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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17화 (117/329)

117화 -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취향!

공방으로 돌아온 투나는 다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으어어……. 역시, 침대는 이, 이래야지. 고로롱…….”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착한 어린이지. 투나는 새벽까지 안자고 뭘 하는 거야?”

그때 샤를이 다가왔다. 어제 일로 뜨끔한 투나가 담요 속으로 머리를 파묻었지만 인챈트가 풀린 샤를은 평소와 같았다.

“투나, 상비약 납품 끝냈습니다. 대금은 월말에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오, 오우…….”

배낭을 정리하던 아리에테가 무언가를 가지고 다가왔다.

“투나는 자는 건가? 선물 전해주는 걸 잊었는데.”

“으음-! 선물!?”

투나가 담요를 내던지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 모습을 싱긋 웃으며 바라보던 아리에테가 손에 든 주머니를 내밀었다.

“너 주려고 사 왔어.”

“무, 뭔데?”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잘빠진 단검이었다. 손에 단검을 뽑아 든 투나가 얼빠진 표정을 들자 아리에테가 뿌듯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뭘 좋아하는 줄 몰라서 내 마음에 드는 걸로 골랐다. 멋지지?”

“크흣-! 아리에테 답네.”

캐롯이 프하하 웃었다. 투나는 그걸 가슴에 꼭 껴안으며 눈을 반짝였다.

“어, 자, 잘 쓸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넌 뭘 좋아하지?”

투나는 히히 웃으며 말했다.

“서, 선물은 나를 생각하는 네, 네 마음으로 고른 것이면 뭐든 좋아. 이, 이걸로 사과 깎아 먹어도 돼?”

나를 생각하는 네 마음으로 고른 물건.

투나의 말에 깊은 감동을 느낀 아리에테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물론! 다용도 칼이다. 과도로도 쓸 수 있고, 편지 찢는 용도로도 써도 무관하지.”

“어오, 자, 잘 쓸게. 어, 그런데 나, 나는 별로 줄 게 없는데.”

눈을 동그랗게 뜬 아리에테가 팔을 들어 올렸다.

“네가 나에게 준 것은 너무도 크다. 그저 옆에서 숨만 쉬고 있어 줘도 돼.”

“으히히. 그, 그 말 다음에 써먹어도 되겠다.”

두 여자가 히히덕거리는 걸 쳐다보던 캐롯이 물었다.

“그런데 우리 집 주인은 어딜 갔어? 벌거벗고 뛰어다니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 차량을 수배하러 간다고 했다. 제임스라고 했던가?”

“오오! 제임스 아저씨의 자동마차 타고 가는 거야?”

그날 저녁, 공방 앞의 마당에서 출발 직전 회의 겸 식사 초대를 받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크랭크는 아껴둔 비장의 고기로 바비큐를 대접했다. 베누스가 칼로 자르면 캐롯과 로테가 굽고 사람들이 주워 먹는 식이었다.

고기를 먹으며 제임스와 지오의 파티를 서로 소개해 준 크랭크는 지도를 가져와 펼쳤다. 그리고 낮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사이퍼즈에서 내전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피란민들이 산을 넘어서 국경선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 정확한 규모와 상황 파악을 의뢰받았습니다. 우리 말고도 여러 도시에서 출발합니다.”

내전이라는 말에서부터 두근거리기 시작한 지오의 파티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캐롯이 구워주는 고기를 집어 먹고 있던 제임스가 눈을 번쩍였다.

“사이퍼즈에서 내전이라고?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그의 아내가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한 크랭크가 덧붙였다.

“소란이 일어나면 책임추궁이 있을 겁니다. 주의하십시오. 저는 모른다고 잡아뗄 겁니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나는 먼저 일어나겠어. 그래서 출발은 언제지?”

“내일 바로 출발합니다. 7시, 광장에서 뵙지요.”

“알겠네.”

먹다 만 접시를 내려놓은 제임스가 부리나케 골목길로 달려 모습을 감췄다.

그 모습을 보던 비타가 물었다.

“사이퍼즈 내전이랑 저분이랑 무슨 상관이세요?”

“사이퍼즈에서 수입하는 물건 중에는 옷감에 쓰는 값싸고 질 좋은 직물이 포함됩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입고 있는 옷가지도 그 나라의 물건이 섞여 있을 겁니다.”

다들 놀라워하며 입고 있는 옷을 살폈다. 크랭크는 캐롯이 구워주는 고기를 입에 쓸어 담고는 우적우적 씹어 삼켰다.

