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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33화 (33/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청동문 조사단장! 33

넉살 좋은 길드장의 웃는 얼굴을 좀 봐주고 1층으로 내려간 크랭크는 다음 모험 의뢰를 위해 공고게시판을 보았다.

“어이! 크랭크! 일거리 찾으러 왔어?”

“예, 돈이 필요합니다.”

지나가던 모험가가 씩 웃더니 반대편 벽을 가리켰다.

“토벌공고가 떴는데 한번 봐봐.”

“오! 뭔데뭔데?”

“흑마도사길드 토벌전이야. 위치가 확인 되서 급하게 인원 모아서 출발 할 것 같아.”

공고 게시판으로 달려가자 사람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허리를 좀 숙인 크랭크는 캐롯을 목마 태워 일어섰다.

“오! 잘 보인다! 어디어디? 어엇? 내일 출발이래! 살아서 돌아오면 인당 200만 리즈! 오토마톤 동행 시 300만 리즈!”

“좋네. 당장 신청하자. 부품도 부족하고 조만간 너 정기 오버홀 할 돈도 모아둬야 해.”

“나? 벌써?”

캐롯이 허리를 꺽어 크랭크와 눈을 마주했다.

“애완용을 전투용으로 억지로 개조했으니 갈려나가는 부분이 없으면 이상하지. 너 왼쪽 팔과 오른 쪽 다리가 약간 이상해 보인다.”

“어? 눈치 챘어? 하하! 가동오차는 스펙 안쪽인데 말이야.”

“가정용이면 모르겠는데 전투용이니 만큼 오차를 넘어서는 건 순식간이다. 준비하자.”

“응! 주인님 정말 좋아! 헤헤!”

접수처에 등록하려는데 마침 2층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왔다. 쥬세페 공주와 수행원들이었다. 크랭크와 그 목마를 탄 캐롯을 발견한 공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그들을 가리키며 무어라 중얼 거렸다.

수행원들 중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얼굴의 반 이상이 커다란 렌즈로 이루어져 있었다. 번쩍!

“으억?!”

섬광이 번쩍이고 놀란 크랭크와 캐롯이 눈을 찌푸리자 여 수행원이 다가왔다.

“갑자기 미안합니다. 조사단장의 개인적인 취미라서.”

“개인적인 취미?”

“대체 뭡니까?”

섬광을 터트린 오토마톤이 곧 등에 맨 화판을 앞으로 돌리더니 연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목탄 연필심에서 다시 불씨가 피어오를 정도로,

스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삿!!

“우왕!”

순식간에 완성된 그림은 크랭크의 목마를 탄 캐롯의 모습이었다. 가까이 다가온 사람들과 크랭크도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대체···!”

“요즘 수도에서 유행하는 고속 소묘라는 겁니다. 오토마톤에게 인물이나 풍경을 기억시키고 그걸 그림으로 그리도록 하는 거지요.”

팔랑.

“이건 여러분께 드리는 겁니다.”

스사사사사사사사사사삿!!!!

후드를 쓴 오토마톤은 다시 그림을 그려 이번엔 조사단장에게 넘겨주었다. 그걸 흐뭇하게 바라본 조사단장은 그림을 갈무리한 다음 길드 건물을 나섰다.

길드장을 포함한 운영인원이 모두 나와서 인사를 했다.

그걸 보고 있던 길드의 모험가들이 다가왔다.

“뭐야? 누구야? 저 예쁜 사람들과 무시무시한 아저씨들은?”

“청동문 조사단장이라고 수도에서 왔다던데요.”

“아! 들었어. 조사단장이 저런 미인이라니! 흥분 되는 걸?!”

“왜 이야기 해주지 않으신 겁니까! 길드 마스터!”

길드 장의 눈빛에 혐오감이 깃든다. 하지만 입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들을 위해서 입니다. 저 무시무시한 아저씨들에게 목이 졸리고 싶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마세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험합니다.”

“어차피 여자는 불 끄면 다 똑 같··· 어억···? 컥···.”

말하던 모험가의 뒤로 길드 남 접수원이 나타나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불경죄로 목이 떨어지기 싫다면 말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저 조사단에게 가급적 협조하십시오. 다만 저 금발에겐 가까이 다가가지 마세요. 큰일 납니다.”

