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원정! 13
괴상한 비명과 함께 토스트가 쓰러지고 게토는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파티 구성원의 소개, 그리고 오크들과의 전투, 드래곤 레어의 상태 등등,
어느새 의자에 앉아 캐롯이 공손히 가져온 홍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듣던 헤리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별거 없네. 오크들에게 밀려서 탐색 못하고 애들 구출해서 급하게 돌아온 거네.”
“요약하자면요.”
헤리슨은 뒤를 가리키며 소개했다.
“이번에 차출된 모험가들이야. 다들 한가락 하는 애들이야. 너희 포함, 우리는 아르곤 길드 원정대로 함께 한다. 안타깝게도 내가 원정단장이다. 내 이름은 알겠지들?”
“예! 헤리슨 여사님.”
“그래. 여전히 차 맛이 좋구나, 땅콩.”
“감사합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헤리슨이 물었다.
“레나는 소개 받았는데, 그린이라는 녀석은 누구냐?”
“저를 부르셨습니까?”
긴 금발을 산발하고 가죽옷에 철판을 덧 댄 전투복을 입은 오토마톤이 탕비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정비가 완료된 그린은 길드 장 지시로 하루 전 부터 길드 건물에 대기 중이었다.
그린의 모습을 보고 다들 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헤리슨이 한 손을 허리에 올리며 말했다.
“아까부터 어슬렁거리던 녀석이잖아? 어쩐지 모양새가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어. 이제 보니 딱 크랭크 솜씨 구만.”
크랭크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약간 피곤하다는 듯이 팔과 어깨를 좀 매만졌을 뿐이었다. 그 자신감 넘치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었는지 헤리슨은 씩 웃었다.
예법 상 영주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온 메인쿤과 트레일의 원정대는 아르곤 길드에서 준비한 숙소로 이동해서 휴식을 취했고 그 원정단장들과 간부급 단원들은 길드 건물로 안내되어 회합을 가졌다.
“메인쿤 원정단 단장 모리 화이트다.”
대머리에 크랭크 수준으로 덩치가 큰 남자의 말이었다. 그에 반해 호리호리한 여성은 자신을 트레일 원장단장이라고 소개했다.
“지아렌 루오 입니다.”
아르곤 길드 응접실에 모인 기라성 같은 사람들을 앞에 높고 게토는 드래곤 레어 탐색 당시의 일을 최대한 조리 있게 설명했다.
“그 이야기는 보고서로도 읽었어요. 역시 직접 가봐야 하겠군요. 그런데 그 때 활약했던 오토마톤과 강화인간은 누구죠?”
조그만 오토마톤이 치마를 살짝 들면서 인사했다.
“캐롯이에요.”
화려만 금발을 가진 오토마톤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린입니다.”
금발 오토마톤과 같은 모양의 전투복을 입은 여자가 꾸벅 허리를 숙였다.
“레, 레나 입니다.”
지아렌은 두 손을 마주 대며 좋아했다.
“어머나, 다들 예쁘네요. 눈이 즐거워요.”
“흥, 오토마톤이 예뻐서 뭘 해.”
“대머리 아저씨는 어릴 때 인형놀이도 안 해보셨어요?”
“나는 나무칼 들고 놀았다.”
아르곤 길드 장이 끼어들었다.
“드래곤 레어에서 나오는 물건은 4개 도시가 공평하게 나누기로 했습니다만, 한 가지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은 길드 장의 말을 듣고 머리를 시뻘겋게 물들이거나 두 손으로 입을 가리거나 했다.
“포탈 게이트라고요?”
“어디까지나 가능성입니다. 위치를 옮겼을 때도 작동하는지 실험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 물건 만큼은 독점이 불가능합니다. 모두가 알아야 하며, 모두가 나눠야 하고, 모두가 동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가치가 생기는 물건입니다.”
“좋군! 원정 나온 보람이 있어!”
지아렌은 고개를 돌려 캐롯과 그린, 레나를 보면서 말했다.
“상상도 못한 일이군요. 저는 그저 호기심에 왔을 뿐인데. 우리 길드 장님이 좋아하시겠어요.”
이튿날 하루 휴식을 끝낸 원정단이 출발했다.
“잘 다녀와요!”
“조심해서 다녀와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나와 손을 흔든다. 제임스의 자동마차 지붕에 앉아 있던 캐롯이 아하하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나와서 반겨주는 거지?”
“길드나 영주님이 손을 쓴 거 아니겠어? 사기진작은 의외로 중요하니까.”
