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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45화 (145/329)

<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신기술! 145 >

“룰루랄라~!”

길드에서 동화책 소재 제공을 마치고 산책 겸 느긋하게 돌아온 캐롯은 갑자기 공방 안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와 달려가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앞서서 달리는 백금발 여자는 어제 본 사람 같은데 유난히 밝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아하하하! 나는 꼭 너를 정복하고야 말겠어!”

“닥쳐엇!”

검을 들고 뒤따르던 아리에테였지만 곧 뒤로 돌아 달려왔다. 공방 안으로 뛰어 들어간 그녀는 크랭크를 보면서 허둥지둥 외쳤다.

“입가심! 입가심이 필요해! 빨리!”

하지만 크랭크는 야속하게도 방패를 들어 올리고 방어진을 구축한 상태였다. 울상을 지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의 앞으로 막 잠에서 깬 투나가 눈을 비비며 다가왔다.

“으음. 무슨 일이야? 호아암······. 으, 으웁?!”

아리에테에게 와락 붙들려 입술을 빼앗긴 투나는 그 가슴에 안겨 잠시 버둥대다가 정신을 잃어버렸다. 아래로 축 처진 그녀를 부둥켜안은 아리에테가 불타오르는 붉은 눈을 뒤로 돌렸다.

때마침 입구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던 캐롯이 기겁했다.

“꺄으아아악?! 뽀뽀 귀신이야!”

그 뽀뽀 귀신은 이제 크랭크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역시 네가 아니면 안 돼!”

“쉽게 허락해 줄 것 같으냐?”

온몸에 닭살이 돋은 크랭크가 방패를 들고 몸을 숙였다. 그 방패에 매달려 낑낑거리던 아리에테가 캐롯을 발견하고 외쳤다.

“크랭크의 다리를 잡아! 그렇지 않으면 너를 입가심으로 삼아버리겠다!”

“우오으아아악!”

호다닥 달려간 캐롯이 크랭크의 다리에 매달렸다.

“캐롯?”

“순순히 받아들여! 그렇게 아픈 것도 아니잖아?!”

그때 빈틈을 노리고 입을 크게 벌린 아리에테가 짐승처럼 덤벼들었다.

* * *

소동이 진정되고 이야기를 들은 캐롯이 말했다.

“오, 그런 일이 있었어?”

“음.”

좀 진정됐는지 칫솔을 입에 물고 나타난 아리에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옆에서는 크랭크가 목에 난 이빨 자국을 거울에 비춰 보면서 말했다.

“아프다. 너는 흡혈귀인가?”

“가글가글! 펫-! 미안하게 생각은 한다. 하지만 너도 생각해봐라. 같은 남자에게 입맞춤 당한다면 어떨 것 같으냐?”

다시 한번 닭살이 돋은 크랭크는 문밖으로 보이는 르클레르의 자동수송차량을 슬쩍 쳐다본 다음 투구를 끄덕였다.

“알았다. 다음부터는 팔을 물도록 해라.”

그때 바닥에 엎어져 있던 투나가 좀비처럼 몸을 일으켰다.

“으어어···. 오어어······!”

“으아아아! 여기도 피해자가! 뽀뽀 귀신이다! 이건 좀비 같은 거야?! 전염되잖아!”

모두가 크랭크의 뒤에 숨었다.

하지만 투나는 의외로 얌전하게 굴었다. 뭔가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얼굴이 된 그녀는 손으로 입술을 매만지며 고개를 돌렸다.

그 얼굴은 수줍게 웃고 있었다.

“아리에테의 입술은 참, 부드럽구나······.”

깜짝 놀란 아리에테가 팔을 뻗었다.

“안 돼! 그 강을 건너면 안 돼! 돌아올 수 없게 돼!”

그때 별안간 샤를이 투나에게 다가가 머그컵을 내밀었다.

캐롯을 주축으로 공방 식구들이 심심하면 저지르는 장난질에 익숙해진 오토마톤들은 위협이 될 만한 일이 아니면 이제 애써 반응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코코아입니다.”

“어, 응, 고마워. 샤를 엄마. 호로롭······.”

머그컵을 입에 대고 후릅후릅 거리는 투나를 보고 아리에테가 걱정스레 물었다.

“투나 괜찮아?”

“응? 어, 응, 오, 오히려 좋았는데? 모, 모닝 키스, 으흐흐, 츄릅.”

