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인형 오토마톤-167화 (167/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인생사! 167 >

샤를은 이후로도 꼬마 소매치기단의 단서를 찾으러 도시 전체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도둑이나 강도, 치한을 때려잡아 경비대에 넘겼다.

그러던 중 한 강도에게서 중요한 단서를 접했다.

“우, 우리도 먹고 살려고 그랬어! 그냥 보내줘!”

“삶을 이어 나가는 방법 중에서 남의 것을 빼앗는 강도질 말고 다른 것은 없었습니까?”

해가 떨어진 어두운 골목길, 바닥에 엎어져서 샤를에게 눌려있던 남자가 비굴하게 웃는다.

“흐흐, 제일 가성비 좋은 게 사람을 상대로 장사하는 거거든? 아으악! 앞으로는 안 그럴게! 손 씻을게!”

“성내에서 강력 범죄를 저지르면 추방되는 것으로 아는데 어째서 당신들 같은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처벌이 두렵지 않습니까?”

남자는 낄낄 웃으며 대답했다.

“멍청한 오토마톤아.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이든 해. 그리고 어차피 추방될 거면 최대한 벌어서 나가야 할 거 아니냐?”

잠시 남자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던 샤를이 물었다.

“최근 아이들로 구성된 소매치기단이 유행이던데 아는 것 있습니까?”

“오오! 그럼, 당연히 알지!”

바로 대답하는 모양새에 신뢰도는 좀 떨어졌지만 샤를은 그래도 질문했다.

“개척민 마을 사람들이 남겨놓고 간 아이들입니까?”

“잘 아는군?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알려줄 테니 풀어주지 않겠어? 이제 강도질은 그만두고 도시에서도 떠날게.”

“좋은 제안이군요. 먼저 들어봅시다.”

골목길에서 취객을 상대로 강도질을 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오토마톤에게 붙들린 남자는 신나게 떠들어댔다.

“아마 포비네 녀석들일 거야. 그 녀석들 갈 곳 없는 애들을 데려다 시장에서 소매치기로 부려 먹는다고 들었거든?”

“시장은 저도 돌아봤습니다.”

“멍청하긴! 아르곤에는 시장만 10군데가 넘는다고? 아윽! 야! 아파!”

“그렇군요, 몰랐습니다.”

“어음, 돌아가면서 작업하니까. 못 찾을 수도 있지. 음, 그래.”

“그 포비라는 사람은 어디 가면 볼 수 있습니까?”

강도는 여기서 거래를 제안했다.

“풀어줘, 그럼 알려주마.”

샤를은 망설일 것도 없이 비켜주었다. 몸이 뻐근하다는 듯이 등을 두드리고 허리를 펴던 남자가 흐흐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야, 내가 그냥 도망가면 어떻게 하려고 풀어준 거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거리에서 당신은 도망칠 수 없습니다.”

수틀리면 바로 덮치겠다는 듯이 두 손을 들고 손가락을 꿈지럭거리는 오토마톤을 보며 쯧 혀를 찬 그가 말했다.

“3번가 하수구 안으로 들어가면 녀석들 아지트가 있어. 찾아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남자가 물었다.

“나 이제 가도 되지? 오토마톤은 거짓말 안 하지?”

“물론입니다. 살펴 가십시오. 하지만 또 만나면 그때는 경비대로 옮겨다 드리겠습니다.”

안도한 남자가 뒷걸음질을 치며 말했다.

“하하! 너는 굉장히 융통성 있는데? 마치 사람 같아. 어, 음, 그래! 그 녀석 같아! 그 쬐그만 오토마톤!”

샤를은 대답하지 않았고 그래서 남자는 흐흐 웃으며 골목길 어둠 속으로 모습을 숨겨버렸다.

몸을 돌린 샤를은 공방으로 돌아갔다.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3번가는 여기서 꽤 멀었기 때문이다.

“돌아왔습니다.”

“샤를 엄마!”

크랭크의 작업장을 차지하고 앉아 뭔가를 만들고 있던 투나가 환하게 웃으며 의자에 앉은 채 몸을 뒤로 기울였다.

쿵-!

“끼약!”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진 투나는 머리를 싸매고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다가온 샤를이 투나를 살폈다.

“당신은 항상 조심성이 없군요. 괜찮습니까?”

“머, 머리가 아파······! 호, 해줘. 호.”

끼릭. 찰칵.

오토마톤의 입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열리지 않는다. 더구나 샤를은 소프트 스킨도 없었고, 하지만 그런데도 입을 열고 짧은 숨결이나마 불어보았다.

둘 다 캐롯이 그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투나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흐흐흐.”

드디어 이 인간이 고장이라도 난 것인가 싶어진 샤를이 심각하게 물었다.

“정말 괜찮습니까? 두부에 손상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음, 괜찮아. 그래서 어떻게 됐어? 어제오늘 바쁘게 다니던데.”

