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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54화 (154/329)

<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새참! 154 >

르클레르는 그 말을 마치고 동료들과 함께 돌아가 버렸다. 오만상을 찡그리며 그녀를 배웅한 아리에테가 크랭크를 돌아보았다.

“대체 뭐냐?”

“내가 묻고 싶다. 대체 저 여자는 뭐냐?”

아리에테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캐롯이 상황을 정리했다.

“변태 뽀뽀 귀신이 뭐 하든 상관없어! 우리는 오늘 저녁 메뉴가 더 중요한 거 아니겠어?”

“옳소!”

“그, 그래. 바, 밥이 더 중요하지. 흐흐흐.”

연구를 마친 투나와 비타가 캐롯의 곁에서 한쪽 팔을 들어 올리며 동의했다.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오늘 메뉴는 뭐야? 샤를 엄마?”

캐롯이 고개를 돌리자 가만히 서 있던 샤를이 미리 부엌의 화로 위에 올려진 커다란 냄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 좋은 감자가 도착했기 때문에 비프스튜입니다.”

와이번 고기 파티를 기대했던 코비가 실망했지만 그것도 밥 먹기 전까지였다.

“비프 스튜 마시쩡-!”

쨈과 버터를 바른 큼직한 빵을 베어 문 크랭크가 입안의 것을 삼킨 다음 말했다.

“내일은 의뢰를 나가지 말고 저를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저걸 고치나요?”

크랭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공방 바깥에 서 있는 커다란 차량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일손이 필요합니다. 서둘러 개조작업을 마치고 큰 일거리를 찾아 멀리 나가 봅시다.”

“와오!”

파티 겨울 기사단이 즐거운 함성을 질렀다.

빵을 잘라주던 캐롯이 물었다.

“그런데 저거 얼마나 줬어?”

가슴을 붙잡은 크랭크가 음후후 웃기 시작한다.

“걱정마라, 개조 비용은 남겨 뒀다. 최종 정산도 아직 받지 않았으니 당분간은 괜찮아. 그리고 지금 속이 쓰리니 양배추즙을 좀 줘.”

식사하며 듣고 있던 사람들이 오만상을 찡그렸다.

곧 비타가 아하하 웃었다.

“크랭크 아저씨는 보기보다 뭐랄까. 이거다! 싶은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시네요?”

“신관, 비타. 모험가인 우리에게 있어서 돈은 수단입니다. 그걸 모아 두면 보는 눈은 즐겁지만, 그 마음은 썩어 들어가지요.”

캐롯이 양배추 달인 물을 컵에 가득 담아 가져와 내밀었다.

“그렇지, 뭘 하든 장비빨을 무시할 수 없거든? 하지 못하고 하는 후회는 미련으로 남지만 하고 나서 하는 후회는 인생의 뼈아픈 경험이 된대.”

지오, 비타와 보리스가 고개를 돌리고 호아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코비는 먹기 바빠서 정신이 없었고,

“헤, 멋져요. 그 말 기억할게요.”

“하하! 그렇다고 모든 걸 탕진하며 살지 마. 네 인생만큼은 아껴둬.”

“무슨 책을 얼마나 읽으면 그렇게 되냐? 완전 명언 제조기네.”

캐롯이 혀로 윗입술을 낼름 핥으며 윙크를 찡긋했다.

“오늘 메인 디쉬로 개똥철학을 맛깔나게 버무려 보았습니다. 어떠신지요?”

* * *

이튿날부터 차량 개조작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이른 아침에 찾아온 심부름꾼에 의해 크랭크와 아리에테가 영주의 성으로 불려가 버렸다.

자동 갑옷 지참이라는 말에 그걸 껴입고 도시의 거리를 걷고 있던 아리에테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상하군, 이런 발명품에 대한 것이라면 길드 마스터들과 먼저 협의하지 않나?”

“확실히 그랬지.”

집무실 대신 1층 응접실로 안내되어 잠시 기다리자 도시 유력 단체의 길드 마스터를 포함해 제1, 2, 3 경비대장, 아르곤 상회 조합장까지 속속 도착했다.

그들은 오자마자 아리에테 주변으로 모여들어 그 자동 갑옷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자 현 영주와 전 영주, 그리고 화사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성이 들어왔다.

끼릭, 철컥.

투구의 마스크가 열리고 아리에테가 얼굴을 드러내더니 드레스 입은 여자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르클레르?”

얌전히 걸어 나오던 그녀는 아리에테와 눈이 마주치자 우아한 드레스 차림에 어울리지 않게 손가락을 브이로 만들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아리에테가 드레스 차림의 르클레르를 보고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전 영주 이온 아르곤 백작이 다가왔다.

“이것이 그 자동 갑옷인가? 외관은 그럭저럭 괜찮군.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고 싶군. 바로 시작하지.”

인사를 할 틈도 없이 그들은 바로 아리에테에게 이것저것을 시켜보았다. 앉기, 뛰기, 들기, 급기야 저택 경비용 오토마톤을 데려와 뒤뜰에서 대무도 벌였다.

“크흑-!”

훙훙-!

