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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62화 (62/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피난민! 62

밧줄로 마차를 연결하고 오토마톤이 끄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짐마차에는 노인과 아이, 환자들 순으로 태우고 각종 짐과 보따리를 쌓았다. 자리가 부족해서 다리가 멀쩡한 사람들은 걷기로 했다.

“그건 왜 싣나?”

지하실에서 꺼내 올린 포션 상자를 마차의 남은 자리에 빽빽이 쌓아올리며 크랭크가 말했다.

“이건 저 사람들에게 다음을 제공할 밑천이 될 겁니다. 그리고 충분히 많으니 우리가 기념으로 몇 병 가져가도 모를 겁니다.”

“자네 참 마음에 드는 소릴 하는 군.”

고개를 끄덕인 크랭크가 뒤를 돌아보면서 외쳤다.

“출발! 목적지는 3시간 거리에 있는 남부 방주도시 니베라!”

몸에 밧줄을 맨 캐롯이 외쳤다.

“자! 가즈아!”

전투용 오토마톤을 포함해서 총 7대의 오토마톤이 줄을 잡아당기자 커다란 짐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리에테.”

“왜 그러지?”

“너는 나와 함께 후미를 맡는다.”

“알았다.”

주변 지리에서 밝은 청년들이 앞서서 돌과 같은 방해물을 치워 길을 트면 그 뒤로 오토마톤 7대가 짐마차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후미를 맡은 크랭크가 뒤를 돌아보니 미스트가 서서히 마을을 향해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다음에 올 때는 개인적으로 마력수정폭탄을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크랭크는 몸을 돌렸다.

추위와 두려움에 떨면서 피난 가는 것도 처량하고 서글픈데 하늘에서는 눈까지 내리고 있다. 이제 거의 발목까지 쌓일 정도다. 그래서 바닥의 장애물이 잘 보이지 않았고,

급기야 웅덩이에 마차 바퀴가 빠지는 불상사도 일어나버렸다.

기이이잉!

“원래는 전투용인데 말이야! 트윈엔진 최대 출력!”

캐롯을 포함한 7대의 오토마톤이 순간 최대 출력으로 줄을 잡아당기자 웅덩이에 빠진 마차가 쑥하고 올라온다. 젊은이들이 놀라워했다.

“엄청나군! 이걸 끌어내다니!”

“눈 때문에 미끄러워서 당기기 힘들어!”

오토마톤들은 쉬지 않고 줄을 당겨서 마차를 끌었다. 이 와중에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멈추지도 않고 오히려 굵어졌다.

“제길! 이 놈의 눈 좀! 제발! 하느님! 아이고!”

아무렇게나 외쳐대는 와중에 주위를 살피던 모험가 하나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썩을! 습격이다! 오우거가 오고 있어!”

깜짝 놀란 모두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새하얀 평원 위로 털옷을 껴입은 오우거 무리가 몽둥이를 들고 뛰어오고 있었다.

“미친! 한 겨울에 언감생심 오우거라니! 5마리! 활이나 슬링 가진 사람 사격해라!”

“일단 정지! 오토마톤 애들은 전투 준비!”

“으아악?!”

“꺄아아악!”

“아! 시끄러워! 닥쳐 좀!”

허쉬가 롱보우를 꺼내 몬스터 저격용 대형 화살을 걸어 힘껏 당기며 성질을 부렸다. 무수한 화살이 날아갔지만 오우거는 귀찮은 듯이 방망이를 휘두르며 거리를 좁혀왔다.

쿵쿵쿵-!

“쿠우오오오오오!!!!!”

“위협이 통하지 않는 군. 캐롯, 로테 가라.”

“야압!”

팡-!

“저 녀석 어쩐지 더 빨라진 것 같지 않아?”

눈밭을 헤치며 종전의 2배가 넘는 속도로 캐롯이 뛰쳐나간다. 확실히 출력과 속도가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오우거 무리를 앞에 두고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마스터의 명령을 받은 다른 전투용 오토마톤들도 색색깔의 방열가발을 휘날리며 뒤따라 오우거에게 달려갔다.

촤악! 촥!

“쿠어억! 쿠오오!”

3미터가 넘는 오우거 사이를 거의 날아다니며 칼질을 해대는데 오우거는 속수무책으로 썰려나가기만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전투용 오토마톤은 처음 보나봐?”

활을 내린 허쉬가 마을 처녀 하나에게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거, 거의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까···. 싸우는 건 처음 봐요.”

“그래. 잘 봐 둬. 개척민 마을에서 경비용으로 쓰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해.”

오우거 무리를 격퇴한 오토마톤들이 돌아왔다. 캐롯은 그 와중에 오우거의 허벅지를 베어서 끌고 왔다.

