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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65화 (165/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새로운 발견! 165 >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이 큭큭 거리던 필림이 말했다.

“자료 조사가 부족하구먼, 그것도 찾아보면 나올 거야.”

“저는 처음 듣는 소리인데요? 마법 학교에서도 부유석의 원리에 대한 건 듣지 못했어요.”

마법 학교라는 말에 비슷한 성격의 단체를 이끄는 필림이 고개를 돌렸다.

“호오, 인간 마법 학교에서도 그렇다는 말이오? 놀랍군, 놀라워. 100년 전만 해도 상식이었는데 지금은 전설이 되었고, 앞으로 100년 더 지나면 완전히 잊히겠군. 내 이 점 참고하리다.”

필림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여러 가지 의미로 우거지상이 되었다.

청동문 사건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 만난 필림은 꽤 자주 웃었다. 그래서 캐롯이 물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싱글벙글 하신데요.”

고개를 슬쩍 돌린 필림 장로는 헛기침하면서 히죽 웃었다.

“새로운 발견에 기뻐했을 자네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재미있어서 말이야.”

악취미다!

음흉하다!

악마다!

모두가 엉망이 된 얼굴을 숨기지 않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필림 장로는 아예 대놓고 하하 웃어댔다.

그때 부유섬을 조사하던 엘프 조사단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장로님! 보고 드립니다. 여기 오토마톤이 있습니다! 우리가 오래전에 모두 폐기한 물건입니다. 남아있는 게 아직 있었다니!

“우리가 만든 오토마톤?”

필림의 얼굴이 굳어졌다.

캐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그거 여러분이 만든 거였어요? 정원사인지 뭔지 올라가니 냅다 공격하길래 때려 부순 녀석인데.”

“멀쩡히 작동하고 있었는데 부쉈다고? 너, 이 녀석!”

필림이 캐롯을 번쩍 들어 올려서 흔들어대더니 허리춤에 끼고 가설 계단을 뛰어올라 부유섬으로 올라갔다.

가만히 그의 뒷모습과 사라진 캐롯을 쳐다보던 아리에테가 못 본 척 입을 열었다.

“음, 슬슬 마무리하고 점심 먹을까?”

“그러자. 상황 보고 내일쯤 철수하면 될 것 같다.”

“그래.”

그들이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엘프와 드워프의 합동 조사단은 부유섬과 그 생태계를 살폈다.

필림 장로가 했던 말대로 부유섬은 후세에 남기는 선조의 유산 같은 것이었다.

이미 멸종된 식물군은 물론, 거대한 부유석, 그리고 어떤 사건으로 두려움이 생긴 나머지 모조리 폐기했던 엘프들의 오토마톤까지도 돌아왔다.

“이 부유섬은 몇 년 된 것인가?”

“524년 전 것입니다.”

“인간들의 전쟁 직후에 띄워 올린 것이로군. 극 초기의 물건이야.”

“오호, 50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필림 장로는 부서진 오토마톤에게 집중하느라 캐롯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전투 중에 부서지긴 했지만 대부분 멀쩡하군. 분해해서 역설계를 하면······ 아아! 머리는 괜찮은 것인가? 이 녀석!”

내내 점잖게 행동하던 그가 또 캐롯을 붙잡고 흔들어댔다.

“아아아아니니니, 가가갑자자자기 공격하는데 어떻게 해요?”

흔들림이 멈췄다.

“그것도 그렇다. 알았다. 어쨌든 이걸 찾아내서 끌어내린 건 네 덕이니까.”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던 캐롯은 주변의 엘프 병사들을 둘러보고는 의문 하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친구 가져다주게 약초 좀 캐가도 되나요?”

“우리 목록에 없는 것은 안 돼. 트리스타.”

젊은 여성 엘프 하나가 다가왔다.

“같이 가서 살펴봐 주거라”

“어?”

캐롯이 그 엘프를 알아보았다.

“청동문 때?”

트리스타가 빙긋 웃었다.

“나를 기억해 주는군요. 맞습니다. 따라오세요.”

트리스타와 함께 바깥으로 나간 캐롯은 보기 드문 약초를 좀 얻어서 일행들에게 돌아갔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인형 소녀를 가만히 쳐다보던 트리스타는 그만 고개를 돌렸다.

부유섬 부근에 엘프의 공중 전함과 드워프의 지상 차량이 잔뜩 몰려와 조사하는 통에 주변 인간 도시에서도 구경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아마 그 와이번 라이더 녀석이 정보를 흘렸겠지.”

저 멀리서 길을 가로막는 공중 전함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인간 모험가들을 지켜보던 구스타프의 말이었다.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떻게? 저놈들이 금붕어 똥처럼 달라붙을 텐데?”

장로 필림이 다가와서는 팔짱을 끼었다.

