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인형 오토마톤-31화 (31/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근육변태양동이! 31

“그런데 왜 이 친구는 반말이야?”

“아, 그거. 자아가 강하거나 두뇌의 연산 용량이 낮으면 존칭을 못하고 반말로 일관하게 되는데 고장은 아냐. 가끔 있지. 봐봐, 나도 그렇잖아?”

“오오! 그럼 이쪽은?”

마을 사람들이 이번엔 화려만 붉은 머리카락을 산발한 게이지를 보았다. 게이지는 꾸벅 허리를 숙이더니 인사를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토마톤 게이지 입니다. 금일부터 개척민 마을 메크로의 방위를 맡게 되었습니다.”

“와! 착해! 예의발라!”

허리에 손을 올린 캐롯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한바탕 환영식이 있은 후 저녁 쯤 하얀 방열 가발을 산발한 봄바가 복귀했다. 캐롯을 발견한 봄바는 고개를 꾸벅이더니 수첩을 꺼내 글을 적었다.

- 어서 오세요.

“그래! 봄바! 널 보러 우리가 또 왔어!”

캐롯이 두 팔을 들고 봄바를 맞이했다. 고개를 든 봄바가 근처에 서 있는 오토마톤을 가리키자 캐롯이 마을에서 추가 발주한 방위용 오토마톤이라고 설명했다.

- 잘됐군요. 그렇지 않아도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봄바 입니다.

봄바의 글을 읽은 게이지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가이거는 문자를 몰랐기 때문에 옆에서 말해줘서 알게 되었다.

“가이거는 문자를 모르니까. 여러분들이 가르쳐 줘야해.”

“어 정말?! 글을 모르는 오토마톤도 있어!?”

“추가 옵션을 넣지 않으면 출고 할 때는 글이고 뭐고 아무것도 몰라. 경험하고 배워야 비로소 알게 돼. 나조차 문자는 주인님에게 배운 거야. 부탁해 동네 사람들.”

“맡겨줘!”

“오오! 내가! 내가 가르쳐 줄게!”

캐롯이 나섰다.

“하지만 그건 내일부터, 지금부터는 마을 방위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보자. 동네 아저씨들이랑 오토마톤들은 모여 봐봐.”

캐롯과 동네 사람들은 마을의 사랑방 같은 집에 보며 봄바의 하루 일과를 나눠서 3분할 한 다음 방위 태세와 순찰 시간 등을 재정립했다.

방위계획표를 적은 종이를 펼쳐든 캐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분간 이렇게 하면 문제없겠지? 물론 상황에 따라 보정은 필요해. 알겠지들?”

오토마톤과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넌 어린 녀석이 참 똑똑하구나. 저 크랭크의 딸이냐?”

“응?! 프하하하!”

생뚱맞은 질문에 캐롯이 폭소를 터트렸다. 다른 사람들에게 사정을 들은 사내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토마톤이라고! 그럼 소프트 스킨인가?! 놀랍군! 나는 얼마 전에 이 마을로 이주했다. 사람과 똑 닮은 오토마톤이라고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헤, 그래요?”

“아아, 가끔 모험가들이 소프트스킨 오토마톤이라고 데리고 다니는 걸 봤지만 너 정도의 완성도는 아니었다. 정말 사람 같군.”

“와! 나는 다른 소프트 스킨 올라간 애들은 못 봤는데. 어때요?”

“싸구려는 조악하지. 끔찍할 정도다. 어린애가 만든 인형 수준이야. 하지만 고가의 물건은 사람과 구분하지 못할 정도지. 하지만 너는 정말 대단하구나. 누가 만든 거냐?”

그때 크랭크가 회의실로 쓰고 있던 곳으로 들어섰다.

“비밀입니다. 하지만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들었지요.”

“오! 주인님아!”

모여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캐롯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이주 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의 용골을 보고 놀라워했다.

“오! 자네 엄청 크군!”

“감사합니다. 캐롯은 소프트 스킨은 업체에 맡겨서 만든 겁니다. 조형사의 솜씨는 좋았지만 내구성은 별로였지요.”

“그런가, 사실 나도 오토마톤에 관심이 많아서 젊었을 때는 정비길드의 수련생으로 들어가기도 했지. 그렇지! 자네가 봄바를 고쳤다면서?! 놀랍군! 이 100년도 넘은 골동품을 잘도 이렇게 까지!”

