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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63화 (63/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피난민! 63

해가 떨어진 직후의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무렵, 방주도시 니베라의 성문 경비병들이 긴장했다.

“미스트가 나타났습니다!”

“마력수정폭탄 발사 준비!”

경비병들이 바쁘게 성벽을 오고가는 동안 망원경을 든 경비대장이 외쳤다.

“사격 중지! 중지! 세상에 저게 뭐냐!”

언덕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천사의 날개를 뿜어내고 있는 조그만 소녀였다.

그리고 그 작은 소녀의 주변으로 거대한 증기를 뿜어내는 오토마톤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곧이어 멋진 증기 망토를 두른 여기사가 앞으로 나서더니 외쳤다.

“성문을! 열어라!”

도시에서는 난리가 났다. 미스트의 몬스터에게 습격당한 개척민 마을의 피난민들을 데리고 돌아온 모험가들과 그 오토마톤들의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들었어?! 그 오토마톤들! 위명이 스팀 레이디래!”

“증기망토를 두른 여기사! 멋지더라! 실물도 미인이야!”

“아니아니! 대지의 여신이 보낸 안개 속 작은 인형이 더 고상하지 않냐? 지금 신전에서도 그 인형 때문에 말이 많더라고!”

저녁시간 술집에 모인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든다. 남부 모험가들도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판터 대장.”

대체 어디로 마실 작정인지 전신 판금 갑옷에 롱코트를 걸치고 투구를 쓴 사내 판터가 맥주잔을 들어 올리다가 말고 말했다.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다만 많은 피난민을 무사히 데려온 것은 사실이지.”

“북부 놈들 때문에 우리 체면이 말이 아니에요.”

투구의 바이져를 올리고 맥주잔을 기울인 사내가 그걸 다시 닫았다. 술집의 가장 어두운 자리에 앉아있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아갈 정도로 나는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할 일은 한다. 평가는 대중의 몫이지. 북부에서 온 그 여신의 인형처럼.”

잔을 내린 그가 고개를 돌린다.

“마력수정폭탄의 수배는 어떻게 됐나?”

“상선으로 도착했습니다. 선착장에 보관 중입니다.”

“중계자 놈들에게 내 말은 전했나?”

판터가 리더로 있는 남부의 유명 모험가 파티 저주받은 리빙아머의 팀원 빌레가 이를 드러냈다.

“물론이죠. 또 가짜를 섞어 놓으면 상선을 폭파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놔줬습니다.”

“빌레, 나는 정말로 그 놈들의 상선을 터트릴 거야. 좋은 상인과 못된 사기꾼 사이에는 엄연한 차별이 필요하다.”

테이블에 동석한 사내들의 히죽 웃는다. 그들의 리더는 진짜로 그럴 위인이기 때문이다.

“위명을 달성한 북부의 모험가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그 여신의 인형이라는 오토마톤은 우리와 아마 구면일 것이다. 칭찬해주고 싶군.”

사내가 큭큭 웃으며 말했다.

“그것이···.”

판터가 궁금해 한 위명의 주인공들은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대부분 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극심한 마력고갈로 도시의 마력 충전소에서 충전기를 물고 쓰러져 있거나 했다.

“으어어어···! 쿨쩍···!”

침대에 누운 아리에테의 곁에서 크랭크가 간호를 하고 있다.

“안 보인다 싶었는데 혼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해댈지는 몰랐다.”

“미안해···. 킁킁.”

코가 잔뜩 막힌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시온을 벗은 아리에테가 침대에 누워있다 우연히 문병을 왔던 모험가들의 그걸 보고 얼굴이 엉망이 되었다.

“뭐, 뭐에요? 아리에테? 팔과 다리는 어디 갔어···?”

급히 시트를 덮어 아리에테를 가려준 크랭크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

“허쉬, 파티 체리보이 모험단 여러분 오셨군요. 오늘도 신경 긁으러 왔습니까?”

“됐어요. 그냥 병문안이지. 아니, 아리에테는 왜 저래요? 그럼 그거 의수였어요?”

크랭크가 눈을 가늘게 떴다. 투구를 써서 보일 리는 없겠지만,

“당신처럼 눈치가 빠른 꼬마는 질색입니다.”

“근육변태가면아재,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요.”

“변태는 아니다. 친절한 거인이라고 불러라.”