자리에 앉아 자동석궁을 만져보고 있던 토스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크랭크가 맞은편에 앉은 레나를 보았다.
“몸은 좀 어떻습니까? 레나.”
“아, 예. 좋아요. 보내주신 포션 감사합니다.”
“확실히 포션을 사용하니까 체력 회복 속도가 아주 빨라졌어요.”
고개를 끄덕인 크랭크는 가방에서 쪽지 하나를 내밀었다.
“사실 그건 포션이 아닙니다. 시장에서 파는 물건으로 만들 수 있는 보양식에 가까운 것입니다. 하지만 효과가 있다니 다행이군요. 이건 만드는 방법입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아, 저, 정말 하나하나 고맙습니다.”
애덤과 레나가 몸둘바를 몰라하자 투구 사이 크랭크의 눈매가 웃었다.
“저는 강화인간 파티와 친하게 지내고 싶거든요.”
그리고 크랭크는 차안의 모두에게 유리병을 나눠줬다.
“진짜 체력 포션입니다. 마시면 체력이 회복 됩니다. 아는 마녀를 통해서 구입했습니다.”
“마녀!”
몰리가 눈을 크게 떴다.
“아르곤에 마녀가 있어요?”
“멀리 숲속에 살고 있습니다. 당신들을 위해서 어딘지는 알려 줄 수 없습니다.”
“맞아 그 마녀는 위험해.”
실내로 들어온 캐롯의 말이었다. 드물게도 캐롯이 얼굴을 굳히며 한 번 더 말했다.
“절대 마녀랑 관계되지 마.”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캐롯과 크랭크는 마녀의 이야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했다. 그래서 몰리는 아랫입술을 내밀었다.
120여명에 다다르는 대규모 인원에 무장도 만만찮은 지라 몬스터의 습격은 없었다. 있었다고 해도 선두 그룹에서 모두 처리했다.
“쏴라!”
투바바바바바!
4정의 자동석궁에서 비처럼 쏘아져 나간 화살이 거대한 전갈의 몸통에 박혀 든다. 동시에 강화인간 레나와 오토마톤 그린이 좌우로 달려 나가 전갈의 다리를 모두 잘라버렸고, 위로 뛰어오른 캐롯은 그 독침을 잘라버렸다.
“퀘에에에에엑!!! 쉣! 쉑!”
독침과 다리가 잘려나간 전갈이 바닥에 쓰러져 버둥거리자 근처에서 구경하고 있던 하드 스킨 오토마톤이 창을 던져 전갈의 머리를 꿰뚫어버렸다.
“와, 망토 멋지다.”
“아니! 우리가 잡은 몬스터를 보자고! 하드 스킨 오토마톤이 뭐가 신기해?”
토스트가 뭐라고 했지만 유리와 리모, 그리고 애덤까지 망토를 흩날리며 주인의 곁에 서 있는 육중한 갑옷기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하나 같이 망토를 하고 있네? 단순히 멋은 아닌 가봐?”
“저건 방열망토다. 열을 식히려고 달고 다니는 거지.”
군 경험자 게토의 말에 모두가 그의 대머리에 집중했다. 쓰러진 전갈을 뒤로 하고 걸어오는 강화인간과 오토마톤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게토가 뒤를 돌아보았다.
“오토마톤의 가발과 비슷한 역할이다.”
“맞습니다. 잘 찢어지지도 않고 굉장히 비쌉니다. 저걸 달 수 없다면 마력석도 블루가 한계입니다. 마력석 레드를 사용하려면 필수적인 물건입니다.”
크랭크의 설명에 모두가 오오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 지붕에 서서 팔짱을 하고 있던 헤리슨이 말했다.
“나쁘지 않은 걸.”
“단장님, 저건 어떻게 할까요?”
정체된 마차와 서산에 기울어지는 태양을 본 헤리슨이 말했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 그리고 저 전갈을 오늘 저녁이다! 요리를 준비해라!”
반은 기겁했고, 반은 환호했다.
“킹 스콜피온을 먹어!?”
“오늘 저녁은 전갈이다!”
모리 단장은 저녁으로 올라온 전갈 다리를 보고 기겁했고, 그걸 보고 헤리슨과 지아렌은 깔깔 웃어버렸다.
“마왕군 놈들이 이걸 구워먹고 있기에 주워 먹어봤었지. 괜찮더라고?”
“별미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쯤 먹어보고 싶었어요. 음! 닭고기 맛이 나요!”
