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마녀공방! 85
그로부터 수일 후, 크랭크는 드디어 마녀 고르곤을 찾아가 캐롯의 소프트 스킨을 다시 입히고 돌아왔다.
여기서 투나의 솜씨로 약간의 가공이 더해졌다.
“사, 살아있는 피부를 배양해서 만든 거라면, 자, 자가 재생 기능도 가지고 있지 않겠어? 그걸 좀 올려보는 거지.”
말끔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캐롯은 옷을 벗고 투나가 준비해놓은 목욕통으로 걸어갔다. 지켜보던 아리에테가 말했다.
“등에 그건 뭐지?”
캐롯의 날개 죽지 부분에는 긴 줄 같은 것이 좌우로 2개 그려져 있었다.
어김없이 침대에서 기절해 있는 크랭크를 대신해서 캐롯이 설명했다.
“전에 남부에서 물로 직접 마력엔진을 식혔던 것이 인상 깊었나봐. 다음에도 한계출력을 내야 할 때를 대비해서 분출구를 만들었데. 물을 마시면 여기로 증기를 뿜어내는 거지.”
“소프트 스킨으로 덮어버리면 빠져 나갈 틈이 없으니까 그런 거로군, 이제 명실상부한 여신의 인형이로구나.”
투나가 물었다.
“그, 나, 날개처럼 보인다는 그거지?”
“맞아! 굉장했다! 등으로 거대한 증기가 이렇게 뿜어져 나오는데···!”
흥분한 아리에테가 투나를 상대로 떠들어대기 시작 했고, 캐롯은 히히 웃더니 목욕통 안에 채워진 액체 안으로 몸을 뉘여 완전히 가라앉았다.
수면 위에서 투나가 손가락을 한 개 드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좀 둔하지만 목소리도 들린다.
“···1시간 있어야 해.”
물속의 캐롯은 대답대신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씩 웃어보였다.
이튿날 크랭크가 정신을 차렸을 때, 캐롯은 칼을 들고 와서는 자해를 선보였다. 침대에 누워 스프가 담긴 머그컵을 잡고 있던 크랭크는 눈살을 찌푸렸다가 뒤이어 일어나는 일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 몸을 일으켜 세우려 버둥거렸다.
“뭐···!? 뭘 어, 어떻게 한 거야? 투나!”
“으이헤헤헤! 아, 안 가르쳐 줄 건데? 안 가르쳐 줄 건데에~!”
투나의 유치스러운 놀림에 크랭크가 급분노했다. 몸을 침대 밖으로 거의 내놓은 그를 말리기 위해 캐롯이 달라붙어 소리를 빽 질렀다.
“진정해 이 미친 공돌이야! 다시 들어가! 침대에서 나오지 말라고!”
투구를 돌린 크랭크는 등을 떠미는 캐롯의 손을 붙잡아서 그것을 면밀히 살폈다. 그은 상처는 남았지만 그것마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럴 수가! 투나! 우엌···! 쿨럭쿨럭-!”
“아! 정말, 실수했어! 이 진심 병끼 공돌이 눈앞에서 괜히 신기한 걸 보여줬어!"
찰싹찰싹!
기침을 해대는 크랭크의 등짝을 두들긴 캐롯은 힘껏 그를 침대로 떠밀었다. 엉덩이를 들어 올린 채 엎어져서 숨을 고른 크랭크는 자신의 커다란 엉덩이를 감상 중인 투나를 발견했다.
침대에 박은 투구 속의 두 눈에는 핏발이 돋아 있었다.
“···어떻게 한 거냐? 저게 뭐야.”
어느새 줄자를 가져온 투나는 크랭크의 엉덩이 폭을 재어보며 대답했다. 옆에서 팔짱을 낀 아리에테가 흥미롭게 그녀의 작업을 구경하다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프흡!”
“으흐흐! 가, 간단하게 소프트 스킨의 자가 재생력을 높인 거지. 하지만 마, 만능은 아냐. 온몸에 미리 포션을 발라두는 격이지. 주기적으로 약품 재처리를 해야 해.”
