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마녀공방! 86
공방으로 돌아가니 길드에 나갔었던 로테와 베누스가 복귀해있었다.
“퇴근했습니다.”
“내일도 새벽에 출근입니다.”
캐롯이 그들을 맞이하며 물었다.
“고생했어! 어디어디 갔다 왔었니?”
로테는 파티 석양의 칼잡이들과 함께 현상범을 잡으러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출발에서부터 정보수집, 자취추적, 진로예측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어느새 그 앞으로 찻잔을 든 투나와 팬케익 접시를 든 아리에테도 앉아서 이야기를 들었다.
“와, 생각보다 대단한 걸? 털보 모험단.”
“털보 모험단?”
“우리 시민 등록하러 갔을 때 길가에서 만났던 사람들이다. 다들 턱수염을 길렀었지.”
“오, 오옹. 기억나.”
로테가 덧붙였다.
“파티, 석양의 칼잡이들은 주로 현상범을 잡는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추적한 도망자의 경우엔 전투용 오토마톤을 데리고 있어서 저를 불렀습니다. 리즈넷 수도 부근에서 붙잡았습니다.”
“와! 수도까지 갔었어?”
“그들의 파티는 전용 자동마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캐롯의 눈이 휘동그래졌다.
“파, 파티 전용 자동마차!?”
“도망자들은 발 빠른 자들이 많아 추적을 위해 무리를 해서 구입했다고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하는 일이 범상치 않았기에 털보 모험단의 평가가 대폭 수정되었다. 다음으로는 베누스, 의자에 정자세로 앉은 베누스는 가까운 개척민 마을로 몬스터 토벌을 다녀왔었다.
“몰리 마법사단과 함께 했습니다. 주인님들과 친분이 있어서 다들 반겨 주시더군요.”
“거기 사람들 다들 괜찮은 친구들이지.”
최근에 이주를 시작한 개척민 마을 주변 몬스터를 정리하고 사람들의 전반적인 생활에 도움을 주고 왔다고 한다.
“도시 지원정책으로 이제 정기적으로 주변의 개척민 마을을 찾아가 순찰을 돌고 몬스터를 토벌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 집을 만들고, 우물을 파고, 아이들을 돌봤습니다.”
베누스가 전투복의 전술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것을 보여주었다. 그 손에 들려 나온 것은 말라버린 토끼풀 화관이었다.
“마을 아이들이 제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기뻤습니다.”
한 때 해적선에서 원망의 시선과 말을 들어오던 오토마톤은 이제 감사와 존경의 시선을 받았다.
베누스는 같은 말을 한 번 더 했다.
“기뻤습니다.”
“좋았겠네.”
고개를 돌린 베누스는 옆자리의 캐롯을 바라보았다. 표정이 없는 마스크지만 웃고 있지 않을까하고 다들 생각했다.
이튿날, 깨어난 크랭크는 정비 길드에서 사람이 찾아왔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침대에서 내려섰다.
“괜찮아?”
“걱정마라. 나는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
세상의 눈이 모두 녹은 완연한 봄날, 아리에테는 오토마톤 정비 길드에서 외골격 없이 움직이는 한 세트의 팔과 다리를 선물 받았다.
그것은 잘린 팔과 다리에 간단히 끼우는 방식으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유선으로 연결되었던 기존의 신경계 링크 기구를 무선 연결로 바꿔놓아서 목에 금속 링을 하나 차는 것만으로 팔다리에 명령을 전달할 수 있었다.
“어어···?!”
외골격 시온을 벗고 대신 정비 길드에서 만든 의수와 의족을 차고 일어선 아리에테가 놀라워했다.
마치 잘린 팔과 다리가 다시 돌아온 기분에 아리에테는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외골격 오토마톤 시온의 도움을 받아 두 다리로 일어섰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공방의 연구실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그녀를 보고 푸근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솜씨가 썩 마음에 드는지 무슈 길드 마스터가 턱수염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그건 전투용으로는 못써, 다만 이제 자네의 일상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어질 거야. 오토마톤 전투복 말고 이제 다른 옷들도 입을 수 있다네.”
눈물을 흘리면서 몸을 돌린 아리에테는 무슈 길드 마스터를 포함한 정비 길드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현했다.
그리고 크랭크와 캐롯, 시온을 바라본 아리에테는 두 팔을 벌려보았다.
반바지와 셔츠 차림의 그녀는 마치 긴 장갑과 양발을 신 듯 하얀색 팔다리를 붙인 채 울면서 웃고 있었다.
“봐라, 나는 원래 이런 몸이었다. 이런 모습이었다.”
“그래. 비율 좋은 몸을 하고 있구나. 예쁘다.”
“응! 이젠 완벽한 모습이야. 멋져, 아리에테.”
짝짝짝,
옆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이는 외골격 오토마톤 시온이었다.
