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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25화 (25/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초보 모험가! 25

식량을 준비시킨 캐롯은 그들의 무장도 살폈다.

“칼쟁이 둘, 너희는 롱소드 말고는 없어?”

“단검 있어.”

“방패나 다른 보조 무기는?”

“그건 없는데?

“그래, 활쟁이 화살은 충분해?”

“50발 한통 있어요.”

“그 정도면 됐네. 신관 너 이름이 뭐랬지? 비타?”

긴장한 신관이 지팡이를 들고 쳐다본다.

“예!”

“너 바지는 없니?”

신관복인 로브를 입은 소녀가 곤란한 표정을 했다.

“어, 없는데요?”

“이봐. 이 신관에게 바지 하나 사줘.”

“저 여분의 바지 있어요.”

“잘 됐네. 그럼 그걸 수선해서 입히자. 봐봐, 성문 밖으로 나서서 야외로 나가는데 그런 가벼운 로브만 입고 다닐 수는 없어. 풀숲에 독벌레도 많으니까.”

“으긱! 벌레요?”

“응, 정말 별게 다 나온다니까. 신관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결혼도 할 수 있잖아? 예쁜 다리에 상처 나면 시집 갈 때 불리해.”

“지, 지오. 지금 나 바지 주면 안 돼?”

“시장 길바닥에서 갈아입긴 그러니까 성문 나가서 입자. 자 대충 준비 된 것 같으니 출발!”

캐롯이 손을 올리며 씩씩하게 걷기 시작했다.

“어랍쇼? 캐롯이네?”

“응? 아! 토스트! 몰리! 웬 일이야? 데이트야?”

길에서 마주친 두 사람을 보고 캐롯이 인사를 하자 토스트가 환하게 웃는다.

“어? 정말 데이트 하는 것처럼 보···! 끄아아악!”

토스트를 지져 버린 몰리가 캐롯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런 남자랑 엮지 말아줘. 불쾌하니까.”

“어, 그래. 미안해 몰리 그러니까 그렇게 무서운 표정하지 마.”

고개를 돌린 몰리가 캐롯의 뒤에 서 있는 네 사람을 보았다.

“이 사람들은?”

“신입 모험가 교육 중이야. 지금부터 포도 던전 갈 거야. 이쪽은 몰리 마법사단의 마법사 몰리.”

“헉! 바, 반갑습니다!”

얼굴에 쓴 멧돼지 해골뼈 사이로 몰리가 방긋 미소 지었다.

“반가워요. 여러분, 조심해서 다녀오도록 하세요. 아, 그렇지.”

주머니를 뒤적인 몰리가 스크롤을 한 장 꺼내 내밀었다.

“매직 미사일 스크롤인데, 납품하고 남은 거예요. 써보도록 해요.”

“납품? 몰리 스크롤 만들어?”

“간단한 것 몇 개지만 용돈 벌이로는 쏠쏠하지. 토스트, 일어나! 어서가자.”

“사람을 전기로 지져놓고 한다는 말이 그거뿐이냐! 그러니까 아직 시집을 못간 거···!”

파지지직!!!

가녀린 손아귀에서 전기가 튀기며 서슬 퍼런 시선이 토스트를 응시한다.

“말은 가려서 할 수 있도록 해.”

“아무렴요. 레이디, 어서 가시지요. 이 충실한 몸종이 에스코트 하겠습니다.”

토스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앞길을 살펴주며 둘은 떠나갔다. 캐롯이 어색하게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어, 미안해. 자꾸 아는 사람 마주치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됐어. 공짜로 얻은 것도 많으니까.”

성문 앞에 도달은 일행들을 보고 경비병이 인상을 구겼다.

“이번엔 뭐냐? 길드 초보 모험가 인솔?”

“옙! 포도 던전에 다녀오겠습니다!”

뒤에 서있는 사람들을 쳐다본 경비병은 다시 캐롯을 보았다.

“어릴 때 광장에서 뛰어 놀던 애들이 이젠 밥벌이 하려고 하는구나. 씁쓸하네. 포도 던전에 간다고? 걸어서?”

