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인형 오토마톤-186화 (186/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여름휴가! 186 >

“우와! 우리 파티에 드디어 마법사가 생겼어요!”

비타가 환호했고, 지오와 코비도 박수를 쳤다. 캐롯은 시큰둥한 보리스의 손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그래도 겉멋이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머리를 슥 쓸어 넘기고 멋쩍은 웃음을 지은 안경 마법사가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 씻고 쉬어야겠어요. 철야 했거든.”

“그래, 엇! 아니지. 씻고 다시 내려와. 우리 내일 일하러 가야 해. 간단하게 이야기 정도는 들어둬.”

배낭을 메던 리슐리에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인데?”

번쩍! 꾸르르릉!

홀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은 사람들의 얼굴로 번갯불이 스쳤다.

그들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천둥소리에 찔끔한 비타만 빼고.

“무려 공주님의 호위.”

* * *

이튿날, 한창 장마철인 방주 도시 아르곤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공주님이 여름휴가를 오셨다고? 여기에?”

“허 참, 뭐 볼 게 있다고?”

다들 놀라기보다는 의아해했다. 변방의 방주 도시라서 주민들 눈에는 그다지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찾아온 사람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멋지군. 도시 주변의 저것이 전부 밀밭인가?”

“어, 예. 그렇습니다.”

안내로 나선 아리에테가 긴장하며 대답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캐롯이 작은 우산을 든 채 폴짝 뛰어올라 성벽의 요철에 올라서더니 손가락을 들어서 성 밖을 가리켰다.

“저어기~! 에서부터 저기까지 밀밭이고요. 그 옆으로 맥주보리, 야채는 안쪽의 농장이나 온실에서 길러요. 밖에서 키우니까 야생 동물이 그거부터 훔쳐 먹으려고 하더라고요.”

“온실?”

쥬세페 공주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우산을 쓰고 여유 만만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캐롯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

뒤를 이어 수첩을 꺼낸 아리에테가 그걸 보면서 말했다.

“일정상 잠시 후 들리시게 됩니다. 자세한 것은 그쪽 관계자에게 듣도록 하겠습니다.”

쿵짝이 잘 맞는 둘의 모습에 공주뿐만 아니라 함께 따라온 보좌진들도 재미있어했다.

장마철의 도시를 바쁘게 오고 가던 사람들은 놀랍게도 번쩍이는 차림새와 호위를 받으며 빗속을 거니는 공주를 발견하고 놀라워했다.

영주는 미리 정부 요인의 방문을 알려두었기 때문에 도시민들은 공주의 행렬을 맞이하자 놀라지 않고 슬쩍 옆으로 비켜서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공주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고 길을 걸어 나갔다.

우산이나 비옷 아래에서 고개를 든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도시를 방문한 정부 요인이라는 사람이 공주님이야? 청동문 조사하러 왔었던 그분이지?”

“영주님도 대단하시구만, 이런 건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어느새 나타난 남자가 중얼거렸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거지요.”

“억? 누구야? 마론?”

특수부대 전역자로 길드 운영위원으로 일하는 마론이 검은 옷차림으로 그들의 곁에 서 있었다.

“바쁘군요. 가봐야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 버렸다. 그제야 공주 일행의 주변으로 비슷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챘다.

“세상에, 지붕에도 마구 뛰어다니는데?”

“오토마톤이야?”

“머리가 빨간 거 말고는 모르겠어.”

“난리로군. 이래서 높으신 분이 찾아오는 걸 싫어하는 거야. 그 와중에 왕족이라니 할 말 다 했지.”

머리를 휘휘 저은 사람들은 그만 길을 재촉했다.

사람들의 경계심과 작은 불만에도 불구, 쥬세페 공주는 여름휴가를 만끽하고 있었다. 도시 구성도 눈여겨보고, 계절에 상관없이 야채를 재배 중인 유리 온실에도 들리고, 영주 저택의 뒤로 펼쳐진 목장도 찾아보았다.

아르곤의 성벽을 위에서 보면 원형의 한쪽이 불룩 튀어나온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넓은 부지에는 목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움머어-!”

“오랜만에 보는구나. 꽤 큰 녀석인걸.”

울타리에 기댄 쥬세페 공주가 목장 밖의 초원을 돌아다니는 커다란 소를 쳐다보았다.

안내로 나온 작업복 차림의 노인이 뒷짐을 지고 서 있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또 나왔구먼. 저 녀석은 비만 오면 밖으로 뛰쳐나옵니다.”

캐롯이 슬쩍 끼어들었다.

“젖 짜기 싫어서 도망 나오는 거 아니에요?”

“아, 그런가?”

