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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64화 (164/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상영회! 164 >

크랭크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가져와 내밀었다. 설마설마 하는 얼굴로 그걸 받아든 리슐리에는 캐롯의 마력석을 충전시켰던 것처럼 순수 마력을 흘려보았다.

“오옥! 세상에! 뜨네? 떠!”

캐롯이 두 손으로 뺨을 잡으면서 리슐리에의 손바닥에서 떠오른 돌멩이를 보았다.

쿠르프가 입을 딱 벌렸다.

“돌 자체가 마력에 반응한다는 말이냐? 그럼 엘프들의 비행선이 그 꼴로 떠다니는 이유가 있었군!”

“굉장하군. 이런 비밀이 있었구나. 정말 여러 가지를 해볼 수 있겠는데?”

구스타프는 날 선 표정을 지었다.

이 와중에 떠 있는 돌멩이를 바라보는 쿠르프는 덧없이 웃고 있다.

그간 쌓아온 의문이 한꺼번에, 그리고 너무 쉽게 풀려버려 갑자기 늙어버린 얼굴이었다.

“그렇군. 그랬어. 허허!”

“앗! 빨리 새 꿈을 주입해야 해! 저대로 두면 늙어버렷!”

눈치 빠른 캐롯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래서 크랭크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걸로 비행선을 만들어서······.”

칭-!

근면 성실을 숭배하며 숭고한 노동과 제작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드워프 부자가 두 눈에서 빛을 뿜어냈다.

“그 이상 말하지 마. 우리들의 즐거움을 빼앗지 말거라.”

캐롯이 웃었다.

“오! 부활했어.”

리슐리에도 피식 웃었다. 헛기침을 조금 한 그녀가 당차게 물었다.

“우리들의 입막음은 어떻게 하실 거죠? 이대로라면 비행선의 원리가 풀려버릴 거예요.”

서로를 바라보던 쿠르프와 구스타프가 크게 웃더니 매서운 눈으로 마법사를 쳐다보았다.

“드워프에게 그런 협박은 통하지 않아. 하고 싶은 대로 하시게. 오히려 이런 고급 정보를 지금껏 꽁꽁 숨겨둔 엘프들에게 따지고 싶을 정도야.”

“맞아, 비행선이 상용화되면 운송의 혁신이 일어날 것이야! 대항공 시대가 열린다!”

“지질 조사도 다시 해야겠군. 부유석을 찾아내는 거요.”

“쿠르프 비행선 제작소!”

“구스타프 비행선 제작소가 더 좋지 않겠소?”

“이놈아! 내가 찾았으니 내 이름을 써야지!”

드워프 부자가 툭탁거리는 동안 리슐리에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캐롯이 그녀를 달랬다.

“세상이 생각만큼 쉽지 않지?”

“그렇네.”

그래도 경쟁자가 많아지면 사업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 드워프 부자는 생각을 바꿔 비행선 제작소를 만들면 리슐리에를 고문으로 고용하겠다는 말로 그 입막음을 시도했다.

여기 셋만 매수하면 완전범죄가 될 것 같다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너희들은 뭘 원하느냐? 당분간은 입 다물고 있어 줬으면 좋겠는데.”

“우리요?”

캐롯이 크랭크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오토마톤을 살피던 크랭크가 투구를 돌렸다.

“의뢰비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허락하신다면 부유섬의 귀중한 약초들과 함께 이 오토마톤을 받아 가고 싶은데요.”

드워프 부자는 무르기 없기라는 소리를 하며 흔쾌히 허락했다.

그렇게 새로운 꿈과 일거리를 찾은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구스타프와 와이번 라이더는 각각의 도시로 돌아갔다. 부유섬에 대한 사실을 알리고, 암석 가공에 필요한 인부를 불러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크랭크의 파티는 쿠르프와 함께 부유섬에 남아 캠프를 치고 인부들이 도착할 동안 경계를 시작했다.

일을 대략 마무리하고 저녁 시간,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캐롯이 찍어온 기록장치의 영상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와! 저 안에 내가 있네?”

“나도 있어.”

영상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몇몇 사람들은 대단히 집중해서 기록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각형의 그림판을 쳐다보았다.

처음에 나오는 영상은 캐롯이 시험 삼아 들고 다니면서 찍은 동료들의 일상이었다.

바위 요새의 숙소를 오고 가는 사람들과 작업실에서 고민에 빠져 있는 크랭크가 영상에 찍혀 나왔다.

그러다 바깥에서 벌어지는 훈련 영상이 나오자 아리에테가 몹시 흥분했다.

“이걸로 훈련도감을 만들 수도 있겠어! 갖고 싶다! 얼마나 합니까?”

