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인형 오토마톤-161화 (161/329)

<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꿍꿍이! 161 >

“안 돼! 아직 정신줄 놓지 마! 까딱하다간 진짜로 죽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고개를 돌린 캐롯은 이제 지척에 다가온 부유섬에 시선을 고정했다.

안착 방법은 두 가지,

냅다 들이박던가.

부유섬보다 더 위로 올라가서 비행체를 분리하고 낙하하던가.

가능하다면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이 더 안전하고 손쉬웠고, 캐롯도 그걸 노렸다.

퍼퍽!? 퍽? 푸쉬익······!

등에 멘 비행체가 동시에 연소를 멈췄다. 캐롯이 기겁했다.

“지금?! 하필 지금!? 이봐요! 하느님! 만나주기 싫어서 일부러 그런 거죠! 예!?”

캐롯이 외쳤다.

“추진제 연소가 끝났어! 거리는 조금! 관성으로 들이 박아볼게!”

지상에서 지켜보고 있던 모두가 기도했다. 천천히 위로 올라가던 비행체였지만, 부유섬을 바로 지척에 남겨 놓고 정점을 맞이했다.

“으아! 안 돼! 다 왔는데! 에잇!”

철컥! 찰칵!

가슴에 매고 있던 벨트를 풀고 몸을 빼낸 캐롯은 서서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비행체를 밟고 뛰어올랐다.

“으럅!”

어쩐지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가볍다는 기분이 든다. 날아오른 캐롯은 기어코 부유섬의 밑동을 움켜쥐었다.

퍼석?!

“어?”

눈을 크게 뜨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캐롯이 떨어진다. 부유섬에 붙어있던 흙더미를 한 움큼 손에 쥔 채로.

그제야 하늘을 제대로 바라본 캐롯은 또 한 번 감탄했다.

검은 벨벳에 뿌려진 보석처럼 반짝이는 은하수는 하늘의 끝에 도달한 인형 소녀에게 충분한 보상이었다.

짧은 팔다리를 펼친 캐롯이 환하게 웃음 짓는다.

“와, 여기서부터는 하늘이 검은색이야. 신기방기.”

대낮에 보이는 별님들과 인사를 하던 캐롯은 잠깐의 관광을 마치고 신나는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펄럭거리는 옷깃에는 리슐리에가 밤을 새워 만든 스크롤 뱃지가 매달려 있다.

상공에서 스크롤을 사용했다간 다른 대륙으로 날아갈지도 모르니 최대한 지상에 가까이에서 쓰라는 그녀의 경고를 떠올리며 캐롯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동료들이 기다리는 지역을 찾아 고군분투했다.

“보인다!”

찍-!

“단델리온!”

칭-!

스크롤을 잡아당겨 찢으며 시동어를 외쳤다. 효과는 즉시 발생, 캐롯의 몸에 적용되어 있던 무시무시한 가속도가 점차 사그라지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좀 지루할 정도로.

“저기 와요!”

비타가 손을 들어 외치자 하늘에서 느릿느릿한 속도로 내려오는 작은 소녀가 여유 넘치게 손을 흔들고 있다.

다시 지상에 도착한 캐롯을 받아낸 것은 크랭크였다. 두 손을 위로 들어 하늘에서 돌아온 인형 소녀를 받아들자 캐롯이 환하게 웃는다.

“돌아왔쪙-!”

“어서 와라.”

자리에 내려선 캐롯은 주머니를 뒤지며 몸을 돌리더니 쿠르프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거 선물이에요.”

“뭐냐?”

그의 손에 쏟아진 것은 한 줌의 흙이었다.

“바로 앞에서 멈췄어요. 벨트 풀고 뛰어올랐는데 생각보다 푸석푸석해서 겨우 그거 한 줌 얻었네.”

멍하니 손바닥 위의 먼지 같은 흙을 내려다보던 쿠르프는, 갑자기 두꺼운 팔뚝으로 눈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에에? 아저씨 울어요?”

“울긴 이놈아! 기뻐서 그런다!”

고개를 돌린 캐롯이 크랭크를 올려다보았다.

“운다는 거야? 안 운다는 거야?”

팔짱을 낀 크랭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기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물었다.

“어떻게, 한 번 더 해보시겠습니까?”

“당연하지!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어! 가능성이 싹텄다! 가즈아!”

