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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52화 (52/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남부 출장 준비! 52

추파를 받은 셀린 경비대장이 커피를 뿜고 기침을 했다. 로마니가 흐뭇하게 웃으며 손수건을 내민다. 그걸로 입가를 닦은 경비대장이 눈썹을 세우고 고개를 든다.

“아저씨! 상대를 좀 골라잡으시지요. 나이 들어서 무슨 짓이에요.”

로마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 지을 뿐,

“경비대장님 퇴근하고 뭐하십니까? 할 일 없으면 아르곤 도시 창설 멤버끼리 한잔 하시죠. 보수도 나오는데 제가 사겠습니다.”

“이 아저씨가!”

“칵테일을 잘하는 바가 있는데 같이 가시죠. 퇴근길에 찾아뵙겠습니다.”

코트와 모자를 챙겨든 로마니가 웃으며 집무실을 나섰다. 기가 막힌 셀린 경비대장은 소파에 앉은 채 입만 뻥긋거렸다.

입구에서 로마니에게 인사를 하고 달려 들어온 보좌담당관이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로마니 씨랑 술 마시러 가세요?! 정말로!”

“그런 소리를 들으려고 널 부른 게 아냐!”

“가세요! 가셔야 해요!”

수치심과 분노에 셀린 경비대장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보좌담당관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응! 로마니 씨도 젊었을 때 아내분과 사별하고 줄 곳 혼자 지내 오셨으니까요. 나쁘지 않네요.”

“뭐가 나쁘지 않아! 너 저 아저씨랑 나랑 나이차이가 얼마나 나는 줄 알아?!”

“얼마나 차이 나는데요?”

“어···!”

손가락을 꼽아보다가 화가 난 셀린이 일어섰다.

“그리고 뭔가 초대하는 말도 맘에 안 들어! 동네 애들도 그렇게는 안하겠다!”

보좌담당관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셀린 경비대장의 얼굴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남자는 잘생기면 무슨 개소리를 해도 전부 용서가 되요. 내 말이 틀려요?”

“어···! 으···!”

가끔 무서워지는 보좌담당관에게 궁지에 몰린 경비대장은 식은땀을 흘렸다.

“가세요. 퇴근하고. 그리고 술을 잔뜩 먹여서 독니로 콱! 깨물어 버리세요.”

“야! 너는 말을···!”

“어쭙잖게 밀당 해볼 생각은 집어치워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잡아야 해요. 이대로 혼자서 늙어죽으실 거예요?”

팩트로 얻어맞은 셀린 제1경비대장은 결국 훌쩍이기 시작했다.

붕붕!

롱소드가 바람을 가른다. 캐롯은 휙휙 날아다니며 그걸 피하고 몸을 뒤집고 재주를 넘으며 아리에테를 놀렸다.

“하하하! 늦어늦어! 너 칼 휘두르기 전에 다리 뻗는 게 한 템포 늦어! 그래선 나는 못 맞혀!”

“이익!

훙!

공중에 뜬 캐롯을 향해 검을 날아간다. 물론 옆면으로,  캉-! 사방으로 불꽃이 튄다. 일부러 그걸 막아 현장감을 더한 캐롯이 팔을 뻗어 아리에테의 멱살을 잡아 당겼다.

휙!

“안녕?”

“흡! 시온! 수직차기!”

코앞에 캐롯의 얼굴이 나타나자 아리에테가 기술 이름을 외쳤다. 촤아악! 다리가 거의 수직으로 솟아오르자 캐롯이 위로 날아오르며 감탄했다.

“우왁! 의족 끼고 그게 되는 구나! 놀라워! 하지만 네 팔다리는 시온에게 기대고 있으니 동작이 큰 맨몸 격투는 아껴둬! 무기! 무기를 들어!”

“으아아압!!”

쉬는 시간 둘의 대무를 잠깐 구경하던 투나는 여전히 엄지손톱을 씹고 있다.

“기, 기술을 외치지 아, 않으면 안 되는 게 시, 신경 쓰여.”

“그래도 오크나 고블린은 충분히 때려잡겠는데?”

“가, 감각의 링크가 이, 이뤄졌으면 좋겠어.”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면서 투나가 몸을 돌렸다. 휴식을 마친 두 사람은 다시 오토마톤 조립에 매진했다.

그리고 이틀 후,

완성된 방열가발과 마크2 전투복이 도착하고, 오토마톤들도 완성되었다.

