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흑마도사 토벌대! 36
촤아아아악!
방패와 검을 들고 방열 망토를 휘날리며 강철의 기사들이 비탈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캬으아아아!!”
촤으악!?
괴물들이 달려왔지만 하드스킨 오토마톤 101호가 휘두른 투핸드 소드에 반쪽이 나버렸다.
“세상에 저 큰 걸 단칼에?!”
슬그머니 언덕의 비탈에 나타난 크랭크가 그들의 전투를 내려다보았다.
“저게 헤리슨이 영주님께 떼를 써서 최근 구매했다고 하는 그 신형인가 보군요.”
“놀라지 마십시오. 저 친구들 대당 5억을 넘습니다.”
한 경비대원의 말에 뒤를 돌아본 모험가가 입을 딱 벌렸다.
“얼마 전에 할부로 산 내 오토마톤이 3천 만 리즈가 조금 넘는데···? 5억이라고? 세상에!”
“인간은 군대가 와도 저 1대를 이길 수 없습니다. 얼마나 든든합니까? 저게 우리 편입니다. 절대 배신하지 않는 우리들의 충실한 방패입니다.”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뭔가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생각했다.
“세금으로 대체 뭘 하냐고 불만을 터트리던 사람들을 데려다 저걸 보여주고 싶군.”
위에서 무슨 소리를 하던 오토마톤들은 검과 방패를 휘두르며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다.
훙훙훙!
동굴 안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날아온다. 귀에 뭔가를 꼽고 전장을 살피던 경비병들 중 하나가 외쳤다.
“1시 방향! 파이어 볼! 3발! 각개요격! 방패를 사용해라!”
명령을 듣고 망토를 휘날리며 그 덩치로 뛰어오른 하드스킨 오토마톤들은 들고 있던 라운드 실드를 휘둘러 날아오는 파이어 볼을 후려쳐버렸다.
터터텅?! 쿠쾅-! 쾅! 쾅쾅!
화르르륵!
파이어 볼이 튕겨져 근처 숲으로 떨어지더니 폭발했다.
쿠쿠쿵-!
바닥에 착지한 하드스킨 오토마톤들이 불꽃을 배경으로 망토를 휘날리며 검과 방패를 들고 일어섰다. 아군으로서는 이보다 든든할 수 없지만, 적이라면 소름 돋는 모습이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눈을 위로 치켜뜬 토벌단장이 주먹을 쥐면서 외쳤다.
“크흐하하하! 드래곤 스케일이다! 네놈들의 마법은 통하지 않아! 길을 텄다! 토벌대 돌입! 길드를 박살내라! 모조리 죽여라! 저것들은 인류의 적이다!”
“우오와아아아아아아!!!!”
60여명 쯤 되는 병력이 뛰어 내려갔다.
투 핸드 소드와 드래곤 스케일로 무장한 강철의 기사들이 먼저 돌입해서 함정과 매복을 격파하면 그 뒤로 인간 모험가들이 뒤따라 마무리를 가하는 식이었다.
천연동굴을 다듬어서 만든 길드 안으로 들어서자 정원이나 광장 같은 느낌의 거대한 공간이 있었고 안쪽으로 나무로 만들어 붙인 테라스나 돌을 깎아 만든 계단 등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규모가 어지간한 마을 수준이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분노한 흑마도사들이 튀어나와 욕설과 마법을 난사했고, 몰려온 모험가들과 함께 대난투를 벌였다.
“이놈들아!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찾아왔느냐!?!”
“지옥이지 어디야! 이 악마들아! 나는 둠 슬레이어다!”
난데없는 포격에 이어 무장병력의 난입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흑마도사들이었지만 노호성을 지르며 반격에 나섰다.
“아이스 미사일!”
“윈드 커터!”
“워터 슬라이서!”
동굴 안에서 갖가지 마법이 날아다녔지만 모험가 대부분이 드래곤 스케일 방패로 무장했기에 어지간한 마법은 다 튕겨 내버렸다.
“이야아압! 죽어!”
“으, 아! 꺄아아악!”
얼음 기둥을 방패로 쳐내고 쓰러졌다가 네 발로 기어일어나 달려오는 짐승 같은 모험가를 보고 당황한 여자 흑마도사가 두 손을 들고 얼굴을 가렸지만 모험가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롱소드로 그 가슴에 찔렀다.
“끄어억···!”
“에잇! 떨어져!”
가슴에 칼이 박혀 부들부들 떠는 흑마도사를 발로 밀어버리고 얼굴에 튄 피를 닦은 모험가의 눈이 광기에 젖었다.
“너희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해충이다!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모두 죽일 거다! 죽여도 된다!”
