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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9화 (19/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개척민 마을! 19

“레리 아저씨! 생선 좀 보여줘요!”

비린내 나는 좌판 한 구석에서 생선을 손질하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린다. 체구는 작았지만 눈빛이나 팔에 돋아난 근육이 범상치 않았다.

그는 말 대신 손가락으로 염장해놓은 생선을 가리켰다.

“오늘 들어온 거예요? 신선해요?”

생선 가게의 레리는 날카롭게 웃었다. 내륙지방이라 바다 생선은 대부분 냉동이나 염장처리해서 운송된다. 그래서 신선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캐롯은 알면서도 그렇게 불러보았다.

이윽고 그의 입이 열리고 잔뜩 쉰 소리가 나왔다.

“···소금은 제대로 절였다. 구워 먹으면 맛있지.”

주변에 장사하던 사람들의 얼굴로 미소가 번진다. 그 중에서는 놀라는 손님도 있었다.

“생선 가게 아저씨 말할 줄 알았어요?!”

“우와! 레리가 말을 했어!”

항상 눈짓이나 턱짓으로, 혹은 행동으로 말을 대신하기에 다들 벙어리 인 줄 알고 있었다.

“목에 커다란 칼자국도 있으니까. 그런 줄만 알았지.”

수근 거리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캐롯은 커다란 염장 생선 10마리를 부탁했다.

칼을 도마에 찍어 놓고 자리에서 일어난 레리는 염장한 생선 10마리를 종이로 단단히 포장해서 내밀었다. 그것을 수레에 올린 캐롯은 동전을 꺼내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항상 고마워요.”

“···고마운 건 나다. 네 주인에게 안부를 전해다오.”

캐롯은 빵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수레를 끌고 시장을 지나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엇? 캐롯? 캐롯이냐?”

“응?”

뒤를 돌아보니 대머리 게토와 젊은 여자, 그리고 조그만 소녀가 서 있었다.

“오! 게토 대장! 별일이네? 시장 보러왔어요?”

“이 녀석아. 별일은 내가 할 말이다. 넌 시장도 보냐?”

“응, 평소엔 주인님 따라 다녔는데. 요즘은 크랭크가 공방 꾸민다고 바빠서요.”

그렇게 말하며 캐롯은 게토의 곁에 서 있는 여자들은 쳐다보았다.

“미인이네, 게토 대장 가족이야?”

“그렇지. 전에 이야기 했던 오토마톤이야. 캐롯.”

눈을 커다랗게 뜬 여자가 조금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캐롯이 손을 들었다.

“오! 안녕하세요. 부인! 굉장한 미인이네요. 여기는 대장님 딸이야?”

“음, 예쁘지? 내 딸이야. 이름은 올리브. 올해 10살이다.”

“여기 눈이랑 입 부분은 게토 대장을 닮았네.”

“오! 맞아! 다들 그렇게 말하더군!”

가까이 다가가자 전에 애덤이 말한 대로 캐롯과 비슷한 체구였다. 캐롯은 장갑을 벗고 검정색 프레임이 드러난 손바닥을 흔들어보였다.

“안녕, 올리브. 나는 오토마톤 캐롯이라고 해.”

게토의 부인과 딸이 눈을 크게 떴다.

“아, 안녕하세요···.”

“와하하하. 말 편하게 해도 돼. 나이로 치면 나는 너 정도니까.”

게토가 말했다.

“요즘 어떠냐? 바빠?”

“돈이 되면 뭐든 해야죠. 뭐 좋은 건수라도 있어요?”

“어, 사실은··· 아으아!”

이마에 핏대가 솟은 게토의 부인이 그의 엉덩이를 꼬집었고, 딸은 그의 다리를 깨물었다.

“안돼! 돈 많이 벌었잖아! 아빠는 한 달은 더 집에 붙어 있어!”

“아, 아니! 그래도 한 달은 너무 길어!”

“프하하하! 보기 좋네! 뭐, 여기서 말하기 어려우면 길드에 말해놔요. 크랭크가 흥미가 있으면 답변 달아놓을 테니.”

“알았다.”

아빠의 다리를 붙잡은 올리브가 캐롯을 노려보았다.

“우리 아빠 데려가지마!”

캐롯은 흐뭇하게 웃더니 올리브에게 낮게 속삭였다.

“나는 네 아빠를 데려가지 않아. 내가 네 아빠를 못 데려가게 막을 거란다.”

올리브는 이해하지 못한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했지만 게토와 그의 부인은 고마운 표정을 했다.

“어흠, 뭐, 그래. 조만간 건 수 잡히면 연락할게.”

“음! 되도록 쉬운 걸로 하자고요!”

게토는 손을 흔들며 아내와 딸에게 붙들려 사라졌다.

공방으로 돌아와 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자 소지품을 확인하던 크랭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험가가 가족이 있으면 여러모로 장애가 많아지지.”

“그래서 말인데, 넌 결혼 같은 거 안 해? 네 자식들도 꽤 귀여울 것 같은데.”

“엄마 같은 소릴 하는 군. 기회가 되면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 가능성이 없지는 않구나! 걱정 마! 애는 내가 돌봐 줄게!”

오토마톤에게 등짝을 철썩철썩 맞으며 한심한 표정을 하고 있던 크랭크가 편지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

“아까 길드에 갔다가 메크로에서 온 편지를 받았어.”

“메크로···? 아! 봄바?! 그 외제 엔틱 오토마톤?!”