왕족이 와도 별로 놀라지 않는 목장 책임자 늙은이가 머리를 좀 긁적인다.

공주가 호기심이 동안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나온 우유로 치즈나 버터를 가공하다고 들었다. 젖 짜는 걸 볼 수 있겠나?”

“예, 뭐, 어렵지 않습니다만.”

말을 흐린 늙은이가 공주의 차림새를 보더니 주변 보좌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보통은 이럴 때 결사적으로 말리는 리리안느지만 여름휴가 중에는 어지간한 건 다 허가하는 편이었다.

채찍을 휘두르기 전과 후에는 항상 당근을 준비해야 합니다.

왕족의 땡깡은 무섭거든요.

리리안느가 공손히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먼저 옷을 갈아입으시죠. 전하.”

신나게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공주는 기어코 억지를 부려 소 젖 짜기도 직접 체험했다.

“이렇게 하는 건가. 놀라워! 나도 아이를 가지면 이렇게 하얀······!”

“으허허허엄!”

보좌진 중에 커다란 몸을 한 노장군이 거창한 헛기침을 하더니 어딘가의 인형 병기처럼 한쪽 눈을 붉게 빛냈다.

“체통을! 전하.”

찔끔한 쥬세페 공주였지만 곧 즐겁게 웃으면서 소젖도 짜고 치즈와 버터도 만들어보았다.

“주는 건가?”

“물론이에요. 공주님이 만드신 걸요.”

가공 공장에서 일하던 아낙이 내미는 치즈와 버터를 받은 공주는 몹시 기뻐했다.

그녀는 반짝이는 눈으로 커다란 치즈 덩이를 들어 올렸다.

“오늘 저녁은 이걸로 하겠어.”

“······그전에 검사부터 하고요.”

리리안느가 그것들을 빼앗아 가며 낮게 속삭이자 공주가 울상을 지어버렸다.

팔짱을 하고 옆에서 지켜보던 캐롯이 씩 웃었다.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 이젠 대놓고 수첩을 꺼내든 아리에테가 짧게 보고 했다.

“일정은 이걸로 끝입니다. 내일은 도시의 공업지대와 유력 길드를 돌아볼 겁니다.”

“오늘 이 몸과 어울려주느라 그대들 모두 수고가 많았다.”

말을 마치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공주와 시선을 마주한 여기사가 쑥스러움에 슬쩍 고개를 돌렸지만, 곧 몸이 기울어진다.

그 강철 팔을 잡아당긴 쥬세페 공주가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더니 밝게 웃으며 걷는다.

“오늘은 아주 기분이 좋구나. 아는 사람이 함께 다녀주어 기쁘기도 하고.”

“어, 음, 예.”

“전하.”

기품 없이 행동하는 공주를 보고 리리안느가 주의를 주었지만 쥬세페 공주는 그녀의 팔도 잡아당겨서 양옆으로 팔짱을 끼었다.

“얍! 어떠냐? 금발 미녀 삼총사다.”

공주의 최측근은 유사시 그림자 역할도 고려했기 때문에 리리안느 역시 금발이었다.

다소 억지가 동원되었지만, 나란히 걷고 있는 세 사람의 모습이 참 아름답고 잘 어울려서 주변에 숨어서 경호 중인 사람들의 시선마저 빼앗았다.

공주의 장난기는 뒤따르던 인형 소녀에게 전염되었다.

마침 같은 금발 방열 가발을 쓰고 있던 캐롯이 뒤를 돌아보며 속삭이듯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제목, 장마를 가르는 민들레 소녀들.”

그리고 우아한 자세로 두 팔을 들어 세상 행복하게 서로의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세 금발 아가씨들을 모두에게 소개했다.

다름 아닌 왕족의 경호 인지라 내내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하던 사람들의 얼굴로 억지웃음 비슷한 것이 번지기 시작한다.

쓴웃음을 지은 경호 책임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럴 나이는 다들 지난 것 같지 않으냐.”

“모르세요? 여자는 사랑을 하고 있으면 전부 소녀래요.”

“오······!”

그럴듯하게 들려서 다들 낮은 목소리로 긍정했다.

앞서 걷던 세 사람이 문득 소란을 느끼고 뒤를 돌아본다.

조그만 소녀와 함께 세 금발 처녀들의 화려한 모습에 다들 눈을 크게 떴다.

썩 보기에 좋은, 그림 같은 장면이었다.

이때 그들 모두의 강렬한 염원을 감지한 누군가가 앞으로 나섰다.

쥬세페 공주의 취미 생활을 돕기 위해 특수 제작된 오토마톤으로, 이름은 렌즈.

번쩍-!

“우왁?! 내 눈-!”