“애초에 파는 물건이 아냐. 나도 겨우 구했다고.”

소시지를 프라이팬에 튀기고 있던 쿠르프가 대답했다.

“꺅! 보리스!”

비타가 짧은 비명을 지르고 리슐리에는 안경을 밀어 올리며 영상에 집중했다.

자기 알몸 샤워 영상을 보고 있던 보리스가 찌푸린 얼굴을 돌렸다.

“너, 이건 언제 찍었어?”

“서비스! 서비스지. 으히히!”

영상 속의 보리스는 뒤로 돈 채로 비누칠을 하면서 몸을 씻고 있었는데. 여자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에 비해 그는 살짝 불만스러운 듯이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비쩍 말랐어, 거울로 보는 거랑 다르네.”

턱!

코비가 그의 어깨를 짚었다.

“너도 괴식 연구회에 들지 않겠어?”

“음, 정말 고민인걸.”

비타가 버럭 했다.

“안 돼요! 보리스는 보리스여야 보리스 답다구요! 혹시 모르잖아요? 악당의 기지에 잠입하기 위해 여장하게 될 일이 있을지! 여장 남자 보리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급정색하는 두 여자를 보면서 보리스는 오만상을 찡그렸다.

“내 참 뭐래.”

이윽고 영상은 발사 장면으로 넘어갔다.

어지럽게 빙글빙글 도는 영상에 정신없어하던 사람들은 점점 커지는 부유섬의 모습과 그곳에 오르기 위해 캐롯이 외치는 목소리 등을 들으며 집중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캐롯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다들 감격했다. 그리고 펼쳐진 모습은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이었다.

“와······!”

영상 속에 비친 검은 하늘과 동그랗고 희뿌연, 하지만 푸른 지구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말을 잊지 못했다.

그 뒤로 숲의 탐험 영상과 오토마톤과 싸우는 영상이 나오자 다들 손에 땀을 쥐었다.

영상의 마지막은 부유섬이 지상에 안착하고 캐롯이 뒤로 쓰러져 푸르른 하늘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났다.

“최고! 최고였어요! 와아아!”

“걸작이다! 상영회를 해도 되겠어!”

자리에서 일어난 비타가 양손에 엄지를 세웠다. 리슐리에는 안경을 벗고 눈가를 훔치고 있었고.

남자들도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주인공 캐롯도 새삼 놀라웠다.

“와, 내가 한 일이지만 다시 봐도 재미있네. 정말 굉장한 일을 했구나, 나.”

고개를 돌린 캐롯은 옆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영상을 쳐다보고 있는 크랭크에게 머리를 들이댔다.

“어서 칭찬해줘.”

곁에서 보고 있던 아리에테가 흐뭇하게 웃는다. 그리고 크랭크도 투구 속 입술을 슬쩍 올리더니 그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잘했다. 대견하다. 네가 최고다.”

“으하하! 칭찬받았어! 알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대! 그런 고래는 본 적이 없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캐롯은 모닥불가를 빙글빙글 돌면서 팔과 몸을 흔들었다. 보고 있던 사람들은 배를 잡고 웃거나 인형 소녀를 따라 불가를 돌면서 춤을 추었다.

그들이 하는 걸 웃으면서 보고 있던 쿠르프가 중얼거렸다.

“젊었을 때 자네들을 만났다면 멋진 모험을 했을 것 같아.”

“우리는 지금이라도 만나지 않았습니까.”

양철 거인의 말에 늙은 드워프는 씩 웃음 지었다.

그는 이제 어딘가의 원주민이라도 되는 양 불가를 빙글빙글 돌면서 입을 두드리며 아바바바 거리고 있는 꼬마 인형과 남녀 모험가들을 가리켰다.

“그런데 저거 대체 어떻게 만든 건가?”

“제 인생 최고의 작품이긴 한데, 같은 걸 또 만들 자신은 없습니다.”

“고것 참.”

캐롯은 손과 엉덩이를 흔들면서 웃어대고 있었다.

“와하하! 춤추자! 괴로운 것 다 잊고 같이 춤을 추자!”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미쳐 날뛰는 젊은이들을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한 게 된 드워프도 그 틈에 끼어 때 아닌 춤판이 벌였다.

* * *

이튿날 정오에는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다만 몰려온 것은 인부가 아니라 엘프들의 공중 전함이었다.

부유섬의 가장자리에 올라 팔짱을 끼고 전함을 맞이한 쿠르프와 캐롯이 매서운 표정을 지었다.

“망할 녀석들! 귀만 좋은 게 아니라 냄새도 잘 맡는구나.”

“맞아요. 귀쟁이가 아니라 코쟁이라 불러야 할 듯? 근데 어떻게 알고 찾아왔대요?”