“아아······! 이걸 또 한다구?”

손등으로 이마를 짚은 캐롯이 장난스럽게 울상을 지으며 뒤로 쓰러졌다. 호다닥 달려온 비타가 그걸 받았다.

“오늘은 안 돼, 나 너무 엄청난 걸 봤단 말이야. 휴가가 필요해. 알아? 저기까지 올라가니까 하늘이 검어. 별도 엄청 반짝거리고.”

“와, 정말요?”

“좀 자세히 말해봐.”

사람들이 모여들자 캐롯은 히죽 웃음 지었다.

갑자기 아리에테가 난입해서 외쳤다.

“안 돼! 이런 흥미로운 모험담은 좀 씻고 식사 후에 들어야 한다! 어서 들어가자!”

자유낙하 하는 캐롯을 기다리느라 시간은 어느새 오후가 다되어 있었다.

우루루 요새 안으로 들어간 일행들은 씻고 정리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그리고 이른 저녁을 먹으며 캐롯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하늘이 검다고? 별도 막 보이고?”

“응, 아! 그리고 지금 우리가 있는 여기 이 땅 있잖아? 여기도 그 별 중의 하나인 것 같아. 높은 데서 보니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동그랗고 파랬어.”

잠시 머뭇거리던 캐롯은 다시 입을 열었다.

“굉장히 예뻤어. 정말로, 나는 그걸 너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

항상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뭔가 재미난 일을 찾으러 다니는 캐롯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대단히 엄숙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고기를 썰고 있던 크랭크가 말했다.

“다음번엔 그 영상 기록 장치를 작동시킨 상태로 시작하는 겁니다.”

“음, 그러도록 하지. 심심할 때마다 보면 재미있겠군.”

가만히 듣고 있던 비타가 물었다.

“영상 기록이 뭐예요? 응응?”

“사람이 보는 것과 같이 눈에 비친 장면을 기록했다가 다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지.”

아리에테의 말에도 시골 출신의 모험가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캐롯이 아하하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나도 보는 건 처음이야. 그런데 이거 얼마나 저장할 수 있어요?”

기록장치인 구슬을 꺼내든 캐롯이 질문하자 쿠르프가 머리를 긁적였다.

“어, 잘 모르겠는데. 기록이라고 말하면 기록을 시작한다고 했다.”

칭-!

기록장치가 작동되었다. 구슬 안쪽에서 사람의 눈 같은 것이 나타나 주변을 보기 시작한다.

“와, 신기하다. 이대로 영상이 남는다는 거네? 좀 들고 다녀볼까?”

캐롯은 그걸 들고 사람들을 하나하나 찍기 시작했다. 애초에 영상의 기록이라는 개념을 접한 적이 없으니 다들 별 생각 없이 캐롯을 대했다. 남은 시간 그걸 들고 돌아다니던 캐롯은 지하 작업실에 들어갔다가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

“으억! 이게 뭐야?!”

도도도 뛰어 올라간 캐롯은 작업실에서 쿠르프와 뭔가 이야기 중이던 크랭크를 불렀다.

“지하 2층에 오토마톤 잔해가 잔뜩 있어! 꼭 나만 한 애들이!”

“아, 그거 말이냐?”

자리에 앉아서 도면을 그리던 쿠르프가 일어서더니 작업실 구석에 있는 천을 걷어냈다. 그러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대구경 청동 대포였다.

“이건 또 뭐임? 대포? 엄청 크네, 사람도 들어가겠다.”

“얼마 전까지 대포로 오토마톤을 쏴서 저 위에 올려보려고 했었거든? 네가 본 건 포구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진 녀석들이야.”

움찔한 캐롯이 몸을 좀 파르르 떨다가 스리슬쩍 크랭크의 다리 뒤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정신 나간 드워프를 눈여겨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크랭크, 네가 내 주인님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쿠르프는 피식 웃기만 할 뿐 애써 변명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잠시 캐롯이 말한 오토마톤의 폐품을 보러 다녀온 크랭크가 돌아왔다.

“폐품이라고 하시면서 저건 왜 모아두셨습니까?”

“시간 남으면 고쳐 볼까하고, 광산에서 허드렛일 하던 것을 받아온 것이거든?”

크랭크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어차피 폐품이니 일이 성공하면 보너스로 양도해주시지 않겠습니까?”