“헉?!”

금발 처녀들이 눈을 가리고 저마다 몸을 웅크리는 가운데 오토마톤 렌즈가 화판을 앞으로 돌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스사사사사사사삭!

팔랑.

렌즈가 완성된 그림을 내밀자 찡그린 얼굴로 받아든 쥬세페 공주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림 속에는, 양손을 허리에 올리고 씩씩하게 웃고 있는 작은 소녀와, 무슨 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는 화려한 세 아가씨의 모습이 남겨져 있었다.

이후, 이 그림은 채색되어 공주의 사물로 보관되다가 먼 미래 수집가들 사이에서 고가로 거래된다.

제목은 그림 속의 인물 중 전설적인 인형 소녀가 장난삼아 붙인,

장마를 가르는 민들레 소녀들.

저녁 시간, 영주 가족 내외들과 식사를 마친 공주는 여전히 식당에 남아 의미심장한 얼굴을 했다.

“이 몸의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짧게 한숨을 쉰 리리안느가 박수를 쳤다.

짝짝!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홀로 들어섰다.

이번에 그림자 경호 의뢰를 맡은 아르곤 모험가 길드의 파티 중 하나, 몰리 마법사단이었다.

번쩍이는 대머리를 손수건으로 닦은 게토가 인사를 했다.

“어, 음, 모험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다고요?”

자리에 앉은 쥬세페 공주가 갑자기 근엄해진 얼굴로 우아하게 두 팔을 들었다.

눈은 여전히 초롱초롱 반짝이고 있다.

“후식으로 산지 직송의 신선한 모험담을 듣고 싶어 그대들을 불렀노라. 자, 부디 이 몸의 귀를 즐겁게 해다오.”

테이블에 깍지 낀 손을 올리고 그 위에 턱을 대자 곁으로 찻잔이 놓이며 주전자를 든 메이드가 차를 따랐다.

그 메이드와 눈이 마주친 토스트가 얼빠진 목소리를 내버렸다.

“어? 누······!”

모두가 죽일 듯이 바라보자 식은땀을 흘린 토스트가 헛기침을 좀 하더니 상큼한 얼굴로 나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지요. 제가 먼저 해보겠습니다.”

이윽고 시작된 토스트의 모험담은 너무 웃겨서 예의상 자리를 지키고 있던 영주마저 마시던 찻물을 뿜게 했고, 공주를 실신 상태로 만들었다.

그래서 토스트는 누나에게 또 등짝을 얻어맞았다.

* * *

여름휴가 3일째, 이날은 잠시 비가 그쳤다. 그래서 좀 편한 마을 투어가 시작되었다.

“3번가입니다. 공업지구로, 대장간에서부터 각종 가공 공장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호오.”

쥬세페 공주가 턱을 매만지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깡-! 깡-!

“어?”

공주 주변을 따라 걷던 캐롯이 익숙한 대장간에서 익숙한 투구를 발견했다.

“크랭크?”

“음? 무슨 일이냐?”

앞서서 걷던 쥬세페 공주가 뒤로 돌아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는 척했다가 일정에 방해가 될까 둘러대던 캐롯이었지만 보좌관 중에 노 장군 하나가 대장간을 눈여겨보다가 입을 열었다.

“좋은 솜씨로군. 음? 저 친구는 개척민 마을의 그 투구 머리 아닙니까?”

투구 머리, 공주의 보좌진들은 크랭크를 그렇게 불렀다.

“그렇군요. 뭘 하는 거죠?”

관심을 받기 시작하자 이때다 싶었던 캐롯이 대장간으로 뛰어들었다.

“어머! 캐롯!”

“티타! 우리 주인님은 왜 또 여기 와있어?”

대장간 딸내미 티타가 하하 웃는다. 키가 크고 미인이었던 지라 그 해맑은 미소에 호위 몇 사람이 심쿵 해버렸다.

“주문한 물건 찾으러 왔다가 돕고 있어. 어머! 어서오세요오······?”

가게 앞으로 나왔던 티타가 화려한 구성의 행렬을 보고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여름휴가 오신 공주님이 동네 구경하러 다니신다고 들은 것 같아!

목에 건 수건으로 땀을 닦은 그녀가 웃어댔다.

“하하하! 가, 갑자기 덥네.”

재빨리 몸을 돌린 티타가 캐롯을 번쩍 들어 올렸다.

“저, 정말로 공주님이셔?!”

“맞아. 그리고 내려주셈. 다 쳐다봄.”

“헉!”

티타와 캐롯의 호들갑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망치를 내린 크랭크가 작업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몸을 한 그가 공주와 그의 호위들을 향해 가슴에 손을 올리고 허리를 숙였다.