말에서 위험을 감지한 길드 모험가들이 빳빳하게 서서 외쳤다.

“예! 길드 장님!”

화나면 무서운 길드 마스터의 경고에 모험가들은 한숨을 쉬었다. 길드 장은 접수처로 향했다.

“흑마도사길드 토벌전 접수율은 어떻습니까?”

“순조롭습니다. 길드 모험가들의 반수 이상이 접수를 마쳤습니다. 초보 모험가도 접수를 받을까요?”

잠시 생각하던 길드장이 말했다.

“길드에서 알선하는 연수를 마쳤고 1건 이상의 의뢰를 완수한 초보라면 받아주세요. 이런 대규모 토벌전도 경험이 될 겁니다.”

고개를 휙 돌린 길드장이 크랭크와 모험가들을 보았다.

“급하게 들어온 의뢰라서 시간이 빠듯합니다. 사람을 잡아서 생체실험을 하는 흑마도사의 길드 토벌전입니다. 일정선에서 개인 전리품은 묵인하겠습니다. 다들 서둘러 준비하십시오.”

“이이얏호우!!!”

“가즈아!!!!”

개인 전리품, 다른 도시라면 아예 입에도 담지 않지만, 아르곤 길드 마스터는 모험가의 생태에 대해서 자세하기 때문에 공식으로 선을 정하고 묵인을 거론해 모험가들의 전폭적인 토벌전 참여를 이끌어냈다.

“수완이 좋아.”

“그렇지. 우리도 준비하자.”

그날 오후부터 아르곤은 바빴다. 대규모 토벌 원정이 기획되자마자 모험가들이 바쁘게 시장과 대장간과 잡화점을 돌아다니며 무기의 구입과 수선을 의뢰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사용할 의약품과 식량 등을 구매 하면서 상인들에게도 활력이 퍼져나갔다.

“모험가 도시락 셋트! 이제 10개 남았어!”

“생존 셋트도 아직 남았어요!”

“말린 고기! 건어물도 좀 챙겨가라! 조미료도 있어!”

“오늘 재고 턴다! 단검! 롱소드! 화살! 할인 들어간다!”

뛰어다니는 모험가들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 상인들이 목청을 세웠다. 크랭크와 캐롯도 대장간과 잡화점에 들려 간단히 물건을 구입하고 공방으로 돌아와 무장을 준비했다.

위이이잉! 카가가각!!!

대장간에서나 볼 수 있는 회전 숫돌 앞에 앉은 크랭크가 도끼와 숏소드를 갈아 날을 세운다. 그걸 보고 있던 캐롯이 말했다.

“와, 이거 비싼 거 아냐?”

“만들었다. 원래는 부품 깎을 때 쓰는 거지만, 그러고 보니 중형 마력 선반이나 고정 드릴 같은 가공 장비도 있으면 좋겠군.”

“돈 벌어서 사자. 인생은 한 번이야. 울지 말고 즐겨.”

크랭크가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캐롯을 보았다. 그는 웃고 있는 것 같았고, 실제로고 미소 짓고 있었다.

“그래.”

석양이 비춰지는 공방 안쪽, 쥬세페 공주의 오토마톤이 그려준 소묘화에 비춰졌다.

인간 마스터의 목마를 탄 조그만 오토마톤.

그야 말로 그림이었다.

같은 시각, 조사단이 머물고 있고 있는 영주의 성에서는 흐뭇한 표정의 쥬세페 공주와 티슈 백작부인이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백작부인은 손에든 종이를 들고 부들부들 떨었다. 눈에는 핏발도 좀 선 것 같았다.

“이, 이걸 저 오토마톤이 그렸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백작부인, 기술의 진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방안을 장식한 수많은 유화를 보면서 공주는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하지만 오토마톤에겐 이런 집념과 노력을 찾을 수 없지요. 멋진 곳입니다.”

“감사합니다. 전하.”

“그래서 말인데, 다음 여름 휴가지로 여길 들리고 싶습니다만 허락해 주시려나요?”

“그, 그건 백작께 여쭤봐야 하는데요.”

“부디 여쭤봐 주시기 바랍니다. 가까운 곳에 마왕군 접경지 마을도 있다고 하던데 꼭 가보고 싶습니다.”