“이제 본거지를 찾았으니 내일 찾아갈 볼 예정입니다. 그런데 그 소년은 데려다가 무엇에 쓰실 생각이십니까?”

“저거 재료로 쓸 거야.”

투나가 가리킨 책상에는 오토마톤의 마력 엔진을 아주 작게 축소 시켜놓은 물건이 놓여있었다.

“마법 회로를 구성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개념 재료가 필요해.”

의자로 기어오른 투나가 떠들어 대는 소리를 들으며 샤를은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그래서, 그 꼬마의 머리카락이 필요해. 좀 더 자세히는 세상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사람의 원념이.”

스튜를 데우고 있던 샤를이 고개를 돌렸다.

“그런 거라면 범죄자 수용시설을 찾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안 돼, 순수한 악의와 원념이 필요해. 어른의 것은 불순물이 섞여 있거든? 이성과 후회라는 불순물이.”

샤를이 투나를 보았다. 투나는 언제부터인가 둘만 있을 때는 말을 더듬지 않았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기술이지만 역시 마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으히히-! 모르는 편이 좋지. 아, 맞다. 오토마톤도 마법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합니까?”

“연구해봐야지. 그래, 고르곤 님께 물어보는 것도 좋겠어.”

준비를 마친 샤를이 상을 차렸다. 식탁이 아니라 작업장 테이블에 그릇과 접시를 올리자 투나가 히히 웃으며 의자를 뒤로 돌리고 바로 밥상에 앉는다.

“저녁 드십시오.”

“흐흐, 나 요즘 너무 좋아. 꾹 참고 버티길 잘했어. 아껴주고 보살펴 주는 사람들을 만나서.”

맞은편에 앉아서 컵에 물을 따르며 샤를도 대답했다.

“나도 그렇습니다. 당신들과 만나게 되어서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죽이 잘 맞는 오토마톤과 마녀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식사를 마친 투나는 밤새도록 연구를 이어 나가다가 새벽 무렵에 샤를의 잔소리를 들으며 억지로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투나가 정신을 차린 정오쯤, 다시 거리로 나온 샤를은 하수구 촌을 찾아 3번가로 향했다.

첨벙-!

“이곳이군요.”

3번가의 대로변에는 도시의 오수가 흘러나오는 콘크리트 터널이 있었다. 바리케이트로 일반인의 접근을 막아놓았는데 샤를은 그것을 훌쩍 뛰어넘었다.

커다란 하수구 터널로 휘적휘적 들어간 샤를이 3시간 동안 내부를 헤매고 다녔지만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수로의 물길에 서서 여러 가지 상황을 검토하던 샤를이 슬슬 속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는데 물에 잠겨 있는 부츠에 토끼 인형이 떠 내려와 닿았다.

“아악······! 헙?!”

하수구 내부의 수많은 갈림길 중의 하나에서 조그만 그림자가 모습을 감췄다. 눈에서 불꽃이 튄 샤를은 물가에서 뛰어올라 그림자가 나왔던 곳으로 달려들었다.

그 손에는 토끼 인형이 들려 있었다.

탁탁탁!

“아으아아-! 아아!”

크기는 캐롯보다 작은 꼬마 인간이 달려가며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대로 천천히 뒤를 밟을 생각이었지만 상대의 체력이 너무 약해서 얼마 못 가서 바닥에 주저앉아 씩씩 숨을 고르고 있다.

보다 못해서 다가간 샤를이 겁에 질린 꼬마의 눈앞에서 토끼 인형을 쥐어짰다.

“으아아아!!”

물기를 짜낸 다음 그것을 돌려주자 끔찍하게 일그러졌던 아이의 얼굴이 다시 환하게 펴졌다.

옛 기억을 그대로 가진 샤를은 모종의 이유로 아이를 꺼린다. 하지만 오토마톤의 밑바탕에 깔린 강제 명령은 아이를 소중히 하라고 말하고 있어서 참 묘한 기분이었다.

“집이 어디입니까?”

볼품없는 옷을 뒤집어쓰고 젖은 토끼 인형을 꼭 끌어안은 꼬마는 입을 헤 벌리고 잘 만든 목각인형을 그대로 사람처럼 크게 만들어놓은 자동인형을 우러러보았다. 그리고 터널 안쪽을 번 갈아보았다.

“당신은 거짓말에 재능이 없군요.”

허리를 숙인 샤를이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걷기 시작했다. 천장에 듬성듬성 수로 정비용 마력 조명이 있어서 길 찾기는 쉬웠다.

“우으으.”

자기는 필사적으로 비밀을 유지하려는 듯했지만, 이 꼬마는 길이 아닌 곳으로 가면 자기가 원래 가야 할 갈림길을 돌아보며 불안한 소리를 냈다.