“음음, 그리고 저분의 가족이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원단 값이 오를 테니 미리 사재기하려는 겁니다.”

그리고 크랭크는 오랜만에 고기를 먹고 있는 지오의 파티와 공방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의뢰 정보를 가지고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다 소란이 발생하면 길드에서 제재를 가할 겁니다. 상식이니 이점 새겨주십시오.”

“그럼 저 아저씨는요?”

“저분도 이 바닥에서는 잔뼈가 굵은 사람입니다. 적당히 할 겁니다. 일이 커져도 모른다고 잡아떼면 그만입니다.”

코비만 열심히 고기를 씹어댔고 나머지는 입을 헤 벌리고 크랭크를 보았다.

“매정하게 들리겠지만 일이든 사람이든 모든 관계에서 선을 긋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런 걸로 기분 나빠할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궁금한 것이 많은 지 비타가 포크를 든 손을 들었다.

“그런 건 좀 조심스럽지 않아요? 서운하게 생각하면 어떻게 해요?”

“왜 집에 물건을 훔치러 들어온 강도의 섬세한 기분을 생각하려 합니까?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거든 빨리 정리하십시오. 당신의 인생에 필요 없는 사람입니다.”

혹독한 겨울 같은 양철 거인의 매몰찬 제안에 18살 봄 처녀 비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빈 접시를 내린 크랭크가 불판에서 익어가는 고기를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어릴 적 동네의 악랄한 녀석에게 매일 같이 두들겨 맞으며 살게 되면 저 같은 사람이 됩니다.”

집게를 들고 고기를 굽고 있던 캐롯이 쁘하하 웃었다.

“아! 플루이드!”

“나는 15살이 될 때까지 그게 남자인 줄로만 알았다. 끔찍한 유년기였지.”

보리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맞아요? 당신이?”

“어릴 때는 작았습니다. 코비, 고기는 입맛에 맞습니까?”

“예! 이거 맛있어요. 무슨 고기죠? 냠냠-!”

집게를 착착 부딪친 캐롯이 말했다.

“전에 먹다 남은 트롤 고기야. 괜찮지?”

같이 살다 보니 종종 몬스터 고기를 먹게 되었던 공방 식구들은 문제없었지만 지오의 파티는 코비를 제외하고 다들 얼굴이 푸르게 변했다.

* * *

이튿날 새벽, 준비를 마친 사람들이 공방을 나섰다.

투나는 안자고 뭔가를 만들다가 배웅을 나왔다.

“잘 다녀와.”

“너는 야행성 동물이냐. 좀 쉬면서 해라. 밤에는 자라.”

“으히히, 응.”

투나와 샤를을 남겨 놓고 새벽의 거리를 걸어 광장으로 향하자 큼직한 자동마차가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리에테가 말했다.

“수도 부근에서는 저걸 자동무슨무슨차량으로 부르는데, 여기서는 그냥 자동마차라고 부르더군.”

“이름 같은 거야 아무래도 상관없다. 일단 편하지, 힘도 좋고. 우리도 파티가 늘어나면 장만할까 싶군.”

“오오! 정말인가?”

배낭을 짐칸에 집어넣으며 크랭크가 고개를 들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이것도 사자.”

“음! 사자!”

근처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캐롯이 흐뭇하게 웃었다.

돌볼 사람이 없어서 곤란했던 마차는 크랭크의 제안대로 모험가 길드에 맡겨 놓은 지오의 파티도 도착했다. 편한 자리에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던 지오가 멍청한 목소리로 말했다.

“와, 굉장히 안락해.”

“응. 정말로.”

흥미가 돋은 보리스가 물었다.

“제임스 씨. 이런 건 얼마나 해요?”

아들 또래의 질문에 운전석에 앉아 자동마차를 출발시키던 제임스가 허허 웃었다.

“경비대 불하품을 수리했지. 음, 불하비 2천만 리즈에, 수리비로 3천만 리즈쯤 들였나? 워낙 심하게 굴렸던 거라서 껍데기 빼고는 다 바꿔야 했었어.”

위이이잉-!

게다가 속도도 상단의 그것보다 배 이상 빨랐다.

“이것도 개조했지. 마력 소모는 크지만 솔직히 이 정도 속도는 나와야지.”

“어쩌면 아르곤에서 가장 빠른 자동마차일 지도 모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제임스 씨.”

“그렇지. 아무래도 조사 임무는 시간과의 싸움이니까. 맡겨 두시게. 나는 상단 친구들도 인정한 베스트 드라이버야.”