종이를 들어 그림 속의 크랭크와 캐롯을 들여다보며 백작부인이 슬쩍 물었다.

“그런데, 청동문의 보고는 어찌할 생각이신가요?”

찻잔을 내린 공주는 싱긋 웃더니 말했다.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엘프들의 손을 탔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럼···.”

“청동문을 가진 네 도시는 앞으로 무역의 중심지로서 성장해 주셔야겠습니다. 세금 올릴 생각을 하니 두근두근해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백작부인의 얼굴이 우거지상이 되었고 그걸 공주는 놓치지 않았다.

번쩍!

“어멋!”

석상처럼 앉아있던 오토마톤이 일어섰다. 그러더니 화판을 앞으로 돌리고 목탄 연필을 꺼내 휘갈기더니 그림 한 장을 공주에게 내밀었다.

“요즘 제 취미입니다.”

그림 속의 백작부인은 떨떠름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아침이라기엔 이른 새벽, 길드 앞으로 완전무장한 흉흉한 차림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 중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초보 모험가들도 끼어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곧 누군가에게 쏠렸다.

“어, 스승님이다.”

“교관님.”

“사부.”

“선생님.”

작은 소란에 험상 굳은 모험가들이 얼굴을 돌렸다가 피식 웃었다. 조그만 그림자가 씩씩하게 걸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여~! 사랑하는 나의 제자들! 여러분들도 같이 토벌 가는 거야?”

캐롯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자 긴장한 모험가들의 얼굴이 조금 펴졌다. 그 동안 길드 주선으로 캐롯에게 연수를 받은 초보 모험가들의 숫자도 꽤나 많았다.

“크다···!”

“모험가 크랭크, 친절한 거인, 캐롯의 마스터.”

뒤 따르던 크랭크가 덩달아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좀 부끄러워했다.

“네 교육의 진심이 느껴지는 구나.”

“그렇지? 하하!”

캐롯을 찾아와 인사하는 초보 모험가들을 내버려두고 크랭크는 아는 모험가들과 인사를 나눴다.

“크랭크, 자네도 왔구만.”

“여러분도 오셨군요.”

대머리 게토를 선두로 그의 파티 전원이 웃거나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게토 씨는 못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크, 말도 마. 겨울을 대비해서 돈 벌어놔야 한다고 겨우 설득했어. 그나저나 캐롯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커지는군.”

모험가 길드의 젊은이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는 캐롯을 돌아본 크랭크가 다시 그를 보았다.

“뭐, 마스코트 같은 거지요.”

“그래, 자네들이 함께 한다니 든든하구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갑작스럽게 끼어든 넉살 좋은 경비병을 보고 게토는 고개를 기울였지만 크랭크가 그를 알아보았다.

“제이크?”

플루이드를 경호하던 경비병 제이크였다.

“키가 커서 멀리서도 잘 보이더군요. 저도 갑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우와! 훈남 경비병 제이크다! 제이크! 플루이드는 어쩌고 여기 왔어요?”

캐롯이 반갑게 달려와 외치자 제이크가 하하 웃었다.

“자원했습니다. 돈이 좀 필요해서.”

“설마! 결혼자금?!”

“그건 상상에 맡기지요.”

“그런데 왜 말을 높여요? 나는 오토마톤인데.”

“그녀가 당신을 친구라고 불러서요. 아, 부르는 군요. 가봐야겠습니다. 뭔가 볼일 있으면 저를 찾아주십시오.”

토벌대에 자원한 경비병 제이크는 서둘러 동료들에게 달려갔다. 그걸 쳐다보던 크랭크가 캐롯을 내려다보았다.

“놀라운걸. 너 플루이드랑 사이좋았구나. 뭘 어떻게 했어?”

“애가 힘들어 할 때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줬지. 돈도 좀 빌려주고, 동생들 빵도 좀 사주고, 솔직히 반은 장난인 줄 알았는데. 크랭크, 나 인간 친구가 하나 있어. 이건 진짜 인가봐.”

“둘, 아니, 셋이다.”

애덤과 레나가 다가왔다.

“우리도 네 친구다. 어디 가서 자랑은 못하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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