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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65화 (65/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겨울 사냥! 65

남부와 북부의 모험가들이 합심해서 미스트에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를 1시간 만에 모조리 때려잡았다.

“생각보다 많이 안 들었네?”

“1만 평방미터 급 미스트니까. 이 정도가 딱 좋다. 몬스터를 옮기자.”

이번 미스트에서 당근 타이거즈가 잡은 것은 오우거 1마리, 왕사마귀 2마리였다. 왕사마귀 1마리는 추위에 빌빌 거리는 것을 거의 줍다시피 했다.

사냥이 끝나자 마을에서 수레꾼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여기! 아저씨!”

대형 4두마차를 끌고 온 사내가 캐롯의 손짓을 보고 다가왔다.

“오오! 오우거가 참 실하군요! 옮기시겠습니까? 도축장까지 30만 리즈입니다.”

다들 크랭크를 보았다.

“좀 비싼 게 아닌가?”

“지금 우린 이걸 옮길 수단이 없어. 30만 갑시다. 파티 이름은 당근 타이거즈, 길드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마차를 끌고 온 사내는 허허 웃으며 수레를 열고 오우거의 다리에 밧줄을 걸어 마력 모터가 달린 크레인으로 당겼다.

“와, 도와줘야 하나 싶었는데 손쉽네?”

“원래 배에서 쓰는 장치지요. 이런 괴물은 사람 손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오우거에 사마귀 두 마리까지 배달료만 40만 리즈를 지급하고 수레꾼을 돌려보낸 크랭크는 이제 다른 모험가들과 함께 전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경비대의 자동장갑차량과 함께 움직이며 꽤 멀리까지 나와서 1차 방어선을 구축했다.

“전선을 점점 넓히는 거다. 도시 시민들 입장에서도 성문 바로 앞에서 이러면 불안하니까.”

“오오!”

크랭크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좀 쉬었다가 한 바퀴 돌도록 하자. 둘 다 신호탄은 준비됐지?”

“물론!”

캐롯과 로테는 주머니가 달린 복대를 차고 있었는데, 그 주머니 안에 막대형 신호탄이 들어 있었다.

“통신 규제 때문에 원시적이지만 어쩔 수 없다.”

남부의 겨울 사냥에 참가한 파티에는 엘프나 드워프도 가끔 보였다. 크랭크는 저쪽 파티의 엘프 여자를 흘깃 쳐다보았지만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우리 파티는 노란색이지?”

“맞다. 할당 받은 지역은 저 산 부근이다. 할당 지역을 넘어서면 색깔이 섞이니까 조심하도록 해.”

“알았어! 올해는 많이 벌어보자!”

잠시 휴식 후, 모험가들의 개별 사냥이 시작되었다.

“하하하! 너희들은 겨울잠도 안자니!?”

숲속을 걷던 캐롯이 접이식 도끼를 펴들고 덤벼든다. 상대는 남부에서 흔히 보던 머리 셋 달린 늑대로, 모피가 고급 방한구로 사용된다.

“캥-!”

원체 빨라서 잡는데 애먹었지만 캐롯은 늑대 사냥에 성공하고 신호탄을 쏴 올렸다. 잠시 후 크랭크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걸 1차 방어선이 구축된 곳으로 끌고 가서 모아두면 정기적으로 수레꾼이 나와서 가져가는 식이다.

“나도 가고 싶다!”

“그럼 사냥감은 누가 지키나? 에리스?”

신관의 경우엔 일단 파티에 소속되어져 있긴 하지만 이런 대규모 몬스터 사냥에서는 파티 구분 없이 다친 사람을 치료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소정의 기부금을 받는 것이다.

물론 우선권은 소속 파티에 있지만,

“하하하! 그러지 말고 여기사님도 보내드리지 그러시오?”

“맞소! 그래야 우리도 먹고 살지! 당신네 파티에서는 서포터 안 쓰시오?”

이번엔 크랭크가 당황했다.

매년 캐롯과 둘이서만 참가했기 때문에 사냥감의 수가 많지 않아서 짐꾼까지는 필요 없었기 때문이었다. 좀 생각하던 크랭크가 아리에테를 보았다.

“좋아, 가라. 상대 할 수 있는 것들만 상대해라. 위험하면 신호탄 올리고.”

“오오! 알았다! 고맙다 크랭크!”

스르릉!

롱소드를 뽑아들고 후다닥 숲으로 달려 들어가는 그녀를 쳐다보던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다.

“저게 증기 망토의 여기사 인가?”

“워올! 꽤 미인이었어!”

“형씨 여친이신가?”

크랭크가 투구를 돌렸다.

“금발 여기사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 서포터 시세나 좀 들어봅시다.”

서포터로 나와 있던 사람들이 눈을 번쩍이며 모여들어서 시세를 올리고 내리는 통에 크랭크가 당황했다.

하지만 그런 시간도 잠시, 자동장갑차량에 설치된 높다란 망루에 올라서 주변을 살피던 경비병이 외쳤다.

“전방 1km! 접근하는 미스트 웜을 확인! 등록된 모험가는 사냥을 중단하고 집결하시오!”

