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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46화 (46/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남부 출장 준비! 46

토벌에서 살아 돌아온 데다 적지만 보수도 받았고, 거기에 흑마도사 길드에서 획득한 전리품을 팔아 요즘 꽤 돈이 많아진 지오의 파티는 그래도 쉬지 않고 의뢰를 처리했다.

“거기로 간다!”

“으아아! 이쪽으로 오지 마!”

지팡이이 대신 잠자리 채 같은 것을 든 비타가 눈을 질끈 감고 그걸 휘둘렀다. 숲속에서 뛰어나온 보리스와 코비가 외쳤다.

“와! 잡았어!”

“으아악! 빠져나가려고 해요! 잡아줘요!”

비타의 비명에 서둘러 달려간 젊은이들은 준비한 양동이에 슬라임을 밀어 넣었다.

출렁-!

“됐어!”

“몇 마리지?”

“3마리! 슬라임은 할당량 다 채웠어요!”

비타가 수첩을 꺼내 보며 외쳤다. 보리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지오! 슬라임 잡았어!”

숲속에서 뒤늦게 지오가 걸어 나왔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씩 웃었다.

“스, 슬라임이 이렇게 빠른 줄 처음 알았어.”

“좀 쉬었다가 할까?”

“후욱···! 다음은 뭐지?”

수첩을 보던 비타가 말했다.

“약초랑, 버섯 같은 것들이 남았어요. 이건 흔한 거라서 금방 찾을 수 있어요. 앗! 말하는 틈에 저기 발견!”

로브를 휘날리며 뛰어간 비타는 부러진 나무 밑에서 피어 있는 버섯을 후다닥 따더니 또 뭔가를 발견하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기 시작했다.

“후욱···.”

허리를 숙이고 숨을 고르는 지오를 보고 보리스가 말했다.

“너 꽤 지쳐 보이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모험은 하루에 하나씩만 하라고 했잖아.”

“아냐, 가능 하면 한 건 더 하자. 곧 겨울이 오는데 저금 해둬야 해.”

“그 전에 우리 파티 리더가 쓰러질 것 같아.”

보리스가 잠자리채를 어깨에 올리면서 말하자 지오가 씩 웃는다.

“약초 채취 끝났어요!”

생활력 만랩 수준의 여신관이 빵빵한 가죽 자루를 짊어지고 뛰어온다. 그 때쯤 어두침침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비 온다!”

“비 좀 맞으면 어때서 그래?”

코비가 근처에 세워 놓은 짐마차를 보면서 외쳤다.

“이 계절에 내리는 비는 위험해! 말이 감기 걸리면 큰일이야! 저건 우리 재산 목록 1호라고! 오늘은 여기까지! 철수! 철수다!”

못내 아쉬운 얼굴의 지오였지만 비가 오니 어쩔 수 없었다. 서둘러 정리하고 도시로 돌아올 즈음엔 꽤 세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좀 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지금도 충분히 큰일이거든! 빨리 기지로 가야해!”

마부석에 앉아 고삐를 쥔 코비가 성화를 부렸다. 마차는 서둘러 빗길을 달려서 토벌로 벌어들인 돈으로 큰마음 먹고 임대한 파티 홈에 도착했다.

주거지에서 좀 떨어진 교외의 허름한 창고였지만 비바람 정도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어느새 그들은 창고 안에 꽤나 그럴 듯한 살림살이도 구비해 놓았다.

마차를 통째로 창고 안에 집어넣은 코비는 커다란 수건을 가지고 와서 말의 몸을 닦았다.

“코비는 열심이네.”

“너도 좀 도와 임마!”

“나는 바빠.”

보리스는 지쳐 쓰러진 지오를 부축해서 간이침대에 눕혔다.

“지오! 왜 그래?!”

“도중에 짐칸에서 기절했어. 쯧, 혼자서 열심히 뛰어다니더니 꼴좋다. 비타.”

“예.”

비타가 다가와 지오의 이마에 빛나는 손을 들이 댔다.

화아악···!

빛이 잠깐 머물고 지오의 얼굴이 편해졌다. 손을 뗀 비타가 말했다.

“열만 내린 거예요. 과로를 동반한 감기는 잘 먹고 쉬는 방법뿐이에요.”

“그럼 며칠 쉬자. 우리들 최근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어. 솔까 모험가 데뷔하고 벌써 파티 홈을 차렸으면 우리 꽤 잘한 거 아니냐? 월세지만.”

“알았으니 빨리 와서 거들어! 아니지! 물을 끓여! 집안의 공기를 데워!”

“알았어.”

젖은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긴 보리스가 집기를 뒤져 큼직한 항아리를 들고 와 바닥에 내려놓자 비타가 양동이에 물을 떠와서 들이부었다.

