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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27화 (27/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초보 모험가! 27

상황이 마무리 되자 애덤이 비탈에서 내려왔다. 묶여 있던 여자들을 풀어주자 서로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가, 감사합니···! 흐으윽···!”

“으아앙! 언니! 살았어요오!”

지오와 코비가 그녀들을 달래는 동안 캐롯은 애덤과 함께 쓰러진 강도들을 살폈다.

“먹고 살기 힘든가? 인간 강도단은 항상 보이네.”

“차림새가 말끔해, 어디 모험가들이 용돈벌이 하는 건가?”

“이런 세계에서 같은 인간을 상대로 강도질이라니 죽어도 싸. 우리야 말로 용돈벌이 좀 할까?”

애덤이 씩 웃었다.

“좋지.”

쓰러진 시체를 한 곳에 모았다. 그리고는 옷가지를 비롯해서 돈이 될 만한 것은 모조리 벗겨냈다. 여자들도 거들었다.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죽을 뻔 했는데 뭐라도 얻어가야죠.”

“와! 강하시네요.”

코비가 구해준 처녀 하나와 이야기 하는 것을 쳐다보던 지오가 고개를 돌렸다. 보리스가 시무룩한 얼굴로 자기 롱소드를 보고 있었다.

“칼날이 상했어. 이거 새 건데”

“나도.”

“여기서 적당한 걸로 골라.”

“어 그래도 되요?”

“응, 반대로 너희가 죽으면 너희 물건들을 이 강도 놈들이 가져갔을 거야.”

갑자기 지오와 보리스의 눈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장비들을 챙겼다. 동료들 것까지.

“이 시체들은 어떻게 하죠?”

“뭘 어떻게 해? 놔둬. 저기 볼래?”

캐롯이 멀리 숲속을 가리키자 뭔가 서성이는 것들이 보인다.

“헛?!”

놀란 코비가 롱보우를 들어 올리자 애덤이 그것을 잡아 내렸다.

“놔두면 알아서 해결해 줄 거다. 가자.”

그때 핏물을 말끔히 씻어낸 레나가 걸어와 낮은 목소리로 캐롯과 애덤에게 속삭였다.

“뭐? 저쪽에 짐마차가 있어?”

끄덕끄덕,

“한탕 벌인 다음 돌아갈 때 타고 갈 생각이었나 본데?”

“음, 잘 됐네. 그쪽으로 가자.”

한가득 노획품을 가지고 계곡을 벗어나자 멀지 않은 곳에 평지가 있고 마차가 세워져 있었다. 근처에 시체가 쓰러져 있었는데 머리가 없었다. 마치 폭발할 것처럼,

“···뭘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지?”

지오와 코비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 곳에는 후드를 뒤집어 쓴 레나가 짐칸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마차를 몰고 돌아가자 사람들이 반겼다.

“아버지!”

“오오! 그래! 애들아!”

“여보!”

눈물겨운 상봉이 끝나고 사람들은 모종의 거래를 시작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을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건 저희 작은 성의로···.”

리모는 중년 남자가 내미는 가죽 자루를 받아들었다. 안에는 금화가 들어있었다.

“부족한데.”

사람들은 그 말에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결국 살리지 못한 사람들의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신관 비타를 쳐다보던 리모가 고개를 돌렸다.

“강도들은 모조리 죽였어요. 후환은 없을 겁니다. 대신 그 전리품은 우리가 갖겠습니다. 그걸로 땡칩시다. 어때요?”

“어! 예! 물론입니다!”

“그리고 이건 저 사람들 장례비용으로 쓰세요.”

돈주머니를 돌려받은 중년 남자가 입술을 부들부들 떨다가 소매로 눈가를 비볐다.

“근데 아저씨들 어디서 왔어요?”

“어, 예, 저희는 이 근처 개척민 마을 브론코에 살고 있습니다. 도시에 물건을 팔고 돌아가는 길었지요.”

“브론코?”

리모와 더불어 유리와 애덤이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저기 혹시 아르곤 모험가 길드에 몬스터 토벌 요청하지 않으셨어요?”

“엇?!”

리모가 머리를 긁적였다.

“저희들 그 모험가들이에요.”

“이런 맙소사! 고맙소!”

중년 남자가 리모를 격하게 껴안았다.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출발 전에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 입안이 터졌어.”

“꼴좋다. 달려 나가더니, 너 죽을 뻔 했어.”

“알았으니 그만해.”

리모와 캐롯이 보리스들에게로 다가왔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요.”

“그래? 애덤에게 들었는데 너희들 꽤 했다면서, 거기 보리스 빼고.”

잘생긴 얼굴이 뭉개진 보리스가 입술을 내밀고 쳐다본다.

“사람 죽여 보니 기분이 어때?”

듣고 있던 비타가 움찔했지만 세 남자들은 평온했다. 보리스가 얼굴을 만지며 중얼거린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그게 악당이기 때문이야. 넌 정의를 실현하고 사람을 구했기 때문이지. 아무도 널 탓하지 않고 오히려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을 지경이지. 그래서 그런 거야.”