크랭크가 자리에 앉았다.

“자료가 거의 없어서 애먹었습니다. 일주일 넘게 걸렸지요. 어르신의 젊은 시절에는 어땠습니까? 봄바 같은 외제 오토마톤이 꽤 있었습니까?”

그는 턱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나 젊었을 때도 외제 오토마톤은 비싸서 별로 없었어. 가끔 귀족가문에서 과시용이나 애완용으로 쓰는 걸 봤지. 알다시피 이젤리아의 오토마톤들은 조형미가 좋아서 뭘 입혀 놓아도 귀티가 나거든, 나는 처음 여기 와서 처음 봄바를 보고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네. 저건 뭔가 특수목적용이야. 같은 모델을 애완용으로 쓰는 걸 봤거든? 물론 가르치면 검술도 꽤 하지만 저렇게 힘이 좋지는 않았어.”

크랭크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그 이야기를 좀 자세히 듣고 싶군요.”

“아니 그전에 자네 아직 식전이지? 마누라에게 식사를 준비시키겠네. 밥 먹으면서 하지. 바로 옆집이 우리 집이야.”

“그러고 보니 오다가 트롤을 사냥했는데 허벅지 살을 좀 베어왔습니다. 그걸 구워먹죠.”

옆에서 듣고 있던 캐롯이 중얼거렸다.

“아, 이건 길어지겠는데. 봄바, 가이거, 게이지, 우리는 순찰 가자. 방위구역 돌아봐야지.”

봄바와 오토마톤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크랭크의 말에 턱수염을 기른 덩치 큰 늙은이가 무릎을 치며 일어섰다.

“오! 트롤 허벅지살! 정말인가! 맥주가 필요하겠군!”

“어르신 몬스터 고기 드셔보셨습니까?”

“내 이름은 베벨이야! 남부지방 사람이라면 다들 트롤 고기에는 사족을 못 쓰지! 근데 여기는 그런 걸 꺼리더군. 맛있는데.”

“같은 지역 사람을 만나 반갑군요.”

“오우! 자네도?!”

“고향은 밝힐 수 없습니다만 바닷가에서 자랐습니다.”

크랭크는 바로 마차에 실어놓은 거대한 트롤 고기를 가져왔다. 사람 몸통만한 크기에 베벨이 환호를 질렀다. 바로 우물가에서 손질을 하고 근처에 불을 피워서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호기심이 동한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크랭크가 고기를 굽고 있어요!”

“뭐! 고기!?”

맥주잔을 든 베벨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

“응, 트롤고기.”

“끼약!! 그걸 어떻게 먹어요!?”

“못 먹을 건 뭐냐. 바보들아. 고기를 먹지 않으면 힘을 못 써. 나를 봐라! 내 나이 올해 60이 넘었지만 이 근육을 봐라! 그래! 크랭크! 옷 좀 벗어보게!”

불판에 고기를 굽고 있던 크랭크가 투구를 돌렸다가 몰려온 사람들을 보고는 바로 자켓과 티셔츠를 벗어던졌다.

“우와···!”

“어머어머···!”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크랭크의 몸에 입을 벌렸다. 몇몇은 침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트롤 고기에는 독이 있습니다. 생으로 먹으면 배탈이 나지만 끓이거나, 바싹 구워서 먹으면 맛있습니다. 소고기 보다 나을 정도지요. 그리고 그 고기를 잔뜩 먹고 운동을 하면 이렇게 됩니다.”

의도적으로 팔을 구부려 터질 것 같은 알통과 가슴 근육을 보여주자 사람들의 시선이 여러 가지 의미로 흔들렸다.

“그래! 여자들이 먹으면 가슴도 커져! 내 마누라를 봐!”

“아니 이 양반이 술에 취했나!”

퍽퍽!

등짝을 두들겨 맞았지만 순간적으로 모두의 시선이 베벨의 아내에게 향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리고 몇몇 여자들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자기 가슴에 손을 올려보기도 했다.

“아마도 지역 식습관의 차이겠지요. 남부는 척박한 곳입니다. 바다가 있지만 농사가 잘 안 되기 때문에 몬스터라도 잡아먹어야 했을 겁니다. 억지로 권하지는 않겠습니다. 드셔보실 분만 드셔보십시오.”