미로 같은 동굴 안에서 한 늙은이가 뛰쳐나와 쓰러진 동료 여마도사를 추슬렀다. 그리고는 피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으어억! 이보게! 케로스! 으아아아! 안돼에! 이이이! 이놈들아! 네놈들이야 말로 사람이냐?! 이 빌어먹을 모험가 놈들! 불한당 놈들아!”
눈에 핏발이 돋은 모험가가 롱소드를 들어 마도사를 겨누고 침을 튀겨가며 외쳤다.
“마왕군의 마족들도 사람을 가지고 자르고 붙이고 교배하는 생체실험을 해대진 않았다! 이 악마들아! 네놈들에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우리는 인류의 발전과 진보를 위해서 일생을 바쳐 연구를 했다! 무엇이 잘못됐느냐!”
죽은 동료를 끌어안고 역정을 내는 흑마도사의 등 뒤에서 2미터짜리 괴물체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큼직한 도끼를 들어올렸다.
“수학을 잘하는 살인마는 필요 없다. 설사 그것이 인류의 진보를 100년 늦추게 되더라도.”
퍽-!
정수리에 도끼를 맞은 흑마도사가 눈을 부릅뜨고 쓰러지자 크랭크가 고개를 돌리고 캐롯을 보았다.
“네가 저지르는 모든 일은 내가 책임진다. 나는 상관 말고 너 좋을 대로 날뛰어. 가라.”
살짝 치켜든 캐롯의 눈이 붉은 색으로 빛난다.
“이히히히히!”
자유로운 다람쥐처럼 동굴을 뛰어다니기 시작한 캐롯은 난전을 펼치는 모험가들을 돕거나 혼자서 흑마도사들에게 덤벼들었다.
“으하하하하! 신나! 너무 신나! 하하하하!”
“이 조그만 녀석이! 파이어 볼!”
“헹!”
재빠르게 바닥에 엎드려서 파이어 볼을 피한 캐롯은 그 상태에서 로켓처럼 발사되어 흑마도사의 콧잔등에 박치기를 선보였다.
빠각?!
“크으어억?!”
뒤를 돌아본 캐롯이 재빠르게 몸을 빼면서 외쳤다.
“10시 방향! 흑마도사! 근접지원사격!”
우연히 마주한 상황이었지만 그 남자도 캐롯의 이름 정도는 들어본 적 있었다. 그래서 대꾸도 하지 않고 활을 들어 시위를 당겼다.
퉁!
“컥?!”
얼굴을 가리고 비틀거리다가 가슴에 화살을 맞은 흑마도사가 뒤로 넘어가자 멈춰선 캐롯이 고개를 돌렸다.
“나이스 샷! 아저씨 이름 뭐에요?”
“밀턴!”
“나는 캐롯! 고마워요. 밀턴 아저씨! 죽지 마!”
“네 걱정이나 해라!”
개미굴 같은 동굴을 들쑤시고 다니던 캐롯이 뭔가를 발견했다.
“이게 다 뭐야?”
그곳은 동굴 안 깊은 곳에 만들어진 커다란 돔형 공간으로 사방에 방이 있고 쇠창살로 무언가를 가두고 있었는데, 안에 인간들을 비롯해서 각종 몬스터들이 종류별로 들어차 있었다.
“누, 누구세요···?”
사람들이 잡혀 있는 감옥 앞으로 자박자박 걸어간 캐롯이 안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피폐한 얼굴의 사람들이 눕거나 앉아있었는데 그 수가 못해도 30~40은 되어보였다.
캐롯이 살짝 치마를 들어 올리며 귀엽게 미소 지었다.
“나는 오토마톤 캐롯, 여러분을 구하러 왔습니다. 우리 이제 집에 가요.”
“아, 아아아···!”
그 말을 들은 감옥 안의 사람들이 감격에 겨워 울기 시작했다. 그때 공간의 상부에서 카랑카랑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온 것이야! 썩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캐롯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귀여운 미소가 사라지고 딱딱한 표정을 하더니 시선을 들고 곧 히죽 웃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선 캐롯이 발코니가 설치된 돔형 공간의 상부를 올려다보았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사람이 그곳에 있었다.
“야, 마도사.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너희는 왜 다 늙은이뿐이야? 젊은 남자나 여자는 없어? 다 잡아 먹었냐?”
“뭐, 뭣이! 네 이놈! 말버릇을 고쳐주마!”
늙은이는 손가락을 튕기더니 캐롯을 가리켰다.
“라이트닝!”
빠지지지직?!
푸른 번개가 쏘아졌지만 캐롯은 휙 하고 피했다.
“어린애처럼 생겨도 상관하지 않고 공격하는 걸 보니 저건 사악한 마도사가 확실해! 하하하! 너 이리 내려오지 않을래?”