동시에 다른 자동장갑차량의 지붕이 열리고 엄청난 폭음과 함께 대형 신호탄이 솟아올랐다.

푸슝-! 꾸왕쾅-!

오토마톤과의 협공으로 트롤을 거꾸러트린 모험가가 롱소드를 쳐들고 외쳤다.

“하-! 하하하! 올해는 대풍년이구나!”

“미친 녀석! 이게 무슨 가을 수확인 줄 알아?! 애들 불러 모아! 집결이다!”

“예!”

끼이에에에에에···!

아스라이 들리는 기괴한 울음소리, 모험가들이 바쁘게 집결을 시작했다.

봄이었으면 초원이었을 평야 저 멀리 또 한 체의 안개구름이 밀려오고 있다.

초대형이었다.

“이리 나와!”

경비병의 거친 외침에도 모든 것을 내려놓은 여자는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쇠창살 안에서 끌려나온 여자는 얼마 전 개척민 마을의 피난민으로 모든 것을 잃은 여자였다. 다만 복수는 확실하게 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그녀의 죄목은 너무도 확실했기에 재판 같은 것도 없었다. 그저 통보가 있을 뿐이었다.

“모든 상황과 처지를 고려해서 도시 밖 추방형에 처한다.”

판결이 끝나자마자 경비병이 그녀를 데려 간 곳은 성문 앞이었다.

트드드드···!

거대한 문이 열리고, 차가운 빛이 새어 들어온다. 넝마 같은 옷에 맨발인 그녀였지만 냉기 같은 건 느껴지지도 않았다.

경비병이 등을 떠밀자 터벅터벅 성문 밖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제 죽은 남편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턱···!

무언가에 부딪히고서야 멈춰선 그녀가 고개를 들자 커다란 사람이 서있다. 머리에는 무슨 투구 같은 것을 눌러쓰고 있었다.

판터가 말했다.

“나오셨소?”

판터의 뒤로 그의 파티가 도열해 있다.

자동장갑차량 4대와 보급 마차 5대, 전투용 오토마톤 10대, 모험가 50여명의 인원이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른손을 허리에 손을 올린 판터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대, 이름은?”

잠시 입술을 떨던 그녀가 겨우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냈다.

“···데이지, 데이지에요.”

“그럼 데이지, 지금부터 우리는 당신이 왔던 그 개척민 마을을 탈환하러 갈 건데. 당신이 안내인이 되어 줬으면 좋겠구려. 어떠시오?”

다시 그 마을로,

죽은 남편의 얼굴이 갑자기 생각나버렸다.

눈물을 흘리며 데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하, 할게요! 안내, 안내 해드릴게요.”

“됐군. 갑시다.”

판터가 몸을 돌리자 대기하고 있던 여성 파티 대원이 모포를 가져와 그녀에게 덮어준 다음 차량으로 안내했다.

“출발 준비를 서둘러라!”

“판터 대장! 전방에 미스트가 접근중이라고 합니다! 8만 평방미터 급!”

“8만! 대형이잖아!”

차량에 탑승한 판터가 고개를 돌린다.

“그걸 써볼 수 있겠군. 마력수정폭탄을 준비하라.”

선두 차량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붕 위로 올라간 판터에게 초록색 방열 가발을 틀어 올리고 비녀를 꼽은 오토마톤이 가죽으로 마감된 고급 상자를 가져와 내민다.

흔들리는 차량 위에서 잘도 중심을 잡으며 상자 안에서 꺼낸 물건은 황금색 색소폰이었다.

투구 바이저를 열고, 가죽 롱코트를 망토처럼 휘날리며, 그가 연주를 시작했다.

뿜-! 뿜부부부-! 붐! 뿜! 뿜부부부-! 붐! 뿌붐~! 뿌붐~! 뿌부부부~ 부부부~!

대단히 끈적이면서도 신나는 곡이었지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전장에서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높다란 성벽에서 그걸 내려다보던 경비병들은 황당함을 넘어서 기괴함마저 느꼈다.

“저 사람 또 시작했군.”

“도대체 모험가는 제정신인 사람들이 없는 건가?”

“아니야. 모험가들만 이상한 사람들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한마디 씩 하던 경비병들이 고개를 돌린 곳에는 그들의 경비대장이 곡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고 박수를 치며 춤을 추고 있었다.

“판터! 날 가져요! 이예엽! 뭘 보고 있냐! 사방을 경계하고 투석기를 정비해라! 모험가만 믿고 있지 마라!”

그러면서도 경비대장은 바람을 울리는 색소폰 소리에 흔드는 몸을 멈추지 않았다. 경비병들은 머리가 어질했지만, 그가 저러는 것은 내보낸 모험가들이 믿음직하기 때문이라는 반증이라고 애써 자위 했다.

“와하하하! 엄청 크구나! 대박이야!”

맨 앞에 선 캐롯이 한 손에 도끼를 들고 다가오는 안개구름을 바라본다.

“마력수정폭탄 발사!”

1차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던 경비대의 자동장갑차량에서 길쭉한 원통형의 포신이 올라오더니 마력수정폭탄을 발사했다.