“자리도 옮길 겸 바래다주겠네.”

쿵-! 트드드드드······!

커다란 충격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꺅꺅거리며 날아오르는 새들 사이로 부유섬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모두가 입을 딱 벌렸다.

그들의 입 크기를 가늠하며 장로 필림이 흐뭇하게 웃었다.

“사람들의 놀란 얼굴이 이리도 보기 즐거울 줄은 미처 몰랐군. 나도 나이를 먹었나보오.”

“흥! 갑시다. 너희들 따라와. 차량은 그냥 둬, 견인할 거다.”

도시 길드의 의뢰를 받아 부유섬에 대한 조사를 위해서 찾아온 대형 모험단이 고개를 쳐들었다.

“저, 정말로 부유섬이잖아?!”

“뜨고 있어! 뜨고 있다고! 저 큰 땅덩어리가!”

다시 떠오른 거대한 부유섬 주변으로 엘프들의 공중 전함이 호위와 견인을 위해 다가왔다.

몇몇 공중 전함은 드워프와 크랭크들의 지상 차량을 견인해서 날고 있었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부유섬의 가장자리에 몰려선 사람들은 입을 딱 벌리고 발아래 지상을 구경했다.

“세상에-!”

“우와!”

“하하! 이런 게 모험이지!”

다들 들뜬 목소리를 냈다. 환하게 웃음 지은 캐롯이 뒤를 돌아보았다.

“와, 제어 기둥을 박살냈는데 어떻게 고쳤어요? 아으아아-!”

통통한 볼을 꼬집은 장로 필림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걸 복구하느라 기술자들과 밤을 새웠단다.”

“오아! 늘어져요! 내 볼 늘어져! 아니! 애초에 그대로였으면 별이 될 뻔했거든요?!”

캐롯과 장로가 툭탁거렸지만 다들 넓게 펼쳐진 공중정원을 만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쿠르프의 바위 요새에 일행들을 내려준 부유섬과 공중 전함들은 이제 드워프의 마을 켄투가로 향했다.

“왜요? 구경시켜주려고?”

“구스타프 녀석, 잊고 지낸 것이 부끄러웠던 모양이야. 이야기 속의 부유섬이 여기 실제로 존재한다고 알려주고 싶다는군. 천 번 듣는 것보다야 한번 보는 것이 낫거든.”

“오오!”

크랭크가 말했다.

“의뢰는 성공, 저희는 이제 떠나겠습니다. 정산 부탁드립니다.”

“그래. 하지만 밥 정도는 먹고 가게. 가져가야 할 것도 있잖은가.”

조금은 섭섭한 듯이 캐롯의 머리를 쓰다듬은 쿠르프가 그들에게 손짓했다.

지하실의 오토마톤 폐품을 옮기고, 정산을 마치고, 식사도 끝낸 모두는 바위 요새의 발코니에 나와서 손을 흔드는 그에게 마주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돌린 쿠르프가 팔을 돌렸다. 바위 요새 부근에 사막 전갈이 그대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아! 저건 어떻게 할 거냐?!”

“아! 맞다! 맘보!”

차량 지붕에서 팔을 흔들다가 폴짝 뛰어내린 캐롯은 배가 고파서 사나워진 전갈에게 달려가더니 나이프로 꼬리에 묶어놓은 밧줄을 잘라버렸다.

사막 전갈 맘보는 캐롯을 한 번 쳐다보고는 재빠르게 도망쳐버렸다.

“맘보! 잘 가!”

“이놈아! 그걸 그냥 풀어주면 어떻게 하냐!”

“하하하! 주변에 어슬렁거리면 먹을 거라도 좀 던져주세요! 그럼 안녕!”

“야 이 녀석아!”

두 팔을 벌리고 와다다 달려간 캐롯은 훌쩍 뛰어올라 다시 차량의 지붕에 올라탔다.

그리고 손을 올리고 외쳤다.

“출발-!”

“출발!”

* * *

아르곤의 크랭크 공방, 투나는 연구실에 처박혀서 커미션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번에 만들 것은 강화 인간용 마력 파워뱅크.

대가는 강화 인간의 체모와 손발톱.

“으음, 그런데 재료가 부족해. 부의 에너지로 회로를 짜야 하는데.”

공방 안을 돌아다니며 발돋움해서 선반 높은 곳을 뒤지고, 수십 개의 서랍장으로 만들어진 약초 보관함을 의미 없이 열어보던 투나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두꺼운 전투복에 앞치마를 두른 오토마톤 샤를이 그녀를 돕고 있다.

날씨는 이제 여름이 다될 것 같다. 원래 창고였던 공방 안은 애초에 환기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갑갑할 지경이었다.

“크랭크가 돌아오면 창문 좀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어. 넌 덥지 않아?”

“덥지 않습니다. 냉각 기능 정상 운영 중.”

