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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03화 (103/329)

103화 -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수도관광! (1)

그렇게 봄나물 뜯기 소풍은 약속대로 3일째 되는 그날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되었다. 많은 사람이 아쉬워했지만, 크랭크는 간단하게 그들을 이해시켰다.

“무료 호위는 오늘까지입니다. 내년 봄에 다시 뵙겠습니다. 물론 제대로 요금을 지불하신다면 언제든 가능합니다.”

“어머나, 이거 공짜였어요?”

“마차 대여료는 낼 거야.”

마리아의 말에 당연히 호위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수긍할 수밖엔 없었다. 그리고 오히려 눈을 빛냈다.

“그럼 내년에도 3일간은 공짜?”

크랭크는 마리아를 가리켰다.

“그 혜택은 이제 7번가 부인회 회원에게만 허락됩니다.”

“7번가 부인회는 7번가 부인들만 가입할 수 있지. 그 외엔 상담.”

곧 많은 수의 부인들이 마리아에게 몰려들었다. 마리아는 호허허 웃으며 크랭크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고, 크랭크도 마주 엄지를 세웠다.

이제 도시에 슬슬 일거리가 늘어나는 시기였기도 하고, 몬스터의 활동량도 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런 나들이도 매일 나갈 수는 없었다.

바구니와 자루 한가득 전리품을 챙긴 처녀들과 아낙들이 크랭크와 그 오토마톤들에게 고마워했다.

“다들 수고했어요! 신나는 소풍이었어!”

“응, 고마워. 덕분에 용돈벌이가 짭짤해.”

“한동안 찬거리 걱정은 없을 것 같아.”

“가을에도 나가실 분들은 마리아에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그때는 제대로 요금을 받을 겁니다.”

“가을에도 나간다고? 정말? 나는 신청할래. 봐봐, 오토마톤이 4기나 따라온다고? 상단 관리단 따라 나가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

“어머나, 그럼 나도 가야겠네?”

왁자지껄한 사람들을 광장에 내려준 다음 길드에 마차를 반납하고 돌아가려는데 길드 접수원 오리온이 그들을 붙잡았다.

“잠시만요!”

“오우! 오리온! 무슨 일이야?”

캐롯에게 웃어준 오리온이 아리에테를 바라보았다.

“아이베크 자작가에서 사람이 왔어요. 아리에테에게,”

가만히 서 있던 아리에테의 얼굴이 점점 떨리기 시작하더니 분노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더니 갑자기 분통을 터트리며 울분이 섞인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이이이익-!”

“어어? 아리에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씩씩거리던 아리에테는 별안간 검을 뽑아 들고 뛰기 시작했다. 오리온이 기겁하며 비켜섰고, 크랭크가 외쳤다.

“아리에테를 말려!”

크랭크 일가의 오토마톤이 총출동했다. 길드 문을 밀치고 들어간 아리에테는 서슬 퍼런 눈으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 상태가 심상치 않음에 길드 운영직원들이 나섰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리에테, 검을 집어넣으십시오. 여기는 길드입니다.”

“나를 찾아왔다는 놈은 어디에 있나!”

그녀의 정면으로 걸어 나온 운영직원 마론이 팔을 풀었다. 그리고 아리에테의 검을 가리켰다.

“그걸 다시 집어넣으시죠.”

아리에테는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그에게 칼질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마론은 길드 내에서 검을 뽑은 사람이 세 발짝 이상 움직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터텅-! 쿠우웅……!

정신을 차린 아리에테는 길드 바닥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워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기침이 올라왔다.

“읍-?! 쿨럭쿨럭-!”

칼을 잡은 손을 붙잡아 당기고 다리를 걸어 공중에서 한 바퀴 돌려버린 마론이 빼앗은 롱소드를 뒤로 돌리고 시선을 들었다. 그때 오토마톤들이 우르르 들어오고 있었다. 가장 앞섰던 캐롯이 두 팔을 벌리며 멈춰 섰다.

“어엇! 멈춰! 마론이야! 운영직원들이야! 저 아저씨들 위험해! 이상한 기술로 사람을 막 던져!”

오토마톤들이 말리러 온 것임을 파악한 마론은 슬쩍 웃었고, 주변의 운영직원들은 자리에서 비켜섰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당신을 찾아온 사람을 불러오겠습니다.”

“후우욱……!”

반쯤 세운 무릎을 팔로 감싸고 그대로 바닥에 앉은 아리에테는 굳은 얼굴로 시퍼런 시선을 들었다. 그녀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캐롯이 언제든지 덮칠 수 있도록 그녀의 뒤로 오토마톤들을 배치했다.

이윽고, 1층 면담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급 로브에 후드를 써서 얼굴을 가린 여자였는데, 바닥에 앉은 아리에테를 알아보고 손을 들어 올리며 부들부들 떨어댔다.