“남부 사람들은 몬스터 고기도 잘 먹는다며? 너희들 이거 먹을 수 있어?”

“새, 생으로는···. 구워서 먹거나 해요.”

“잘됐네, 비상식으로 사용하자.”

마차에 던져 올린 오우거 허벅지를 보며 입을 딱 벌린 청년 하나가 캐롯을 돌아보았다.

“아, 아가씨 정말 오토마톤이세요?”

“아가씨? 뿌하하하! 나 아가씨래!”

허쉬가 인상을 구겼다.

“아무리 봐도 이젠 즐기는 것 같아. 사람 취급이 그리 좋냐?”

허쉬를 무시한 캐롯이 가슴을 펴고 말했다.

“소프트 스킨 덕분에 인간처럼 보이는 것뿐이야. 그러니 오토마톤 따위에게 말 높이지 않아도 돼.”

“아니 그래도 그럴 수는···.”

아까 약쟁이 남자에게 얻어맞을 때의 일을 기억한 사람들이 뭔가 송구스러워했다.

“참 신기하지? 나는 오토마톤인데 왜 이러는 걸까? 인간님들이.”

“강한 것에 대한 경외감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인간이 아닐지라도, 나를 지켜주는 강력한 무언가가 곁에 있다는 것이 감사한 것이지.”

턱수염을 기른 중년 모험가가 말하자 캐롯이 눈을 반짝였다.

“와! 그렇구나. 처음 알았어요!”

“미안하다만 슬슬 이동하자꾸나. 벌써 오후야. 해가 지면 큰일 나. 눈발도 거세지고 있고,”

“옙! 알겠습니다! 다들! 모여 줘! 이거 끌어야함!”

칙-!

걸어가는 캐롯의 머리에 눈발이 닿자 증기를 뿜어내며 증발한다. 그걸 아이들이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저 누나 머리카락이 따뜻해!”

“응! 언니들 지나가면 따뜻해!”

모험가들은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럴 수밖에, 저건 방열 가발···!”

“어?”

“어엇?”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해버렸다. 크랭크마저도,

“캐롯, 잠시만.”

“응? 왜?”

수통의 뚜껑을 연 크랭크가 캐롯의 머리에 물을 조금 부었다.

치이이이이이-!

물이 끓으며 증기를 뿜어낸다. 그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증기를 직접 쐬어본 크랭크가 중얼 거렸다.

“확실히 따뜻하군.”

“어어?! 이거 어쩌면!”

추위에 떠는 마을 사람들은 어리둥절하게 모험가들과 머리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작은 오토마톤을 바라보았다.

“눈! 눈을 모아와!”

“물! 수통!”

치이이이이! 푸후화아아악!!

엄청난 증기가 마차를 끌어당기는 오토마톤들에게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증기는 피난민의 행렬을 가리고도 남을 정도의 규모였다.

“아으아아! 엔진 최대출력이야! 뜨거워! 과열해! 빨리 물 부어! 눈이라도 뿌려줘!”

“마력엔진 최대 출력.”

“최대 출력.”

“엔진 최대 출력으로 가동 중, 온도 급상승합니다. 방열 대책이 필요합니다.”

“엔진 출력 최대, 10초 후 오버히트 합니다.”

가급적 많은 증기를 뿜어내기 위해서 오토마톤들은 엔진 출력을 최대한 높였다. 엔진이 장착된 가슴에서 마력석의 빛이 새어 나올 정도였다.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다양한 빛깔이었다.

“우와아아! 눈을 퍼라! 빨리!”

“내 오토마톤은 아직 할부도 다 안 갚았는데!”

“안되겠어! 방열가발로는 한계가 있어! 화로로 눈을 녹여! 물을 만들어서 직접 엔진을 식히도록 하자!”

마차에 올라탄 노인과 아이들이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노력했다. 가져온 마력화로를 전부 깔고 거기에 눈을 퍼 담은 크고 작은 냄비를 올렸다. 조금이라도 물기가 생기면 그릇에 담아서 외쳤다.

“물 나왔어요!”

모험가들과 마을 사람들은 다급하게 움직이며 물을 가져다 오토마톤에게 마시게 하거나 눈을 모아서 머리와 몸에 붙여주었다.

취이아아아악!!!!!!

마력엔진이 최대 출력을 내면서 엄청난 열이 나왔고, 그 열이 눈과 물을 만나자 결과적으로 엄청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증기는 짐마차에 탄 사람들은 물론 그 주변의 사람들에게 고마운 열원을 제공했다.

“우와! 사우나에 들어온 것 같아!”

“하하하! 세상에!”

“좋아할 때가 아냐! 과열한다! 으아!”

“물 가져와! 불나겠어!”

크랭크가 큼직한 눈덩이를 캐롯의 머리에 올렸다.

마치 하얀 방한모를 쓴 것 같았다.