“축하합니다. 아름답습니다. 아리에테.”
발걸음을 옮긴 아리에테는 외골격 오토마톤 시온을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그래도 너는 계속 나와 같은 몸이다. 나를 버리지 말아다오. 앞으로도 계속 내 팔과 다리가 되어다오. 나는 네가 필요하다.”
“알겠습니다.”
외골격 오토마톤은 벗겨놓고 보니 한층 기괴한 모습이었지만 둘의 모습만큼은 참 보기 좋았다.
그걸 가만히 보던 기사들이 수근 거리기 시작하더니 곧 열띤 토론으로 발전해버렸다.
“탑승형 오토마톤도 만들 수 있겠는데요?”
“오오!”
“이미 충분히 혼자서 잘 움직이는 하드스킨 오토마톤이 있는데 굳이 왜?”
“차라리 하드스킨에 이 원격 링크를 거는 거지!”
“의미를 모르겠네? 하드스킨을 바보로 만들어 뭐에 써?”
“뭐! 말 다했냐!?”
“탑승형 가즈아!”
“아니! 애초에 왜 전투에 이제 와서 인간이 개입해야 해요. 전자동으로 움직이는 전사가 있는데! 의미가 없다고!”
“그것이 사나이의 로망이기 때문이다!”
“로망이고 자시고 비효율이야! 비효율!”
기사들이 자기들끼리 꺅꺅꽥꽥 거리며 토론을 하고 있다. 어느새 그곳에 끼어있던 무슈 길드 마스터가 말한다.
“탑승형! 좋은 생각이다! 만들어보고 싶다! 내가 타고 조종하는 거지!”
탑승형 오토마톤을 주장하는 기사들의 얼굴로 화색이 돈다.
“길드 마스터!”
“오오! 영감님!”
두 주먹을 들고 급 흥분 했던 무슈 길드 마스터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하지만 이제 부터 바쁠 거야. 오토마톤 의수 만들어야 하니까. 그건 좀 있다가 해보자.”
크랭크도 토론의 장에 끼어들고 싶어 했지만 다리에 도끼눈을 한 캐롯이 달라붙어있어서 참아야 했다.
“이거 받게.”
크랭크에게 다가간 무슈 길드 마스터가 가죽 주머니를 내밀었다.
“복귀를 희망하는 은퇴 모험가들이 좀 되더군. 물론 수효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많이 팔리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모험가 녀석들의 부담은 크게 덜 거야.”
팔다리가 잘려도 대신 할 것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주머니 안에는 돈 대신 서류 한 장과 인증 마력석 하나가 들어 있었다.
“얼마 안 되지만 이번 달 치는 입금 되었으니 확인해봐.”
“감사합니다.”
가만히 크랭크를 올려다보던 무슈 길드 마스터가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이동식 계단을 가지고 왔다. 그 위에 올라서서 팔짱을 한 무슈 길드 마스터는 이제 크랭크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네놈, 모험가는 그만 두고 정비 기사가 될 생각은 없느냐?”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크랭크가 당황했지만 다리에 달라붙어 있던 캐롯은 오히려 반색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거 좋아! 나는 주인님이 오토마톤이나 고치면서 유유자적하게 살아가길 바라마지 않아! 모험은 우리가 나갈게! 넌 안전하게 살아줘!”
가만히 캐롯을 내려다보던 크랭크였지만 고개를 저었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럴 줄 알았어. 네 녀석은 아직 모험가의 눈을 하고 있거든? 어디 한 군데 크게 다치면 생각이 달라질게야. 그때 다시 보자고.”
크랭크는 대답 대신 투구를 숙여 손을 내밀어준 그에게 예의를 표시했다.
오토마톤 정비 길드를 나서서 크랭크의 곁을 함께 걷던 캐롯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나는 네가 오래 살아줬으면 좋겠어.”
“필멸자는 언젠가는 죽지. 나는 그 전에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해놓고 싶다.”
머리에 손을 올린 캐롯이 크랭크를 보다가 시선을 돌려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아리에테를 보았다.
“아리에테? 좀 어때?”
“괜찮다. 아주 좋아. 발걸음이 가볍군.”
“너 크랭크랑 결혼하지 않을래?”
철퍼덕?!
걷다가 말고 다리가 꼬인 아리에테가 넘어져버렸다. 곁에서 걷고 있던 시온이 그녀를 부축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아리에테가 어버버 하며 고개를 든다.
“나나나, 내, 내가? 크크크랭크랑?!”
“왜 싫어?”
“어으어···!!”
“캐롯, 그러지 마.”
크랭크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하자 캐롯이 베시시 웃는다.
“알았어. 무서운 표정 하지 마, 장난은 그만 둘게.”