오토마톤의 통각은 인간보다 적다는 것을 알고 있는 투나였지만 그래도 보고 있자니 갑갑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후우······! 덥다. 에잇! 으그극!”

검은 로브를 입은 채 땀을 닦던 투나가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더니 입고 있던 로브를 벗기 시작한다.

눅눅해진 로브를 던져 놓고 속옷 바람이 된 투나는 거창한 한숨을 내쉬었다.

“후아-! 좀 살 것 같아.”

음침한 성격에 방구석 폐인, 운동이라고는 고작 숨쉬기 정도뿐인데 발정기의 인간 남자들이 보았다면 우효~!를 연발할 정도의 몸매가 드러났다.

주섬주섬 그녀가 벗어던진 로브를 정리하던 샤를이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다가온 투나가 그 방열 가발을 만져보고 있다.

“아, 여기서도 열기가 나오는구나.”

“당연합니다. 내부 열기를 방열 중이기 때문입니다.”

털썩-!

하얀 몸으로 의자에 걸터앉은 투나는 볼썽사납게 다리를 쩍 벌리고 고개를 꺾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으읏, 더워. 파워뱅크 전에 공방의 라이프 라인부터 손봐야겠어. 쾌적한 상황에서 좋은 연구 성과가 나오는 법이거든.”

“그 전에 여름옷을 준비하는 걸 추천합니다.”

“쇼핑! 어, 그러려면 옷을 다시 입어야겠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 투나는 연구실에 있는 옷장을 열었다. 안에는 검은색의 로브가 여러 장 들어있었다. 속옷도 같은 것만 들어있다.

원래 속옷은 갑갑해서 아예 안 입었는데 크랭크의 사주를 받은 캐롯이 억지로 준비해준 것이었다.

‘누군가가 이야기했어! 수치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래! 그러니 너도 그걸 가져! 항상 사람을 유지라고! 이 변태야!’

“으히히! 보고 싶다. 우리 꼬마 인형.”

실실 웃으며 로브를 고르는데 곁으로 샤를이 다가와서 같이 살펴보고 있다. 그러더니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 아리에테의 옷장은 당신의 것보다 훨씬 다채로웠습니다만.”

“오오! 그래? 구경 좀 해볼까?”

아무도 없는 공방에서 곧잘 속옷 바람으로 돌아다니는 편인 투나가 도적처럼 웅크린 자세로 도도도 달려가더니 아리에테의 자리로 향했다.

넓은 공방 안이지만 따로 방이 있는 것이 아닌지라 미묘한 자신만의 구역이 정해져 있다. 그것도 캐롯이 정해 줬다.

‘이 부근은 아리에테의 자리! 요 부근은 투나의 자리! 그리고 저 부근은 크랭크 자리야. 동물도 자기 영역을 주장하는 법니까. 다들 사생활을 존중하자고.’

덜컹-!

아리에테가 흑마도사 길드의 피해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내심 마음의 짐을 느끼게 된 투나는, 알게 모르게 그녀를 챙겨주는 편이었다.

그래서 가구는 물론 불면증에 시달릴 때는 약도 준비해줬고.

“아, 그러고 보니 그 마족이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던 것 같은데.”

혼자서 중얼거리며 옷장을 열자 좋은 향기가 확 피어오른다.

“킁킁! 냄새 좋다. 으히히. 이런 게 바로 혼자 남은 사람의 특권 아니겠어?”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참고는 하도록 하시죠.”

샤를이 어느새 다가와 있다.

옷장 내부는 말끔했다. 말린 허브를 집어넣은 향기 주머니도 걸려있고, 투나의 옷장보다 채워진 물건도 많았다.

“오오!”

투나는 신기한 눈으로 이것저것 살펴보았으나 샤를은 조금 실망했다.

샤를은 크랭크에게 거둬지기 전에는 꽤 오랜 시간 사용된 오토마톤이었다. 수많은 기억 중에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된 기억도 여럿 있었다.

그래서 아리에테의 옷장도 그다지 평범한 여성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전신 의수를 사용해도 취향은 바뀌지 않는군요.”

“으히히, 여기사잖아. 꾸미는 데는 별로 관심 없을 거야.”

당신은?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투나는 아리에테의 평상복 중에서 간편해 보이는 걸 하나 꺼내 몸에 걸쳐 보고 있었다.

“으윽-! 가, 가슴이 끼어, 어깨도 좁고······!”

아리에테보다 투나의 체격이 더 크다는 사실이 판명된 순간이었다. 분노한 그녀가 바지를 입어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엉덩이에 끼어서 들어가지 않았다.

“이 몸 좌절.”

시무룩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를 보고 샤를이 말했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편이니 그때 시장에 나가시죠.”

“어, 응.”

“계십니까!”

“끼요오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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