“이젤리아. 이젤리아의 에이그스타 가문에서 만든 거지. 당시엔 엄청난 고성능에 고급 오토마톤이었어.”

편지를 다 읽은 캐롯이 고개를 돌렸다.

“그럼 뭐해. 100년 넘은 완전 초창기 골동품인데. 수집가나 좋아할까 현장에서 굴리기엔 이젠 너무 낡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인거야. 봐봐, 편지에 이제 팔도 하나 안 올라간다는구만. 크랭크는 이거 고쳐볼 생각이었지? 수입이라서 부품 구하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벌떡 일어난 크랭크가 공방 한구석으로 가더니 커다란 나무 상자 하나를 들고 와서 캐롯의 앞에 조심스럽게 내렸다.

쿵···!

“에이그스타 오토마톤에 들어가는 순정 규격 부품이다. 어렵게 구했지. 가격은 묻지 마, 위장병이 도질 것 같으니까.”

캐롯이 찡그린 얼굴로 크랭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병이야. 너 그거 완전 병이라고.”

“음후흐흐···. 쿠후흐흐···!”

감정표현이 적은 크랭크마저도 지금은 즐거운 듯이 웃는다. 좀 음흉했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저 대국 이젤리아의 명가 에이그스타의 오토마톤을 뜯어보겠어? 상상 만해도 즐겁군. 하나하나 다 뜯어보고 가능한 많은 작업기를 남겨야 하니 수첩과 종이도 따로 준비해가야겠어. 그리고 가는 김에 주변에 숨겨둔 물건들 좀 수거해오자. 공방도 생겼으니 본격적으로 살림살이를 늘려봐야지.”

“오! 진짜? 그럼 이제 나 동생들 생기는 거야!?! 하하하!”

얼굴이 확 펴진 캐롯이 신나서 폴짝폴짝 뛰었다.

이튿날, 길드 중계로 쌍두 짐마차를 빌린 크랭크는 그 길로 성문을 나섰다.

하지만 빈약한 무장으로 나서는 그들을 보고 성문 앞 경비병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했다.

“당신의 위명은 잘 알고 있지만 단독으로··· 괜찮겠습니까?”

“익숙합니다.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단독 아니거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크랭크를 올려다보던 경비병은 인상을 쓰면서 조그만 인형을 보았다. 그러다가 한숨을 내쉬더니 모험가 수첩에 도장을 찍어 돌려주었다.

“무사귀환을 바랍니다.”

“캐롯! 너 임마! 네 주인님 잘 모시고 다녀와라!”

“헹! 걱정마쇼! 231호! 232호! 다녀올게! 또 밤에 술래잡기 하자!”

성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용 오토마톤들이 고개를 돌리더니 슬쩍 손을 들어 흔들었다. 보고 있던 경비병이 가소롭다는 듯이 외쳤다.

“매번 잡히는 녀석이!”

“다음번엔 안 잡힐 거거든요?!”

“하여튼 조심해라!”

“예압!”

크랭크가 말을 출발 시키자 짐마차가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르곤 영지 내의 화전민 마을 메크로는 마차로 3일 거리의 숲속에 있다. 하지만 크랭크는 수거품 때문에 좀 먼 길로 돌아서 가는 중이었다.

“있다! 여기!”

한참 숲을 뒤지고 다니던 캐롯이 크랭크를 불렀다. 썩은 나뭇가지와 덤불을 치우자 찢어진 옷가지와 함께 오토마톤의 몸체가 드러났다.

“그 주정뱅이 모험가의 오토마톤이었지? 한 3년 전인 것 같은데? 맞아?”

수첩을 꺼내 보던 크랭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

“주인은?”

“2년 전 지병으로 사망했다.”

“주인도 없고, 갈 곳도 없으니 이제 우리가 데려가도 문제없겠네.”

크랭크가 만신창이 오토마톤을 들어서 마차로 옮겼다.

“다음은 어디지?”

수첩과 지도, 나침반을 꺼내 살펴보던 크랭크가 투구를 들었다.

“2시간 거리에 돌산이 있다. 그 부근에서 트롤 토벌이 있었는데 파손되어 버려진 걸들을 숨겨놨어.”

2시간 후 도착한 돌산의 동굴에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트롤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위에 몸을 숨긴 캐롯이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어? 토벌한 거 아니었어?”

“했었다. 새로운 녀석들이 들어 왔나보군. 역시 저 동굴을 무너뜨렸어야 했어.”

“어떻게 할 거야?”

잠시 고민한 크랭크가 말했다.

“여긴 패스다. 이건 예상 못했어. 장비와 인원이 부족하다.”

“헤, 난 돌입하자고 하면 할 생각이었는데.”

크랭크는 마차로 향하며 캐롯을 돌아보았다.

“우리 목숨은 하나, 그래서 비싸지. 유니크 하거든?”

“킥킥킥! 크랭크 지금 꽤 멋있었어.”

“어떤 유명한 사람이 한 말이지. 쓸모없는 싸움은 피하고 다음으로 가자. 갈 길이 멀다.”

이런 식으로 메크로로 향하는 길에 과거 의뢰 도중에 빼돌린 물건이나 버려진 물건을 눈여겨 봐뒀다가 다시 수거하는데 성공한 크랭크는 예상보다 늦은 날짜에 메크로에 도착했다.

밭이 펼쳐진 마을 어귀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이는 가 싶더니 손을 흔들었다.

“와! 사람이다!”

“누구지? 이동상점 인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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