그걸 보고 크랭크의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대포?! 화약병기 인가! 아니, 그러기엔 연기와 반동이 너무 적은 것···?”

망원경을 들고 있던 서포터 사내가 외쳤다.

“공기 대포입니다! 마력수정폭탄 전용이에요!”

크랭크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했다. 그러면 그렇지, 규제품목중의 하나인 화약병기가 인간에게 풀렸을 리가 없다.

공기를 압축해서 탄체를 발사하는 것인데, 아직 소형화가 되지 않았고 위력도 약해서 특수목적용으로만 사용하는 형편이었다.

퉁-!

포신에서 발사된 수정구가 하늘 높이 날아간다.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괴물 안개 속으로 떨어진 것을 확인한 경비병이 스크롤을 찢었다.

···?

“어억?! 안 터져!?”

사람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리에테만 빼고,

“재장전 서둘러라!”

“핫하-! 나는 오히려 저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 우부부붓-!”

재수 없는 소리를 해대는 아리에테의 볼을 붙잡아 오리입으로 만든 크랭크가 고개를 돌린다.

“2차도 불발이면 전선을 물려야 합니다!”

“어? 이게 무슨 소리야?”

캐롯이 고개를 돌린다. 미스트의 비명과는 다른 흥겨운 나팔 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

······뿜-! 뿜부부부-! 붐! 뿜! 뿜부부부-!

소리가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도시 쪽에서 자동장갑차량을 앞세운 부대가 출현했다. 소리는 그 선두 차량의 지붕에 올라선 사람이 부는 악기에서 나오고 있었다.

“뭐, 뭐야?”

“미친 건가? 남부 모험가들 왜 이래?”

“이봐! 함부로 말하지 마! 다 그런 건 아냐!”

한 사내가 웃으면서 외쳤다.

“저건 판터 씨의 파티야! 저주받은 리빙아머!”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게 파티 규모라고? 경비대 지원을 받은 우리보다 무장이 더 좋은데?”

“기계화 중대 수준이로군.”

그때 선두 차량의 뒤를 따라오던 자동장갑차량의 지붕이 열리고 경비대의 것과 같은 공기 대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투투투투투퉁-!

6발의 마력수정폭탄이 하늘로 솟구쳤다가 이제 지척에 다가온 안개로 떨어진다.

번쩍! 번쩍! 번쩍!

눈이 부실 정도의 섬광이 나타나자 캐롯이 외쳤다.

“너무 가까워! 엎드려! 충격파가 온다!”

쿠콰콰쾅!!!! 꾸우웅-!

“우와아아악?!”

폭풍에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했다. 방패를 들고 무릎을 꿇은 채 에리스와 아리에테를 가리고 있던 크랭크가 투구를 들고 소리쳤다.

“몬스터가 온다! 전투 준비! 오토마톤 선두에!”

“으읏하하하! 그래! 이거지! 병기는 제몫을 다하면 그게 명품이지!”

발딱 일어난 캐롯이 앞으로 뛰기 시작한다. 다른 오토마톤들도 질 수 없다는 듯이 각종 무기를 들고 그 뒤를 따랐다.

“캬아아아아!”

“치르르르르-!”

대형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온다. 추위를 이기지 못하는 곤충형은 일단 내버려두고 조잡한 자켓 등을 입은 오우거나 트롤, 머리셋 달린 늑대나, 초대형 식인 불곰들에게로 오토마톤들이 덤벼든다.

“곰이다! 곰이 제일 비싸! 저 털가죽은 잘 팔리거든!”

퉁-! 쐐에에엑! 퍽!

가느다란 화살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캐롯을 앞질러 곰을 가슴에 박힌다. 끝자락에 붉은 리본이 묶여 있다.

“에엥?!”

“미안하군요. 그 곰은 우리 파티가 맡겠어요. 크리미!”

푸른 방열가발을 휘날리며 돌격창과 롱소드를 든 오토마톤 크리미가 불곰에게 덤벼들고 뒤를 이어 무장한 사내들이 뛰어든다.

“크리미! 우리 같은 편 아니었어?!”

“지금은 아닙니다.”

“으앙! 깃발 꼽기는 너무한 거 아냐!?”

캐롯은 실망했지만 학습은 확실히 했다. 지금 상황에서 논쟁을 벌일 시간 따윈 없다.

“아쉬운 대로 너라도! 잡아야겠어!”

복대의 주머니에서 기름병을 꺼내든 캐롯이 그걸 트롤의 머리에 던졌다. 파챵!

“성화에 불타올라라! 에리스-!”

“틴더!”

푸화아아악!

“쿠우오오오?!”

머리에 불이 붙은 트롤이 난동을 부리자 크랭크가 가지고 온 투핸드 소드를 집어던졌다.

“받아!”

턱!

거의 직선으로 날아가는 투핸드 소드의 손잡이를 붙잡은 캐롯이 칼을 뒤로 돌리고 바닥에 착지하더니 트롤을 향해 뛰어든다.

“비켜비켜! 저 트롤은 우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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