그때 마을의 깡마른 젊은이가 나섰다.

“저, 정말, 이거 먹고 운동하면 크랭크처럼 되나요?”

크랭크의 투구가 움직였다.

“물론입니다. 이거 압니까? 추운 지역에 사는 동물들은 대체로 몸집이 큽니다. 이건 사람에게도 적용되는데, 여러분은 북부에 살지만 남부에서 올라온 나나 베벨씨보다 작지요. 왜 그런지 압니까?”

“못 먹어서 그런게지, 뭐!”

“맞습니다. 단순히 영양 부족입니다.”

크랭크는 그렇게 말하며 트롤의 구운 고기를 끼운 꼬지를 내밀었다.

“뭐든 잘 먹어야 잘 자랍니다. 그게 감자든 사람이든요.”

청년은 눈을 질끈 감고 그것을 우걱우걱 씹어 먹기 시작했다.

“어억!”

모두의 시선이 향하자 청년이 외쳤다.

“아! 이거 맛있어!”

“나, 나도 좀 줘요!”

“저도!”

구운 트롤 고기가 잘 팔리자 곧 불판이 몇 군데 더 늘어났다. 베벨과 크랭크가 서로를 보면서 음흉하게 웃었다. 베벨은 남부특식이 늘어서 좋았고, 크랭크는 식생활 개선 작업이 성공적이어서였다.

“이 참에 내일 아침 일찍 마을의 마차를 총동원해서 트롤 고기를 수거하러 가시죠. 살만 발라서 오는 겁니다. 여기서 하루 만에 다녀 올 수 있습니다. 말리거나 염장해서 보존식으로 하면 꽤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얼마나 있는데?”

“트롤 32마리 정도 잡았습니다.”

맥주를 마시던 베벨이 코로 맥주를 뿜어내고는 기침을 좀 한 다음 주먹을 쥐었다.

“세상에! 트롤 소굴을 털어버렸다는 건가?!”

“잘 정비된 전투용 오토마톤 3기가 있으니 그게 되더라고요.”

“좋군! 촌장에게 물어보고 오겠네!”

거의 협박에 가깝게 촌장을 설득한 베벨은 다음 날 이른 아침 지원자들과 함께 마차를 끌고 트롤 소굴로 가서 고기를 잘라왔다.

오밤중에 무슨 괴물이 다녀갔는지 반 이상이 난도질을 당한 상태였지만 상태 좋은 녀석들도 남아 있어서 그걸 해체해서 가져왔다.

마을로 복귀한 크랭크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그 곳에 두 번은 가면 안 됩니다.”

“왜?”

“자기 밥이 없어진 것을 안 몬스터가 추적해 올 수 있습니다. 피 냄새는 진하니까요.”

“음, 그렇군. 알겠네. 그건 그렇고 2마리 정도 해체해서 맛난 부분만 가져왔는데 양이 장난이 아니구만.”

투구를 돌린 크랭크는 젊은이들이 옮기고 있는 고기더미를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그렇군요. 염장해야 하니 비축해놓은 소금을 다 쓰겠는데요.”

“아냐, 여기 젊은이들 말로는 훈제를 할 거래. 소금은 귀중품이니까.”

“아, 그렇군요.”

“자네 정말 남부 토박이인가보군. 소금이야 바다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으니까 나오는 생각이지.”

크랭크가 웃었다. 투구를 쓰고 있어서 보일리는 없겠지만,

“자네 결혼했나?”

“아니요.”

“그래? 내 딸 소개시켜줄까?”

크랭크가 손을 들었다.

“감사합니다만 아직은 결혼할 생각 없습니다. 좀 더 해볼 것이 많습니다.”

베벨은 아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동네 다른 처녀들도 슬퍼하겠군. 자넬 노리는 아가씨들이 많아.”

“이런 근육변태양동이를 마음에 들어해주시다니 몸둘바를 모르겠군요.”

베벨을 비롯해서 근처에서 트롤 고기를 나르던 사람들이 빵하고 터져버렸다.

“크랭크! 근육변태양동이는 뭐에요! 하하하!”

“와하하하!”

그때 캐롯이 나타났다.

“크랭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곤 해. 별명 같은 거지. 근육변태양동이. 말뜻이야, 뭐, 본인을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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