진 아가씨가 되어 가고 있었다.

좀 숨을 고른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려면 길드에 가입해야 하는데, 상회 간판이 있어야 해요.”

“헤······ 엣!”

멍한 투나의 표정이 갑자기 확 밝아졌다. 그녀는 포비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좋아, 바로 진행해. 우,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어.”

포비가 싱긋 웃는다.

보고를 마친 포비는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밖으로 나와서 손을 흔들던 쿠르프가 고개를 돌렸다.

온몸을 베베 꼬며 이히히 웃고 있는 이상한 여자가 보인다.

“저건 자네 부하쯤 되나? 무슨 작당 모의인가?”

“미, 미래를 향한 나름의 날갯짓이라고 부, 불러주세욤.”

알쏭달쏭한 그녀의 대답을 들으며 턱수염을 문지르던 쿠르프는 전혀 다른 상상을 해 버렸다.

미래를 향한 날갯짓, 날갯짓··· 날개?

갑자기 울화통이 터지는 건 왜일까?

엘프들은 여전히 부유석을 이용한 비행선의 자체 제작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단지 사용권만 임대할 뿐.

턱수염을 좀 문지르던 쿠르프는 코를 벌렁거리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잡동사니 가득한 창고가 보인다.

“여기 아직 꽤 넓은데, 그걸 가져와서 완성시켜 볼까? 죽기 전까지 붙들고 있으면 뭔가 하나 나올 것 같은데.”

혼자서는 금방 한계가 찾아와서 포기했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었다.

문명의 선구자? 관리 대상자? 웃기는 소리!

운명이든 문명이든 스스로 일궈내는 것이다.

설령 그 끝에 파멸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말이야.

여기까지 생각한 쿠르프는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라 그만 쓰게 웃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인가, 이 고얀 놈들. 그렇게도 우리가 어수룩하게 보이더란 말이지?”

그때 상념에 빠진 그의 귀를 자극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끼이요오오옵! 으잉익!”

딴에는 기지개를 켠다고 한 짓인데, 마치 요가를 하는 것처럼 괴상한 자세로 몸을 비튼 인간 여자가 급기야 괴상한 소리까지 내기 시작하자, 그걸 멀거니 쳐다보던 드워프 쿠르프가 찡그린 얼굴을 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저런 것과 같은 취급이라니 이건 너무한 게 아니냐?

“망할 귀쟁이 놈들! 내 언젠가 네놈들의 콧잔등에 한 방 날려주마!”

쿠르프가 반격의 의지를 불태우는 사이,

크랭크들의 파티를 태운 장갑차량은 신나게 달려서 아르곤 상회 길드에 도착했다.

사무소에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다음, 그들은 미끼 상단을 호위하여 무장 강도단이 출몰하는 지역을 돌파하기로 했다.

“이게 미끼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실상품입니다. 주의해 주십시오.”

“뼛속까지 장삿꾼이구만!”

“와하하하!”

모여 있던 사람 중에서 금발 털보가 냅다 외치자 다들 웃기 시작한다.

규율에 묶인 빡빡한 군인도 아니고, 목숨이 걸린 일을 앞두고 있기에 분위기의 환기는 중요했다.

동북부까지의 장거리 출정인지라 아르곤에서 장갑차량을 가진 모험가나 파티를 전부 모았기 때문에 현상범 사냥 전문인 털보 모험단까지 와 있었다.

정확한 이름은 석양의 칼잡이들.

하지만 어째서인지 털보 모험단으로 불리고 있었다.

“얏호! 털보 모험단!”

“네 녀석이 범인이구나!”

금발 털보 가스톤이 달려와 캐롯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보고 있던 사람들이 하하호호 웃는다.

“여! 로테!”

“반갑습니다. 가스톤, 폴로, 바실리.”

잠깐 길드 임대로 함께 활동한 적이 있는 모험가들에게 로테가 공손히 인사를 했다.

캐롯은 여기서 아는 사람들을 또 발견했다.