구스타프가 얼굴을 찡그렸다.

“감시자의 밀고가 있었다는군.”

“감시자?”

곧이어 우거지상이 된 구스타프와 함께 엘프들의 대표가 캠프로 찾아와서 회의를 벌였다.

그 대표는 캐롯도 아는 사람이었다.

“검은 소나무 탑의 장로직을 맡은 필림이라 합니다. 그간 건강하셨습니까? 쿠르프.”

“그래, 네 녀석이 왔구나.”

캐롯이 입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와, 필림 장로를 아세요?”

“오래 살다 보니 유력인사 몇의 얼굴 정도는 안다. 그러는 너는?”

“나이스 썸싱이 있었던 사이죠.”

“무슨 썸싱?”

뒷짐을 진 필림이 캐롯을 알아보고는 씩 웃었다.

“자네들이 여기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캐롯, 차를 좀 부탁할까.”

“옙!”

경례를 한 캐롯은 우다다 차량으로 뛰어가서 큼직한 트렁크를 가져와 티셋트를 꺼내고 차를 준비했다.

“새콤달콤한 꽃잎 차예요.”

화사하고 향긋한 꽃잎 차가 테이블 장식했으나 드워프, 엘프 대표단이 합석한 협상은 흉흉하게 진행되었다.

대체로 쿠르프가 고성을 질렀고, 필림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면서 조목조목 그의 말을 반박하거나 대안을 제시했다.

“아이고, 아이구! 머리가······!”

혈압이 쏠리는지 목뒤를 붙잡고 의자에 쓰러진 쿠르프를 보고 필림은 흐뭇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그렇게 하시는 겁니다.”

“제길! 알았다. 알았어!”

필림이 천막에서 나와 보니 인간 모험가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 안면이 있는 캐롯이 대뜸 물었다.

“쿠르프 아저씨 목소리밖엔 안 들리던데, 그래서 저건 어떻게 해요?”

“우리가 가져갈 거다. 원래 우리 것이니까. 대신 드워프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기로 했지.”

지상에 내려와 있는 부유섬을 올려다보던 필림 장로가 입을 열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도록 높은 하늘에 올려 둔 건데. 저기에 올라간 것이 너라고 하더군.”

“데헷, 변변찮은 솜씨였습죠.”

쑥스럽게 웃음 짓는 캐롯을 보고 씩 웃은 필림이 물었다.

“그래, 위에서 보는 지상은 어떻더냐?”

캐롯을 포함한 모두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예뻤어요! 엄청나게! 그런데 왜 그렇게 높은데다 두셨어요? 중요한 거예요?”

“그래, 궁금할 테지.”

불가능을 가능성으로 바꾼 용사들에게는 선물을 줘야지.

모여 있는 모험가들을 둘러본 필림이 수송선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엘프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부유섬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저건 사실 우리 선조들이 보관해놓은 물건이야. 미래로 보내는 유산 같은 것이지. 덧붙여 역사가 시작된 이래, 우리 말고 저걸 아래로 끌어내린 것은 자네들이 처음이라네.”

모여 있던 모험가들이 쑥스러운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때 손을 든 사람이 있었으니 리슐리에였다.

“저 섬에 관한 이야기가 퍼졌을 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막으실 거죠?”

사실은 우리 입을 어떻게 막을 생각이냐는 물음이었다. 필림은 빙그레 웃더니 대답했다.

“부유섬의 발생지는 마왕령 깊은 곳이야. 요즘은 드물지만, 과거에는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것들도 꽤 있었어. 그러니 공식적으로 그렇게 발표하면 관심을 두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지.”

리슐리에의 얼굴이 또 시무룩해졌다.

우거지상으로 동료들과 이야기하던 구스타프가 고개를 돌렸다.

“사실이었다. 기록실에 있더군. 제길, 땅 파면 나오는 줄 알았지 뭐냐.”

“기술 자료만 들여다보지 말고 가끔 역사 자료도 살펴보고 그러시오.”

“그럴 거요! 앞으로는!”

눈알을 굴려 사람들의 표정을 살핀 캐롯이 또 손을 번쩍 들었다.

“마지막인데요.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요. 저건 대체 어떻게 떠 있는 거예요?”

“호오, 모르고 물어보는 건가?”

“알면 물어보겠어요?”

물론 미리 모른다고 잡아떼기 위해서 해본 소리다.

“부유섬의 암석은 마력을 주입하면 떠오르지. 우리 비행선도 그렇게 만든 거라네. 부유석이라고도 부르지.”

“컥!”

연막을 치기 위함이었으나 상대가 너무 순순히 비밀을 풀어주는 바람에 캐롯이 목을 잡고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 외에 몇몇 사람도 정신적으로 목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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