히히 웃으며 좋아하는 그녀를 보고 도리어 부끄러워진 아리에테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머그컵을 든 채로 걸어온 투나는 작업장에 매달린 시온과 함께 반쯤 조립된 팔을 쳐다보았다.

“부, 부러졌다는 그거구나. 다, 다 된 거야?”

“가공은 끝났다. 조립만 하면 돼. 그리고 아리에테와 캐롯은 좀 쉬었다가 일을 나갈 수 있도록 해라.”

“일을?”

다시 자리에 앉은 크랭크는 팔 조립을 이어서 계속했다.

“음, 이번에 돈도 꽤 벌었고, 가져온 것들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그러니 모험은 당분간 너희들끼리 나가도록 해.”

아리에테와 캐롯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기분이 좋아진 아리에테가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

“음! 알았다!”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어 다시 자리에서 일어선 크랭크는 서랍을 뒤지더니 큼직한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잠깐 다들 모여라. 정산 겸 월급이다.”

“호우오오-! 비바! 월급날!”

투나가 환호했다. 정비 길드에 기술 공여로 받은 비밀 통장으로 퉁 칠거라 생각했지만 크랭크는 그것과는 별개로 조수 월급도 꼬박꼬박 챙겨주고 있었다.

용돈 수준의 급여지만 이번에는 출장비까지 합쳐져서 꽤 두둑한 돈주머니를 받아든 투나는 몹시 즐거워했다.

역시 돈주머니를 받아들고 내용물을 확인하던 아리에테가 놀라워했다.

“이건 너무 많은 게 아니냐?”

“전에도 말했지만 네 몸값은 남부 출장에서 다 갚은 것으로 쳤다. 그것은 네 정당한 땀의 대가다. 낭비하지 마라.”

묵직한 돈주머니를 받아든 아리에테는 강아지 같은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랭크는 캐롯과 샤를에게도 돈주머니를 안겨주었다.

“왜 샤를이랑 나랑 차이가 나?”

서로 다른 주머니에 대한 물음에 크랭크는 간단히 대답했다.

“저건 생활비야. 요즘 샤를이 공방 살림을 책임지고 있으니까.”

“오, 그거 인정.”

샤를도 묵직한 주머니에 대한 의구심이 해결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지!”

돈주머니를 챙겨 넣은 캐롯이 공방 구석 잡동사니를 쌓아놓은 선반에서 배낭 하나를 끌고 와서 탁자 위에 거꾸로 뒤집었다.

와르르륵! 짤랑짤랑!

동전을 비롯해서 각종 비싸 보이는 패물들이 쏟아졌다.

“이, 이게 다 뭐야?”

투나가 쏟아지는 물건 중에서 목걸이를 주워 들고 물었다. 캐롯은 히히 웃고 있고, 아리에테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관에 불 질렀을 때!”

“히히히, 슬쩍해왔습죠. 어차피 그냥 두면 불타버릴 건데. 아깝잖아?”

번쩍이는 금은보화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크랭크는 투구를 돌려 캐롯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는 내 인생 최고의 걸작이야. 잘했다.”

“엣헴! 더 칭찬하라고!”

허리에 손을 얹고 배를 쑥 내민 캐롯의 몸짓을 보고 아리에테와 투나가 웃어버렸다.

“엄청 많은데? 얼마나 되지?”

샤를까지 앉아서 한참 동전으로 탑을 쌓고 물건을 분류해서 나온 금액의 총합은 대략 2천만 리즈, 이것도 보석류는 처분하지 않은 가격이다.

한없이 부드러워진 크랭크가 물었다.

“뭔가 갖고 싶은 것이 있어?”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 가만히 생각하던 캐롯이 아리에테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자동 마차! 우리 파티의 전용 차량이 있으면 좋겠어. 무기라든가 수리에 필요한 장비를 잔뜩 싣고 다니는 거지. 그리고 저 밖을 봐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활짝 열린 문밖 공터 저편에 르클레르 파티의 전용 차량이 보인다.

“요즘 저런 이동 수단을 가진 모험가 파티가 늘더라고? 그리고 길드에서 들었는데, 동북부에는 그런 차량으로 무장한 강도단이 있대. 언젠가 그런 놈들과도 한판 뜰 수 있을지 모르니 이동 수단의 확보를 강력히! 요청합니다!”

거기까지 들은 크랭크는 순순히 투구를 끄덕였다.