번개를 피하는 몸놀림에 눈썹을 꿈틀거린 마도사가 입을 열었다.
“너, 인간이 아니군. 뭐하는 놈이냐?”
고개를 살짝 숙인 캐롯이 너무도 악랄하게 웃는다. 아는 사람들이 기겁할 정도로,
“알면 뭐해? 내려오기 싫으면 거기 있어. 올라가서 죽여줄게 이 해충아.”
딱!
텅-!
늙은 흑마도사가 입을 다물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방문 하나가 열리더니 잠시 후 커다란 괴물이 슬글슬금 머리를 내민다.
치르르르···!
“우와! 지네?! 저거 지네야? 저렇게 큰 지네도 있어?!”
“애야! 조! 조심해! 저건 사람을 잡아먹어···!”
머리가 거의 황소만하고 몸길이에서 달해서는 20미터가 넘을 것 같은 대왕지네였다. 캐롯은 의기양양하게 허리에 손을 얹더니 위의 흑마도사를 한번 쳐다본 다음 우아하게 발레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회전을 시작한다.
키이이이이이잉!!!!!
촤아아아악?!
“저, 저게 뭐···!?”
회전 칼날을 드러내고 소용돌이가 되어 날아간 캐롯은 대왕지네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 감옥으로 들어갔다.
카가가가각?! 키이이이이잉!!!
쾅쾅-! 쿵쾅!
지네와 캐롯이 날뛰면서 천장에서 흙먼지가 쏟아졌다.
촤아악! 이이이잉!
“지, 지네를 썰어버렸어···?!”
“세상에···!”
대왕지네의 긴 동체를 토막토막 썰어버리고 붉은색으로 물든 칼바람이 사방으로 피를 흩뿌리며 감옥에서 튀어나오더니 이제 흑마도사를 노리고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이 무슨?! 저리 꺼져라! 체인 라이트닝!”
빠지지지직?!
최상층의 발코니에 서있던 흑마도사가 번개를 뿌렸지만 캐롯의 칼날 회오리는 기민하게 움직여 그것을 피하고는 회전을 풀고 팔다리를 펼친 채 낙하 직전 허공에 잠시나마 정지했다.
피를 뒤집어쓴 캐롯은 늙은 흑마도사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캐롯이 작은 손으로 흑마도사를 가리키며 외쳤다.
“머리 위 12시 방향! 흑마도사! 근접지원사격! 발사!”
투투투투투투! 파바바바바바~!!! 퉁! 퉁! 퉁!
퍼퍼퍼퍽?! 퍽!
“윽으윽?! 큭?! 컥?!”
매섭게 날아온 화살이 마도사의 몸에 박히거나 관통한다. 순식간에 고슴도치가 되어버린 흑마도사가 무릎을 꿇고 난간에 기대어 즉사했다.
착-!
바닥에 착지한 캐롯이 두 손을 들고 반갑게 외쳤다.
“어서와! 나 무서웠쪙! 저 할배 엄청 무서웠쪙!”
일정 수준 이하의 모든 마법을 반사하는 드래곤 스케일 방패, 고성능 자동석궁과 각종 날붙이로 중무장 모험가와 경비병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캐롯을 보고 낄낄 웃는다. 몇몇은 그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여긴 뭐냐?”
“마법사의 실험체 재료 창고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길, 기분 나쁜 곳이네.”
“대장! 여기 사람이 있습니다!”
“구출해라! 모두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
“이 괴물들은 어떻게 할까요?”
“일단 방치! 혹시 사람 말을 알아들으면 보고해!”
훈련 받은 경비병들이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중에 캐롯이 아는 얼굴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제이크! 어때요? 정리가 좀 된 것 같아요?”
“곳곳에서 전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저항이 크지 않군요.”
“오! 그럼 초보 모험가 투어를 좀 해볼까나?”
슬쩍 웃어준 제이크는 동료들의 부름에 뛰어갔다. 캐롯은 우다다다 달려 동굴을 빠져 나갔다. 그러다가 흑마도사와 전투 도중인 모험가를 발견했다. 도와줄 참으로 속도를 높인 캐롯은 흑마도사의 다리를 걷어 차버렸다.
“이야압!”
퍽!
“으악?!”
“잘했다! 땅콩! 으럅!”
퍽퍽퍽!
흑마도사가 비틀거리자 교전 중이던 모험가가 롱소드를 휘둘러 그를 다진 고기로 만들어놓았다. 캐롯이 자리를 뜨면서 외쳤다.
“아저씨 준비해요! 이제 분탕질의 시간이야!”
“으하하하하! 한 탕해야지?! 두근두근 하구만!”
“으헹케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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