그 덕에 샤를은 수월하게 하수구 촌에 도착했다.

넓은 공간에 차려진 그럴듯한 거주 구역으로, 원래는 도시 배수관로 제작 당시 일꾼들이 숙소로 머무르던 장소였다.

“아아아아-!”

꼬마 아이는 말을 못 하는 것인지 주변에 도망치라고 말하는 듯했다.

“누구야?”

“어어?”

“린네?”

샤를은 조금 놀랐다. 이곳에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다만 대부분 늙은이 아니면 아이들이었다.

젊은 사람은 정말 하나도 없다.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못 먹어서 비루한 아이들과 노인들이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았지만,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럴 힘이 없어 보였다.

“누구시오?”

잔뜩 쉰 노파의 목소리, 가까운 방의 열린 문 안쪽에는 어디서 주워온 쓰레기로 살림살이가 채워져 있고, 밧줄과 못으로 보수한 흔적이 역력한 낡은 침대에 늙은이가 누워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눈은 뿌옇게 되어 눈동자가 보이지 않았다.

“소, 손님이 오셨나?”

“아아아아!”

샤를의 품에 안긴 꼬마가 소리를 크게 질렀는데 노파는 방향성 없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기만 했다.

“당신, 괜찮습니까?”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인데.”

얼굴 대신 귀를 돌리는 노파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샤를이 발버둥 치는 아이를 내려주었다. 도도도 달려간 아이는 그의 앞을 가로막고 두 팔을 벌렸다.

“가아아아!”

저리 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샤를은 오히려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씩씩하게 달려든 꼬마가 오토마톤의 다리를 깨물었지만 이내 울상을 지으며 입을 가리고 주저앉았다.

슬쩍 꼬마를 내려다보던 샤를은 이제 노파를 살폈다.

“앞이 보이지 않습니까?”

“뭐, 그렇소만.”

잠깐 입을 다물었던 샤를이 다시 말했다.

“우연히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여기는 어디입니까? 저 아이들은 누구입니까?”

갑자기 눈을 부릅뜬 노파가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리고 쉰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

“여기 있으면 안 돼. 어서 나가, 어서.”

부들부들 떨던 늙은이는 힘에 부쳐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눈으로 샤를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 바깥으로 나가시오. 여기 있으면 안 돼. 당신 같은 사람이 들어올 곳이 아니오.”

“여기에 오크라도 있습니까?”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은 샤를이 불안에 떠는 노파를 보면서 말했다.

“안심하십시오. 내 몸의 능력치는 오크보다 훨씬 높습니다.”

자신만만한 목소리에 늙은이의 표정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다.

“할멈, 무슨 일이야?”

“누구요? 허억?!”

하수구 촌의 주민 중에 그래도 거동이 가능한 늙은이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찾아왔다가 방안에 정좌하고 앉은 여자가 고개를 돌리자 깜짝 놀랐다. 한 사람은 눈을 비비기도 했다.

“오, 오토마톤이잖아.”

“할아부지. 오토마톤이 뭐야?”

손자로 보이는 아이가 늙은이의 허리에 달라붙어서 고개를 든다. 늙은이는 거친 손으로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인형이다, 자동인형. 우리도 저런 것만 있었다면······.”

“맞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생활을 했을 거여. 애들도 안 죽었을 거고.”

“애들 이야기는 하지 마! 이 친구야!”

“어, 음, 미안하구먼.”

오랜만에 찾아온 특이한 손님을 구경하려고 하수구 촌의 주민들이 찾아와 방의 안팎으로 모여 앉았다.

다들 나이 지긋한 노인이다.

아이들은 샤를의 주변에 둘러앉아 머리카락과 입고 있는 전투복을 매만졌다.

“머리카락이 따스해! 와! 와아!”

“방열 가발이라는 건데. 열을 빼는 거란다. 겨울에 곁에 두고 자면 따뜻하니 좋지.”

“허, 영감 저런 것도 데리고 자보셨소?”

“흐허허! 젊었을 적에는 이 몸도 꽤 깃발 날리던 몸이지! 양쪽에 인형이랑 마누라 딱 끼고 말여!”

늙은이들이 짓궂게 웃는다.

옛 기억을 떠올리는 듯 할머니들도 중얼거렸다.

“저게 있는 집은 꽤 잘 사는 곳이었어.”

“맞아. 우리도 한 대 있었어. 일도 잘하고, 침대 데울 때 쓰기도 좋았지. 홀홀.”

갑작스레 찾아온 오토마톤 덕분에 하루하루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늙은이들이 과거의 회상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런데, 여기에는 어쩐 일이신가. 갈 곳 없는 애들하고 늙은이뿐인데.”

“그전에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왜 여기에 계시는 것입니까?”

서로를 바라보던 늙은이들이 힘없이 웃었다.

그리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씁쓸한 맛이 나는 인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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