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초보 모험가! 26
지쳐 있던 비타가 눈을 반짝이자 유리가 웃으며 손짓했다. 마차의 짐칸을 얻어 타고 유유자적하게 가면서 지오가 중얼거렸다.
“우리도 뭔가 탈 것을 마련해야겠어.”
“말이나 마차 정도는 길드에서 빌려줘. 좀 비싸지만 말이야.”
지오는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그건 저도 알아요. 역시 돈을 많이 벌어야겠어요.”
모두가 웃었다.
그때 마부석에 앉아 있던 캐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어? 저거 아까 그 마차다.”
“응?”
길가에 마차 한 대가 서 있고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싸움 났나?”
리모가 마차를 약간 떨어진 곳에 세웠다. 자리에서 일어난 유리와 애덤이 천막이 씌워진 짐칸 안쪽에서 매서운 눈으로 재빠르게 자동석궁을 장전했고, 조용히 앉아서 시집을 읽고 있던 레나도 어느새 일어나 장갑을 끼고 밖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프로 모험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리스와 지오도 긴장된 표정으로 롱소드의 손잡이를 잡아 쥐었다.
“내가 가볼게.”
“어, 부탁하자.”
폴짝 뛰어내린 캐롯이 도도도 달려 길가의 마차로 향했다. 잠시 후 캐롯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손짓했다.
“비타!”
“예!”
“무슨 일이야?!”
비타를 대동하고 사람들이 달려왔다. 신음을 흘리는 사람들 사이로 캐롯이 빈사 상태의 중년 사내를 가리켰다.
“이 사람 피를 많이 흘렸어!”
“쿨럭! 쿨럭···! 당신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인데요. 아저씨는 누구세요?”
무신경할 정도로 차가운 리모의 질문에 그의 다리를 잡은 중년의 남자가 울기 시작했다.
“으흐흑···! 내, 내 딸들을 구해주시오!”
남자의 말로는 경호를 맡긴 사내들이 강도로 돌변해서는 사람들을 죽이고 여자들과 값나가는 물건을 모조리 가져갔다는 것이다.
“안타깝구만.”
자리에서 일어선 리모가 고개를 돌린다.
“포도 던전은 좀 늦겠는데?”
“그게 문제냐! 사람부터 구해야지! 비타!”
보리스가 외치자 우왕좌왕하던 비타가 달려와서 힐을 사용했다. 그걸 보던 리모가 외쳤다.
“오! 여기 신관님이 치료하신다! 부상자를 한곳에 모아! 빨리빨리! 힐링포션도 사용하자! 유리!”
부상자들을 모아놓자 유리와 신관 비타가 포션과 힐링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유리의 자동석궁을 받아든 리모가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이 강도 놈들을 처리하고 점심 먹자. 애덤, 레나, 그리고 캐롯 손 좀 빌려줄래?”
“언제든지!”
“우리도 돕게 해줘!”
보리스가 나섰다. 리모가 무표정하게 쳐다보자 캐롯이 두 손을 삭삭 비비며 나섰다.
“금쪽같은 실전 경험 좀 나눠주지 않을래? 얘네들 죽거나 다쳐도 상관없어.”
“하하! 그 말 책임져야해? 정말 우린 모른다?”
“당연!”
“그럼 가라! 가서 공주님들을 찾아와! 강도는 모조리 죽여! 아! 캐롯!”
“왜?”
“알지?”
리모가 징그럽게 웃었고, 그 웃음의 의미를 알아챈 캐롯도 히죽 웃었다. 그리고는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강도의 흔적을 따라 산속을 뛰어올라가던 캐롯과 레나는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의 흔적을 발견했다.
계곡 아래에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일행이 있었던 것인지 수도 꽤 많았다.
“저기! 찾았···!”
“야 이 개자식들아!”
머리끝까지 화가 난 보리스가 롱소드를 뽑아들고 비탈을 미끄러지며 내려가자 강도들이 놀래서 마주 칼을 들고 일어섰다.
캐롯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차! 저 등신!”
“보리스! 얌마!”
지오가 소리를 쳤지만 보리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캐롯이 빠르게 말했다.
“바로 돌입하자! 칼쟁이는 내 바로 뒤! 내가 넘어뜨리면 네가 쳐! 활쟁이는 우리 다섯 걸음 떨어져서 엄호! 레나는···!”
고개를 돌리고 지형을 살핀 캐롯이 가까운 곳의 언덕을 가리켰다.
“도망친다면 계곡 측면 저 낮은 언덕이야. 빙 돌아가서 넘어오는 것들을 잡아줘!”
레나가 재빠르게 몸을 돌려 숲속으로 뛰어 들었다. 캐롯이 애덤을 보고 외쳤다.
“애덤은 여기서 붉은 늑대가 기다리는 언덕으로 검은 양 떼를 몰아!”
“알았어. 맡겨줘 봐.”
“간다! 너희 둘은 내 곁에서 떨어 지지마!”
캐롯이 비탈을 뛰어 내려갔다. 저 앞에는 벌써 보리스가 선두의 누군가와 칼질을 나누고 있었다.
