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인형 오토마톤-175화 (175/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재방문! 175 >

“캭캭!”

“캬오오오!”

동부의 깊은 숲속, 원시적인 복장을 한 코볼트 무리가 조잡하게 만든 활과 창을 들고 커다란 화식조를 사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1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키의 코볼트와는 반대로, 그들을 마주하고 선 화식조는 그 두 배는 더 큰 것 같다. 녀석은 도도한 시선으로 앞을 가로막는 코볼트 무리를 내려다보았다.

“캬르릉! 컁컁!”

벌써 몇은 화식조의 발길질에 나가떨어져 버렸다.

씩씩거리는 코볼트들은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듯이 비장하게 나무 창을 꼬나쥐었다.

기이이이잉······!

우거진 수풀 너머로 기묘한 소음이 들린다. 화식조가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코볼트를 깔보던 그 눈이 크게 벌어졌다.

쾅-!

그들이 대치하고 있던 장소로 별안간 검은 괴물이 난입했다. 기이한 모터 소리를 내는 인간들의 이동 차량이었다.

코볼트 무리는 혼비백산했고, 화식조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차량에 치여 버렸다. 퍽!

“꾸왁?!”

튕겨 나가 나무에 처박혀 절명한 화식조 주변으로 코볼트 무리가 몰려든다. 몇 마리가 창으로 그걸 찔러보는 동안, 나머지는 숲을 헤치고 떠나버린 검은 괴물을 쳐다보며 멍청한 얼굴을 했다가 곧 환하게 웃으며 방방 뛰기 시작했다.

“컹컹! 크앙!”

“우오오!”

크랭크 대신 운전석에 앉은 지오가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숲속의 비포장도로를 개척하고 있다.

“방금 뭔가 치어버린 것 같은데요?!”

“지금 우리 목숨이 더 중요해! 어어! 저기 앞에 돌 있다! 좌회전! 그 앞엔 나무가! 우회전!”

운전석 의자에 달라붙은 캐롯이 팔과 눈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그렇지 않아도 정신없는 지오를 괴롭혔다.

콰콰콰! 트드드드득!

파티의 전용 차량은 상단에서 화물차량으로 사용하던 것이었기 때문에, 힘이 좋아서 어지간한 방해물은 다 밀어버리고 전진했다.

잔뜩 긴장한 채 운전대를 잡은 지오가 말했다.

“이 길이 맞아요?!”

“그런 게 어디 있어! 지나가고 난 다음에 생기는 것이 바로 길이다! 밟아!”

캐롯의 외침과는 별개로 지붕에 올라가서 망원경으로 먼 곳을 살피고 있던 아리에테가 지도와 지형을 대조하더니 외쳤다.

“맞다! 직진! 이 황무지를 가로지르면 국경선 마을로 향하는 대로로 오른다!”

“나침반 똑바로 봐! 동쪽이야!”

“봤어요!”

자리에 앉아 손잡이를 단단히 붙잡고 있던 비타가 울상을 지었다.

“이렇게 속도를 올릴 필요 있어요? 천천히 가요!”

“숲속에선 뭐가 나올지 몰라! 최대한 빨리 돌파! 인생은 언제나 직진!”

핸들을 잡은 지오는 신중한 눈으로 발판을 조작하며 조심스럽게, 하지만 파워풀하게 차량을 몰아나갔다.

복귀 도중 가능한 모두에게 운전 연습을 시켜보기로 작정한 크랭크는 간단한 조작 방법을 알려준 후 돌아가면서 운전대를 잡아보도록 했다.

그중에서도 지오의 감각은 독보적이었다.

아리에테와 함께 지붕에 올라와 난간에 안전대를 걸고 몸을 이리저리 흔들거리던 리슐리에가 중얼거렸다.

“조작에 재능이 있군요. 요즘 세상엔 마차 운전 말고는 그다지 쓸모가 없지만요.”

“아니다. 세상은 항상 바뀌고 있다. 묻혀있던 재능도 언젠가는 빛을 발할 거야.”

리슐리에가 모르겠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아리에테는 그저 씩 웃을 뿐이었다.

캐롯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위를 올려다보며 외쳤다.

“리슐리에! 전방이 막혔어! 개척 작업 좀 해줘!”

