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인형 오토마톤-28화 (28/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초보 모험가! 28

마을 곳곳에는 라이트 스크롤과 화톳불로 충분한 광원이 준비되어 있고 마을 중앙에는 급하게 지은 망루 위에 자동석궁을 든 유리와 코비가 올라갔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상황이 끝날 때까지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있도록 했다.

나머지는 고블린 소굴로 향했다.

“안녕! 좋은 아침이야!”

양손에 손도끼를 쥐고 동굴 앞에서 있던 캐롯이 리모의 신호를 받고 와다다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잠시 후

“캬아아아!!!”

“으하하하하!!!!! 신난다!”

조그만 고블린 무리가 쏟아져 나온다. 따라왔던 비타가 기겁을 했지만 함께 온 사람들은 베테랑이었다.

“발사!”

투드드드드드!!! 파바바바바바!

동굴 위에 자리를 잡은 자동석궁 포대가 화살을 연사했다. 뒤에서 화살을 맞은 고블린이 낙엽처럼 쓰러지고 그걸 피한 녀석들에게는 칼과 도끼와 발길질이 날아든다.

퍽퍽!

파각!

레나의 발길질에 터져버리는 고블린을 보고 보리스와 지오가 기겁을 했다.

“뭐, 뭐 어떻게 하면 저럴 수 있지?”

“나도 몰라! 지오! 온다!”

얼굴에 붕대를 감아 눈만 드러낸 보리스가 롱소드를 고쳐들고 덤벼드는 고블린을 후려쳤다. 몸에 화살을 몇 발씩 맞아 기력이 떨어진 고블린을 쳐서 쓰러뜨리는 건 손쉬운 작업에 가까웠다.

리모가 인상을 썼다.

“이것뿐인가? 좀 적은데?”

전투 개시 5분도 되지 않았다. 쓰러진 고블린은 10여 마리가 조금 넘을 정도였다. 길목 하나를 잡고 고블린을 때려잡던 캐롯이 고개를 돌렸다.

“어엇?”

“응?”

모두가 고개를 돌린 곳은 나무로 가리어진 새벽하늘이었다.

퉁···!

붉은 구슬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그걸 보고 리모가 잔인하게 웃는다.

“이 새끼들이···!”

당황한 보리스가 고개를 돌린다.

“신호탄이다! 마을 방향이야!”

“고블린 주제에 양동작전도 쓰는구나. 미행 당했나보다.”

“어쩌지?”

“레나! 전력 질주! 먼저 가서 놈들의 이목을 끌어라! 돌입직전에 포션 마시는 거 잊지 마!”

통통 뛰어오르던 레나가 흙을 박차고 숲속을 뛰기 시작했다.

“캐롯! 보리스!”

“왜?”

리모가 웃는다.

“너희 둘은 여기 남아서 돌아오는 패잔병을 상대해. 분명히 대열에서 빠진 놈들이 돌아온다.”

“오오! 알았어.”

“나머지는 서두르자!”

함께 남은 보리스는 침을 꿀꺽 삼키며 팔짱을 하고 있는 캐롯을 내려다보았다. 때마침 캐롯이 고개를 든다.

“와, 너 그러니까 붕대귀신 같다. 멋진 걸?”

격렬하게 움직이느라 붕대가 반쯤 풀어져 있던 보리스가 그것을 추스르려다가 그만 두었다.

“어떻게 할까?”

캐롯이 씩 웃는다.

“포션 아직 더 있지? 체력회복 해. 그리고 여기 벽을 등지고 시체처럼 쓰러져 있어.”

“응?”

캐롯이 주변을 가리켰다.

“너라면 곧 죽을 것 같은 고블린을 어떻게 할 거야?”

“확인 사···. 음, 알았어.”

“기침도 좀 하면서 비틀비틀 거려 봐봐. 방심한 틈을 노려.”

캐롯의 연기 지도에 고개를 끄덕인 보리스가 자리를 잡는 것을 보고 캐롯은 동굴 안쪽으로 몸을 돌렸다.

“나는 안에 들어가서 좀 살펴보고 있을게. 위험할 것 같으면 소리를 질러서 날 불러.”

“알았어.”

동굴로 진입한 캐롯은 빠르게 뛰어다니며 내부 구조를 파악했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은 아직 남은 놈들이 꽤 있었다는 것,

“으랴으랴으랴!”

“캬윽! 컥?!”

몰려드는 고블린을 상대로 짧은 팔과 다리 휘두르고 활을 쓰려는 놈들이 보이면 손도끼를 집어 던지며 동굴 안에서 날뛴 캐롯은 생존자를 찾아보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시체가 된 후였다.