리모가 허리를 숙여 보리스를 내려다보며 낮게 속삭였다.

“인생 선배로서 말하는데, 그래도 살인에 익숙해지지는 마. 아무나 죽이려 들면 너도 아까 그 강도들처럼 언젠가 정의의 칼에 맞아 죽어.”

뭔가 느끼는 것이 있는지 보리스와 지오, 코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리를 편 리모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너희들, 이 참에 우리 따라 개척민 마을에 몬스터 토벌하러 가지 않을래?”

“몬스터 토벌요?”

“그래, 하지만 의뢰비는 못 줘. 그건 우리거야. 대신 프로와 함께하는 실전경험과 저기 강도단의 짐마차를 너희들에게 양보할게. 어때?”

고개를 돌린 곳에는 검은 말이 끄는 꽤 좋은 짐마차가 서 있었다. 신관 비타의 눈이 뒤집어졌다.

“좋아욧!”

“비, 비타!?”

“안 그래도 이동 수단이 필요했잖아요! 당신들 짐마차 한 대 얼만 줄 알아!? 우리 같은 초보 파티는 목숨 부지하면서 1년 꼬박 모아야 살 수 있어! 할게요! 갑시다!”

리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캐롯은?”

“나는 얘네들 보호자라서 따라가야 해. 다만 좀 늦는 게 걱정이네.”

“예정 며칠 잡고 왔어?”

“최대 3일.”

“그럼 너희들은 모레 아침에 복귀하도록 해. 마무리는 우리가 하면 되니까. 솔직히 네 힘을 좀 빌리려고 하는 거지.”

“오오, 좋아. 그렇게 하자. 포도 던전은 다음에 가고.”

식사가 끝나자마자 마차 3대가 줄지어 개척민 마을 브론코로 향했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마을 사람들이 즉시 감사의 잔치를 벌이려고 했지만 리모가 통제했다.

“우린 술 마시러 온 게 아닙니다. 먼저 지금까지 몬스터에게 받은 피해상황부터 들어봅시다. 뭐가 주로 나타난다고 했어요? 고블린?”

몇 번 모험가들을 불러서 그들을 대접한 적이 있던 마을 사람들로서는 이번엔 뭔가 제대로 된 사람이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앞 다투어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렇게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리모는 동료들과 협의해서 대략적인 토벌 작전과 역할 분담도 그 자리에서 해결했다.

“고블린이 급하네. 잡혀간 사람도 있다고 하니까 여기부터 치자. 정찰이라도 가볼까?”

“지금? 누구누구?”

“어, 너랑 나랑···.”

고개를 돌린 리모가 지오를 가리켰다.

“너도 와.”

“저요?”

“그래, 보고 참고해. 나머지는 쉬면서 동네 순찰 및 정보 수집. 가자, 저쪽 능선 너머라고 했죠?”

동네 남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촌장이 나섰다.

“드라이, 이 분들을 안내해드려라.”

20대 청년이 앞장섰다.

마을 청년 드라이를 따라 1시간 정도 산속을 들어가자 동굴이 나타났다.

“저깁니다.”

“오, 꽤 크네? 천연동굴인가? 이놈들 말고는 또 없어요?”

드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모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주변 지형을 면밀히 파악했다. 드라이가 불안해하자 리모가 씩 웃었다.

“아, 괜찮아요. 이 놈들은 야행성이니까.”

“위력정찰을 해볼까?”

리모가 웃었다.

“야 너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어? 무슨 뜻인 줄은 알아?”

캐롯이 허리에 양 손을 올리고 코를 세웠다.

“그럼! 잠 안자는 오토마톤이 밤에 뭘 할 거라 생각해? 시립 도서관 회원증도 가지고 있다고, 무려 내 이름으로!”

“너희 주인님도 참 별종이네.”

캐롯이 킥킥 웃는다.  드라이가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오, 오토마톤?”

드라이에게 방긋 웃어준 캐롯이 리모를 쳐다보았다.

“쑤셔볼까?”

조금 고민하던 리모가 고개를 저었다.

“아냐, 사람을 납치해갈 정도면 꽤 마릿수가 될 거야. 괜히 자극을 줄 필요는 없어. 새벽에 후리자. 동굴 입구 공터가 꽤 넓으니 저 앞으로 끌어내서 때려잡자. 너 저번에 드래곤레어에서 오크 끌고 나온 거 기억해?”

“오! 좋아! 또 해보자! 케케케!”

“그리고 전리품도 있는 데로 다 털어가는 거지.”

“으헤헤! 반짝이는 게 많으면 좋겠다!”

서로 손을 맞잡으며 사악하게 웃음 짓는 리모와 캐롯을 보면서 지오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드라이와 눈이 마주쳤다.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있던 드라이가 지오를 보고 물었다.

“저 소녀, 오토마톤인가요?”

“어, 예. 맞습니다.”

“정말 완전 사람 같군요.”

“저희들도 가끔 헷갈려요.”

정찰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온 일행은 토벌 준비를 한 다음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푸르스름한 여명의 기운이 감도는 새벽,

두 눈을 시뻘겋게 물들인 사람들이 움직였다.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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