“훌륭하다. 너는 내 생명력을 늘렸어. 고르곤에게 찾아가는 빈도가 줄 것 같아. 다행이야···.”
그렇게 크랭크는 엉덩이를 들어 올린 거창한 자세로 침대에서 다시 기절했다. 아리에테가 물었다.
“대체 거기서 뭘 당하고 오는 거기에 이렇기 기력이 떨어진 거지?”
“우리 어린이들은 몰라도 돼. 그리고 마녀에게 입은 피해는 드래곤의 그것과 같아, 그냥 자연재해로 치부하는 게 속편해.”
두 어린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뭔가 기억났다는 듯 캐롯이 손바닥을 부딪치더니 크랭크의 자켓에서 편지 한 장을 가져왔다.
“이거 네게 갖다 주래.”
“으오오! 답장! 그 살아있는 연금술사의 산 역사에게 답장이 왔어!”
두 손으로 그것을 받쳐 올리며 감격해하던 투나는 편지를 소중히 가슴에 안고 호다닥 자신의 연구실로 향했다.
“혼자서 읽고 싶은 가보지 냅둬.”
“음. 그러고 보니 너희들 없을 때 정비 길드에서 다녀갔었다. 의수가 완성되었다고 시간나면 오라던데.”
“오우! 좋네! 아, 그런데···.”
캐롯과 아리에테는 엉덩이를 치켜들고 곯아떨어진 크랭크를 보았다가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건 저게 멀쩡해지면 가자.”
“음, 나도 혼자 가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베누스랑 로테는 어디 갔어?”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샤를이 대답했다.
“의뢰가 들어와서 어제부터 길드로 출근했습니다.”
“오! 오오! 일거리가 들어왔구나. 좋아! 아주 좋아!”
환호하는 캐롯을 보고 아리에테가 샤를을 돌아보았다.
“너도 가끔은 나가보는 것이 어떠냐? 혼자서 집만 지키는 것보다는···.”
“저 같은 오토마톤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리에테, 제 임무는 당신들을 돌보는 것입니다. 저는 그 걸로도 충분합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표정의 아리에테가 입을 살짝 벌리고 전투복 위에 크랭크의 작업용 가죽 앞치마를 걸친 샤를을 보았다. 그러다가 황급히 캐롯과 눈을 맞췄다.
“그런가? 이건 샤를을 생각하는 그저 내 바람일 뿐인가?”
“괜찮아. 아리에테, 애초에 인간답다 라는 말은 불완전함을 가지고 완전함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너희들에게서 나온 말이니까. 넌 지금 충분히 인간다워. 그 증거로 집구석에만 있게된 샤를을 가엽게 여겨 그 미래를 걱정하고 너 나름대로 비젼을 제시했지."
아리에테는 혼란스러웠다. 오토마톤에게 인간다움에 대해서 설교를 듣는 날이 올 줄이야.
“너희들을 만난 것은 내 인생의 크나큰 축복일지도 모른···.”
“끼위에에에에에엑!!! 코오어엌!? 콜록콜록···!”
편지를 들어 올리고 괴성을 지르다가 사례가 들려 기침을 해대는 투나를 보고 샤를이 걸어갔다.
그리고는 투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캐롯이 그 모습을 보면서 아리에테를 올려다보았다.
“앞으로 샤를엄마 말 잘 들어야해? 아리에테 어린이.”
“아니, 너무하는 군. 여긴 보육원인가? 어린이라니, 픕! 큭큭큭···!”
뭐가 웃긴지 알 수 없으나 아리에테가 그만 웃어버렸다. 최근 아리에테는 이상하게 기분 좋은 날이 많아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를 생각해주는 인격체들에게 둘러쌓여 있다는 것이 이리도 마음 편한 것일 줄이야.
투나에게 총총 걸어간 캐롯이 물었다.
“뭐야? 너도 러브레터 받았어?”
“아, 아니야. 내가 꽤 마음에 든데. 한 번 만나보고 싶으니 가게로 와보라는데?”