“아, 아리에테?”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아리에테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눈빛은 금세 사그라졌다.

“파이!”

아이베크 자작가의 메이드 파이가 후드를 벗고 울먹이며 달려왔다. 그리고는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아리에테를 끌어안았다.

“아리에테! 정말 살아있었구나!”

“으으윽! 으, 으응, 죽으려 했지만 살아있다……!”

아리에테도 울면서 그녀의 머리와 허리를 끌어당겼다.

뒤늦게 길드 안으로 들어선 크랭크는 바닥에 주저앉은 두 여자가 얼싸안고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그는 캐롯을 보았다. 캐롯은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마론을 보았다. 롱소드를 빼앗아 들고 있던 마론도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어, 어어? 아리에테?”

투나가 크랭크의 뒤에서 고개를 내민 채 울고 있는 아리에테를 바라보았다.

모두는 길드에서 빌려준 별실에서 아리에테를 찾아온 파이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리에테의 눈썹이 위로 솟아오른다.

“나를 찾고 있다고? 그 여자가?”

“네 소식을 접하고 수소문해서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어서 직접 알아보려고 내가 찾아오게 되었어.”

“빌어먹을……! 가짜 답장이라도 보냈어야 했었나.”

고개를 돌린 아리에테가 탁자에 올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를 살펴보던 파이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인사를 했다.

“저는 아이베크 자작가에서 일하는 메이드 파이라고 합니다. 아리에테와는 어릴 적 소꿉친구입니다. 저희 아가씨를 돌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팔짱을 하고 있던 크랭크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투구 속이라 보일 리가 없었다.

“언젠가를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뭐라고? 알고 있었다는 거냐?!”

아리에테가 버럭 하자 크랭크가 투구를 돌렸다.

“편지를 받을 때마다 벌이는 네 기행을 보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지. 그중의 하나일 뿐이다.”

“끄으으음……!”

고개를 다시 돌린 아리에테가 힘주는 소리를 냈다.

“심박수의 급격한 증가, 현 상황은 전투 상황입니까?”

갑자기 아리에테의 몸에서 시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놀란 얼굴로 주위를 살피던 파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마치 웃는 얼굴로 우는 것 같다.

“저, 저기 듣기로는…….”

애초에 아리에테의 생사에 관련되어 파이가 들은 소문은 팔다리가 없어서 오토마톤 의수를 착용한 증기 망토의 여기사 이야기로, 수도까지 퍼진 꽤 유명한 이야기였다.

정작 본인들은 잘 몰랐지만.

다시 만나 멀쩡하게 붙어있는 팔다리를 확인하고 그건 헛소문일 거라고 바라마지 않았던 파이는, 아리에테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았다.

“시온, 나를 꺼내줘.”

척척척-! 착착!

3차 개수작업으로 손을 좀 더 봤기 때문에 가변 골격의 움직임도 재빨라졌다. 여러 개의 고정 장치가 풀리고 잘린 팔을 빼낸 아리에테가 파이를 내려다보았다.

“시온 이제 나를 들어 올려.”

외골격 오토마톤 시온이 자기 가슴 속 아리에테의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어 들어 올렸다.

짧은 반바지와 탱크탑을 걸친 여자의 몸뚱아리가 들려 올라왔다.

팔다리는 없었다.

“아으아아! 아리에테에!”

두 눈을 크게 뜬 파이가 오열했다. 아리에테도 그 상태로 눈물을 꾹 짜내며 말했다.

“나는 어느 날 두 팔과 다리,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다. 끔찍한 나날이었다. 자결하려고 마음먹은 날, 내 눈앞에 조그만 소녀가 쓰러지더군. 나는 그 아이를 지켜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죽더라도 저 아이만큼은 살리고 싶었다.”

고개를 돌린 아리에테가 캐롯을 바라보았다.

“그게 너다, 캐롯. 너는 내가 마지막으로 짜낸 용기의 상징이란다.”

“오, 고마워. 네 마지막 용기의 상징이 바로 나여서, 행복해.”

크랭크가 끼어들었다.

“오래 매달려 있으면 아프다. 시온, 재착용해줘.”

시온은 다시 아리에테를 자신의 몸 안에 집어넣었다. 크랭크는 아리에테를 보면서 말했다.

“캐롯을 안으면 숙면이 가능한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나.”

“마, 마지막 용기의 상징, 그에 따르는 보상.”

여전히 크랭크의 뒤에 숨은 투나가 엄지손톱을 씹으며 중얼거렸다. 다시 시온과 합체한 아리에테가 팔을 들어 방 안의 모두를 가리켰다.

“여기 이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죽었다. 구출되었더라도 나는 얼마 가지 못해서 자결했을 것이다. 오토마톤을 포함해서 이 모두가 나를 생각해주는 내 진짜 가족이다. 그런데 이제와 나를 가축 취급하는 여자에게 돌아가라고? 그럴 수는 없어.”

