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감기약 만들기! 69
아르곤 북서쪽에 위치한 마왕군 접경지 휴전선 마을은 건너편 마족령과의 휴전선을 유지하는 준군사 집단의 가족들과 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 위한 상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곳으로 굳이 따지자면 국경선 마을 같은 곳이다.
나라에서는 마왕군과 마왕령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식 국경수비대는 주둔하지 않았고, 다만 근처 도시에서 정기적으로 경비병을 파견하거나 모험가를 지원받아 휴전선의 경계 임무를 맡겼다.
하지만 뒤로는 자금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 휴전선 건너편 마왕령에도 비슷한 역할의 마왕군 경비대와 마을이 하나 있었다.
뽀드득···!
휴전선 야간 경계 근무를 마친 모르핀은 바로 휴식처로 돌아가지 않고 눈이 깔린 대로를 누비고 다니며 마을에 아이들이 있는 집을 하나씩 방문했다.
쾅쾅-!
“모르핀? 근무표 안 봤어? 나는 휴가야.”
“교대 때문에 온 거 아냐. 호비는 어디 있어?”
“지금 아파서 침대에···.”
틀어 올린 머리카락 사이로 뿔이 달린 여자 마족에게 수심이 피어오르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를 밀어내고 안으로 들어선 모르핀은 방안 저쪽 침대에 누워있는 조그만 소녀에게 다가갔다.
“으으윽···! 아윽···!”
머리에 달린 뿔만 제외한다면 10살 내외의 인간 소녀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자, 호비, 약 먹자.”
아이를 일으킨 모르핀은 호비의 입에 알약을 재빨리 털어 넣고 그 작은 코를 붙잡았다.
“읍읍-!”
꿀꺽···!
목 넘김을 확인하고 손을 풀어주자 기침을 좀 하던 소녀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울상을 지었다.
“어, 엄마···! 머리가 아파···! 으으윽···!”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녀의 얼굴이 갑자기 펴졌다.
“어?”
“아직 아파?”
“안 아파! 이제 머리 안 아파! 모르핀 나 머리 안 아파!”
침대에 앉은 호비가 땀에 젖은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밝게 웃는다. 고양이 눈웃음과 상어이빨을 드러낸 모르핀이 손에 든 알약 몇 개를 걱정스레 서 있는 아이 엄마에게 내민다.
“아파하면 또 먹여.”
마족 엄마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그걸 두 손으로 받았다.
“정말, 정말 고마워! 그런데 약은 어디서 난 거야? 보급은 아직···.”
“출처는 묻지 마, 결과만 좋으면 되잖아?”
모르핀은 웃기만 했다. 그래서 호비의 엄마도 따로 묻지 않았다.
“모르핀, 나는 언제까지 아파야해?”
눈치 빠른 마족 소녀 호비가 시무룩하게 묻는다. 모르핀이 대답했다.
“나는 3달 아팠어. 뿔이 빠져야 진짜 어른이 되는 거란다? 호비는 참을 수 있지?”
“3달은 몇 밤 자면 돼?”
대답 대신 빙그레 웃으며 꼬마 마족 호비의 머리를 좀 쓰다듬어 주고 몸을 돌린 모르핀은 눈길을 헤치고 자신의 숙소로 돌아왔다. 겨우 비와 바람만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장소였다.
“우리는 친해질 필요는 없지만 서로 가까이 할 필요는 있어. 그렇게 생각해.”
모르핀이 바라보는 책상 위의 유리병에는 아직 절반 정도의 약이 남아 있었다.
같은 시간,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아르곤으로 들어선 비타와 지오는 피곤과 싸우고 있었다.
“아으아아···. 피, 피곤해···.”
“철야는 힘드네.”
마차를 아무렇게나 세워두고 공방으로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투나가 달려왔다.
“으어어엇! 어, 어떻게 됐어?!”
샤를이 주머니에서 조그만 양의 뿔 같은 것을 꺼냈다. 뿔을 받아든 투나는 숭고한 표정으로 그걸 두 손으로 받쳐 올렸다.
“마, 마족의 뿔! 이걸로 촉매가 주, 준비 됐어!”
“촉매요? 약이 아니고 촉매로 써요?”
“그, 그렇지. 이게 있어야 혀, 형질을 바꿀 수 있어. 마족은 어땠어? 야, 약은 괜찮다고 해?”