“가게? 무슨 가게? 그 방구석 폐인이 가게를 냈다고? 어디에?”
크랭크의 간호는 샤를에게 맡기고 편지에 쓰인 주소로 찾아갔다.
마녀공방, 아르곤 방주도시 1번가 112번지.
“크엉컹! 이게 뭐야! 케이트?!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
상가건물이 밀집한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가게였다. 원래 길거리 간식을 파는 곳이었는지 커다란 판매용 창문도 하나 붙어 있었다.
안쪽에서 물건을 정리하던 안경 쓴 메이드가 고개를 돌리더니 방긋 웃는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그들을 맞이했다.
작은 테이블에 모여 앉은 그녀들에게 케이트가 차를 대접했다. 투나와 아리에테가 찻잔을 들어 마시는 동안 캐롯은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의 잔을 내려다보았다.
손을 흔들어 향을 잠깐 음미해본 캐롯이 곧 눈썹을 곧추세우고는 맞은편에 앉아있는 고르곤의 메이드 케이트를 노려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잔을 내린 케이트가 방긋 웃으며 이리된 사정을 설명했다. 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 역시 영주님. 확실히 수습하려고 노력 하셨어.”
“그걸 당신이 해결 해버렸죠. 놀라운 솜씨였어요.”
“에, 에헤헤. 치, 칭찬이세요.”
몸을 베베꼬며 투나가 쑥스러워 했다. 그걸 보고 아리에테가 조금 놀라워했다. 투나의 대인공포증이 좀 나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고개를 쳐들고 먼 곳을 바라보던 케이트가 고개를 좀 숙이더니 다시 들었다. 이전의 차분한 표정은 사라지고 약간 장난스러움이 묻어나는 얼굴이 되었다.
“안녕? 네가 그 투나구나. 반가워.”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고개를 돌린 그녀는 아리에테를 보고는 놀라워했다.
“네가 그 사지절단 된 여기사지? 굉장한 걸? 팔 다리 어떻게 해놓은 거야?”
“갑자기 뭐···.”
케이트가 음흉하게 웃는다. 캐롯이 아는 케이트는 절대로 저렇게 웃지 않는다. 소스라치게 놀란 캐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만, 이게 말이 되는 거야? 고르곤? 고르곤이야?”
대답대신 케이트에게 링크된 고르곤이 호호 웃었다. 옆에서 듣다가 놀란 투나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그녀를 보았다.
“다시 소개할게. 지금 나는 현자 고르곤이야. 보통은 마녀 고르곤이라고도 부르지. 이 케이트에게 링크로 연결했어. 네가 투나, 그리고 네가 아리에테. 캐롯은 며칠 전에 봤지?”
작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앉은 세 사람? 이 다채로운 표정을 했다. 캐롯이 손가락을 들어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전에 말해줘. 더 놀라게 할 거리가 남았어?”
“아니, 오늘은 요정도만 해두려고, 앞으로도 많이 놀려먹으려면 아껴둬야지.”
“캬오옹! 이 마녀가!”
성난 고양이 마냥 두 손을 들어 올린 캐롯이 성깔을 부렸다. 입을 가리고 후후훗 웃어댄 케이트가 투나를 지긋이 보고는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 그냥 실물 한 번 보고 싶었어. 투나.”
“호, 호곡! 저, 저 같은 걸 기억해주셔서 감사···!”
투나가 양손으로 케이트의 손을 마주 잡으며 감격에 겨워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캐롯은 가게 안을 구경했다. 아리에테도 잠시 앉아 있다가 캐롯의 부름에 다가갔다.
“히에엑?! 포션 하나에 600만 리즈야?”
“저번에 남부에서 사서 사용한 급속 힐링포션도 300만 리즈였는데. 이건 굉장한 가격이로군.”
고개를 돌린 고르곤이 웃었다.
“그것도 급속 힐링포션이야.”
“근데 왜 이렇게 비싸?”
“멋쟁이 영주님이 꼼수를 쓰셨지. 하지만 효과는 발군! 사랑의 묘약에서부터 힐링포션! 스크롤! 어지간한 마법물품은 다 취급합니다! 와주세요!”