몸을 돌린 리슐리에의 주변으로 어둠이 깔린다. 빛나는 것은 그녀의 안경뿐,

준비 작업으로 아리에테가 활을 들어서 쐈다. 언젠가 크랭크가 마차 부품으로 만든 것이었다. 퉁! 쉬이이익-!

“라이트닝 볼트!”

파자자자작!

대낮에 피어오른 고출력 번개가 바위에 박혀 있는 강철 화살을 피뢰침 삼아 내부로 타고 들어가 그걸 깨부숴놓았다.

퍼서석! 와르륵!

앞을 가로막고 있던 바위가 순식간에 자갈밭이 되어버렸다. 뒤를 이어 달려온 수송 차량이 육중한 덩치로 그 자갈 언덕을 박차고 올라갔다.

쾅-! 콰가가각!

맹렬하게 회전하는 차량의 바퀴가 사방으로 돌멩이를 집어 던지며 차체를 밀어 올린다.

이 와중에 흔들거리는 작업실에서 크랭크를 돕고 있던 코비가 소리쳤다.

“천천히 좀 몰아! 작업하기 힘들잖아!”

“숲속을 가로지르기 전에 흔들릴 거라고 했잖아! 곧 대로에 오르면 편해져! 이참에 잠깐 쉬어!”

캐롯의 외침에 코비가 구시렁거리며 고개를 돌렸지만, 몸에 맨 밧줄에 의지한 크랭크는 흔들리는 작업실에서도 오토마톤을 수리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코비는 몸서리를 쳤다.

이 사람도 괴물이야.

그때 다시 한번 몸이 붕 떠오르더니 중력에 한껏 짓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쿵-!

숲을 헤쳐 나온 차량이 대로로 올라선 것이다.

“어우! 죽겠네!”

“하하하! 좋았어! 숏컷 성공!”

여행 중 짬을 이용해 쿠르프에게 받아온 오토마톤을 수리하던 크랭크가 중얼거렸다.

“음, 잘했다. 코비, 집게로 이쪽을 좀 잡아 주십시오.”

머리를 절절 흔든 코비는 그가 시키는 대로 집게를 챙겨 들었다. 언제까지고 모험가를 해먹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인생의 플랜B는 미리미리 준비해야 했다.

아리에테는 지붕 위에서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녀의 곁에는 리슐리에가 지도와 나침반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현재 위치를 파악한 아리에테가 다시 외쳤다.

“이번엔 여기서 동북으로!”“또요?!”

아리에테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미래로 향할 길은 많을수록 좋다! 가자!”

눈을 질끈 감은 지오는 다시 숲속으로 차량을 밀어 넣었다. 어차피 사람이 쓰지 못하는 황무지였기 때문에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었다.

계산상으로는 분명 이틀이었지만, 숲속을 마구잡이로 헤치고 나간 그들이 개척민 마을 베누스에 도착했을 때는 정오 무렵, 하루가 걸렸을 뿐이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린 크랭크가 중얼거린다.

“생각보다 가까운걸, 그때 구스타프 씨가 자주 차량으로 오고 간 이유가 있었어.”

“아아, 이젠 못하겠어요. 이거 생각보다 많이 지쳐요.”

“고생했어. 지오, 덕분에 편하게 왔어.”

장시간 운전으로 진이 빠진 지오는 핸들에 머리를 박고 있고, 비타가 그 등을 두드리며 웃는다.

캐롯은 반가운 얼굴을 맞이하러 두 손을 들고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베누스!”

때아닌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과 이야기 중이던 오토마톤이 고개를 돌렸다.

긴 초록색 방열 가발이 잘 어울리는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무표정한 마스크에는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받은 명령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차올랐다.

이들은 나를 잊지 않았다. 나는 기억되고 있다.

“반갑습니다. 돌아오셨군요. 아직 약속된 1년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근처에 일하러 왔다가 들렀어! 너 보러! 너를 만나러!”

위로 들어 올린 캐롯의 팔이 좌우로 살랑살랑 움직인다. 고개를 든 베누스는 거의 한 달 만에 다시 만나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를 찾아주셔서 기쁩니다.”

캐롯을 포함해 그의 동료들이 씩 웃거나 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아리에테가 물었다.

“오면서 봤는데, 성벽 증축 공사 중인 건가?”

“그렇습니다. 개척민 마을 베누스는 한 달 만에 많은 것을 해냈습니다.”

함께 있던 사람들이 다가왔다.