짧은 팔을 움직여 시트를 내리고 아리에테가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흑마도사 길드의 생존자다. 이 팔과 다리는 거기서 난동을 부리다가 잘렸지.”

허쉬와 그의 친구들은 말을 잊지 못했다. 시선을 돌린 아리에테가 크랭크를 올려다보았다.

“그걸 크랭크가 붙여주었다. 내 은인이다.”

아리에테를 내려다보던 크랭크가 한 숨을 쉬더니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양 볼을 붙잡아 오리입으로 만들어버렸다.

“으븝~!”

“약점 잡힐 만한 소리는 하지 말도록 해라. 지금 상황은 내 불찰이긴 하다만 너는 입이 가볍다.”

어깨에 힘이 빠져버린 허쉬가 그만 물러났다.

“우리 아니라도 그 상태로 활동하다보면 어차피 다 알게 되요. 하여튼 치료 잘 해요. 그리고 아르곤 상단의 케이브 아재가 찾습디다.”

“알겠습니다.”

불안한 표정이 된 아리에테가 재빨리 말했다.

“날 이대로 두고 가지 마라. 네가 필요하다. 으흡~!”

다시 그녀의 뺨을 붙잡아 오리 입을 만들어버린 크랭크가 말했다.

“그나저나 소문이 퍼질 텐데 생각 좀 해봐야···.”

“허어억?! 이, 이건 뭐야?! 오토마톤이야?!”

척척척-!

약간의 소동과 함께 외골격 오토마톤 시온이 혼자서 침대 사이를 걸어오고 있다. 그 기괴한 모습을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있었고, 아리에테가 반색을 했다.

“시온! 돌아왔구나! 충전은 끝났나?”

“마력석이 초록색이라서 충전은 제가 가장 빨랐습니다. 마스터 크랭크는 왜 그러십니까?”

크랭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그들의 향한 시선도 금세 다른 곳으로 돌려졌다. 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너 촌장! 잘도 제 발로 찾아왔구나!”

“아, 아니! 내 말을 좀 들어보시오.”

“닥쳐! 내 가족을 살려내라!”

누워있던 사람들마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경비병을 대동하고 나타난 중년 남자에게 덤벼들었다. 경비병들이 제지를 했지만 아귀다툼 같았다.

“하하하! 남부는 신나는 곳이네.”

“재미있다. 좀 보고 가자.”

임시 병동을 나서다 말고 강 건너 불구경을 발견한 허쉬와 친구들이 웃는다. 보다 못한 크랭크가 나서려고 하는데 급기야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으아악!”

퍽퍽퍽!

“죽어! 죽어! 내 남편 살려내!”

숨겨온 각성 포션을 마시고 덤벼든 여자가 경비병을 밀치고 들어가 날린 주먹질에 사방으로 피가 튄다. 급기야 큼직한 중식도를 꺼내든 여자가 그걸로 난도질을 시작했다.

퍽퍽퍽!

팍-!

누군가가 여자의 손을 잡았다. 묵직한 강철 장갑의 손길,

“뭐야 저 투구는? 크랭크인가?”

“어? 크랭크 아재는 저기 있는데?”

허쉬가 뒤를 돌아보자 아리에테의 침대 곁에서 크랭크가 일어나 있다.

“그럼 저건 누구야?”

“허억허억···! 놔, 놔요!”

“그럴 수는 없소. 칼을 놓으시오. 그 남자는 이미 죽었소.”

바닥에 나자빠진 피투성이를 내려다보던 여자의 얼굴이 곧 엉망이 되더니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주저앉았다. 식칼을 빼앗아 경비병에게 넘겨준 사내가 주변 사람들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개척민 마을의 피난민들이지? 그럼 이건 그 촌장이겠군.”

발로 시체를 툭 건드린 판터가 허리를 숙이더니 여자의 귓가에 속삭였다.

“살인은 중죄요. 당신은 처벌을 받을 거요. 하지만, 속은 좀 시원하겠구려.”

울고 있던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하소연을 시작했다. 판터는 투구를 끄덕이며 가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눈을 크게 뜬 아리에테가 말했다.

“저건 누구지? 크랭크 흉내인가?”

다시 자리에 앉은 크랭크가 아리에테의 담요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저 사람의 아류에 속한다. 경험 많은 모험가지. 남부 상위 모험가중 하나인 판터라는 사람이야.”

“그 사람이 왜 여기 왔데요?”