“모험가 크랭크입니다. 아르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경은 참 한결같군. 그대가 경영하는 곳인가?”

두 손을 편 크랭크가 투구를 흔들었다.

“자주 들리는 가게일 뿐입니다. 일이 많아서 조금 돕던 길입니다.”

그때 팔짱을 낀 노장군이 앞으로 나섰다.

“자네 아주 멋진 몸을 하고 있군.”

투구를 돌린 크랭크가 갑자기 포징을 시작했다. 두 주먹을 가슴 앞에 세우고 힘을 주자 팔과 어깨, 가슴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흡!”

트드득!

질린 얼굴의 아리에테가 한 손으로 얼굴을 덮었고, 캐롯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으려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잠깐 들고 있어라.”

젊은이의 우람한 근육을 마주한 노장군의 얼굴에 그림자가 끼더니 갑자기 상의를 벗어 옆의 부하에게 쥐여 주고 전신에 힘을 주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팔과 가슴은 가공할만한 것이었다.

“흠!”

“음!”

“헙!”

“으웁!”

트드드드! 뚜둑!

난데없이 대장간 앞에서 근육 자랑 대회가 펼쳐지는 바람에 공주가 배를 잡고 웃어버렸다.

“애들아! 공주님 가신다! 힘줘라! 흐으읍!”

“살펴 가십시오! 공주님!”

“또 오십시오! 공주님!”

대장간 남자들이 전부 나와서 온몸의 근육으로 쥬세페 공주를 배웅했다. 어제오늘 너무 웃어서 아픈 배를 붙잡은 그녀는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어 배웅에 답했다.

“재미있는 도시로구나. 사람들은 밝고, 다들 씩씩하구나. 인상적인 마을이야.”

길 안내를 자처하여 두 팔을 흔들며 씩씩하게 앞서 걷던 캐롯이 방긋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는 마법사가 말했는데, 문화를 만드는 건 사람이래요.”

“그렇구나, 도시의 수뇌부가 다들 멋진 사람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전해졌다.”

공주의 칭찬은 실시간으로 그 수뇌부들에게 전해져서 굳은 얼굴의 한시름을 덜게 했다.

그날로 공식적인 시찰을 모두 마친 공주는 4일째 되는 날부터는 가벼운 원피스 차림으로 최소한의 호위만 데리고 도시의 좀 더 구석구석을 구경 다니며 휴가를 만끽했다.

정장을 벗은 쥬세페 공주는 그저 시골에 놀러 온 귀족 영애 같은 느낌으로 아주 소탈했는데 아리에테와 캐롯은 편했지만 리리안느는 이리저리 쏘다니는 그녀의 행동을 몹시 피곤하게 여겼다.

그리고 밤이 되면 항상 모험가를 불러서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공주님께 들려드릴 이야기인지라 마빈 모험가 길드 마스터는 인선에 신중을 기했다.

그날 저녁 영주의 저택에 초대된 캐롯이 함께 온 마빈 길드 마스터를 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이번엔 우리예요?”

“그렇지. 잘 부탁한단다.”

“이야기는 아무거나?”

“너무한 이야기는 대충 걸러서, 그리고 너무 웃기거나 하지도 말고. 좀 진지하면서도 신나는 모험담이면 좋겠구나.”

“와, 주문이 복잡한데요. 하지만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캐롯은 말끔히 차려입고 영주의 저택에 불려온 불편한 얼굴의 동료들을 살폈다.

“돈 벌기 힘들지?”

“쉽지 않네.”

“아무래도 이번 건 네게 일임해야겠다.”

“오! 맡겨주셈.”

외모가 외모 인지라 파티에서 빠지면 금방 티가 나는 크랭크도 오늘 함께 와 있었다.

캐롯이 하하 웃으면서 몸을 돌렸다.

텅-!

메이드가 문을 열어주자 환한 식당에 공주와 영주의 가족들이 앉아있다. 처음엔 쥬세페 공주만 들으려고 했던 것인데 의외로 재미있어서 다들 이 시간을 기다리던 참이었다.

“얏호-! 식사는 잘하셨어요?”

쥬세페 공주가 빙긋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그대들도 한 번쯤 나올 거라 생각했지.”

아리에테가 나서서 인사했다.

“아르곤 모험가 길드 소속 파티, 겨울 기사단 인사드립니다.”

“음, 시작하지.”

다들 준비된 자리에 앉고, 키가 작아서 두 팔을 테이블에 걸쳐 올린 캐롯이 방긋 웃었다.

“자, 무슨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오늘 밤 공주님이 잠 못 이루실까요.”

모두는 들뜬 얼굴로 금발 인형 소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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