“예! 크랭크와도 자주 걸어서 갔었어요.”

“알았다. 조심해서 다녀와.”

경비병은 접수장에 도장을 찍어 돌려주었다.

“자! 가자! 이제 모험의 시작이다!”

캐롯의 외침은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고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은 생각했다.

2시간 쯤 걸어서 가는 동안 캐롯은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모험가가 알아야 할 기초 상식에서 부터 보고 겪어온 사고, 실수 사례들, 칼 하나 달랑 들고 모험가가 되려고 나섰기 때문에 오토마톤이 들려주는 잡담도 그네들에겐 흥미진진하고 귀중한 정보였다.

“와! 말해놓고 보니 추천해주고 싶은 참고서나 지침서 같은 게 하나도 없네. 다들 야박하게 사는구나, 물론 경험이 밑천인 건 알겠는데 말이야.”

“책 같은 거요?”

“길드 게시판에 올라오는 모험 주의사항 같은 게 있긴 하더라고요.”

“에이, 그건 그냥 광고나 홍보물 수준이지. 나는 좀 더 현장 위주의 정보를 말하는 거야.”

가만히 듣고 있던 보리스가 말했다.

“그럼 네가 하나 만들면 되겠네,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초보 모험가 지침서.”

모두가 보리스를 보았다. 보리스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왜! 뭐!”

“아냐, 꽤 좋은 생각이야. 돌아가면 크랭크에게 물어봐야지. 저기서 좀 쉬었다가 가자.”

“에? 아직 좀 더 갈 수 있는데? 이러다간 늦게 도착할거야.”

캐롯은 뒤를 가리켰다. 땀에 젖은 비타가 지팡이에 기대어 서서 후들 거린다.

“너희 인간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필승 생존전략이 뭔 줄 알아? 협동이야.”

묵직한 대답에 네 사람은 입을 다물고 눈을 조금 크게 떴다. 보리스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저거 진짜 오토마톤이야? 고위 신관이랑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정말요.”

나무 그늘에 앉아 쉬면서 비타가 숲과 들판이 펼쳐진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말했다.

“이렇게 넓은 땅을 버려두고 좁은 성내에서 살아가야 하다니···.”

“여긴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니거든? 다 쉬었으면 슬슬··· 응?”

고개를 돌린 캐롯이 뭔가를 감지했다. 그리고 바짝 긴장한 네 사람이 각자의 무기를 잡았다.

“마차다. 마차가 온다.”

“어디?”

“저기. 구릉 아래로 들어갔어. 일단 숨어.”

“예? 왜요?”

“인간 산적이나 못된 속셈을 가진 불한당은 얼마든지 있어. 바깥에 나오면 모르는 사람들은 일단 경계해. 아는 사람도 경계해.”

“쯧! 각박한 세상이네.”

활을 든 코비가 나무 뒤로 몸을 숨기며 말했다. 캐롯이 싱긋 웃는다. 그때 쯤 마차가 가까이 왔다. 말 두 마리가 끄는 짐마차로 마부석에 석궁으로 무장한 사람이 함께 앉아 있었다.

가만히 그걸 쳐다보던 캐롯이 낮게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다. 그냥 보내.”

마차는 그대로 그냥 지나쳤다. 한참 후 캐롯이 이동을 지시했다. 힘없이 걸으며 비타가 침울하게 중얼거린다.

“얻어 타고 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그러게.”

“헤? 그냥 태워 줄 것 같아?”

모두가 한 대 맞은 얼굴로 앞서가는 캐롯을 보았다.

“도, 돈 내야해요?”

“저런 애들이 산적으로 변하는 걸 몇 번 겪어 봤거든? 그런데 말이 좀 통하는 것들은 약간의 돈이나 식량을 나눠주면 그냥 보내주는 경우도 있었어. 하지만 비타는 조심해야해. 산적들은 여자는 그냥 안 보내 주려고 하더라고?”