“베누스, 이 사람들은 누구냐?”

고개를 돌린 베누스가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을 소개했다.

“저를 이곳에 맡긴 마스터 크랭크와 저의 파티 구성원들이십니다. 이쪽은 방주 도시 웰메인 건축 길드에서 파견 와주신 오만 작업반장님.”

크랭크와 오만 반장이 서로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오만 반장이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소. 그나저나 정말 크시군!”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3주 만에 성벽 증축이라니······.”

아무것도 없는 움막촌이 방주 도시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게 된 크랭크와 동료들이 거대한 성벽을 올려다보았다.

오만 반장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들 덕에 우리도 큰 건 하나 잡았지. 자세한 이야기는 베누스나 안쪽 책임자들에게 들으시게. 그럼, 베누스. 그렇게 알고 시작하마.”

“알겠습니다. 야간작업에 대응한 경계 계획을 수립해서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베누스는 이제 사람들을 데리고 마을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보리스가 물었다.

고개를 돌리고 멈춰선 베누스는 갑자기 크랭크의 앞으로 다가갔다.

“작년 겨울, 나는 당신을 따라나서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떠나고도 난민은 조금씩이지만 계속해서 유입되었다. 당연하겠지만 개척민 마을의 베누스가 그들을 모두 받아들였다.

“늘어난 사람들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마을의 수뇌부는 마스터가 남겨준 장비를 적극 활용하여 생산품 가공을 늘렸습니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계속 장비를 늘리는 한편, 투자자를 설득해서 마을의 방위에도 힘썼습니다.”

“투자자? 누구지?”

베누스가 팔을 들어 가리켰다. 마을 중앙에는 커다란 통나무 저택이 세워져 있고, 깃발 몇 개가 휘날리고 있었다. 그 중앙에 리즈넷 왕가의 깃발이 있었다.

“쥬세페 공주님께서 투자를 결정하셨습니다. 이곳은 그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드워프 연합과의 계약도 체결되었습니다.”

잠시 멈춘 베누스가 다시 말했다.

“개척민 마을 베누스는 이제 방주 도시 베누스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설명을 들으며 걷고 있던 모험가들이 멈춰 섰다. 비타는 감격해 훌쩍이고 있었고, 보리스와 코비, 지오는 대단히 뿌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아리에테!”

“크랭크! 크랭크!”

마을을 지나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온 모험가들을 알아보고 웃으면서 다가왔다.

“캐롯, 봤다. 돌아왔다. 기쁘다.”

“기쁘다! 오늘 저녁, 잔치!”

아리에테가 웃음 지었다.

“놀랍다. 다들 말이 많이 늘었군.”

“아리에테, 기사님.”

“오오, 여기사님.”

돌격창을 들고 하얀 악마에게 덤벼들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청년들은 그녀의 칭찬을 듣고 몹시 기뻐했다.

하얀 피부와 화려한 금발을 가진 여성은 사이퍼즈 남자들에게 어떤 환상과 경외감을 선사한다. 그들이 숭배하는 고대 전설 속 자애의 여신이 가지는 특징과 같기 때문이다.

길을 걸을수록 사람들이 행렬에 합류한다. 지나는 길에 자동 베틀을 들여놓은 창고도 들리게 되었는데 규모가 상당히 늘어나 있었다.

“건물 한 동만 있던 거 아니었나?”

“늘었다. 늘어났다.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청년들이 리즈넷 말로 대답했다. 건물 하나당 자동 베틀 10대씩 들어가 있고 무아지경에 빠진 사람들이 면포를 뽑아내고 있었다.

건물 바깥 나무 아래의 평상에는 휴식 시간을 맞이한 마을 처녀들과 아이들이 앞서 도착한 캐롯의 주변에 몰려 앉아 웃고 떠들고 있었다.

“오오! 와아! 굉장해! 이만큼! 대단해! 다들 힘냈구나! 멋져! 최고야!”

캐롯의 칭찬은 그들에게 밝은 미소를 선사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베누스를 따라온 모험가들을 보고 반색하며 인사를 했다.

캐롯이 깜빡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앗! 우리 마니마니는 어디에 있어?”

“그란은 공주님의 나무 성에서 업무 중입니다. 오늘 중요한 손님이 오셨다고 하더군요.”

다들 고개를 기울였다.

“공주님의 나무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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