자리에서 일어나 신나게 광고를 하던 그녀는 마지막은 판매 창문 바깥으로 몸을 내밀고 외쳤다. 지나던 사람들이 돌아보긴 했지만 관심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악랄하기까지 한 가격은 모험가들마저도 쫓아낼 정도였다.
“동네 부인들만 가끔 수다 떨러 오는 참이야. 이참에 카페로 개업하는 게 좋겠어.”
잘록한 허리에 두 손을 올린 고르곤이 매서운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투나가 선반의 물건을 보고 코를 벌렁거리며 다가왔다.
“저, 사, 사, 사랑의 묘약은 얼마죠?”
“뭐? 투나! 너 그거 크랭크에게 먹이려고 그러는 거지!?”
“으히히!”
신나하는 투나와 근처에서 귀가 솔깃해진 아리에테였지만 가격을 듣고 포기했다. 고르곤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특별재제 품목으로 영주님과의 개인 면담 후 허가 시 3억 리즈.”
“아주 한 놈만 걸려라는 식인데? 영주님 개인 면담은 또 뭐야?”
웃는 얼굴로 입술을 좀 떨어댄 그녀는 다시 몸을 돌리더니 판매 창문 바깥으로 상체를 내밀고 예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영주님! 미워요! 이 못된 사람! 세금을 원가의 5배로 때리는 게 어디 있어요! 장사가 안되잖아욧!”
마녀의 약이 시중에 풀리게 됐을 경우 일어날 재난을 염두에 둔 영주의 선경지명에 캐롯은 감탄했다. 반면에 투나와 아리에테가 포션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세금만 아니면 시세보다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품목은 그래도 비쌌지만,
“사랑의 묘약이라니, 이거 효과는 있는 겁니까?”
엄청 대단한 마녀라는 거 때문에 의식적으로 존대를 붙인 아리에테가 사랑의 묘약이라는 병을 쳐다보았다. 순식간에 그녀의 옆에 나타난 고르곤이 녹아드는 목소리로 귓가에 키스를 덧붙여 속삭였다. 쪽,
“···네가 한번 마셔볼래?”
“으흐그윽?!”
깜짝 놀란 아리에테가 붉게 달아오른 귀를 붙잡고 후다닥 물러섰다. 반면 고르곤은 손으로 가슴을 짚으며 엄숙하게 말했다.
“이 시대 최고의 연금술사이며 현자이자 마녀인 고르곤의 그 위명을 걸고 말하지. 먹이면 그 사람의 하트는 네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영주님이 판매를 허가치 않으시는 군, 안타깝도다. 너희 모두를 난잡한 사랑의 포로로 만들 수 있는 명약이거늘.”
이 사람 뭔가 위험해!
눈빛이 흔들린 아리에테가 고르곤에게 경계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투나의 생각은 달랐다.
“삼, 3억 리즈! 3억!”
“투나투나, 진정해. 영주님 개인 상담이라잖아. 애초에 팔게 내버려둘 물건이 아니라고.”
“하, 하지만 실물은 여기에 있어! 가, 가능성의 꽃을 피울 수 있어.”
달아오른 얼굴로 보라색 유리병을 바라보며 투나가 흥분했지만 캐롯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인생 상담도 겸하고 있으니 사는 게 고달프면 언제든 찾아오렴~!”
문가에 서서 손을 흔드는 고르곤을 보면서 골목길을 나서던 캐롯이 마주 손을 흔들었다.
“가여운 마녀 같으니, 쓸쓸하고 심심했나봐.”
“혼자 살아?”
“메이드랑 같이 살고는 있는데. 저걸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 아, 맞다. 너희들 잘 들어.”
아리에테와 투나가 고개를 돌린다. 캐롯이 허리를 숙이고 손가락을 흔들며 그녀들을 올려다보았다.
“고르곤은 자기 흥미가 최우선인 약간 위험한 마녀이니까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해요. 알겠지요? 두 어린이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아리에테와 투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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