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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18화 (118/329)

118화 -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난민촌! (1)

자동 마차를 타고 달리며 야영을 3번 정도 하자 드디어 방주 도시에 도착했다.

도시의 이름은 스테인, 과거 크랭크가 잠깐 활동했던 곳이었다.

“여기에 있었다고?”

“그랬지, 아직 애송이였던 주인님을 여기서 만났지. 7년이나 지났지만 바뀐 건 별로 없네. 여전히 냄새나고 더러워.”

초보티를 벗긴 했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이 많았던 모험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캐롯이 오랜만에 들린 스테인에서 있었던 일을 떠들어 댔지만, 크랭크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제임스의 뒷자리에 자리 잡은 그는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에 주차하시죠. 시장을 볼 동안 차량에 베누스를 남기고 가겠습니다.”

“주인님, 온 김에 모험가 길드에 들르고 싶은데.”

“왜?”

“로나가 아직 있나 알아보려고.”

“왜?”

캐롯이 살짝 두 팔을 벌렸다.

“지금의 나를 보여주고 싶어서.”

크랭크가 뒤를 돌아보았다. 캐롯을 마주한 그는 커다란 손으로 그 머리를 좀 쓰다듬더니 말했다.

“돌아오는 길에 들려보자.”

“알았어.”

시장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정말로 보급만 하고 다시 출발했다. 아쉬운 얼굴을 하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관광이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좀 더 가면 웰메인이 나오는데 어떻게 할 건가?”

“보급은 끝냈잖아요? 그냥 지나쳐요.”

캐롯의 말이었다.

“나는 저기 들어가면 안 돼요. 절대로 안 돼.”

“왜지?”

캐롯이 뒤를 돌아보았다.

“첫 번째 주인님의 유언이었어. 나는 약속을 지켜야 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들 궁금해 했지만 캐롯은 그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웰메인을 지나쳐 반나절을 더 지나가자 저 멀리 어슴푸레 웨일즈 본 산맥이 보이기 시작했다.

“와, 피란민들이 저걸 넘어온다고? 우리 쪽에 따로 관문은 없어요?”

운전하던 제임스가 알려주었다.

“비교적 낮은 산을 깎아 관문을 세워두고 상인들의 출입을 관리하는 곳이 있긴 하지. 하지만 일반인은 지나다닐 수 없어.”

“나라에서는 그 피란민을 어떻게 할 생각이죠?”

주변의 풍경을 살피던 크랭크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우린 우리 의뢰만 달성하면 됩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웨일즈 본 산맥 부근의 미개척지에 도착했다. 푸르른 나무와 숲이 무성하지만 여기도 몬스터가 많이 살아서 안심할 수는 없는 곳이었다.

도착하고 몇 시간 동안은 사람들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산맥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 시작했다.

“없네?”

“없구나.”

지붕에 올라가 주변을 살피던 캐롯과 아리에테의 말이었다.

“숨어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주변을 더 살펴보자. 제임스 씨, 정차하시죠.”

주변을 살펴보던 크랭크가 말했다.

“주변 수색을 시작하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크랭크는 오토마톤과 짝을 지워서 사람들을 내보냈다.

“나는 왜 혼자지?”

“너는 이미 둘이지 않냐.”

“그건 맞는데!”

아리에테는 짧은 항의를 마치고 검을 뽑아 든 채 숲을 뒤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숲속의 산책을 즐기던 캐롯이 왁자지껄한 소리를 들었다.

“사람이 있어!”

캐롯과 보리스가 후다닥 뛰기 시작했다.

마침내 발견한 것은 모험가로 보이는 사람들과 옷이 찢어발겨지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외국어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바지도 아닌 천으로 감아놓은 아랫도리를 벗겨내자 사내들의 얼굴이 이상해졌다. 하지만 몇몇은 아직도 사나웠다.

“이거 뭐냐? 남자잖아? 저런 얼굴로? 이런 걸 달고 다닌다고?”

“크흐헤헤! 뭐 어때! 사이퍼즈 애들은 다들 곱상해서 어릴 땐 계집인지 사내인지 구분이 안 된다구!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가녀린 몸을 뒤집어 동그란 엉덩이를 내려다보며 바지춤을 뒤적이는데 산적 같은 남자의 가슴으로 이단 옆차기가 날아들었다.

퍽!

“커어억!?”

하얀 얼굴에 검은색 포니테일을 한 청년이 찡그린 얼굴로 검을 뽑았다. 그리고 벗겨진 소년과 바지를 내리고 있는 남자를 보면서 소름이 돋는 표정을 했다.

“와, 이건 이거대로 짜증나네.”

“난 이쪽은 아는 게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그거지? 상대에게 모욕을 주려는 거, 아냐?”