비타는 거기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투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져온 뿔을 이미 뭔가 알 수 없는 것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대형 솥에 휙 던져 넣었다.
“사, 사이가 안 좋은 집단이라고 해도, 개개인의 생각이 다, 다 같을 수는 어, 없거든? 그 틈새를 비집고 교, 교류는 오고가지. 하지만 공공연히 마, 마족이랑 친분이 있다고 떠들지 마. 잡혀가.”
“저, 질문이 있습니다.”
투나가 고개를 돌린다. 지오가 말했다.
“그 약은 뭐였습니까? 뭔가 대단히 고마워하는 눈치였거든요.”
좀 생각하던 투나가 입을 열었다.
“가, 같은 약이라고해도 생물에 따라 전혀 다,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어. 그, 그것만 알려줄게. 너, 너희들의 입은 너희들의 의지와 다, 다르게 움직이거든?”
비타는 다짐했다. 가급적 투나와 친해져야겠다고,
배울 점이 많아. 좀 무섭지만,
의뢰를 성공리에 마친 지오와 비타가 돌아가려 했지만 투나가 잡았다.
“좀 기, 기다렸다가 약 가져가. 이, 이제 곧 완성이야.”
“정말요!”
기다리는 동안 샤를이 간단한 식사와 차를 내어왔고, 비타는 쉴 새 없이 재잘거리며 투나를 즐겁게 했다.
커다란 솥에 막대를 집어넣어 젖고 졸인 액체를 알 수 없는 가루와 섞는 등의 복잡한 공정을 거쳐 대량의 알약이 완성되었다.
“가져가서 먹여. 하, 한 알이면 돼.”
“한 알이면 되는데 너무 많이 만든 거 아니에요?”
투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내 계산이 마, 맞다면 더 만들어야 될 수도 있어.”
이틀 뒤, 영주의 집무실,
매주 도시 내의 수장들이 모여서 다과회를 가장한 회의를 하는데 몇 사람이 결석했다.
“마빈 길드 마스터가 감기라고요? 제1경비대장도?”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지금 신성 치료와 약을 처방 받고 쉬고 있습니다.”
꼿꼿한 집사장이 여상스럽게 대답했다. 영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두 사람 다 한 번도 크게 아픈 적이 없었는데 안타깝군요.”
“감기 정도야 흔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보다 제1경비대장을 대신해서 흑마도사 잔당 소탕을 나간 모험가들의 중간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영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가져온 보고서를 참고하며 파본 제2경비대장이 발언을 시작했다.
그리고 수일 후, 제2경비대장과 집사장도 감기로 드러누워 버렸다.
영주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을 때는 도시 시민들의 4분의 1이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불찰입니다. 지금 즉시 도시 중앙 병원장과 신관장을 불러주세요. 아니, 내가 직접 가겠습니다.”
영주가 찾아간 병원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수의 감기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었다.
“전부 감기환자 입니까?”
“걱정 마십시오. 영주님, 신성치료와 약을 처방하면 나을 수 있습니다.”
신관장도 병원에서 만날 수 있었다. 데오 아르곤 영주는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을 지원하는 방법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해드리겠습니다.”
“말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오히려 빨리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주님까지 걸리시면 안 됩니다.”
어렸을 적 영주의 가정교사를 맡았던 적이 있는 신관장의 말에 영주는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그들을 좀 치하해주고는 성으로 돌아갔다.
백발에 흰 수염을 늘어뜨린 근엄한 신관장이 비슷한 연배의 병원장을 돌아보았다.
“이상하지? 분명 증상은 감기인데, 잘 떨어지지가 않아. 살다보니 별 일을 다 겪는 군.”
“아직까지 사망자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올해 감기는 아주 독한 녀석이군요.”
아직 사망자가 없는 이유는 신관들의 그 압도적인 신성치료 때문이라는 것을 이들은 알지 못했다.
저택으로 돌아온 데오 영주가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전 백작이 책상에 앉아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더군. 어떻더냐?”
“생각보다 많은 수가···.”
데오 아르곤 영주는 말을 잊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깍지 낀 손으로 그를 바라보던 전 백작이 허리를 펴고 의자에 기대어 앉으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병원장과 신관장에게만 맡겨 둘 수는 없다. 그 마녀에게 연락해보도록 해라.”
“고르곤 말입니까?”
데오 아르곤 영주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전 백작 이온 아르곤은 애연가였다. 두꺼운 시거를 꺼내 커터로 끝을 자르고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팅-!