허쉬와 친구들이 다시 돌아왔다.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돌아가던 길 아닙니까?”

그들은 음흉하게 웃기만 했다. 때 마침 판터와 그의 동료들이 찾아왔다. 갑옷에 투구를 쓴 모습과 함께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여기에 북부 모험가들이 있다고 해서 감사의 인사차 찾아왔소만.”

묵직한 저음, 크랭크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아리에테도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크랭크가 손을 내밀어 말렸다.

“반갑습니다. 판터 씨, 저는 북부에서 온 모험가 크랭크 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크랭크는 허쉬의 파티를 시작해서 피난민 행렬에 함께한 모험가들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며 소개했다.

“어, 누운 채로 미안합니다. 판터 씨. 남부의 감기는 몬스터 보다 무섭네요. 크응···!”

가까운 침대에 누운 사내가 코 막힌 목소리로 말하자 판터가 약간 즐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소. 마을사람들을 구해주어서 정말 고맙구려, 여러분들의 이름은 기억해 놓겠소. 남부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나를 찾으시오.”

그 말에 허쉬를 포함한 경력이 적은 모험가들이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저 판터가 우리 이름을 기억해준다니!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판터가 물었다.

“그 여신의 인형은 어디에 있소?”

“여신의 인형? 캐롯이요?”

“맞아. 그런 이름이었지. 작년에 우리와 잠깐 만난 적이 있었소.”

그의 동료 한 사람이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미스트 잡으려고 폭탄을 터트렸는데 하늘에서 떨어지더군. 입담이 좋은 녀석이었어. 당신이 그 마스터 크랭크지?”

크랭크가 쑥스러워했다. 캐롯이 아직 충전중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은 판터는 투구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렸다.

“겨울 사냥은 시작되었으니 가급적 빨리 몸을 추스르고 나오시오들, 기다리고 있겠소.”

남부 상위 모험가의 응원에 북부 모험가들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으으으음-! 저렇게 까지 말해주는데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지 않나! 시온!”

아리에테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크랭크가 말릴 새도 없이 시온과 합체? 를 했다. 그걸 눈앞에서 본 모험가들이 입을 벌리고 기겁했다.

“뭐야! 그거 뭐야!”

“으악! 판터! 저, 저거 좀 봐요!”

모두의 시선이 외골격 오토마톤을 착용하고 두 다리로 일어선 아리에테에게 쏠렸다. 판터 마저도 다시 돌아와 그녀를 살펴보다가 크랭크의 팔을 두 손으로 붙잡고 투구를 들이댔다.

“자네가 만든 것인가? 기술 공유를 요청하네! 돈이라면 얼마든지 내겠어!”

“어, 예. 아니, 그것이···.”

“매년 수많은 모험가들이 팔다리를 잃고 불구가 되지. 그들에게 저런 팔과 다리를 다시 달아 줄 수만 있다면 이 지옥을 헤쳐 나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야. 부탁하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크랭크가 입을 열었다.

“시, 시간을 주십시오. 시험 가동 중인 것이라 길드와 상담을 먼저 해야 합니다.”

수긍한 판터가 그제야 그의 팔을 놓아주었다.

“좋아. 아르곤에 정식으로 협조 공문을 보내겠어. 그리하면 되겠지?”

“···예.”

투구를 끄덕인 판터는 다시 한 번 아리에테의 바라보았다. 아리에테는 사람들의 부탁에 팔다리를 움직여보거나 하고 있었다.

“감촉이 느껴져요?!”

“음, 그렇다. 미미하지만 느껴진다. 오토마톤의 감각을 링크 시킨 것이라고 하더군.”

“세상에마상에! 판터! 이건 신기술이에요!”

판터의 파티 내에는 오토마톤 정비를 전담하는 정비 기사도 한 명 있었다. 그녀는 아리에테의 몸을 마구 더듬으며 코에서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눈여겨보던 판터가 크랭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잊지 말게. 봄이 끝날 때까지 답장이 없다면 내 직접 아르곤으로 출장 갈 것이야.”

“알겠습니다.”

판터의 동료들이 돌아갔다. 다음으로는 북부 모험가들이 덤벼들 차례였지만 다들 기운이 없어서 큰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으브브브!”

오히려 크랭크가 두 손으로 아리에테의 볼을 짓눌러 오리입으로 만드는 것을 말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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