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인형 오토마톤-190화 (190/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옛날에는! 190 >

일주일 동안의 농장 일로 기어코 필요한 돈을 다 모은 크랭크가 부품점에 다시 나타났다. 그는 필요한 부품뿐만 아니라 남는 돈으로 전용 공구도 더 준비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코코는 여전히 음흉하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

여관으로 돌아와 문을 걸어 잠그고 온몸의 신경을 집중해서 이틀간 철야로 캐롯의 어깨 관절을 교환하고 인공 근육도 추가로 덧붙인 크랭크는, 마침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캐롯을 보고 만세를 부르며 침대에 쓰러져 기절했다.

충분히 자고 일어난 크랭크는 바로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괜찮은 일거리가 있으면 좋겠어. 가끔은 맛있는 걸 먹고 싶거든? 고기라든가.”

“고기, 저는 고기 요리를 잘하는 편입니다.”

“음, 기대할게.”

“맡겨 주십시오.”

마력석을 빨간색으로 바꾸고부터 캐롯의 발언과 행동이 사람에 조금 가까워졌다. 물론 겉보기에 인형인 것은 변함없지만,

공고문에 걸린 의뢰서에서 흥미로운 글귀를 발견한 크랭크가 중얼거린다.

“마녀사냥이라고?”

게다가 토벌 공고였기 때문에 성공만 하면 지정 액수가 바로 지급된다.

더불어 지급 금액에 이르러서는 인당 300만 리즈, 전투용 오토마톤 소유자는 400만.

믿을 수 없는 금액에 눈이 흔들린 크랭크가 문득 고개를 돌리고 캐롯을 바라보았다. 마력석은 빨강이지만, 이제 겨우 팔다리가 제대로 움직일 뿐이다.

크랭크는 현실을 바로 보았다.

개인으로 등록하자. 전투용이라고 하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해.

고개를 돌린 곳에는 다른 모험가들이 데리고 다니는 오토마톤이 있었다. 170cm 정도의 키에 다들 멋진 전투복을 차려입고 거기에 다양한 무장과 각양각색의 방열 가발을···.

방열 가발?

무릎을 꿇은 크랭크가 캐롯의 푸짐한 빵모자를 벗겼다. 반들반들한 머리에 손바닥을 올려보았지만 그다지 뜨겁지 않다.

“마력석을 바꾸면 과열이 발생한다고 읽었는데 괜찮은 건가?”

“내부 온도는 정상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크랭크는 좀 더 지켜보자고 생각한 다음 서둘러 접수처로 향했다.

접수를 마친 그는 준비 작업에 나섰다. 출발은 이틀 뒤,

크랭크는 그동안 가지고 있는 장비와 무기를 점검하고 수선했다.

여관방 바닥에 자리를 펴고 앉아서 도끼와 망치, 방패를 손보고 바느질을 하던 크랭크가 번쩍 고개를 들더니 중얼거렸다.

“그렇지. 식량을 깜박했다.”

“제가 다녀올까요.”

침대에 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던 캐롯이 대답했다.

크랭크가 요즘 똑똑해진 캐롯을 바라보았다.

“할 수 있겠어?”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린 캐롯이 두 팔을 들고 그를 보았다.

“물론입니다.”

아동복에 가죽을 덧대어 만든 간이 전투복을 걸친 인형 소녀가 방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갔다.

지나가던 마리아가 물었다.

“캐롯이잖아? 어디 가니?”

혼자서 거리를 향해 폴짝 뛰어오른 캐롯이 모자의 챙을 잡은 채 그녀를 돌아보았다.

“심부름 갑니다.”

제대로 움직이는 팔과 다리를 씩씩하게 흔들면서 걷던 캐롯은 잠시 멈춰 서서 크랭크가 그려준 약도를 꺼내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걷는다. 그리고 다시 멈춰 서서 약도를 보고, 주변을 살핀다.

그런 식으로 걷고 있는 캐롯을 창문을 통해서 보고 있던 크랭크는 살짝 걱정이 앞섰다.

결국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모두의 염려와는 다르게 꼬마 인형은 약도에 그려진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할 수 있었다.

딸랑-!

문 위에 걸린 작은 종이 울리고 주방에서 에밀리아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내밀었다.

“예! 나가요!”

앳된 목소리지만 당차다. 상황은 아이를 금세 어른으로 만들어버린다.

“헉?! 오, 오토마톤이야?”

문 앞에는 살벌한 차림새를 한 오토마톤이 서 있었다. 아직 어린 에밀리아도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이 인형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건 처음 보았다.

“아, 어.”

비슷한 키의 소녀와 인형이 서로를 바라본다. 인간 소녀는 당황했지만, 인형 소녀는 초연했다. 그럴 수밖에는 없었다.

인형이니까.

“아빠-! 빨리 나와 봐!”

만능의 주문을 외치자 소녀의 절대신이 나타났다.