뚜껑을 열자 푸른 마력석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담배를 들이대고 몇 번 연기를 빨아들여 불씨를 당긴 그가 익숙하게 라이터를 갈무리하고 긴 연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대체로 마녀는 변덕스럽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빚을 만들어줘도 좋다. 어차피 우리 곁에 두기로 한 이상 필요하면 써먹어야지. 그쪽도 그리 생각할거다.”
잠깐 생각하던 데오 영주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메이드 케이트를 불러주세요.”
잠시 후, 메이드 케이트가 들어섰다. 마녀 고르곤의 메이드인 바로 그 케이트였다.
“부르셨습니까?”
짧게 심호흡을 한 데오 영주가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케이트, 현자 고르곤을 불러주십시오.”
치맛자락을 잡고 살짝 무릎을 굽힌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 얼굴에 장난스러움이 살짝 번졌다.
“왜요?”
집무실에 잠시 정적이 있은 후 자리에 앉아 담배를 물고 있던 이온 아르곤이 씩 웃는다.
“대단하군. 그야말로 통신이지 않은가, 안녕하시오. 고르곤.”
“오랜만이에요. 영감님, 아직 정정하시네요? 우리 영주님도.”
케이트에게 링크된 고르곤이 팔짱을 하고 슬며시 웃는다.
“그래서 왜 불렀어요? 뭔가 급한 일이겠지? 비상 연락을 쓴 걸 보면.”
데오 아르곤 영주가 상황을 설명했다. 케이트에 링크된 고르곤이 고개를 흔들었다.
“혹시 내가 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답해 주십시오. 불가침 맹약은 유효합니까?”
그녀가 웃는다.
“당연하죠. 내가 불순한 마음을 먹었으면 이미 나는 소멸했어요. 이 케이트가 아직 여기에 있다는 게 그 증거지요.”
고개를 끄덕인 데오 영주가 말했다.
“그렇다면 현 상황을 타파할 도움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감기약이라도 만들어 드려야 할까요?”
“그러길 희망합니다.”
고르곤이 웃는다.
“뭘 줄래요?”
“뭘 원하십니까?”
영주가 고개를 약간 숙이고 도전적인 시선으로 물었다. 하지만 고르곤의 요구는 소박했다.
“정말 그걸로 좋겠습니까?”
“물론, 요즘 심심하던 차였으니까. 세금도 착실히 낼게요.”
영주가 고개를 돌리고 자리에 앉은 이온 아르곤을 보았다. 담배를 크게 빨아들이며 드래곤 처럼 연기를 뿜어내던 그가 말했다.
“영주는 너다. 모든 것이 네 판단이고 네 책임이다. 지금의 나에겐 잔소리 정도만 허락 됐을 뿐이지.”
고개를 끄덕인 데오 아르곤 영주가 현자 고르곤과 손을 잡았다.
“부탁합시다.”
“감기환자 한 명을 이쪽으로 보내줘요. 증상부터 봐야겠어요.”
“투나!”
공방으로 달려온 비타가 숨을 몰아쉬면서 외쳤다.
“일 났어요! 지금 도시에 감기 환자가-!”
공방 작업장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샤를이 따라주는 차에 에밀리아가 구워준 크로와상을 씹으며 우아하면서도 한가로운 티타임을 즐기고 있던 투나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으히히, 지금부터 반격이야.”
독감이 유행하는 아르곤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7번가 시장의 약방에서 파는 감기약이 이번 독감에 직효라는,
“감기약! 감기약 좀 줘!”
“나도! 10개 필요해!”
“그러니까! 줄을! 줄을 서라고!”
새벽부터 찾아와 문들 두드리는 통에 결국 참지 못한 약방 여주인이 폭발했다.
신전의 신관이 행사하는 신성 치료는 거의 모든 병과 상처에 강력한 치료 능력을 발휘한다. 능력을 넘어서 권능 수준이다.
하지만 신성 치료에는 많은 기부금이 든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아프면 약방이나 병원을 먼저 찾는다. 간단한 병에는 약도 충분히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방은 자체적으로 직접 약을 만들기도 했지만, 일반 가정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것이라도 효과만 좋으면 가져다 팔아주곤 했다.
7번가 시장에서 영업 중인 메리카는 얼마 전 은색 머리카락의 오토마톤이 가져온 감기약을 가게에 들이고 이틀 만에 폭동을 겪게 되었다.