빡-!

“으아?!”

동굴 속 어둠 속에서 뭔가가 날아와 캐롯의 머리를 때렸다. 생체 소프트 스킨이 찢어지면서 머리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내린다.

손 등으로 그것을 슥 닦은 캐롯이 아하하 웃으며 허리를 숙여 피 묻은 돌멩이를 주워들었다.

“멋진 공격이었어! 인간이라면 기절했을 거야! 이얍!”

짧은 다리를 들어 올리고 과격한 투구 폼을 잡은 캐롯이 최대 출력으로 돌멩이를 날아온 방향으로 집어던졌다.

퍼억!

“케엑?!”

소리가 난 방향으로 뛰어들자 벽이 움푹 파여 있고 그 아래에 파편을 맞은 고블린 하나가 쓰러져 있다.

캐롯이 반갑게 외쳤다.

“아! 너구나!”

살펴보니 주변에 조잡하게 만든 가죽 끈이 떨어져 있었다. 그걸 들어서 만져보던 캐롯이 고개를 끄덕였다.

“슬링이네? 한 번에 머리를 맞추다니 대단한 걸? 연습 많이 했나봐. 근데 이거 누가 가르쳐 준거야?”

“케···. 케르륵···!”

겁에 질린 고블린이 바닥을 기어가려고 하자 몸을 돌린 캐롯은 사람 머리만한 돌덩이를 주워들더니 바닥을 기고 있는 고블린의 다리에 떨어뜨렸다.

쿵-!

“캬아아아아!”

부러진 다리를 붙잡고 고블린이 비명을 지른다. 캐롯이 말했다.

“저기 죽은 인간들은 다들 심한 고문을 당했더라고, 너 지금 기분이 어때? 응? 말해봐. 아파? 많이 아파? 하하하!”

웃음소리에 분노에 찬 고블린이 눈으로 저주를 퍼부었다. 캐롯은 그것을 담담히 받아냈다.

“상대적 약자라는 말 알아? 보통 사람을 괴롭히며 날고 기는 악당도 결국 더 강하고 악랄한 모험가 앞에서는 그 역시 약자가 된다는 멋진 속담이지.”

주워든 가죽 슬링에 돌멩이를 올리고 휙휙 돌리더니 끈을 놓았다. 하지만 돌멩이는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깨져버렸다.

“어, 쉽게 안 되네. 연습 많이 해야겠어. 이런 노력을 빼앗는데 사용하다니 너희 종족도 참 안타깝네.”

말을 마친 캐롯이 이번엔 옆의 바위를 들어올렸다. 작은 몸집의 인간은 절대로 들 수 없는 크기의 바위에 고블린의 얼굴에 공포가 물든다.

쿠쿵-!

몸을 좀 털던 캐롯은 주변을 살피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응? 빛이 있다? 뭐지?”

총총 동굴 속을 거닐던 캐롯이 발견한 것은 제단 같은 것이었는데, 그 위의 벽에 거대한 수정이 박혀 있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었다. 마치,

“기도하는 성녀 같네. 뭐야 당신? 왜 거기 들어가 있어?”

‘으악! 캐롯! 좀 와봐!’

주위를 살피는데 캐롯의 귀로 보리스의 소리가 들린다.

“이거 참! 바쁘네!”

캐롯이 서둘러 몸을 날렸다.

같은 시각,

개척민 마을 브론코에서는 대규모 고블린 군단에 의한 공성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망루에 올라 등을 맞댄 유리와 코비가 자동석궁과 롱보우를 쏘느라 바빴다.

투투투투투!!!!

퉁퉁퉁!

“코비! 넌 큰 녀석들 위주로 노려!”

“예!”

대형 화살을 롱보우에 걸어서 힘껏 당기고 시위를 놓자 매섭게 날아간 화살은 목책을 부수고 넘어오는 홉고블린의 목이나 가슴을 관통했다.

“커으윽?!!”

“캬아!”

“잘 쏘잖아! 그렇게만 해!”

“예! 그런데 지금 화살이 몇 발 안 남았어요!”

탄통을 교환하고 활줄을 당기며 유리가 외쳤다.

“나도 그래! 이게 마지막이야! 다 쏘면 내려가서 칼질이라도···!”

그때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늑대녀가 목책위로 날아오른다.

퍽!

긴 다리를 휘두른 발길질에 고블린의 목이 떨어져 나가 다른 고블린의 머리와 부딪혔다. 양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고양이처럼 착지한 레나는 서슬 퍼런 눈빛을 들더니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고블린의 때리고 걷어차기 시작했다.