사정을 알고 있는 파이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아리에테를 덥석 껴안았다.

“나는 네가 살아있는 걸 알았으니 됐어. 하고 싶은 대로 해.”

울먹이던 아리에테도 결국 그녀를 끌어안아 버렸다.

“파이-!”

두 여자가 다시 서로를 얼싸안고 울기 시작했다. 캐롯이 중얼거렸다.

“아리에테에게 안기면 아플 텐데, 삐죽 튀어나온 곳이 많아서.”

“음.”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파이는 여관에 머물렀다가 다음날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면 잘못 봤다고 이야기할게요. 다른 사람이더라고.”

“고맙다.”

파이가 웃었다.

“돌아가신 가주님처럼 말하게 됐네? 전에는 사근사근한 아가씨 말투였는데.”

“어, 어어, 모, 모험가에게 그런 말투는 어울리지 않았다. 얕보는 사람들이 많았어.”

아리에테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팔짱을 하고 있던 크랭크가 말했다.

“밀린 이야기도 많으실 텐데, 저희 공방에 잠깐 다녀가시겠습니까? 여관도 믿을 만한 곳을 잡아드리겠습니다.”

“어, 그래도 상관없나?”

“멀리서 찾아오신 네 소꿉친구님을 바로 보내버릴 수는 없다.”

공방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별실을 나서려는데 로비에 마빈 길드 마스터가 내려와 있다가 그들을 돌아보고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아무 말 없이 배웅했다.

크랭크는 투구를 까딱이며 그의 배려에 감사했다.

그들이 충분히 멀어지자 마빈 길드 마스터가 탐욕스러운 얼굴로 웃기 시작했다.

“좋은 이야깃거리가 멈추질 않는군요! 크흐헤헤헤!”

머리가 아프다는 듯, 오리온이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아, 길드 마스터 제발, 왜 또 그러세요.”

“무슨 소리를! 모두 당신들 급여 주려고 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마론! 자료 수집을 서둘러 주세요! 사소한 것이라도 좋습니다!”

다른 운영직원과 함께 서 있던 마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공방에 도착한 파이는 내부를 보고 또 훌쩍이기 시작했다.

“이, 이런… 곳에서…… 지내는구나?”

“실례를! 나에겐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곳이다! 한때는 잘 곳이 없어서 노숙도 불사했었다!”

칙칙-!

압축공기로 몸의 먼지를 좀 털고 공방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각자 가져온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파이는 오도카니 서서 그들의 일상을 지켜보았다.

할 일을 마친 오토마톤들은 가지런히 놓인 의자에 앉아 대기했다. 의자에는 각자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걸 보고 파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건 마력 충전기인가요?”

“예. 매번 충전소에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 만들었습니다. 미리 충전해온 마력석을 연결해서 사용합니다. 사실 마력 발전기를 마련하고 싶었는데, 그건 가정용으로 쓰기에는 난점이 좀 많았습니다.”

“마력 발전기를요?”

파이가 굉장한 소리를 해대는 크랭크를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보고 있는데 캐롯이 나타났다.

“비켜, 비켜! 좁은데 길 막지 마! 소꿉친구!”

“엇, 예!”

“거기 서 있지 말고 여기에 앉아라.”

시온에게서 내려온 아리에테는 진짜 팔과 다리 같은 오토마톤 의수를 달고 걸어왔다. 그걸 보고 파이는 감격해버렸다.

“아리에테! 옛날 같아! 훨씬 보기 좋아!”

아리에테는 웃었다. 그녀는 오른팔을 떼어 보이며 말했다.

“정비 길드에서 실험용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일상생활용으로 사용하고 있지.”

파이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는 캐롯과 샤를이 준비했다. 그동안 파이는 차를 얻어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리에테의 출신, 가문, 가족사항, 기타 등등, 그리고 왜 모험가가 됐는지까지, 모든 것을 전해들은 크랭크는 아리에테를 쳐다보았다.

“이젤리아에서 망명한 군인이 리즈넷에서 귀족 작위를 받은 것이 가문의 시작인가. 그래서 이젤리아 글을 사용했었군.”

“돌아가신 아버님만 이젤리아 사람이고, 그 여자는 리즈넷 사람이다. 그냥 겉멋으로 그러는 거지. 허영이 많은 사람이야.”

“오오. 그런 사람 나도 많이 봤지. 자길 드러내기 좋아하고 뭔가 우월감을 빠져 사는.”

캐롯이 접시를 날라오며 말하자 아리에테가 그것을 받아 옆으로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아버님이 지병으로 돌아가시고, 딸밖엔 없는 우리 가문은 기울기 시작했지. 그 와중에 상인의 피를 가진 그 여자가 나서서 가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한 건 줄 아나?”

“어떻게?”

아리에테가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자기 딸들을 팔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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