비타가 질린 얼굴을 했다. 지오가 물었다.

“그런 일도 겪어봤어요?”

걸어가던 캐롯이 뒤를 돌아보았다.

“응. 협상을 거절하더라. 그래서 다 죽였어.”

“엑···.”

“오토마톤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 못하는 게···.”

캐롯은 뒤를 힐끔 돌아보며 히죽 웃었다.

“히히.”

순간 쫙 소름이 돋는다고 다들 생각했다. 그때 캐롯이 엄청나게 높은 점프로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한 바퀴 돌아 일행의 뒤로 착지했다.

탁!

고개를 든 캐롯이 흐흐 웃더니 버럭 외쳤다.

“느리다! 이 굼뱅이들아! 어서 뛰어라! 안 그러면 잡아먹을 거야!”

“으아아아!”

“엄마야!”

비타가 넘어지자 코비가 믿을 수 없는 힘으로 그녀를 안아 올리더니 후다닥 뛰기 시작했다.

장난도 잠시 다들 초행이라 이동 시간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힘들어?”

“···괘, 괜찮아요.”

주저앉은 비타를 내려다보던 캐롯이 고개를 들어 주변의 청년들을 보았다.

“기초 체력은 중요해. 돌아가거든 아침저녁으로 성벽을 따라 한 바퀴씩 돌아. 처음엔 걷고, 다리에 힘이 붙으면 뛰어.”

“도시 성벽을요? 그 커다란 걸요?”

“크랭크는 그렇게 했어. 그나저나 고블린이나 오크라도 한 마리 안 나오나? 연계능력을 한번 맞춰보고 싶은데.”

모두가 질린 얼굴을 하는 사이 캐롯이 또 뭔가를 발견했다.

“어? 또 마차다.”

“앗! 아···!”

비타가 반가워했다가 갑자기 표정이 우거지상이 되었다. 그녀는 캐롯을 보았다. 캐롯은 팔짱을 하고 있다가 히죽 웃었다.

“어서 숨어.”

잠시 후 지나가는 마차를 보던 캐롯이 눈을 크게 뜨더니 벌떡 일어나 달려갔다.

“에엑?! 캐롯!”

“아는 사람이야!”

“아니! 아까는 아는 사람도 경계하라며!”

“그런 건 적당히 알아듣고 마차나 잡아!”

마부석에 앉은 사람들이 뭔가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무장을 들었다가 익숙한 얼굴과 목소리에 팔에 힘을 뺐다.

“캐롯?!”

“깜짝이야! 너 왜 여기 있어!”

“우와! 유리! 리모! 애덤! 레나!”

캐롯이 반갑게 인사하자 마부석에 앉은 리모가 마차를 세웠고 일행은 속속 내렸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캐롯의 주위로 드래곤 레어 원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여든다.

“오랜만이네,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신입 모험가 훈련 같은 거야.”

캐롯이 뒤를 돌아보며 손짓 하자 엉거주춤 네 사람이 걸어와 꾸벅 고개를 숙인다.

“길드에서 진행하는 그거구나. 보통 신입 모험가는 기존 파티에 꼽사리 껴서 배우는 편인데.”

“그 기존 파티에서 신입들을 벗겨먹는데다 잘 받아주지도 않으니까 이렇게 맨땅에 박치기 하려는 멤버들이 있어요.”

활쟁이 코비가 한마디 했다. 듣고 있던 리모가 파하하 웃는다.

“이 친구는 쌓인 게 많나보네. 맘에 든다. 그 정도 성깔은 있어야 이 바닥에서 해먹지. 그래서 다들 어디 가는 길이야?”

“포도 던전! 너희들은 어디가? 아니, 그 전에 사람들이 몇 명 비네?”

“게토 대장, 몰리, 토스트는 다른 일하러 갔고 우린 우리대로 용돈벌이나 하려고 개척민 마을에 몬스터 토벌 가는 길이야.”

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포도 던전이면 여기서 좀만 가면 되겠는데? 태워줄까?”

“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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