“레나!”

“고블린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어! 민가로 들어가려는 놈들만 노려! 다들 곧 온다!”

이어서 숨이 턱까지 차오른 지오와 애덤이 나타났다. 뒤 따라 리모도 비타를 등에 업고 와서 외쳤다.

“애덤 쏴! 시선을···! 헉! 이쪽으로 모아! 으헉! 헉! 제길···!”

비타를 내려준 리모는 비틀거리며 자동석궁을 들고 쏴대기 시작했다.

투투투투투투퉁!!!

석궁을 쏘면서 숨을 좀 고른 리모가 외쳤다.

“지오! 칼 들고 우리를 지켜라! 동시에 우리가 못 보는 곳의 상황을 알려! 비타는 중간으로 와!”

“예!”

한 곳에 모인 자동석궁 3대는 절륜한 화력을 뿜어냈다. 중간 중간 날아드는 대형 화살은 홉고블린의 방패마저도 뚫고 들어갔다.

가장 든든한 것은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마을을 뛰어다니는 인간 여자였다. 푸른 안광과 붉은 머리카락은 마치 피에 젖은 늑대 같았다.

습격이 시작된 지 20분이 지나지 않아 고블린들이 물러서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화살과 더불어 주먹과 발길질로 동족을 말 그대로 터트려 버리는 괴력은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살아남은 고블린이 도망치기 시작하자 애덤이 망루로 뛰어가더니 가방을 던졌다.

“으압! 받아!”

“저, 저걸 잡아야해!”

“아이고!”

당황한 코비가 롱보우를 내밀어 날아오는 가방을 잡았다. 안에는 자동석궁의 드럼탄통이 들어 있었다.

“유리! 아끼지 마!”

“알았어!”

자동석궁에 드럼탄통을 교환한 유리가 견착을 하고 도망치는 고블린의 등에 화살을 쏘아댔다.

고개를 돌린 리모가 외쳤다.

“애덤! 레나! 마을을 돌면서 잔당 소탕! 지오! 너는 나와 쓰러진 목책을 긴급 보수한다! 비타! 사람들을 불러내! 불러서 목책 보수를 돕게 해!”

“예에!”

같은 시간, 동굴 앞에서는 보리스와 캐롯이 갑작스레 몰려오는 고블린을 상대로 무쌍을 찍고 있었다.

퍽! 퍽퍽!

“제기랄! 줄지를 않아!”

“하하하하! 좀 쉬엄쉬엄해!”

“사람 잡아먹는 괴물을 앞에 놓고 헛소리 하지 마!”

롱소드를 든 인간 모험가와 잘 정비된 오토마톤이 고블린 잔당을 상대로 난리를 피우자 겁을 집어먹은 놈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피를 잔뜩 뒤집어 쓴 캐롯이 비슷한 처지의 보리스를 보면서 말했다.

“에이, 그래도 꽤 잘 했잖아? 다친 곳도 별로 없구만.”

“너 눈이 삐었냐?! 팔하고 다리를 찔리고 베였어! 아프다고 지금!”

“그대로도 잘만 싸우던데? 그냥 긁힌 상처네.”

보리스는 숨을 몰아쉬며 말도 하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 때 쯤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팡-!

초록색 섬광탄이 떠오른다.

“오! 마을이 방어에 성공했나봐! 우리도 쏴야지.”

“어.”

주머니를 뒤적인 보리스도 초록색 신호탄을 꺼내 하늘로 향하고 줄을 당겼다.

펑-!

초록색 섬광탄을 올려다보던 캐롯은 팔짱을 하며 말했다.

“또 올지 모르니 좀 기다렸다가 가자. 아, 그렇지. 보리스 경계 좀 서고 있어.”

“뭐 하는데?”

캐롯은 바위를 굴려오고 대나무와 덩굴을 잘라와 이리저리 자르고 역더니 그럴싸한 함정을 만들었다.

“이걸 건드리면 선물이 쏟아질 거야.”

보리스가 놀라워했다.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응? 우리 주인님한테서.”

캐롯의 주인이라면 멀리서 본 적도 있고, 들리는 소문도 꽤 들었다. 전투는 단순하게 커다란 몸으로 밀어붙이는 쪽이지만 손재주가 비상해서 이것저것 잘 만들고 고쳐준다고 들었다.

보리스가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충분히 그럴 듯해. 너희 주인이라면 말이야.”

“이쯤하고 슬슬 철수 하자. 좀 씻을 수 있으면 좋겠네, 너나 나나 지금 몰골이 말이 아냐.”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