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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74화 (174/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관광! 174 >

돈을 공평하게 나눈 크랭크는 그것을 모두에게 쥐여 주었다.

신이 난 아리에테가 힘차게 손을 들었다.

“쇼핑이다!”

“와아!”

“2시간 후 출발 예정이니 다시 여기로 모여 주시면 됩니다.”

죽이 맞은 사람들끼리 뛰쳐나갔다. 아리에테, 비타, 지오, 코비가 달려갔고, 리슐리에, 보리스, 캐롯, 크랭크는 남았다. 로테는 차량을 지키기 위해 대기했다.

“난 시끄럽게 떠들면서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 않거든?”

“응? 괜찮겠어? 우리 주인님도 만만치 않은데.”

캐롯이 크랭크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렸다. 이만저만 큰 게 아니라서 확실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아뿔싸! 보리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리슐리에는 초연했다.

셋이서 발사체를 만들면서 의견도 많이 나눴기 때문에 크랭크가 대략 어떤 사람인지 파악한 리슐리에는 일부러 남았다. 캐롯은 그 보호자라서 붙어있는 상황이었다.

“시장은 어디죠? 마법 도구점을 돌아보고 싶은데.”

“공구 상가나 그런 곳 있으면 좋겠군요. 주인장께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오, 의외로 둘이 잘 맞는데?”

시장의 위치를 확인한 일행들은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지금 길거리엔 공방과 광산에 틀어박혀 있어야 할 드워프들이 다 몰려나와 술집과 음식점을 점거하고 옛날이야기를 나누거나 하늘에 뜬 부유섬을 구경하느라 인산인해를 이뤘다.

“드워프니까. 드산드해라고 해야 하지 않아?”

“풉-!”

“으갹!”

노점에서 산 켄투가 명물, 트림 주스라는 걸 사서 마시던 리슐리에가 여전히 시크한 얼굴로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으면서 뿜어낸 음료를 뒤집어쓴 보리스를 쳐다보았다.

“미안하군요. 불만이 있다면 선배에게 말하세요.”

“아오!”

무표정한 얼굴의 리슐리에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던 보리스는 밑에서 배를 잡고 깔깔거리는 캐롯을 들어 올리더니 탈탈 흔들기 시작했다.

“오하하! 이 정도는 별거 아니지! 하늘 끌에 도달한 이 몸에게 말이야!”

“웃지 마! 웃기지도 말고!”

도구점이 몰려 있는 상가도 잔치 분위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손님이 찾아오자 바로 호객을 시작했다.

“여, 친구들! 뭘 보러 왔나? 좋은 게 많으니 구경들 하시게. 오, 마법 도구? 그건 저쪽 늙은이가 전문이지.”

마법 도구점에 들린 리슐리에는 돈을 내고 상품 설명을 듣는 기행을 저질렀다.

호위로 따라간 캐롯이 기겁했다.

“물건 안 사고 말만 듣는데도 돈을 내?”

“난 정보료라고 생각해. 물건을 살 여유는 없지만 스펙은 자세히 알고 싶거든? 가게 주인한테 밉보이고 싶지도 않고.”

“이 처녀, 뭘 좀 아는군! 내 요즘 트렌드를 자세히 알려줌세!”

말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라 캐롯은 그녀의 행동을 대단히 신기하게 생각했다.

어쨌든 돈을 받은 드워프는 요즘 나오는 마법 물품에 대해서 꼼꼼히 알려주었다.

이 와중에 크랭크가 단 10분 만에 소지금을 모두 탕진해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재미있는 기능을 가진 것이 많아서 자중하기 힘들군.”

“와, 너 뭘 그렇게 많이 샀어? 운영비용도 다 쓴 거 아냐?”

“그건 남겨뒀다. 볼일 다 봤으면 돌아가자. 나에게 있어서 이곳은 도박장 같은 곳이야.”

크랭크는 그렇게 말하며 커다란 가방을 들어 올렸다.

“오토마톤 정비 공구가 이리도 다양할 줄이야. 기회가 된다면 또 찾아오고 싶은걸.”

“그럼 나가는 길에 통행증을 발급받아 가시오. 성문에 이야기하면 됩니다.”

“어? 소개장 필요한 거 아니에요?”

캐롯의 물음에 좌판을 펼치고 앉은 젊은 드워프 남자가 씩 웃었다. 체형은 드워프답게 짧고 굵었지만, 얼굴만은 그 나이대의 인간 청년들처럼 젊었다.