좀 생각하던 보리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닐걸? 그냥 재미로 그러는 거지. 의지할 곳 없는 외국인이니까 맘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지.”

“재미? 생식행위잖아? 그런 게 재미가 있어? 왜? 아기 만드는 거 아냐? 남자끼리도 그게 돼?”

남자들의 얼굴이 당황과 분노로 달아올랐다.

“뭐냐! 이 자식들!”

“네놈들은 누구냐?!”

“어어,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중요해.”

포니테일 청년이 손을 내밀어 남자들을 진정시키더니 뒤이어 도착한 조그만 소녀를 바라보았다.

“남자끼리는 아기가 안 생겨, 애초에 남자는 애를 낳을 수가 없다고.”

“하지만 저건 뭐야? 저 남자는 이 예쁘게 생긴 남자애를 그 뭐지? 강간? 겁탈? 그거 하려고 했던 거 아냐? 동의하에 아기 만들 목적은 아니까 단순히 모욕을 주려는 거 아냐?”

“그것도 맞긴 한데! 아냐, 아냐! 그냥 악랄한 재미로 그러는 거라고! 재미!”

“호와! 재미있어? 남자끼리 하는 생식행위가!?”

눈을 똥그랗게 뜬 캐롯이 두 손으로 볼을 잡으며 외쳤다.

“나 크랭크 옷 갈아입을 때 본 적이 있어! 그걸 사용하는 거지? 어떻게 하는 거래? 어떻게?”

어지러운 표정의 보리스가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아, 큰일 났다. 일이 이상하게 되어버렸어.”

위험한 눈을 한 캐롯이 남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궁금해! 말해봐! 어떻게 하려고 한 거야?! 어떻게!”

질겁한 사내 하나가 뒤로 물러섰다.

“나는 그런 거 관심 없다! 이놈에게 물어봐라!”

보리스에게 걷어차인 덩치 큰 남자가 므흐흣 웃으며 일어섰다. 그 손에는 어느새 도끼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바지가 내려가 있어서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좋아. 이 몸이 알려주마. 엉덩이를 이쪽으로 돌려 보거라.”

면도를 하지 않아 얼굴이 거친 털로 뒤덮인 사내가 도끼를 들어 보리스를 가리켰다.

“하지만 나도 애는 관심 없으니 네가 좋겠구나. 오, 잘빠졌어. 얼굴도 예쁘장하고, 츄릅! 이 아저씨는 말이야.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게 생긴 그런 얼굴을 몹시 좋아한단다. 여자도 좋지만 그런 남자들도 놓칠 수 없지.”

입맛을 다시는 그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보리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버렸다. 그리고 반쯤 걸쳐져 있는 저 바지도 다시 보니 끔찍한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쪽으로 와라, 천국을 맛보여주……?!”

챙-!

입을 꾹 다물고 덤벼든 보리스가 롱소드를 휘두르자 도끼를 들어 그것을 막은 남자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움! 가까이에서 보니 더 곱구나. 흐흣!”

“으악! 저리 떨어져!”

몸을 빙글 돌린 남자는 보리스의 발길질을 피하고 엉덩이로 퉁하고 쳐버렸다. 칼을 놓치고 바닥에 볼품없이 나뒹군 보리스는 기겁하여 일어서더니 예비 검을 하나 더 뽑아 들었다.

“망할!”

갑작스러운 상황에 보기보다 어리숙하게 대응하는 보리스를 보고 남자들은 실실 웃기 시작했다.

다시 맞붙으려는데 상대편 쪽에서 말을 걸어왔다.

“잠깐만, 너희들 뭐냐?”

“그러는 댁들은 뉘쇼?”

“차림새를 보니 모험가 같은데, 하는 짓을 보니 아직 초보고.”

쯧!

얕잡아 보인 것 같아 혀를 차는데 갈색 피부를 가진 소년을 살펴보고 있던 캐롯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아르곤 모험가 길드에서 파견 온 조사단이에요. 아저씨들은 누구세요?”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두 팔을 들고 나섰다. 그리고는 도끼를 들고 침을 흘리는 덩치를 옆으로 밀치더니 말했다.

“우리도 모험가다. 웰메인 모험가 길드에서 사이퍼즈 피란민 단속을 위해서 나왔다.”

“단속?”

팔을 내린 남자는 보리스와 캐롯을 보더니 말했다.

“너희들뿐인가?”

“아니? 우리 친구들 많이 있어요. 만나게 해드릴까요?”

캐롯이 주머니에서 신호탄을 꺼내려는데 맞은편에서 끼릭, 철컥하는 소리가 났다.

무표정한 얼굴의 사내가 안전장치를 푼 자동 석궁을 들고 있다.