부엌에서 머리를 내민 롤이 놀라운 얼굴을 했다. 빵모자를 눌러쓴 오토마톤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뭐냐? 빵 사러 왔니? 심부름?”

“예. 빵을 사러 왔습니다.”

에밀리아가 깜짝 놀랐다.

“마, 말을 해!”

“인석아, 당연하지. 뭘 줄까? 종류는 별로 없다만.”

캐롯은 당당하게 크랭크의 주문을 외쳤다.

“이 집에서 가장 싼 빵을 3일 치 주십시오.”

잠깐 인형 소녀를 내려다보던 롤이 씩 웃으며 선반을 가리켰다.

“그렇다면 보리빵이다. 맛은 그다지 없지만 싸고 오래가고 일단 든든하지.”

촤라락-!

테이블에 은화가 놓인다. 아직 화폐의 단위를 잘 모르는 캐롯은 받아온 동전을 전부 쏟아놓았다.

종이봉투에 한가득 보리빵을 가지고 돌아가는 작은 인형을 가리키며 롤이 딸을 쳐다보았다.

“제일 싼 빵을 3일 치, 어쩐지 그 친구가 보낸 것 같지 않으냐?”

“크랭크 아저씨요? 아! 그러고 보니!”

돈을 세고 있던 에밀리아가 선반의 보리빵을 몇 개 더 쥐고 뛰쳐나갔다.

와다다다 저만치 달려간 에밀리아는 캐롯을 불러 세워서 무어라 한참 떠들더니 두 팔을 들고 기뻐하며 가져온 빵 덩이를 봉투에 담아주고 손을 흔들었다.

다시 돌아온 딸을 보고 롤이 허허 웃었다.

“뭐라더냐?”

“맞대요! 그 아저씨의 오토마톤이래요! 내일부터 모험을 떠난 데요! 단골 하나 잡았어요! 아빠!”

팔짱을 한 롤이 씩 웃더니 다시 가게로 들어갔다.

“여기서 돈을 좀 더 벌면 잼과 설탕을 잔뜩 바른 빵을 추가하자꾸나.”

“좋아요!”

다시 돌아온 활기찬 아빠를 보고 에밀리아는 몹시 기뻐했다.

빵을 사서 돌아온 캐롯에게 크랭크는 보상으로 오토마톤 전용 신발과 장갑을 내밀었다.

그것도 전투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상당히 튼튼하고 고가인 물건이다.

“제게 주시는 겁니까?”

“그래, 나로서는 없는 걸 새로 만들 수는 없어. 지금 건 너무 낡았으니 그걸 쓰도록 해라.”

기존의 초록색 마력석을 팔고 남은 돈을 보태서 준비해준 선물에 캐롯은 기뻐했다.

좀처럼 얼굴에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방안에서 새 장갑과 신발을 신은 캐롯을 보고 크랭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용이라서 예쁘다고 할 건 아니지만 잘 어울린다. 이것도 차보자.”

집 짓는 목수가 허리에 차는 것을 참고해서 만든 벨트에는 작은 가방과 손도끼, 망치가 매달려 있었다.

“두 손이 편합니다. 완벽한 준비, 감사합니다.”

“가능한 대비를 해둬야지. 그래야 후회가 없다.”

고개를 끄덕인 캐롯이 팔을 들어 별안간 크랭크의 어깨에 올렸다.

“제가 당신의 목숨을 지켜내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어디서 보고 이러는 걸까?

하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크랭크는 씩 웃음 지었다. 그리고 주먹을 내밀었다.

“그래, 부탁하자.”

눈앞의 커다란 그의 주먹을 보고 고개를 갸웃한 캐롯이었지만, 분명 모험가들끼리 그러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작은 주먹을 내밀어 거기에 마주 댔다.

“물론입니다.”

이튿날 새벽, 준비를 마친 크랭크는 캐롯을 데리고 여관을 나섰다.

길드 앞에는 어느새 모인 모험가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 대부분이었지만, 아는 얼굴도 꽤 있었다.

“여, 당신도 가는 건가?”

마리아의 여관에 가끔 밥 먹으러 찾아오는 모험가 무리로, 마법사와 신관은 물론 전투용 오토마톤도 여럿 가지고 있는 중형 파티였다. 리더의 이름은 헤리슨,

몇 번 본 적이 있기에 크랭크가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캐롯도 그를 따라 했다.

조그만 인형의 인사를 받으며 쓰게 웃던 헤리슨이 말했다.

“요즘 당신이랑 저 꼬마 인형이 유명하더라고.”

“별말씀을, 겨우 밥벌이하는 정도입니다.”

“겸손하네. 통성명이나 할까? 나 헤리슨, 여기 우리 파티 동료들.”

헤리슨은 파티 멤버들을 죽 소개했다. 도중에 주변에 모인 모험가들도 얼굴을 들이밀었다.

“뭐야. 우리도 같이 얼굴 좀 익히자고!”

“하하하! 이번에 크게 한탕 하러 가는 거니까! 다들! 돌아가면서 소개 좀 해보자고!”