“허, 괜찮겠나? 추가금 필요 없이?”

“물론입니다.”

쿠르프가 손가락으로 크랭크를 가리키며 낄낄 웃었다.

“자네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야?”

“야! 돈이 최고지. 그건 가져다 뭐하게! 너 또 무슨 음흉한 꿍꿍이야!”

캐롯이 크랭크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지만 크랭크는 요지부동이었다. 그저 투구 속의 입을 히죽 찍으며 웃고 있을 뿐······.

* * *

이튿날, 아침. 손님이 왔다.

구스타프였다.

“어랍쇼? 너희들이 여긴 무슨 일이냐?”

“구스타프 아저씨!”

전투복이 망가져서 아동복을 입고 돌아다니던 캐롯이 반갑게 달려왔다. 구스타프는 요새에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보고 어이없어했다.

사정을 들은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구나. 노망난 영감 때문에 너희들이 고생이다.”

“이놈아! 나 아직 제정신이다? 아직은!”

울컥한 구스타프가 고개를 돌리고 소리쳤다.

“에잇! 시끄럽소! 어제 그건 대체 뭐였소? 마을에서 다들 영감 이야기를 해대고 있단 말이야.”

그 말을 듣고 음흉하게 웃음 지은 쿠르프가 진열장에서 유리병을 가져오더니 그에게 툭 던져주었다.

“이게 뭐요?”

“어제 가져온 부유 섬의 흙 한 줌이다.”

구스타프가 입을 다물었다. 병을 노려보던 그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는 인사차 몰려온 모험가들을 쳐다보았다.

“또 너희들이 한 짓이냐?”

“정확히는 캐롯이 올라갔다 왔습니다.”

캐롯은 손가락을 브이로 만들고 히히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지구는 둥글어요. 아, 그리고 파란색이고, 엄청 예뻤어요.”

그들을 보고 유리병의 흙을 살피던 구스타프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나도 숟가락이나 좀 얹어 볼까. 뭐 필요한 게 있느냐?”

“야 이놈아! 어째 내가 부탁할 때랑 많이 다르지 않아?!”

“영감이 부탁할 때는 허무맹랑한 소리로만 들렸거든! 하지만 지금은 아냐. 이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 영감님 기어코 해내셨구려. 대단하시오. 내가 당신 핏줄인 게 자랑스럽소.”

구스타프의 진지한 말투에 쿠르프는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다시 눈가를 문질렀다.

“아저씨, 또 울어요?”

“울긴 녀석아! 아들이 인정해줘서 기뻐서 그런다!”

“운다는 거야? 뭐야?”

캐롯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크랭크는 구스타프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와이번?”

“가장 높이 날 수 있는 녀석으로 부탁합니다. 정말 아깝게 놓쳤거든요.”

고개를 끄덕인 구스타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료품 가져왔는데 옮기는 거 좀 거들어라.”

한가한 친구들을 끌고 밖으로 나간 구스타프는 보급품을 내려놓고 곧바로 마을로 돌아갔다.

“우리는 준비를 서두르지. 한번 만들어 본 적이 있으니 더 빨리 될 거야.”

3차 시도를 위한 준비 작업이 시작되었다. 여기에는 유사 이래 최초로 하늘의 끝에 다녀온 캐롯의 의견이 대폭 반영되었다.

“떨어질 때 말인데,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엄청 뜨겁더라. 바람이 너무 세서 그런가?”

“신기한 현상이구나. 일종의 마찰열인가?”

아는 이야기가 나와서 아리에테가 냉큼 끼어들었다.

“말을 타고 오래 달리면 비슷하게 얼굴이 따갑다. 생각해봐라.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것이다. 뜨겁기도 하겠지.”

크랭크가 아리에테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뭐, 왜?”

“아니, 생각보다 똑똑하구나 싶어서.”

“풉-!”

회의에 참석해 있던 리슐리에가 고개를 돌리고 웃음을 참기 위해 노력했다. 얼굴이 달아오른 아리에테는 크랭크의 어깨를 때리며 징징거렸다.

“왜 자꾸 바보 취급하는 거냐! 이 양철 거인아!”

퍽퍽!

얻어맞으면서도 강철 같은 표정으로 수첩을 놓치지 않은 크랭크가 말했다.