치이이이이!

눈이 녹으면서 온몸이 물에 젖어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었지만 오토마톤들은 개의치 않고 짐마차를 끌었다.

캐롯이 외쳤다.

“오토마톤은! 인간의 명령에 따른다! 그것은 곧! 너희 인간을 돕는 것! 우리가! 너희들을 살려줄게! 무사히! 마을에 데려다 줄게! 살아줘! 그거면! 충분해! 그게! 우리의! 존재의의!”

말은 신기한 것이다. 그것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으며, 살릴 수도 있다.

그리고 영혼이 없는 오토마톤에게 자기의지를 부여할 수도 있다.

“우리의.”

“존재의의.”

“그것은.”

“여러분이.”

“살아주는 것.”

오토마톤의 외침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눈이 녹는 시간이 너무 빠르다. 캐롯도 엔진을 직접 식힐 필요가 있어.”

아리에테가 수통을 가져왔다.

“캐롯 입으로 마실 수 있나?”

“이리 줘봐!”

한 손으로 밧줄을 잡고 물병을 입에 대고 들이키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푸화학!

“우워억?!”

캐롯의 몸이 갑자기 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크랭크가 깜짝 놀라서 달려왔다.

“증기폭발! 이대로 두면 터진다!”

나이프를 꺼내든 그가 캐롯의 등에 칼집을 낸다. 퍽퍽!

푸쉬이이이이이이익!!!!

“오와아아! 터지는 줄 알았네!”

쉬이이이익!

엄청난 열기가 캐롯의 등에서 뿜어져 나온다.

증기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까이에 있던 모험가들과 마을 사람들, 그리고 함께 줄을 끌고 있던 오토마톤은 캐롯의 지금 모습을 보고 넋을 잃어버렸다.

등에서 두 줄기의 거대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그 모습은 마치,

“···천사 같아.”

눈앞에서 기적을 목도한 신관 에리스와 노인들이 기도를 시작했다.

“보라, 대지의 여신께서 가여운 이 자들을 보우하사 친히 그 분의 인형을 보내주셨도다. 감사합니다. 여신님, 이 은혜를 어찌하면···!”

“나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

촤아악!

양동이를 들어 찬물을 뒤집어쓴 아리에테가 외쳤다.

“푸흡-! 시온 최대 출력!”

“마력엔진 최대 출력. 추가방열대책을 강구하십시오.”

이이이잉-!

치이이이익!

리본에서 고열이 나오는가 싶더니 아리에테의 등 뒤로 증기 망토가 쏟아져 나온다.

추위는 해결되었지만 사람들의 근심과 걱정은 계속 되었다.

“이제 어떻게 살지···.”

“전 재산을 잃었어! 이젠 끝이야! 으흐흑···!”

“···나는 이젠 혼자야.”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뭔가를 생각하던 허쉬는 챙겨온 포션 상자에서 각성제 포션을 몇 개 꺼내 병마개를 이빨로 물어뜯어 뱉더니 물통에 부어 흔들었다.

“땅콩. 이거 마셔.”

“어엉?”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녀석이긴 했지만 당장 냉각이 급했기에 수통을 입에 대고 기울였다.

푸쉬이이이익! 증기가 옅은 파란색을 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변에서 증기를 쐰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활기를 띄었다.

눈에 핏발이 돋을 정도로,

“이, 이것이 무슨 일이냐! 히, 힘이! 힘이 샘솟는다!”

“엄마! 엄마 나 이상해! 우와! 신나!”

“우와! 이 고양감! 이 근거를 알 수 없는 자신감! 굉장하구나! 고급은 역시 달라! 흐하하!”

각성 포션을 폐로 직접 흡입하여 순식간에 약빨이 돌아버린 사람들이 활기를 띄자 몇몇 모험가들이 소리 쳤다.

“아니! 야! 일반인들한테 약을 먹여서 어쩌자는 거야!”

“다함께 뽕빨에 젖어 현실을 잊게 되겠지! 크응하하하!”

의견이 분분했지만 우울했던 기분은 사라지고 분노와 열기가 흘러넘치는 행렬이 이어졌다.

“이 촌장 놈 잡히면 목을 졸라 죽이겠어!”

“맞아요! 용서 못해!”

“다시 시작하자! 할 수 있어! 몇 번이고 도전해주마!”

미쳐 날뛰는 사람들을 돌아보던 캐롯이 깔깔 웃는다.

“눈물 보다야 분노가 훨씬 건설적인 감정이지. 잘했어. 허쉬.”

“오토마톤에게 칭찬 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네 말대로 질질 짜는 것보다야 약을 써서라도 즐거워지는 것이 났다고 봐.”

“다함께 뽕빨에 젖어서?”

“그렇지.”

오토마톤과 모험가는 낄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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