캐롯이 외쳤다.
“바보야! 넌 용사가 아니야! 활쟁이! 못 맞춰도 되니까 보리스 앞의 녀석을 노려! 견제 사격! 쏴!”
“흡!”
달리다가 멈춘 코비가 커다란 롱보우를 들어 올리자 양팔 근육이 크게 부풀어 오른다.
탱!
힘으로 보리스를 밀어버리고 다시 칼을 들어 그 머리를 쪼개려 했던 강도가 날아오는 대형화살을 보고 놀라서 반사적으로 화살을 먼저 쳐냈다.
파각!
동시에 캐롯이 날아든다.
“이야압!!!”
짧은 다리가 하늘을 가를 정도로 치솟아 남자의 턱을 깨놓았다. 퍽!
“후누욱?!”
남자가 쓰러지자 그 틈을 노리지 않고 보리스와 지오가 칼을 휘둘렀다.
“으아아압!!”
“아아아!”
퍽퍽퍽!
롱소드 칼날로 수 차례 얼굴을 내려치자 사방으로 피가 튀긴다. 칼을 든 보리스가 자기가 해놓은 것을 보고는 동공이 흔들리더니 허리를 숙이고 구토를 했다. 반면에 지오는 숨을 몰아쉬며 주머니에서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매, 매직 미사일!”
스크롤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스크롤 찢고, 해당 시동어를 외치고, 목표를 겨냥한다. 시선, 손가락, 혹은 손에 든 무기, 무엇이든 좋다. 목표를 노린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오의 손가락에서 빛 구슬 3개가 떠오르더니 강도단 멤버들에게 쏘아져 날아갔다.
퍼퍽! 챙!
“으억! 컥!”
“제길! 스크롤을 가지고 있다!”
매직미사일에 적중한 두 남자는 비틀거렸지만 한 사람은 그걸 칼로 쳐내는 묘기를 부렸다. 난생처음 써본 마법이지만 위력이 신통치 않았다.
“으럅!”
하지만 캐롯이 그걸 보조했다. 비틀거리는 강도들을 걷어차고 몸으로 부딪혀 넘어뜨리자 곧바로 롱소드를 든 지오가 달려가 무방비 상태의 강도를 내려쳐버렸다.
퍽퍽!
“으아악!!”
“끄악!”
“이 자식들! 뭐야! 어디서 온 거야?!”
“죽여!”
욕설을 내뱉으며 칼을 휘두르는 강도들의 사이를 뛰어다니던 캐롯이 석궁을 가진 사람을 보고 외쳤다.
“활쟁이! 코비! 한자리에 있지 마! 조준 당해! 걸어! 걸으면서 쏴! 못 맞춰도 돼! 정신 못 차리게 해! 넌 혼자가 아냐! 우릴 믿어!”
캐롯의 외침에 힘을 얻은 코비가 긴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걸으며 가볍게 롱보우를 당겼다. 장거리 저격용 대형화살이 지척에서 날아들자 강도들은 기겁을 했다.
휙휙! 퍽! 퍽!
“뭐야 이 자식들!”
“자, 잠깐! 멈춰봐! 이야기 좀···!”
“강도랑 무슨 이야기를 하겠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선 보리스가 미친 황소처럼 덤벼들어 칼을 휘둘렀지만 강도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챙! 보리스와 칼을 맞댄 강도가 왼손의 도끼를 들어 휘둘렀다.
깡-!
롱소드를 빼서 그것을 막았지만 안타깝게도 뒤를 이어 날아온 것은 롱소드를 버린 강도의 주먹이었다.
빡!
“크으억!?”
쓰러진 보리스를 걷어찬 강도가 외쳤다.
“이 자식들 별거 아냐! 그 쬐그만 꼬맹이만 어떻게 해봐!”
퍼퍽?!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짧은 화살이 날아와 바닥에 박힌다. 깜짝 놀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린 강도는 재빠르게 롱소드를 주워들더니 물러섰다.
“시벌! 저격수가 있다! 한 곳으로 모여!”
“이 미친! 뭐가 이렇게 빨라!”
“흐하하하! 지오! 마무리 잘해! 코비는 계속 거리를 두고 갈겨!”
“예!”
교전이 일어난 지 5분도 되지 않아 강도들의 반수가 쓰러졌다. 위기를 감지한 강도들은 결국 도망치기 시작했다.
“두고 보자 이것들아!”
강도들이 계곡 옆의 낮은 언덕으로 뛰어 넘어갔다.
그리고 뭔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퍽! 퍽! 빡!
“으아아악!”
“아악!”
잠시 후 피투성이가 된 레나가 언덕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양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입을 딱 벌린 지오와 코비를 보고 레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계곡으로 내려가 몸의 핏물을 씻기 시작했다.
캐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제 없지?! 코비! 지오! 멍청히 서있지 말고 저기 인질과 빼앗긴 짐을 살펴!”
“보리스는요?”
“저 등신은 이미 틀렸어!”
캐롯이 외치는 사이 보리스가 빈 포션 병을 던지며 몸을 뒤집어 일으켰다.
“쿨럭···! 시벌···! 안 죽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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