“음, 복장을 단단히 준비해야겠구나. 그리고 또?”

당시를 회상한 캐롯은 몇 가지 더 제안을 내놓았다.

쿠르프와 리슐리에, 크랭크는 가능한 그것을 전부 3차 비행체 제작에 참고했다.

그동안 캐롯은 전투복을 태워 먹어서 장비도 없는 데다 귀하신 몸이라는 이유로 밖으로 나다니지 못하게 되어서 대신 잡아놓은 맘보의 훈련을 시켜보면서 시간을 죽였다.

물론 아리에테는 짬이 생길 때마다 동료들을 이리저리 이끌고 다니면서 각종 훈련을 했고, 덕분에 캐롯은 저녁만 되면 다채로운 모습으로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렇게 3일 정도의 철야 후 3번째 비행체가 완성되자 쿠르프는 정확한 발사 날짜를 계산해서 구스타프에게 통신장치로 연락을 마쳤다.

“주, 죽을 것 같군······.”

“아직 죽으면 안 돼요. 저거 봐야죠.”

받침대에 올라가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캐롯의 말에 소파에 쓰러져 있던 쿠르프가 낄낄거렸다.

“저건 대체 어떻게 떠 있는 거예요?”

“글쎄, 나도 모르겠구나.”

연이은 철야 덕분에 체력이 엉망이 된 리슐리에가 소파에 기대어 천장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저기 올라가서 그걸 밝혀야지.”

“오! 그거 말 되네.”

“선배, 이거 연수치고는 너무 힘들어.”

캐롯이 히히 웃는다.

“원래 무보수지만 네 몫도 챙겨줄게. 반띵은 안되지만.”

눈을 감은 리슐리에는 대답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잠이라도 든 것 같았다.

씩 웃으며 고개를 돌린 캐롯은 다시 한번 망원경에 눈을 가져다 댔다.

혀로 입술을 날름거린 캐롯이 말했다.

“나는 다시 한번 네게 도전할 거야, 그러니 거기서 날 기다리고 있도록 해.”

지쳐서 소파에 쓰러져 있던 쿠르프와 리슐리에의 입가가 스르륵 올라갔다.

* * *

하루 뒤, 아침이 밝았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비행체와 장비를 꺼내고 있는데 구스타프가 차량을 몰고 도착했다. 그의 뒤로는 거대한 와이번이 주변을 활공하다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착지했다.

쿠르프는 키가 큰 인간 와이번 라이더를 상대로 그가 해야 할 일을 일러주었다.

“그러니까.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저걸 떨어뜨리면 된다고요?”

“그래, 떨어뜨리고 바로 이탈해. 절대로 뒤에 있으면 안 돼. 타버릴지도 몰라.”

고개를 끄덕인 와이번 라이더는 가죽 모자와 방풍 고글을 쓰더니 와이번에게로 향했다. 그동안 크랭크는 새로 만든 전용 비행복으로 갈아입은 캐롯을 비행체에 집어넣고 점검을 마쳤다.

“이거 이름은 뭐야?”

별안간 캐롯이 묻는다. 낙하용 스크롤을 매달고 있던 리슐리에가 고개를 돌렸다.

쿠르프가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클라우드 메이커! 구름 제조기다. 멋지지 않냐?”

“에에? 촌스럽지 않아요?”

크랭크가 캐롯이 쓰고 있는 헬멧의 고글을 내리며 말했다.

“네 덕에 사람은 드디어 구름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나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조심해서 다녀와라.”

“응!”

힘 있게 고개를 끄덕인 캐롯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훙! 훙! 훙-!

커다란 날갯짓을 하던 와이번이 고개를 숙이더니 날카로운 발톱으로 캐롯의 비행체를 묶고 있는 줄을 잡아당겼다.

“오오! 뜬다!”

고개를 든 코비가 외쳤다.

떠오르자마자 바위 요새 주변을 크게 돌면서 한참 동안 상승하던 와이번이 별안간 잡고 있던 고리를 놓아버리고는 급격하게 방향 전환을 시작한다.

동시에 쿠르프의 손에 쥐어져 있는 통신장치로 캐롯의 신나는 목소리가 울린다.

-제3차 도전! 갑니다! 운반 캐리어 퍼지!

파파파팍!