정상 기동까지 확인한 투나와 크랭크는 기절직전이 되어 침대로 향했다.

“캐롯, 점검 부탁해. 좀 자야겠어···.”

“나, 나는, 열 두 시간 잘 수 있어. 깨, 깨우지 마. 으어어···.”

비틀거리며 각자의 침대로 걸어가 쓰러지는 두 사람에게서 고개를 돌린 캐롯이 만세를 불렀다.

“우와! 동생들이 생겼어!”

“우리는 당신의 동생이 아닙니다.”

캐롯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냥 기분이지! 네가 샤를! 그리고 네가 로테! 반가워! 나는 캐롯이야! 그리고 이쪽은 시온! 그리고 아리에테!”

페트라 실버를 산발한 샤를과 투나 블랙을 산발한 로테가 캐롯을 보았다가 아리에테를 보았다.

두 오토마톤이 신기한 것을 본다는 듯이 아리에테를 살피더니 캐롯을 보았다.

“이 사람은 무엇입니까?”

“오토마톤? 인간?”

“사지가 절단된 아리에테를 위해서 시온이 팔과 다리가 되어줬어.”

다시 아리에테에게 고개를 돌린 샤를과 로테가 동시에 말했다.

“시온, 당신에게 경의를.”

“감사합니다.”

시온의 목소리가 아리에테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고개를 돌린 로테가 탁자에 기대어 놓은 강철 검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건 당신의 검입니까?”

“어, 그래. 내거야. 얻은 거지만.”

“나도 검을 갖고 싶습니다.”

아리에테가 눈을 빛냈다.

“너, 검술에 관심 있나?”

“로테입니다. 롱소드 검술에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동지가 생겨서 신이 난 아리에테가 크랭크의 잡동사니를 뒤져 상태가 좋은 롱소드 하나를 들고 왔다.

“네 주인님은 꽤 관대한 편이니까. 괜찮을 거다. 대무 한 번 할까?”

검을 손에 쥔 로테는 바로 공터로 나가 대무를 시작했다.

캉! 카가각!

“으허억?!”

아리에테가 신음을 흘리며 물러섰다. 그녀의 눈은 믿을 수 없는 것을 본다는 듯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 입은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하, 하프 소딩을 보게 되다니···!”

오토마톤 로테는 검의 손잡이는 물론 칼날까지 손으로 잡고 그걸 휘두르는 자세를 하고 있다가 재빠르게 자세를 고쳐 쥐었다.

그들은 다시 맞붙었다.

챙챙! 캉!

팔짱을 하고 그걸 보던 캐롯이 말했다.

“여기가 거주구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야. 소음공해로 신고 들어오겠다.”

“저는 뭘 할까요?”

고개를 들자 샤를이 서있다.

“너도 전투는 좀 해?”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 하지만 괜찮아. 전투기술을 포함해서 이것저것 가르쳐 줄 거니까.”

몸을 돌린 캐롯이 공방 안에서 자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는 공터에서 칼춤을 추고 있는 이들에게 소리쳤다.

“잠깐! 그만하고 이리와 봐!”

아리에테와 로테가 대무를 멈추고 걸어왔다.

“무슨 일이지?”

“안에 사람들이 자고 있으니까. 대무는 좀 있다가 하자. 그리고 구동 테스트가 먼저야. 얘네들 깨어난 지 몇 분 안됐다고?”

아리에테는 정신적으로 볼을 부풀렸지만 시험 가동 중인 오토마톤들과 철야를 한 사람들을 외면할 정도로 정신이 나가 있진 않았다.

크랭크가 깨어났을 때는 다음날 아침이었다. 날짜를 확인한 크랭크가 당황했다.

“피곤했나? 굉장히 오래 자버렸군.”

“3일 쪽잠 철야를 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하지. 밥 먹을래? 비프스튜 했는데.”

침대에서 내려선 크랭크는 간이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그래서, 상태는 어때?”

관절의 가동각 오차와 이상점을 보고 받은 크랭크는 그 조정 작업까지 모두 완료하고 전투복을 입혀서 최종 출고했다.

보고 있던 캐롯이 두 손을 들어올리고 만세를 외친다.

“드디어! 드디어! 나 말고도 파트너 오토마톤이 생겼어! 으하하! 너무 좋아!”

오토마톤 전용 전투복을 입은 두 오토마톤이 크랭크의 앞에 섰다. 크랭크는 그들의 손에 금화를 한닢씩 올려준 다음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크랭크, 이것으로 나는 너희들의 마스터가 되었다. 잘 부탁한다.”