그래서 크랭크를 포함한 일행 전부가 그를 눈여겨보았다.

이 젊은 청년 드워프는 즐겁게 떠들어댔다.

“처음에만 그래. 체에 걸러서 될 성싶은 녀석들만 들어올 수 있지. 당신들이 여기 있다는 것이 그 증거야.”

“오오! 드워프 필터링이란 거네요?”

“그렇지. 넌 참 조그만 게 되게 똘똘하구나.”

“으헤헹, 그래요?”

그때 팔짱을 하고 주변을 구경하던 보리스가 좀 떨어진 곳의 거대한 기둥이 매달린 구조물을 올려다보았다.

“주변에 많이 보이는데, 저건 뭐요?”

“그건 대포야.”

크랭크에게 도구를 판 가게 주인장이 동전을 세면서 허허 웃었다.

“옛날에는 시도 때도 없이 드래곤에게 시달렸거든? 그 대응책으로 만든 거지. 대공 사격용이야.”

“대공 사격!”

“드래곤?!”

인간 모험가들이 신기하게 여기자 가게 앞에 나와서 부유섬을 올려다보던 나이 지긋한 드워프들이 하나둘 끼어들었다.

“그때는 참 끔찍했지. 하늘을 나는 도마뱀 놈들이 우리만 보면 쳐들어와서는 이걸 만들어라 저걸 내놔라. 해대서 말이야.”

“화약 병기가 개발되고부터는 우리도 죽을 각오로 맞섰지. 그 덕분에 놈들도 이젠 허튼짓은 하지 않아. 정중히 요청하는 편이지.”

“맞아! 그제야 가격도 제대로 쳐줬지! 망할 놈들!”

보리스와 캐롯이 드워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입을 헤 벌렸다.

“젊은 놈들은 쓸모없다고 하지만 당해보면 그런 말 나오지 않아. 봐라, 우리는 결과적으로 드래곤도 협상 테이블로 불러냈단다.”

“오오오! 멋져!”

하늘로 우뚝 솟아오른 굴뚝같은 대포를 가리키며 하는 이야기에 캐롯은 손뼉까지 치면서 놀라워했다.

상가를 뒤로 하고 길을 걸으며 캐롯이 크랭크를 올려다보았다.

“와! 드래곤에게 반격하려고 만든 시설은 처음 봐. 그 녀석들 실물은 더 굉장하겠지?”

“음, 하지만 만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으헤헤, 나는 한 번쯤 보고 싶기도 한데 말이야. 드래곤이잖아? 드래곤이라고? 지상 최강의 생물!”

뒤따르던 보리스가 울컥했다. 그는 다시 캐롯의 허리를 잡아 들더니 탈탈 털었다.

필림 장로가 그렇게 하는 걸 인상 깊게 본 탓이다.

“이 땅콩!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으오오오!”

약속된 시간이 다다르자 사람들이 속속 차량이 세워진 곳으로 모였다.

앞서 도착해 있던 캐롯이 지붕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어서 와 굼벵이들아. 얘네들도 뭘 잔뜩 사 왔네? 뭐니?”

가방 한가득 기념품을 쟁여온 그들은 뭐가 즐거운지 하나 같이 킥킥거리고 있었다. 아리에테가 가방에서 노란색 액체가 든 유리병을 꺼냈다. 아까 리슐리에가 마시다가 뿜어낸 것이었다.

“트림 주스라는 건데 재미있는 거다. 마셔봐.”

캐롯에게 권유했다가 손을 멈칫한 아리에테는 머리를 두드리더니 그걸 크랭크에게 내밀었다.

짐을 정리하고 운전석에서 앉아있던 그가 병을 받아들더니 코르크 마개를 뽑고 내용물을 들이켰다.

“으읍? 끄으으윽! 음? 뭐냐 이건?”

“프하하하!”

아리에테가 폭소를 터트렸다. 파티에서 크랭크를 대놓고 놀릴 수 있는 사람은 두 명 있는데, 하나는 캐롯이고, 하나는 아리에테였다.

“하하하! 어떠냐? 굉장하지 않······?! 으읍~!”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작은 얼굴을 움켜쥔 크랭크가 거품이 부글부글 솟아오르는 유리병을 손에 쥐고 팔에 힘을 주었다.