응접실에 장식된 도끼창을 가져와 휘둘렀지만 도무지 재빠른 오토마톤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챙! 캉-!

느긋하게 야외 테이블에 앉아 둘의 대무를 살펴보던 노신사 이온 백작이 중얼거렸다.

“너무 커서 동작이 좀 굼떠 보이는군. 하지만 방어력은 나름 괜찮아 보이는데.”

뒤에 나란히 선 경비대장들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대무가 끝난 뒤 자동 갑옷을 벗어놓고 나온 아리에테의 곁으로 메이드가 수건을 가져다주었다.

젊었을 때부터 군사 병기 관련에 관심이 많았던 이온 백작이 자동 갑옷의 내부를 살펴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제작자인 크랭크를 보았다.

“범용성이 높다고 했는데, 자네 정도의 사람도 여기 들어갈 수 있나?”

크랭크가 갑작스레 포징을 잡았다. 솟아오르는 근육 때문에 옷이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오른다.

“흐음-! 시도는 해보았습니다만 실패했습니다.”

2미터짜리 양철 거인의 좀 엉뚱한 대답과 행동에 사람들은 피식피식 웃거나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거나 했다.

이온 백작 같은 경우엔 클클 웃어버렸다.

다음으로는 방금까지 아리에테와 대무를 벌였던 오토마톤을 불러 그 안에 집어넣고 무장시켜 보았다.

철컥, 끼릭, 트드드득······!

자동 갑옷을 착용한 오토마톤이 일어서서 자신의 새로운 팔다리를 신기한 듯 살펴보고 있다.

“오오.”

오토마톤까지 무장시키는 놀라운 범용성에 직접 병력을 운용하는 경비대장들이 특히 인상 깊은 표정을 지었다.

뒷짐을 지고 있던 현 아르곤 영주 데오 백작이 고개를 돌렸다.

그때까지 다소곳이 서 있던 르클레르가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영주의 입장으로는 도시의 특산품이 하나라도 많아지면 좋습니다.”

“그 특산품의 해외 판매를 제게 맡겨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데오 아르곤 영주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공작 영애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못해 드릴 것도 없습니다만, 해외 수출이라니, 괜찮으시겠습니까? 이게 전략자산으로 분류되면 수출은 물거품이······. 어라?”

데오 아르곤 영주는 현 왕가의 먼 친척 아멕스 공작가 영애의 선견지명에 살짝 감탄했다.

그래서 좀 과장된 놀라움을 내비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 놀랍군요. 전략자산으로 분류되면 자동으로 군납이 결정되는군요?”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그러면서 그녀는 하얀 레이스 장갑을 낀 손을 슬쩍 내밀었다.

수려한 외모와 드레스 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범상치 않은 발언과 행동거지에 데오 아르곤 영주는 그만 웃어버렸다.

하지만 손은 잡았다.

“뭐가 저렇게 좋은 걸까?”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음료를 마시고 있던 아리에테가 서로 음흉하게 웃고 있는 르클레르와 아르곤 영주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것저것 실험을 거치고, 이야기도 하고, 식사도 대접받은 두 사람은 정오가 한참 지나서야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두고 가라니! 너무 하는군. 그건 우리 파티의 중요 자원인데.”

“설계도보다야 이미 만들어진 실물을 참고하는 것이 좋지. 실력 좋은 사람들이니 조사는 금방 끝날 거다. 네 의수를 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도시를 걸으며 투덜거리는 아리에테를 달래며 크랭크가 말했다.

“그리고 무슈 길드 마스터께 들었는데. 자동 의수가 의외로 잘 팔린다고 하더군. 주문 물량이 많아서 본격적으로 공장을 설립하고 있고, 그 덕에 사람들의 일자리도 생기고 있다니 좋은 일이야.”

“그건 투나에게 들어가는 거지 네게 들어오는 돈이 아니지 않나?”

찰그락.

숨겨둔 묵직한 돈주머니를 꺼내 보이자 아리에테의 눈이 커다래졌다.

크랭크가 말했다.

“기술 공여에 따른 수익 증대로 특별 보너스를 지급 받았다.”

“오오!”

“그리고 자동 의수의 판촉에는 네 이야기가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해. 이 돈의 절반은 네 몫이다.”

얼마 전 길드에서 감사의 인사를 하러 왔던 대머리 남자들을 기억한 아리에테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희를 만난 덕이다.”

“네 용기가 그걸 만들었지. 가자. 다들 기다리겠다.”

앞서서 걷기 시작하는 크랭크의 넓은 등을 바라보며, 아리에테는 뒷짐을 지고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었다.

* * *

바로 공방으로 돌아간 그들은 차량의 개조작업을 서둘렀다.

짐칸에 지붕과 격벽을 붙여 올리고 장갑판을 덧대어 장갑차량 수준의 방어력을 확보, 내부에는 간이 정비실과 더불어 투나의 연구실도 꾸며 놓았다.

“기, 기어코 날 끌고 갈 셈이구나.”

“가기 싫어?”

“소, 솔직히 나는 집에 있는 게 좋지.”