“예.”

로테가 손을 든다.

“마스터, 나는 검을 가지고 싶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크랭크는 잡동사니를 쌓아놓은 곳에서 검을 하나 꺼내왔다. 마침 일어나서 씻고 오느라 목에 수건을 걸고 있던 아리에테가 신이 나서 끼어든다.

“대무해도 될까?”

“물론, 하지만 나무 막대로 해라. 여긴 창고 지대지만 그래도 소음공해는 좋지 않아.”

“음···!”

좀 아쉬웠지만 아리에테와 로테는 나무 막대를 들고 공터에서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걸 구경하던 크랭크가 로테의 기술을 보고 놀라워했다.

“저건 하프 소딩인가? 놀랍군. 정규 기사들의 근접 전투술이잖아?”

“아리에테도 놀래던데.”

“운이 좋았군. 베테랑스를 뽑았는데, 전 주인이 누구였지?”

캐롯이 날카롭게 웃는다.

“아무렴 어때? 이젠 우리거야.”

투구 안의 크랭크도 웃었다. 그가 고개를 내렸다.

“이젠 네 차례다.”

“아, 그거 말인데, 좀 기다리면 안 될까? 플루이드의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 말을 듣고 날짜를 계산해보던 크랭크가 생각에 잠겼다.

“오버홀 하는데 3일···. 소프트 스킨도 올려야 하니까···. 안되겠군. 날짜가 어정쩡해.”

캐롯이 고개를 들어 크랭크를 보았다.

“플루이드의 결혼식에 맨몸으로 갈 수는 없지. 끝나고 하자.”

“역시! 고마워 크랭크!”

의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을 놓은 캐롯이 크랭크의 다리에 철썩 달라붙었다. 그래서 한동안 크랭크는 다리에 캐롯을 붙이고 돌아다녀야 했다.

“오랜만에 휴식이니 운동을 해야겠다. 오늘은 풀코스로 해야지.”

속옷만 남기고 모든 옷을 벗어던진 크랭크가 공방 앞의 공터에서 팔굽혀 펴기 시작했다. 대무를 하다말고 그 꼴을 본 아리에테가 달려와 소리를 지른다.

“오, 옷을 좀 더 입어라!”

“왜?”

“아니, 그···!

한참 팔굽혀 펴기 중인 크랭크의 등 근육과 엉덩이를 쳐다보던 아리에테는 곧 얼굴이 시뻘게지더니 눈을 질끈 감고 뒤로 돌아 달아나버렸다.

“으아아아!”

“쟤 이상해. 네 엉덩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도망가.”

“여자는! 알 수 없는! 동물이지! 그냥! 내버려둬! 후욱! 훅!”

그렇게 운동과 휴식과 전투복 제작으로 시간을 보낸 뒤, 플루이드의 결혼식이 다가왔다.

“바, 바쁘네. 어, 어디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외출을 준비하는 크랭크와 캐롯을 보면서 전날 철야를 하고 오후에 일어나 부스스한 투나의 물음에 캐롯이 대답했다.

“결혼식.”

투나의 눈이 커진다.

“누, 누구!?”

“플루이드라고 내 친구, 그리고 크랭크의 소꿉친구.”

미리 정비해놓은 모험복장 차림으로 나타난 크랭크가 손을 흔든다.

“그냥 같은 마을에 사는 애들 중의 하나였다. 지독하게 얻어맞았지. 말하고 보니 갑자기 케케묵은 적개심이 불타오르는 군.”

“맞아? 네가?”

“어릴 때는 그 플루이드가 더 컸다. 성격도 모나고 드셌지.”

오토마톤에게 있어서 최고의 예복이라고 할 수 있는 전투복이 없어서 아쉬운 대로 외출용 아동복을 한 벌 더 준비한 캐롯이 놀라운 표정을 했다.

“와, 플루이드가 크랭크를 두들겨 팼다니 상상이 안 되는 걸?”

“다 됐으면 가자. 다들, 잠시 외출하고 오겠다. 돌아와서는 캐롯의 오버홀을 시작할거야.”

“어? 그, 주, 준비는?”

“걱정마라, 다 해 놨다.”

작업실에 정렬된 예비부품과 공구들을 배경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크랭크를 보고 투나가 방긋 웃었다.

“너, 넌 그런 쪽으로는 재빠르네.”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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