붉은 머리색만큼이나 밝은 여자였다. 헤리슨의 외침에 마녀사냥에 지원한 모험가들의 긴장된 얼굴이 조금씩 풀어진다.

소개의 마지막은 크랭크가 장식했다.

“단독으로 나온 크랭크입니다. 여기는 제 오토마톤 캐롯.”

“이봐, 그거 정말 전투용이야? 완전 땅콩만 한대”

“그냥 짐꾼이겠지.”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리고 나서자 변호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어! 꽤 잘해! 상단 호위에서 봤어! 광견병 걸린 햄스터라고! 이봐, 크랭크! 저번의 그 가죽 코트는 어떻게 했어?”

중년 모험가의 말에 크랭크는 쭈뼛거리며 배낭을 내렸다.

“에, 뭐. 가져오긴 했습니다만.”

주섬주섬 햄스터 가죽을 이어 붙여 만든 길리 슈트를 끄집어내자 헤리슨이 배를 잡고 웃는다.

“아하하하! 그게 뭐야?! 진짜 햄스터야?”

“아니! 마냥 웃을게 아니라니깐? 정말 굉장했어! 어, 뭐, 당신들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말이야.”

헤리슨의 파티에는 번쩍이는 오토마톤은 물론 망토를 두른 하드 스킨 오토마톤도 한 대 섞여 있었다.

하지만 헤리슨은 호기심이 생겨버렸다.

“입혀봐라. 보고 싶다.”

통성명 후 알게 된 것은 헤리슨이 생각보다 유명한 파티의 리더라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꽤 연상,

그래서 크랭크는 선선히 그녀의 말에 따랐다.

“푸흐하하하하! 걸작이구만! 귀엽잖아!”

“나, 나 한번 쓰다듬어 봐도 될까?”

햄스터 길리 슈트를 입은 캐롯을 보고 모험가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몇몇은 묘한 시선을 하고 다가와서 그 몸을 쓰다듬었다.

“엄청 보드라운데?”

“비단털쥐 가죽이니까. 이 녀석 안고 자면 따뜻하겠다.”

“어허험!”

긴장이 풀린 모험가들의 잡담을 잠시 내 버려둔 모험가 길드 마스터가 앞으로 나섰다. 반백을 멋지게 넘긴 노인으로 몸은 작고 노쇠했지만 그 눈빛만은 매서웠다.

“준비는 다 되었는가?”

일행을 대표해서 헤리슨이 나섰다.

“예, 아르곤 모험가 길드 마녀 토벌단 전부 모였습니다. 얼굴도 익혔고요.”

“그대들의 무사 복귀를 기원한다. 마녀를 얕보지 말도록.”

짧은 당부를 마친 길드 마스터가 단상에서 내려가고, 운영 책임자가 올라와서 모험가들을 통제했다.

“출석 확인하고 출발하겠습니다. 이쪽으로 모여 주십시오.”

출발 직전 확인 절차를 마친 모험가들은 경비대에서 제공하는 마차를 타고 목적지 부근까지 이동했다. 이동에만 총 5일이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그동안 모험가들은 모두와 잘 어울려서 끈끈한 전우애를 쌓아버렸다. 캐롯은 물론 크랭크도 인기가 많았는데, 바느질 연습을 위해 그들의 찢어진 장비를 다 꿰매고 다녔기 때문이다.

이동 중에 그들은 목표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확인했다.

야영 중 모닥불가에 모여 앉은 헤리슨이 기지개를 켠다.

“아오오오! 내일이면 도착이구나, 멀다!”

“일찍 주무세요. 이제 곧 지옥이 시작되니까.”

햄스터 캐롯을 끌어안은 신관의 말이었다.

헤리슨이 얌전히 신관의 품에 안겨있는 인형을 가리켰다.

“그거 빌려주면.”

“오늘은 제 차례거든요?”

옆에서 야식을 만들던 남자들이 킥킥거린다.

“그거 뭐라고 부르냐? 안고 자는 배게.”

“어, 죽부인? 바디필로우?”

잡담이 오고 가는 가운데 바늘과 송곳으로 찢어진 가죽 배낭을 꿰매고 있던 크랭크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토벌하는 마녀의 이름은 뭡니까?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그 말고도 다들 궁금한 눈치다.

불에 구운 마른오징어 다리를 씹고 있던 헤리슨이 말했다.

“뭐야. 그런 것도 모르고 온 거냐?”

“모를 수도 있지. 우리 같은 짜투리 모험가들에겐 고급 정보가 안 풀린다고, 당신이 아는 것 좀 풀어봐.”

맞은편에 앉아서 육포를 씹고 있던 사람의 말에 헤리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녀, 이름은 모르카.”

“모르카? 처음 듣는데?”

헤리슨이 말을 이었다.

“나도 처음 들어. 최근 발생한 마녀인가 봐. 사람을 잡아먹는 고약한 식탐이 부렸다더라고. 개척민 마을 하나를 통째로 증발시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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