“우왕! 게토 아저씨!”

얼굴에 멍과 할퀸 자국이 있는 게토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히죽 웃는다.

“캐롯이구나. 몰리 마법사단으로 이적한 아스칸을 보러 왔니?”

“으햐아! 바로 출전이에요?”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것인지 게토는 커다란 하드 스킨 오토마톤을 데리고 나와서는 낄낄 웃고 있었다.

“아무렴! 2억짜린데! 자랑이 하고 싶을 만도 하지!”

“얼굴은 그다지 자랑할 만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요? 많이 뭐라고 그래요?”

대답은 따라 나왔던 몰리가 대신했다.

요즘 옷차림이 바뀌었는지 로브를 벗어 던지고 가죽 바지에 자켓을 걸친 그녀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버럭 외쳤다.

“하여튼! 전용 차량까지 할부로 긁었으니 한동안 미친 듯이 해야 해요! 알았어요?”

“우와! 몰리? 몰리야? 가면은?”

맨얼굴의 그녀를 보고 캐롯이 놀라워했다.

스승님의 유품이라며 항상 쓰고 다니던 멧돼지 해골 가면을 벗은 몰리는 주근깨가 조금 뿌려진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토스트가 끼어들었다.

“저번에 토벌 나갔다가 조금 깨졌거든. 얼마나 울던지. 그 뒤로 벗고 다니더라.”

하지만 캐롯은 다르게 해석했다.

“와! 스승님이 네 얼굴을 구했구나! 얼굴에 상처 나면 시집갈 때 페널티가 되니까.”

“아, 그게 그렇게 되나? 하지만 얼굴 좀 망가져도 눈이 삐지 않은 이상 이 전기 안마기를 데려갈 녀석으어더더더더더!”

진심으로 화가 난 듯 눈을 부릅뜬 몰리가 쓰러진 토스트를 계속해서 지져 버리며 외쳤다.

“그땐 네 녀석을 붙들고 늘어질 거다! 평생 전기구이로 만들어 버리겠어!”

두 사람의 섬씽을 보고 다들 으하하 웃어댔다.

리슐리에가 호기심을 드러내며 다가왔다.

“캐롯 선배, 이분은?”

“몰리 마법사단의 마법사 몰리. 그런데 이 이름 계속 쓰는 거야? 이쪽은 우리 파티의 전용 마법사, 리슐리에.”

움찔움찔거리는 토스트의 엉덩이에 부츠를 올리고 땀을 닦던 몰리가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리슐리에를 보면서 가볍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나중에 바꾸기로 하고 임시로 등록한 건데, 지금은 이름이 알려져서 어쩔 수 없어. 지명 의뢰도 꽤 들어오거든. 반가워요, 엘리트 코스의 마법사라고 들었어요. 리슐리에.”

“저를 아세요?”

방금 전까지 험악한 표정으로 사람을 지져대던 마법사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이 직업은 사람이 적다 보니 커뮤니티 같은 것이 있거든요. 가입할래요? 조만간 아르곤에 마법사 길드가 만들어지면 입지 다지기도 좋거든요. 정보 공유도 하고.”

“물론 당장 가입하겠습니다.”

야망의 리슐리에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자 몰리가 조금 웃더니 다른 파티의 마법사를 불러 그녀를 소개했다.

팔짱을 한 캐롯이 마법사의 숫자를 세어 보더니 놀라워했다. 그러더니 쪼르르 달려가 크랭크에게 보고했다.

“크랭크, 크랭크! 봐봐, 저기 마법사가 5명이나 돼. 이거 생각보다 꽤 큰 건인 듯?”

“털린 게 많아서 상단이 벼르고 있다더구나.”

“잉?”

마침 크랭크와 이야기 중이던 사람이 고개를 돌렸는데 로마니였다. 곁에는 울파도 있었다.

“오! 준 용사 로마니 아저씨!”

빙글빙글 웃어준 로마니는 캐롯의 머리를 좀 쓰다듬어 준 다음 상단 관계자들에게 인사하러 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캐롯이 중얼거린다.