뒤이어 보리스가 최근 구입한 마력 화로를 켠 다음 물 항아리 안에 던져 넣었다.

부글부글···!

순식간에 물이 끓어오르면서 뜨거운 증기가 솟아오르고 창고 안의 온도가 급상승했다.

순식간에 온기를 확보하자 말을 닦아주던 코비가 한 숨을 돌렸다. 그래서 좀 느긋하게 말을 돌보기 시작했다.

“후아-! 누가 처음에 이런 생각을 했을까.”

“정말요. 그리고 또 어떻게 이런 멋진 생각을 알려주려고 했을까요. 정말 대단해요. 나라면 공짜로는 못할 듯···! 우와! 여기 봐요! 이렇게 적혀 있어요!”

손에 든 두꺼운 책을 넘기던 비타가 한 구절을 찾아 읽었다.

“지식은 공유되어야 한다.”

“호랑이 선생님이라면 할 법한 말이네.”

비타가 들고 있는 책은 최근 길드에서 초보 모험가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 시작한 초보 모험가를 위한 일종의 참고서로 일전에 캐롯이 작성한 것이었다.

“이게 요즘 그렇게 인기래요. 애초에 정보를 드문드문 언급 한 경우는 많지만 한 곳에 이렇게 정리한 책이 종래엔 없었다나 봐요.”

“밥그릇이 걸리다 보니 입에서 입으로 구전만 할 줄 알지 기록을 남기지 않은 탓이지. 그 점에선 정말 잘한 것 같아. 땅콩 선생님을 칭찬하자.”

약간 버릇없어 보이는 발언이라고 생각한 비타가 표정을 굳혔다.

“그거 본인 앞에서는 말하지 말도록 해요. 비슷한 베테랑들은 장난이지만 우리가 하면 하극상이에요.”

“아···! 겨우 다 했어···! 지친다.”

말의 몸에 물기를 다 닦아주고 정리를 마친 코비가 한숨을 쉬면서 항아리 난로로 다가와 의자에 털썩 앉았다.

“푸르륵.”

고삐를 풀어놓은 말도 뒤따라오더니 열기를 뿜어내는 난로를 감싸면서 드러누웠다. 그 넉살스러움이 재미있는지 모두가 피식피식 웃었다.

“마력 보일러가 있으면 좋겠다. 이거 하나로 어떻게 겨울을 나냐?”

“엄청 뜨거운데, 이걸로 부족해?”

젖은 옷을 벗어서 창고 이곳저곳에 걸고 있던 보리스가 뒤를 돌아보자 벌써 옷을 갈아입고 화로 옆에 앉아서 손을 쬐고 있던 비타가 눈썹을 좁히며 고개를 돌린다.

“절대로요! 네버! 여기 겨울은 정말 끔찍하다고요. 기지도 보수하고 보일러도 깔고 비상식도 준비하고 하여튼 겨울나기 준비를 해야 해요. 준비한 만큼 따뜻한 겨울이 될 거라고요.”

웃통을 벗고 화로 곁에 앉은 보리스가 팔짱을 하고 있다가 고개를 돌린다.

“근데 넌 계집애가 왜 여기 끼어 있는 거냐. 옷 마르면 신전으로 가.”

“으앙! 싫어요! 우린 파티잖아요! 파티는 한 몸이잖아요! 안가요!”

“우와···! 징그러운 소릴 잘도 하네. 너 정말 17살이야?”

보리스가 끔찍한 걸 본다는 표정으로 비타를 보았다. 비타는 입술을 내밀더니 고개를 돌리고 난로를 보면서 말했다.

“신전에 가봤자 바쁘기만 하고 별로 쉬지도 못해요. 나로서는 빨리 돈 벌어서 신전의 은혜를 다 갚고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신전의 은혜가 뭐지?”

“남부에는 신전이 없어?”

“있어. 하지만 내가 나고 자란 동네엔 없었어. 그래서 뭐야? 전에 토벌대에서 만난 그 여신관 누나도 말했지?”

“에리스! 에리스 자매님이에요! 뒤 늦게 신력이 발현해서 신관이 된 분이라고요. 정말 운이 좋았죠.”

쏴아아아아~!

겨울비가 신나게 내리는 창고 안, 지오는 간이침대에 쓰러져 있고, 보리스와 비타, 코비는 화로를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비타가 말했다.

“신전에 몸담은 수련자들에게 신력이 발현되면 정식으로 신관이 되는 거죠. 그런데 이게 무슨 방법이나 노력 여하로 결정 되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에요.”

“발현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거네?”

“맞아요. 에리스 자매님은 늦은 편이에요. 그 분은 벌써 25살이시니깐요.”

긴 머리를 풀고 수건으로 닦던 보리스가 말했다.