“아으아아! 아파!”

장난질에 대한 보답으로 아이언클로를 선사해준 크랭크였지만 음료 자체는 의외로 마음에 들어 했다.

“속이 좀 편해. 이유를 모르겠군. 이 거품 때문인가?”

“동굴 속에서 솟아오르는 암반수를 주스에 탔다고 하던데 소화에 좋다고 해서 잔뜩 사 왔다.”

의기양양한 표정이 뭔가를 기대하는 얼굴이다. 크랭크는 빈 유리병을 잠깐 쳐다보고는 아리에테를 바라보며 투구를 끄덕였다.

“고맙다. 네게 들인 노력에 대한 보답을 받은 기분이야.”

“뭣?! 무슨 소리냐! 이런 건 그냥 별것 아닌 일이다! 은혜는 나중에 제대로 갚을 거야!”

아리에테가 되레 울컥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던 크랭크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볼일은 끝났으니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캐롯이 팔을 들고 외쳤다.

“다음 목적지는 개척민 마을 베누스! 가까우니 잠깐 들러서 얼굴 비추고 가자고!”

운전석에 앉은 크랭크는 차량을 출발시키면서 말했다.

“거리상 이틀이지만 이 차량의 속도면 더 빠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동네 구경해야지! 위로 올라가자!”

캐롯의 외침에 운전자 크랭크와 운행 보조 지오를 뺀 모두가 지붕으로 올라갔다. 손에 손에 트림 주스 병을 들고서······.

“와! 저거 봐! 드워프 아이들이야! 드워프 여자도 있어!”

“키 좀 작은 거 빼면 그냥 평범하네?”

“예의 없게 멀뚱히 쳐다보지 말고 어서 손 흔들어요! 손!”

비타의 성화에 모두가 열렬히 팔을 흔들었다.

길가에서 놀던 드워프 아이들은 물론 지나가던 처녀들이 대형 수송 차량과 그 지붕에 올라선 인간 모험가들의 손짓에 하하호호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보고 있던 캐롯이 빙그레 웃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네.”

“그렇네.”

“너 우리 파티에 계속 남을 생각 없어?”

캐롯의 말에 가까운 곳에 있던 아리에테의 귀가 커졌다. 리슐리에는 이제 조금 고민하는 듯했다.

“음, 아직은 모르겠네. 여러 경험을 쌓아보고 싶거든.”

“맘 바뀌면 언제든 찾아와. 네가 만든 스크롤이 없었으면 저걸 제대로 착지시키지 못했을 거야.”

캐롯의 손가락은 하늘 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부유섬을 올려다본 리슐리에의 얼굴로 슬며시 뿌듯한 미소가 번졌다.

그러다가 그녀가 정색했다.

“맞아. 선배, 충전은?”

“제대로 충전하면 이틀은 걸리니까 가져온 비상용 마력충전기를 사용할 거야.”

“그런 것도 있어? 직접 만든 거?”

“응, 우리 주인님 솜씨가 썩 괜찮거든? 좀 있다 구경시켜 줄게.”

그때 코비가 도로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차량에서 아는 얼굴을 발견했다.

“어어? 쿠르프 아저씨 같은 사람이 타고 있는데?”

“어디요?”

비타가 고개를 내밀자 납치당해 끌려온 쿠르프가 그들을 알아보고 외쳤다.

“억! 이놈들아! 저기! 저 녀석들도 붙잡아라! 저기에 올라간 녀석이 있다고!”

순간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캐롯이 운전석 위로 달려가 몸을 내밀더니 아래의 크랭크에게 외쳤다.

“비상사태! 최대속도로 밟아!”

“음!”

운전석의 길쭉한 막대를 잡아당긴 크랭크가 발판을 깊숙이 밟았다. 차량의 속도가 쭉 올라가자 지붕에 오른 사람들이 안전대를 잡고 몸을 숙였다.

“와하! 엄청 빠른데?!”

“바보야! 꽉 잡아! 굴러 떨어지겠다!”

멀어져 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쿠르프가 구슬프게 외쳤다.

“섭섭하게 어딜 그렇게 서두르느냐! 이놈들아!”

“어르신! 파티합시다! 파티!”

“상영회가 시작된다! 도착하자마자 사람들 모아!”

그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젊은 녀석들은 자기들끼리 신나게 외쳐댔다.