“그래도 만들어놓자. 여차하면 부엌으로도 쓰게.”

“좋네요! 부엌! 저 요리 잘해요.”

웃통을 벗고 톱질을 하던 코비가 신나서 외쳤다.

장장 이틀에 걸쳐서 망치질과 톱질, 페인트칠 같은 잡무를 도맡아 하던 보리스가 뙤약볕 아래에서 긴 머리를 풀어 헤친 채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 지금이라면 훌륭한 목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때마침 지오와 비타가 마차에 한가득 자재를 싣고 돌아왔다.

“대장간에 의뢰하신 장갑판 찾아왔어요! 추가 목재하고요!”

창문으로 크랭크의 투구가 쑥 나오더니 말했다.

“바로 장착합시다.”

“오우!”

마차에서 내린 지오가 크랭크에게 다가가 편지를 내밀었다.

“그리고 길드에서 이걸 가져다드리라던데요?”

“뭡니까?”

“지명 의뢰서라고 했습니다.”

편지 봉투를 받아 앞뒤로 돌려보던 크랭크는 그것을 뜯어 내용물을 읽었다.

그리고 투구를 긁적이다가 중얼거렸다.

“쉴 틈이 없구나. 다음 의뢰가 정해졌다.”

차량 곳곳에서 각자 작업 중이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창밖으로 내민 크랭크의 손에서 편지를 받아든 캐롯이 그것을 살펴보더니 입을 세모로 만들었다.

“호오오옴메! 이거 보셈! 드워프의 러브레터야! 우릴 마구 칭찬하고 있어. 어디어디? 동남쪽 드워프 마을 켄투가로 오라는데? 우릴 찾는데!”

지명 의뢰서를 처음 받아본 사람들이 저마다 그걸 돌려보았다. 비타가 말했다.

“아하, 정확히는 크랭크와 캐롯에게 온 거네요.”

“그렇지, 이제부터는 겨울 기사단의 이름을 알리도록 하자고! 이걸 타고 말이야.”

텅텅-!

차량의 몸체를 두들기며 외쳐진 캐롯의 목소리는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궈 놓았다.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하고 방수 페인트를 바르고 있던 아리에테가 차량 지붕에서 벌떡 일어나 하늘을 우러러보며 우렁차게 외쳤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여기서 시작인 것이다!”

“아으! 그만요! 부끄럽지도 않아요?”

“너는 희망찬 미래의 찬가가 부끄럽느냐! 나는 하루 종일 외칠 수 있다!”

또 툭탁이는 그들을 말리기 위해 캐롯이 아리에테의 등을 떠밀었다.

“알았으니 빨리 바르자. 그래야 장갑판을 붙이지.”

“음. 아아, 이번엔 동남부의 드워프 마을인가. 기대되는구나. 초대장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캐롯도 히히 웃었다.

“응! 나도 처음 가봐.”

심부름하느라 공방과 차량을 오고 가던 비타가 땀을 닦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 르클레르 씨가 요즘 안 보이네요? 재미있는 분이셨는데.”

“속이 다 시원하다!”

승객실의 운전석을 손보고 있던 크랭크가 말했다.

“그분은 요즘 바쁘십니다. 다음에 보이면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합시다. 무려 공작 영애시더군요.”

“고고고공작영애요?!”

“아리에테?!”

보리스와 코비가 기겁했다. 비타는 아리에테를 이름을 길게 불렀고, 지붕에 엎드려 페인트 질에 여념이 없던 그녀가 지나가듯이 말했다.

“소문만 무성했는데 정말이었다. 아멕스 공작가. 현 왕가의 먼 친척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변태 짓을 눈감아 줄 수는 없어!”

비타가 메어준 머릿수건을 두르고 바쁘게 오가던 캐롯이 하하 웃었다.

“공작 가문의 영애가 왜 하필 밖에 나와서 고생일까?”

의외로 대답은 지오가 했다.

“심심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분은 뭐하나 허투루 지나지 않으시던데.”

“와, 극단적이네. 안전과 의식주가 확보된 상황에서도 굳이 그걸 박차고 나온다는 말이지? 그저 심심해서?”

차량 내부에서 크랭크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사람의 행동에 큰 의미를 두지 말자. 나 역시 그저 궁금해서 아리에테에게 팔다리를 달아본 것일 뿐이니까.”

“왁! 아리에테!”

“위험해요!”

소란스러운 목소리에 크랭크가 투구를 들자 창문에 거꾸로 매달린 아리에테가 새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런 건 용납할 수 없군. 대외적으로 좀 그럴싸한 이유가 필요하다.”

“알았다. 알았으니 올라가라.”

“음, 알았···! 어엇?”

“으악! 잡아!”

몸을 일으키다가 기어코 미끄러진 아리에테가 지붕에서 떨어지자 놀란 사람들이 달려와 그녀를 받아냈다.

쿵-!

“아이고······!”

바닥에 한데 모여 쓰러진 사람들을 쳐다보며 좀 킥킥거린 캐롯은 몸을 돌리고 공방 안으로 들어갔다.

“신나는 걸, 새참이나 좀 만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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