“줄서 줄! 경비병 부를 거야!”
“그걸 왜 당신만 팔아! 다른 곳에서도 좀 팔게 해! 아르곤 사람들이 다 몰려오잖아!”
왜냐하면 욕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급기야 소문을 들은 시청과 경비대에서도 찾아와 판매처 분산을 요청했다.
“그럴 참이었어요. 정말! 약방 장사 10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이 약은 누가 만든 겁니까?”
“어떤 오토마톤이 가져왔었어. 아, 이름은 밝히지 말라고 했었지.”
경비병 하나가 얼굴을 굳혔다.
“지금 그럴 상황이···!”
함께 온 선임 경비병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런 건 나중에 알아도 돼. 메리카, 우리는 그 약이 필요합니다. 아르곤에 등록된 모든 약방에서 이 감기약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대량 생산을 요청하십시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아르곤의 모든 재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당장 얼굴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는다면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담뱃대를 물고 연기를 피워 물던 풍만한 여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말해 둘게. 지금 가지고 있는 재고라도 일단 가져가겠어? 돈은 받을 거지만.”
“얼마나 됩니까?”
경비병들은 약방 안에 쌓여있던 알약 자루를 옮겼다. 그것들은 주변 약방들로 옮겨져서 판매를 시작했다.
막 완성된 감기약을 가져온 샤를이 약방 주인에게 이야기를 듣고 급히 공방으로 달려갔다.
“정말? 모든 재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샤를이 고개를 끄덕이자 투나가 으히히 웃더니 종이에 필요한 물건을 적어서 내밀었다.
“이걸 가져다 줘.”
샤를은 다시 약방으로 달려가 메모장을 전했다.
“어머나, 글씨가 참 예쁘네.”
글을 죽 읽어 들인 약방 주인 메리카가 말했다.
“2시간 뒤에 다시 오렴.”
약속대로 2시간 뒤 찾아간 약방 앞에는 재료가 가득한 수레가 준비되어 있었다. 샤를은 그걸 끌고 공방으로 돌아갔고, 투나는 환호를 지르며 작업하다가 말고 외쳤다.
“사람 손이 더 필요해! 그 애들 좀 불러와줘!”
투나가 준 약으로 감기를 떨쳐내고 늦었지만 휴전선 마을로 갈 준비를 하던 비타와 지오, 보리스, 코비는 마차의 방향을 크랭크의 공방으로 돌렸다.
“돈 받고 싶으면 도와줘!”
보리스와 코비가 당황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시키는 대로 해요! 투나 뭘 하면 되는데요?”
투나는 솥 안에서 끓고 있는 재료를 휘휘 저으며 외쳤다.
“비타와 지오는 재료 손질! 키 큰 애는 수레에 담긴 재료를 공방으로 옮겨! 그리고 머리카락 긴 애는 빵집에 가서 빵 좀 사와! 배가 고파!”
너무 급해서 그런 것인지 투나가 말을 더듬지 않았다. 보리스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으나 일단 시키는 대로 빵집으로 달려갔다.
딸랑-!
“어서오세요.”
투나의 약을 먹고 건강한 모습이 된 에밀리가 웃으면서 일어났고, 보리스는 얼굴이 붉어져 버렸다.
“이히히히히! 내 약이 사람을 살리고 있어! 이히히히히!”
눈이 맛이 간 투나가 마녀처럼 웃으며 막대로 솥을 휘젓고 있다. 자루를 옮기다가 우연히 솥 안의 모습을 본 코비가 기겁했다.
“으윽?! 내가 먹은 약이 이렇게 만든 거였어?”
“재료가 뭐든 간에 몸이 나았으니 상관없잖아요! 따지지 말고 어서 이거나 좀 까요!”
비타의 성화에 코비가 머리를 흔들며 공방의 바닥에 앉아서 약초를 다듬기 시작했다.
“빵 사왔어! 어, 그리고!”
“도와드리러 왔어요.”
잔뜩 긴장한 보리스와 함께 빵집 소녀 에밀리아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공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오으! 에미리!”
다음날, 20자루가 넘는 감기약이 수레에 담겨져 약방 앞에 세워졌다. 약방 주인 메리카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경비대원들은 이 확실한 대답에 반가워했다.
“이걸 주변 약방으로 나눠서 옮긴다! 서둘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