술집에 도착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를 자리에 앉혀놓고 한편에선 찍어둔 영상 기록장치를 재생시켜보려고 기술자들이 모여 고군분투했다.

내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던 쿠르프도 맥주 몇 잔이 들어가자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마구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술집의 벽면에 영상이 쏘아져 재생되었다.

도시 최대의 위업을 달성한 영웅을 보러 몰려온 시민 중에서 재생 중인 영상 속 인물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왔다.

“어어? 나 저 투구 쓴 거인 봤어!”

“어머나? 우리 가게에 약초 판 모험가들이네?”

“우리 가게 왔다 간 여 기사잖아?”

비슷한 연배의 드워프 하나가 고개를 돌렸다.

“뭐냐 그럼, 자네가 아니라 저 꼬막 딱지가 올라갔던 거야?”

탕!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쿠르프가 맥주잔을 탁자에 후려쳐 내리며 외쳤다.

“이 늙은 몸으로 어떻게 하늘 사다리를 타고 오르겠냐! 그래서 내가 아까 그놈들 붙잡으라고 했잖아! 사흘 밤낮은 대접하고 보냈어야 했는데!”

그때 술집에 모여 있던 드워프 들의 시선이 영상에 집중되었다.

“저, 저거······!”

벽면에 비친 영상에는 별빛 가득한 검은 하늘과 푸르른 지구가 눈부신 후광을 등에 업고 고고히 떠올라 있었다.

그걸 목격한 드워프의 가슴에 푸르른 창공을 향한 뜨거운 야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더불어, 캐롯이 찍어놓은 쿠르프의 영상은 이후로도 상당한 인기를 끌어서 한동안 쉼 없이 정기 상영회를 가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중에서도 인간 미청년의 알몸 샤워는 드워프는 몰라도 운 좋게 함께 영상을 관람하게 된 인간 여성 모험가나 엘프 여성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다.

상영회가 이어지고 있는 켄투가의 주점, 바에 앉아서 벽면 영상을 구경하던 화려한 외모의 엘프 여자가 말했다.

“대체 어떻게 올라갔는지 궁금했는데 이런 과정을 거쳤군요. 위험하군요. 특히 저 남자의 엉덩이가 내 마음을 흔들고 있어요.”

곁에서 맥주를 마시던 동료 여성 모험가가 기가 찬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라트핀! 말 좀 가려가면서 하세요!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으으으음, 엘프는 뭔가 고고하고 상식적이며 조화를 지향하는 종족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보기 드문 남자 신관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스르륵 고개를 돌린 라트핀이 음흉하게 웃더니 혀로 입술을 슬쩍 핥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가슴을 받쳐 올리며 윙크를 찡긋한다.

아름답고 고고한 엘프에 대한 환상이 송두리째 뽑혀버린 신관 청년은 얼굴이 확 달아오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아아아아! 나의 엘프가!”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어버린 라트핀이 긴 다리를 멋지게 바꿔 꼬며 말했다.

“이렇게 놀리는 것도 결국 상호작용이죠. 그 점에서 나는 운이 좋군요. 반응이 재미있는 동료들이 있어서.”

“아니! 신관은 신성 치료도 써야 하는데 멘탈 흔들어놓지 좀 마요! 변태 엘프 할머니야!”

갑자기 우아한 손짓으로 손수건을 꺼내 목에 끼워 넣은 엘프 라트핀은 이제 고개를 반대로 돌리더니 여성 모험가를 보면서 눈동자를 한곳으로 모으고 살짝 벌린 입에서 고인 침을 줄줄 흘렸다.

사실 라트핀이 좀 특이한 것이지 조숙한 엘프라면 절대로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결국 여성 모험가도 신관처럼 두 손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아아아아! 나의 엘프가 이럴 리가 없어!”

“하하하하! 아하하하!”

청명한 목소리로 배를 잡고 웃어버린 라트핀이 한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산뜻하게 윙크를 하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화장실에 똥 때리러 다녀올게요.”

“말 좀! 말 좀 가려요! 제발!”

후후 웃음 지은 라트핀은 나긋나긋하게 걸어서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문을 닫고 벽에 기대어 섰다. 수인을 긋고 손가락을 튕기자 바람의 정령이 나타나 소리를 막아버렸다.

목에서 통신기를 꺼낸 그녀가 무심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장로회 의원 라트핀이에요. 켄투가 상공의 부유섬 관련으로 장로회 소집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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