“자리에 없으니 하는 소린데, 저 사람이 나타나면 항상 일이 커지더라.”

“그게 아니라 처음부터 큰일인 거다. 들리는 말로 저분은 어디서 따로 일을 받아 오는 모양이니까.”

크랭크의 말에 캐롯이 로마니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러더니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셀린 제1 경비대장님이랑 짝짝꿍도 됐으니 슬슬 은퇴할 때도 되지 않으셨을까나?”

“오히려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 한동안 바쁘게 일할 것 같은데.”

벚꽃잎 휘날리던 날을 기억한 캐롯이 세모 입이 되어 고개를 돌렸다.

“오-! 맞아! 아기! 돌아오면 당장 셀린 경비대장님을 취조하러 가야겠어!”

캐롯의 호들갑에 크랭크가 피식 웃어 버렸다.

인사치레가 끝나자 상단으로 위장한 토벌대가 출발을 시작했다.

상단 수송 차량의 앞뒤로 각양각색으로 개조된 장갑차량이 움직였는데, 캐롯 파티의 차량은 맨 후미를 장식했다.

그런데 여기서 캐롯이 또 신기한 짓을 시작했다.

통! 통! 쿵-!

일렬로 늘어서서 움직이는 차량의 지붕을 메뚜기처럼 팔딱팔딱 뛰어다니던 캐롯이 파티 차량으로 돌아와 가볍게 착지하더니 지붕에서 경치 구경 중인 동료들에게 외쳤다.

“마실 다녀왔어! 아는 사람이 꽤 많더라.”

“위험하게 마구 뛰어다니지 좀 마.”

“뭐래, 오토마톤은 위험에 처하지 않아.”

“어휴, 말이나 못하면.”

보리스와 농담 따먹기를 하는 캐롯을 가만히 쳐다보던 아리에테가 앞서서 달리는 차량을 보더니 뒤로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쿵쿵쿵-!

“흡-!”

난간을 밟고 아리에테가 뛰어올랐다.

앞 차량과의 거리가 멀지 않다고는 하지만 사람은 이 거리를 메우지 못한다.

하지만 오토마톤 전신 의수를 착용한 아리에테는 달랐다.

쿵-!

“야! 꼬맹이! 너 자꾸 뛰어다닐래! 어?”

찡그린 얼굴로 운전석에서 고개를 내민 사내가 위를 올려다보니 웬 어여쁜 여기사가 내려다보고 있다.

“실례하겠습니다.”

“어, 음, 그러시오. 되도록 살살······.”

다시 도움닫기를 시도하는 그녀를 보고 캐롯이 으하하 웃으며 손가락을 들었다.

“봐봐! 차량을 이용한 강도단이라면서? 미리 연습해 둬야지!”

결국 쉬는 시간 차장들의 항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행여 있을지도 모르는 차량 간 전투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은 꽤 그럴듯하게 들려서 다들 수긍해 버렸다.

덕분에 각 파티 보유 오토마톤들의 차량 지붕 건너뛰기가 시작되었다.

다만, 하드 스킨 오토마톤은 제외.

“왜지? 나도 뛰어보고 싶다.”

게토의 파티, 새로 산 차량을 운전하고 있던 유리가 하하 웃는다. 대답은 리모가 대신했다.

“녀석아. 네가 뛰면 지붕이 내려앉을 거야. 참도록 해.”

“일리가 있군. 인정하겠다.”

유리의 옆에 앉아서 지도를 살피던 게토가 외쳤다.

“자! 이참에 돈 벌어서 어서 할부 갚자! 전용 차량은 할부로 사 버렸으니!”

“하아, 어쩌다가 갑자기 벼락 빚쟁이가 됐을까?”

몰리의 한숨을 지정석에 앉아 있던 아스칸이 위로했다.

“걱정 마라. 나는 행운의 여신에게 사랑받는 오토마톤이다. 그대들은 돈벼락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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