“저리가라! 이 야만인들아!”
킹 스콜피온은 모두에게 인상 깊은 식사로 남았다.
오토마톤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인간들은 불침번을 세웠다.
“으어···! 찌뿌드드 하네!”
“그럼 자요. 우리가 지킬 테니까.”
마차 위에 올라앉은 모험가 하나가 어둠 속에서 나타난 캐롯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 싶지만 명령이야. 지금 우리는 준 군사집단이거든? 편하다고 오토마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어.”
“오! 아저씨 군대 갔다 왔어요?”
“그래. 너는 순찰이냐?”
“비슷하죠. 잠깨게 사탕 하나 드실레요?”
“어, 던져.”
캐롯이 사탕을 던지자 잠이 와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사내였지만 간단하게 그걸 잡아서 입에 까 넣었다.
“그럼 수고하세요.”
“음.”
자동 마차로 동그랗게 벽을 쌓아 천막을 감싸고, 그 바깥에 다시 오토마톤을 세워두는 식으로 경계를 해놓았다. 캐롯은 딱히 지정된 곳이 없었기 때문에 순찰을 자처하며 밤 산책 중이었다.
“야호! 뭐해?”
근엄하게 마차를 등지고 지평선의 밤하늘을 쳐다보던 하드 스킨 오토마톤이 고개를 돌린다. 묵직한 투구 안에서 붉은 빛이 나타났다.
“경계 중 이상 무.”
“와! 남자 목소리다! 하드 스킨 씌우면 목소리도 바뀌어?”
“원래 목소리다. 너는 캐롯이지?”
“와! 하드 스킨 오토마톤이 내 이름을 알고 있어!”
조그만 오토마톤 소녀와 커다란 오토마톤 기사가 나란히 밤하늘을 보며 이야기를 했다.
“출발 전에 너희들의 이야기 정도는 들었다.”
“그래. 너는 이름이 뭐야? 어디서 왔어?”
“나는 에코, 주인이 메인쿤 길드 소속이다.”
“오왕! 하드 스킨 오토마톤이 무려 개인 소유야? 주인님이 돈이 많은가봐?”
“장기 할부다. 나는 출고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구나. 아직 애기구나.”
“너는 기체 연령이 얼마나 되지?”
손가락을 꼽아보던 캐롯이 말했다.
“10년 쯤 됐어.”
“그건 많은 편인가?”
“음, 그건 말하기가 좀 그러네, 우린 대체로 주인의 무지와 무리와 무모에 혹사당하는 편이니까. 소모품 교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오래 못 움직이지.”
“그런가.”
“응, 너 주인하고 사이는 좋아?”
“잘 모르겠다만 애지중지 하는 것 같더군.”
“완전 전투용으로 만든 하드 스킨 오토마톤은 대체로 대우가 좋은 편이야.”
“그런가?”
“그럼! 나 같은 조그만 애완용 오토마톤하고는 천지 차이지. 나는 버려지면 작아서 쓸모없는 짐꾼밖엔 할 게 없어.”
“낮의 전투는 인상 깊었다만.”
“재주 좋은 주인을 잘 만난 덕이지!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애완용이 아니야.”
말을 마친 캐롯은 자박자박 다음 오토마톤에게로 걸어가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렇지. 이 누나가 어드바이스 하나 해둘게.”
“뭐냐?”
“주인을 포함한 그 주변인들과 대화를 많이 해. 그들은 네게 감정이입을 할 거야. 그건 네게 도움이 되.”
“알았다. 참고하지.”
캐롯은 그렇게 원정단의 오토마톤을 다 만나고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들었다.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 그 주인 크랭크도 비슷한 일을 했는데, 그는 원정단의 오토마톤을 다 보고 돌아다니며 소모품 상태와 작동에 문제가 있는 것은 없는지 살폈다.
그리고 둘은 마침내 어둠 속에서 서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저 익숙한 그림자. 저 익숙한 걸음걸이.
“역시 주인님이구나, 안자고 뭐해?”
“오토마톤들 상태 보러, 넌 순찰 중이야?”
캐롯은 베시시 웃었다.
“뭐 그렇지, 애들은 괜찮아?”
크랭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공식 원정이라서 골라왔는지 다들 상태가 좋은 편이야. 난 이제 좀 자야겠다.”
“그래, 어서 들어가서 자도록 해.”
마차 안쪽 천막으로 들어가던 크랭크를 바라보며 캐롯이 낮게 중얼거렸다.
크랭크, 오래오래 살아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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