“멀리서도 왔구나. 아르곤에서 여기까지 무슨 일이지?”

“나도 몰라,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이 궁금한가 보지. 아니면 지금처럼 자기 배를 채우려는 당신 같은 사람들을 견제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씁쓸한 얼굴을 한 사내가 여전히 바지를 내리고 도끼를 든 사내의 어깨를 툭 치더니 턱짓으로 물러서게 했다.

“파티 단속이 물렀다는 건 인정하지. 이쯤 하자. 쓸데없이 싸우지 말자.”

“왜? 우리는 둘 뿐인데?”

보리스가 도발했지만 남자는 캐롯을 보고 있었다.

“좀 이상해서 그래. 보통 10살 언저리 꼬마가 어른들한테 저런 말과 표정을 하나? 들어보니 아르곤에는 작은 전투용 오토마톤이 하나 있다고 하던데. 너냐?”

캐롯이 슬며시 웃기 시작했다. 입이 귀밑까지 찢어지고 눈은 가늘게 일그러졌다. 여차하면 물어 씹을 수 있도록 붙여 놓은 이빨이 스르륵 드러났다.

10살짜리 꼬꼬마는 절대로 저렇게 웃지 않는다. 미친 오토마톤으로 소문이 자자한 캐롯의 등장에 파티 사람들이 긴장하는 사이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캐롯이 맞나보군.”

“유명하네? 이 몸.”

손을 흔들어 동료들을 뒤로 물리기 시작하며 남자는 씩 웃었다.

“쓸데없는 일로 손실을 내고 싶지 않아. 이건 일이다.”

“오, 워커홀릭에 빠진 멋진 남자.”

남자가 말했다.

“정말 캐롯인가보군? 나는 커스.”

“커스?”

보리스가 말하자 커스가 씩 웃는다.

“예명이지. 본명으로 이 짓 못 하지. 또 보자.”

남자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캐롯이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주시하는 사이 보리스는 검을 집어넣고 사이퍼즈 소년에게 다가갔다.

“야, 괜찮냐?”

“아으아아!”

기겁한 소년이 부들부들 떨면서 뭐라고 말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보리스는 일단 신호탄을 꺼내 하늘에 쏘아 올렸다.

잠시 후, 베누스가 찾아왔다.

“어? 다른 사람들은?”

“마을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다들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가시죠.”

고개를 끄덕인 보리스가 여전히 떨고 있는 소년을 가리켰다.

“네가 저 녀석을 좀 옮겨줘. 남자에게 못된 짓을 당할 뻔해서 내가 다가가면 놀라는 것 같아.”

“그러니까! 그 못된 짓을 어떻게 하는 거냐고!?”

“얌마! 너 사람 앞에서 그러면 안 돼! 제대로 정신 나간 오토마톤 소릴 들을 거다!”

“와하하! 재미있다!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이렇게 허둥대지?”

보리스가 허리를 숙여 캐롯을 들여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솔직히 알고 있는데 일부러 그러는 거지?”

“우웅?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뒈?”

시치미를 뚝 뗀 캐롯이 입술을 내밀며 고개를 돌리자 보리스는 한숨을 쉬었다.

버둥거리는 소년을 일으켜 세우고 그 손을 붙잡은 베누스가 말했다.

“다들 기다립니다. 마을로 가시죠.”

베누스를 따라간 곳은 숲속 깊숙한 곳에 피란민들이 모여 만든 임시 촌락이었다. 제임스의 자동마차는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외진 곳에 있었다.

“이러니 못 찼지.”

곳곳에 움막이 만들어져 있는데 최대한 주변 나무를 훼손하지 않도록 신경 쓴 것 같았다. 그래서 주의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곳에 모여 있는 인원들만 백 단위는 될 것 같았다.

“생각보다 많은데?”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방문에 난민촌의 사람들이 긴장한 얼굴로 나와서 그들을 마주했다. 크랭크가 뒤로 좀 물러서더니 아리에테의 등을 떠밀었다.

“나보다는 네가 좀 더 말하기 편하겠지. 우리말을 할 줄 아는 책임자를 불러달라고 그래라. 정확한 숫자와 다른 난민촌의 존재 등에 관해서 물어봐.”

고개를 끄덕인 아리에테가 리즈넷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았으나 그들은 대답 없이 그저 서글픈 얼굴로 쳐다보기만 했다.

그때 캐롯이 도착했다.

베누스의 손을 잡고 돌아온 소년은 환하게 웃으며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캐롯을 가리키며 뭐라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눈빛이 좀 달라지기 시작한다.

크랭크가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지?”

“웰메인 길드의 모험가를 자처하는 것들이 저 남자애를 임신시키려고 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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