“알았다. 나도 요즘 누군가의 끈질긴 요청을 받던 참이었어.”

“오오오! 정말인가?! 우리도 자동 마차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것인가?! 오오오!”

아리에테가 캐롯을 끌어안고 볼을 부비며 신나 했다. 하지만 투나는 기겁했다.

“그, 그러면 나도 거기 싣고 갈 생각이야?”

캐롯이 다가가 말했다.

“사건은 나쁜 방향으로 보는 것도 좋아. 현실을 대비를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결국 좋은 방향을 먼저 고려야 해. 그래야 미래가 생기거든? 생각해봐, 여기서는 자라지 않는 귀중한 약초나 광물을 네 손으로 직접 캐낼 수 있다구? 그것도 공짜로.”

캐롯의 설득은 먹혀들어 투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투나는 캐롯의 입술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캐롯, 입 한번 버, 벌려볼래?”

뜬금없는 요청이었지만 캐롯은 아앙하고 입을 벌렸다.

보통 오토마톤의 입안에는 발성 장치만 있고 혀가 없지만, 캐롯은 사람과 같은 혀가 있었다. 투나는 크랭크를 보면서 물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이건 어, 어떻게 붙여놓은 거야? 일부러 마, 만든 거야?”

캐롯은 혀를 움직이며 배시시 웃었다.

“이거 생체 스킨 때문이래. 낼름낼름,”

“배양한 피부가 어째서인지 내부로 침투해서 장기를 형성하려고 했었다. 처음에 그거 때문에 애먹었지.”

“그런데 갑자기 이건 왜?”

투나는 으흐흐 웃더니 앞으로 바짝 다가온 캐롯을 재빠르게 끌어안고 입을 맞춰버렸다.

“이렇게 하려고, 츄릅츄릅!”

“우웁우웁······!”

“흐아아악?”

바로 옆에 앉아있던 아리에테가 기겁했고, 크랭크는 한 손으로 투구의 얼굴을 덮었다. 다들 투나의 계략에 감쪽같이 속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역전되었다.

처음에는 버둥거리던 캐롯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투나가 버둥거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캐롯이 그녀의 몸에 달라붙어 버렸다.

“으읍! 읍!”

보다 못한 크랭크와 아리에테가 둘을 떨어뜨려 놓자 캐롯은 번들거리는 입에서 정체불명의 액체를 줄줄 흘리고 있었고, 맞은편의 투나도 비슷한 꼴로 의자에 기대어 혼절한 상태였다.

뭔가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은 표정의 캐롯이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외쳤다.

“와! 이게 뽀뽀야? 키스야? 혀 놀림이 중요하구나! 그런데······ 투나는 왜 저래?”

“보통 사람은 그런 걸 당하면 정신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수건을 가져온 샤를이 그 입가를 닦아주었다. 입가가 깨끗해진 캐롯은 고개를 돌리고 크랭크를 올려다보았다.

“너도 그래?”

캐롯의 눈이 빛난다.

소름이 돋은 크랭크였지만 그는 오히려 진지하게 일러주었다.

“캐롯, 네가 한 것은 애정의 표현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추호도 없는 사람에게 당하게 되면 몹시 큰 충격과 치욕을 느끼게 된다. 주의하도록 해라.”

“충격과 공포!”

무언가를 깨달은 캐롯은 두 손으로 뺨을 붙잡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모두를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버릴 새로운 기술을 얻었어!”

지식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버리는 캐롯을 보면서 안타까워진 크랭크는 두 손으로 투구를 덮어버렸고, 아리에테는 샤를의 뒤에 숨어 버렸다.

그러다 캐롯이 손바닥을 부딪치며 말했다.

“이제 너만 남았네?”

“응?”

캐롯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 쭙쭙거리기 시작했다. 초승달처럼 일그러진 눈은 크랭크를 보고 있었다.

“음후후후, 거기 가만히 있어, 이 몸이 천국을 보여 줄 테니.”

크랭크의 팔이 천천히 방패를 집어 드는 사이, 아리에테가 재빠르게 발칙한 꼬마 인형을 들쳐 멨다.

“산책 겸 길드에 일거리나 좀 보러 갈까?”

“우엥! 놔줘! 장난이었어! 장난!”

캐롯이 버둥거렸다. 크랭크는 엄지손가락을 들었고, 고개를 슬쩍 돌린 아리에테도 엄지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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