“25살이면 한창 아니야?”

“인생으로 따지면요! 하지만 언제 신전의 은혜를 갚고 행복을 찾겠어요. 운이 크게 따라주지 않으면 힘들어요.”

“아까 질문을 되돌리자. 신전의 은혜가 뭐야?”

“고아나 갈 곳 없는 사람들을 신전에서 받아주는데, 그냥은 아니에요. 신전을 나설 때 성의껏 기부를 하는데 그걸 신전의 은혜 갚기라는 거예요.”

“아하. 무슨 말인지 알겠다. 키워준 값을 받는 구나. 쪼잔한 신전이네.”

“쪼잔하다니! 우리 신전의 신관님들을 모욕하지 마요!”

눈썹을 세운 비타가 외쳤다.

“그럼 아냐?”

“아냐. 약간 달라.”

주전자를 화로에 올리고 자루에서 비스킷을 꺼내 모두에게 하나 씩 돌린 다음 옆에 누운 말의 입에도 하나 물려준 코비가 고개를 돌린다.

“그거 사실 안 갚아도 돼.”

“어 진짜?”

“음, 안 갚아도 되는데. 그걸 굳이 갚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지. 비타나, 그 에리스 신관님처럼.”

“오오. 그럼 갚지 말지?”

“어떻게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은혜를 저버리라고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비타를 보던 보리스가 코비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거 내가 이상한 거야?”

“푸히히···!”

비스킷을 씹다가 말고 킥킥 웃은 코비가 설명했다.

“원래는 신전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욕을 불어넣기 위해서 한 말이었다더라고.”

두 손을 모아 쥔 비타가 입을 열었다.

“일하고, 돈을 벌고, 사랑을 하고, 그렇게 살아가라. 그리고 시간이 남는다면, 신전의 은혜를 돌려주러 오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비스킷을 씹던 보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제 대충 알겠다. 그래. 그런 거구나. 그럼 안 갚는 사람도 있겠네.”

“있지. 죽을 때까지 못 갚는 사람도 있고, 그냥 마음의 짐 같은 거야. 의무는 없어. 신전에서도 크게 생각하지 않아.”

매우 희한한 것을 발견한 사람의 표정을 지은 보리스가 비타를 쳐다보았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아 정말!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합시다!”

비타가 손을 휘저었다. 주전자를 기울여 뜨거운 차를 후룹 마신 보리스가 중얼거렸다.

“그래서, 얼마야?”

“···1천만 리즈요.”

“액수가 구체적이네?”

“보통 자기가 정하는 건데 요즘 이 가격으로 굳어졌어요. 뭔가 가깝지만 먼 액수라나?”

“그거 다 갚으면 이제 뭘 하는 거야?”

“자유 신관이 되는 거예요. 걸어 다니는 신전이 되는 거죠. 뭘 하든 내 마음이죠.”

고개를 끄덕인 보리스가 비타를 보았다가 코비에게 물었다.

“말이 나온 김에, 그럼 신관이 못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돼?”

“그것도 결국 자기 마음이야. 죽을 때까지 신전에 봉사하거나. 생각을 고쳐먹고 제 발로 나가거나. 드문 경우지만 결혼해서 배우자가 은혜를 다 갚아줘 버리는 경우도 있데.”

“코비 자세히 알고 있네?”

“우리 엄마가 신관이었거든?”

비타의 눈이 번쩍였다.

“부디! 자매님의 존안을 뵙고 싶습니다!”

“응, 물어볼게.”

“여기 살고 계셔?”

“응. 1번가 거주구에,”

보리스가 말했다.

“그럼 너도 겨울에는 집으로 가서 지내면 되지 않아?”

“내 집은 여기야.”

간단하게 말을 맺고 컵을 입에 기울이는 코비를 보면서 보리스는 고개를 돌렸다. 비타가 이제 발바닥을 화로에 들이대고 있다.

보리스가 한숨을 쉰다.

“하···!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네.”

“···으응?”

지오가 깼다.

“으윽··· 도, 도착했나?”

“누워 있어. 밥 먹고 좀 더 자라. 코비 요리해라.”

“가끔은 니가 해!”

“난 바빠. 비타.”

“예?"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주워 입은 보리스가 짐칸에 실린 양동이와 약초더미를 보았다.

“저거 가져다주고 의뢰비 받아오자.”

“옙! 갑시다!”

“우산 가지고 가. 그리고 올 때 고기 좀 사와. 저녁은 든든하게 비프스튜 해먹자.”

양손에 슬라임이 든 양동이를 들고 등에 약초자루를 맨 보리스와 한 손에 우산, 그리고 남은 손에 슬라임 양동이를 든 비타가 빗속으로 사라졌다. 그걸 창고 입구에서 바라보며 코비가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갈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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