어쩐지 무안해진 캐롯은 아하하 웃으며 후다닥 뛰어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캐롯에게서 고개를 돌린 크랭크는 이제 일어선 아리에테에게 말했다.
“아리에테.”
“어, 응! 뭐, 뭐냐!”
“임시지만 우리는 가족이다. 그러니 캐롯이 저러는 거에 흔들리지 마라. 그리고 걱정마라 넌 내 취향이 아니야.”
가만히 듣고 있던 아리에테의 얼굴이 다른 의미로 달아올랐다. 눈썹이 하늘을 찌를 것 같다.
두 팔을 들어 올린 그녀가 버럭 외친다.
“무, 무례하군! 나는 이래보여도 고향에선 천 년에 한 번 나올 미인 소리를 들었다! 오히려 네 취향은 대체 뭐냐!”
대답대신 재빨리 몸을 돌린 크랭크는 훅훅 거리는 숨을 쉬면서 뛰기 시작했다. 아리에테가 뒤쫓았지만 일상생활용이라서 달리기 속도가 그리 빠르지 못했다. 그래서 좀처럼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거기 서라! 이 변태근육양동이야!”
“하하! 저건 뭐야? 캐롯이랑 크랭크잖아? 그 여기사도 있네.”
“또 무슨 재미난 일이야?”
선투에 캐롯, 그 뒤를 크랭크, 그 뒤에 아리에테와 외골격의 시온이 도시의 거리를 뛰어다녔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걸 보고 웃거나 했다.
공방에 도착한 크랭크는 안쪽의 연구실에 앉아있던 안경 쓴 투나에게 주머니를 내밀었다.
“받아라. 네 것이다.”
“어, 어응?”
크랭크에게 이야기를 전해들은 투나가 인증 마력석을 살펴보며 웃는다.
“와, 새, 생활비가 들어오는 거네? 그, 그게 그렇게 요긴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이걸로 너는 조용하게 연구에 집중 할 수 있다. 아무튼 잊어버리지 마라.”
가죽 주머니를 손에 꼭 쥔 투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고마워, 크랭크.”
몸을 돌린 크랭크는 대답대신 오른손 엄지를 치켜세워주었다.
“크, 크랭···! 크읏···!”
기진맥진한 채 뒤늦게 공방에 도착한 아리에테는 시온에게 기대어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시온의 보조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체력으로 달린 것이라 속도도 빠르지 못하고 체력소모도 심했다.
“크랭크···! 그 취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눠보지 않겠나···!”
이빨을 드러낸 아리에테가 고개를 쳐들자 오다말고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졌던 캐롯이 색색의 솜사탕을 가득 들고 나타났다.
“워워, 진정해, 이거 먹고 화 풀어.”
캐롯이 씩씩거리는 아리에테에게 파란 솜사탕을 쥐어주었다. 숨을 몰아쉬면서도 그것을 받아든 아리에테는 크랭크를 보면서 으르렁 거렸지만 크랭크는 캐롯이 내미는 빨간 솜사탕으로 투구를 슬쩍 가렸다.
“자, 투나는 노란색.”
“오오오! 소, 솜사탕.”
캐롯은 샤를과 로테, 베누스에게도 솜사탕을 들려주었다.
“주인님 화 풀어주기 폭신폭신 솜사탕 대작전!”
“무, 뭐가?”
공방 안에 모두가 색색의 솜사탕을 하나씩 들고 있다가 캐롯의 알 수 없는 외침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투나는 눈을 반짝였다.
“포, 폭신폭신? 그게 뭐야? 흐흐흣···! 그, 근데 이거 참 보기 좋다. 오토마톤 인형병기에 솜사탕이라니, 잘 어울려.”
반면 솜사탕을 손에 들었지만 화가 풀리지 않은 아리에테는 삿대질을 해댔다. 정작 대상자는 별 신경쓰지 않은 투였지만,
“캐롯과 솜사탕을 봐서 그냥 넘어가주마!”
“음, 달다.”
솜사탕을 든 오토마톤들은 여전히 캐롯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로테가 말했다.
“캐롯, 우리는 오토마톤입니다.”
“맞아. 하지만 기분이라는 게 있잖아? 조물주의 흉내를 내보고 싶은 건 피조물의 본능이지 않겠어?”
샤를이 끼어든다.
“오늘 저녁의 장식으로 쓸 수 있겠군요. 아리에테가 좋아하는 팬케익에 올리겠습니다.”
“어, 으음, 그래."
솜사탕을 손에 든 아리에테가 좀 쑥스러워 했다. 그리고 정말로 저녁 식사의 팬케익에 솜사탕이 장식으로 올라와서 보는 그녀들을 흥분 시켰다.
"가, 가게에 내놓고 팔아도 되겠어."
"음! 색다르다. 맛있어."
소반을 든 샤를은 표정은 없었지만 즐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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