작은 폭발이 일어나더니 비행체를 감싸고 있던 운반 캐리어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분리되었다. 동시에 뼈대뿐인 운전석에 들어가 있던 캐롯이 내부의 여러 가지 레버 중의 하나를 당겼다.

“엔진 점화! 가즈아!”

푸쉭-!? 쿠콰아아아아아아!

고체추진제가 점화되고 자유낙하 하던 비행체가 엄청난 속도로 가속을 시작했다.

캐롯이 재빨리 좌우의 레버와 오른쪽 다리의 페달을 조작하자 꽁무니에서 화염과 연기를 뿜어내고 있던 추력편향노즐이 움직이며 비행체의 선수가 위로 들린다.

태양을 향해.

쿠오오오오오오오-!

두 개의 대형 추진체를 등에 멘 캐롯이 바구니 같은 운전실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케헤헤헤! 하느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콰아아아아아!

이탈하자마자 돌아가려 했던 와이번 라이더는 엄청난 비행체의 속도와 그 위용을 보고 놀란 나머지 눈을 떼지 못했다.

“저건 뭐야?!”

다다다다다-! 드드드드드-!

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외부로 노출된 운전실에서 덜덜거리는 소리가 마구 들린다.

사람보다 더 튼튼한 오토마톤이 타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간략화되거나 생략된 운전실은 최소한의 뼈대만 가진 채 전부 외부로 노출되어 있었다.

그래서 운전자는 엄청난 풍압과 속도를 헬멧과 비행복만으로 모두 받아내야 한다.

머리에 쓴 투구 모양의 헬멧 덕분에 엄청난 풍압을 맞으면서도 제대로 앞을 노려볼 수 있었던 캐롯은 가늘게 뜬 눈으로 태양을 노려보다가 시선의 방향을 슬쩍 돌렸다.

해님 옆에 보이는 작은 점.

“거기에 있었구나! 하하하하!”

푸쉬익-! 텅······!

속도의 최고점, 소모된 1단 추진체가 분리되었다.

2단 추진체의 점화는 자동.

안되면 어쩌지? 두근두근,

콰아아아아아! 쿠오오오오!

불안한 마음도 잠시, 비행체가 다시 2차 가속을 시작했다. 캐롯은 으하하 웃으면서 노즐의 방향을 결정하는 레버를 잡고 고개를 들었다.

“가슴 두근거리게 하고 말이야! 나, 심장은 없지만!”

그때,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전설 속 부유 대륙의 파편, 부유섬.

여기서 부터가 중요해!

안착 방법에 대해서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것이 외부의 도움으로 저번의 부족한 거리를 채우고, 자연스럽게 위에서부터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2개의 추진제가 전부 소모되었을 때 캐롯은 부유섬을 지나쳐 그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멈춰버렸다.

“전술에서 고저의 차는 무시할 수 없어! 내가 위! 그리고 너는 지금 내 아래에 있어!”

나아갈 힘을 잃은 비행체가 다시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자 캐롯은 비행체 그림이 그려진 판을 꺼내더니 주변 상황과 자세를 살피며 재빠르게 판의 버튼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팡! 팡! 파팡! 팡!

비행체 곳곳에 장착된 작은 폭약이 불꽃놀이 수준으로 터지면서 비행체가 이리저리 툭툭 밀리더니 조금씩 움직이며 자세를 바꿔 최종적으로 아래로 추락했다.

쿵-!

수백 년간 누구도 들어온 적이 없는 하늘 끝의 부유 섬에 사람이 만든 물건이 별안간 떨어져 내렸다.

부서진 비행체에서 데굴데굴 굴러 나온 인형 소녀가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더니 쓰고 있던 헬멧을 벗고 근엄한 표정의 얼굴을 드러냈다.

빨간 머리카락과 동그랗고 붉은 유리구슬 눈동자가 덧없는 세상을 내려다본다.

다부진 표정으로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캐롯은, 눈앞에 펼쳐진 검은 하늘과 발아래 푸르른 지구를 바라보며 괴성을 질렀다.

그 목소리는 지상에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졌다.

“꿈은! 이루어진다-!”

별안간 통신장치에서 울려 퍼지는 캐롯의 목소리에, 드워프 쿠르프가 커다란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곧 커다란 두 팔을 힘차게 들어 올리고 목청껏 외쳤다.

“꿈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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