이른 도시의 바쁜 아침 풍경 사이로 그들의 자동마차도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자동마차 1대, 운전기사 1명, 칼잡이 겸 전사 4명, 활쟁이 1명, 오토마톤 3기, 신관 1명으로 구성된 아르곤 난민 조사 편대가 출발했다.

성문을 통과하여 동쪽으로 진로를 잡은 제임스의 자동 마차는 매 순간 초보 모험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지붕에 올라가 있던 코비가 두 팔을 벌리고 외쳤다.

“우와! 빨라!”

“으하하하! 가즈아! 극동이 우리를 기다린다!”

옆에서 캐롯이 깔깔거리며 외치는데 아리에테도 지붕으로 올라오더니 차량의 맨 앞부분으로 걸어가 맞바람을 맞으며 검을 뽑아 들고 힘 있게 외쳐댔다.

금발과 파란 치마가 망토처럼 휘날려서 꽤 보기 좋았다.

“이제부터다! 지금까지는 모두 미래를 위한 준비에 지나지 않았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

시원한 봄바람을 들이키자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오른다. 아리에테가 고함을 내질렀다.

“100년! 어차피 100년도 살지 못한다! 결국 죽는다면! 미래를 향해! 꿈을 향해 달리다가 죽을 것이다!”

그녀의 외침은 코비에게 격한 감동의 눈물을 머금게 했고, 보리스의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자동마차의 선두 올라서서 외쳐대는 그녀의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던 캐롯이 말했다.

“아리에테도 악기 하나 연주해보는 건 어때? 남부의 그 판터처럼.”

뒤를 돌아본 아리에테가 쓰게 웃었다. 남부 겨울 사냥에서 보았던 그 판터의 모습은 그녀에게도 꽤 인상 깊긴 했다.

한 손에는 롱소드, 한 손에는 색소폰을 들고 장갑차량의 머리에 올라서 달리는 그 모습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음, 플루트를 연주할 수 있긴 한데.”

“오오! 악기를 다룰 수 있어?”

아리에테가 조금 찌푸린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단순히 보기 좋으니 배우라고 강요받았다. 억지로 배웠지. 실력은 그저 그렇다.”

캐롯은 마차 지붕에 머리를 집어넣고 들은 바를 외쳤다. 지붕의 구멍으로 걸어온 크랭크는 괜찮겠다는 듯이 말했다.

“돌아오면 악기점에 들려보자. 꽤 좋은 모양이 나올 것 같다.”

“크랭크, 너는 나를 띄우기 위해 아주 작정했군.”

“당연하지 않나? 투자는 중요하다. 장래성이 보인다면 더욱이, 잊을 리 없겠지만 네 몸의 절반은 내 것이다.”

그를 내려다보며 아리에테는 씩 웃었다.

낮에는 달리고, 식사나 볼일은 밖에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밤에는 쉬었다.

캉-! 챙-!

요리를 준비하던 제임스가 허허 웃으며 대무를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아리에테와 보리스가 진검을 들고 휘두르고 있었다.

“호오. 보리스, 꽤 하는군. 어디서 배운 솜씨지?”

“아는 사람에게 종종 배우고 있지, 요.”

전에 나이를 들은 적이 있던 보리스는 눈앞의 갑옷 여 기사에게 미묘한 경칭을 붙였다. 그때 코비의 활을 손봐주던 크랭크가 끼어들었다.

“위험하니 진검으로 겨루지 마라. 칼날이 나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칼을 내린 아리에테가 성큼성큼 걸어서 크랭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어깨를 짚으며 속삭였다.

“봐라. 저런 게 취향이다.”

크랭크의 투구가 돌아갔다. 곱상한 얼굴에 여자처럼 긴 생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어 올린 보리스가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

“음, 그럴 것 같았다. 소개해 줄까?”

분노한 아리에테는 진심으로 크랭크의 등짝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퍽퍽퍽!

이제 그녀는 크랭크의 투구를 붙잡아 얼굴을 바싹 붙이고 그 안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가끔 말이지. 이 안에 어떤 게 들었는지 한번 보고 싶다.”

“그만둬. 우리 주인님, 너무 괴롭히지 마.”

캐롯이 슬쩍 끼어들었다. 얼른 손을 놓은 아리에테가 고개를 흔들었다.

“괴롭히다니, 그런 적 없다. 단지 무심한 사내에게 항의를 한 것뿐이지.”

“아, 그건 괜찮아.”

고개를 돌린 크랭크는 끙하는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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