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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2화 (12/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이웃들! 12

길드를 나선 모두는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했으나 크랭크는 빠졌다.

“가고 싶지만 저는 지금 할 일이 많습니다. 그린을 마저 완성해야 합니다.”

“저희도 지금 전투복 만들고 있어서요.”

“알았어. 원정 끝나고 우리 집에서 뒤풀이나 하지.”

게토가 웃으며 말했다. 크랭크는 그때는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하고 공방으로 돌아왔다.

저녁 무렵 완성된 가발이 캐롯의 손에 들려왔다. 그린의 얼굴에 마스크를 덧붙이고 있던 크랭크는 가발까지 올리고 마침내 모든 작업을 완료했다.

몇 발자국 물러선 크랭크가 작업대에 앉아 있는 오토마톤을 살펴보았다.

“음, 이 정도면 꽤 봐줄만 하군.”

“오오! 인형 같아! 드레스 업이 제대로 됐어!”

“드레스 업?”

그린이 고개를 돌리자 캐롯이 좋아했다.

“보기 좋게 외관을 꾸미는 거야. 저기 전신 거울이 있어.”

거울 속에는 눈이 큰 마스크에 길고 화려한 금발을 산발한 오토마톤이 서 있었다. 그린은 넋을 잃고 자기 모습을 살펴보느라 움직이지 않았다.

캐롯은 크랭크를 돌아보았다.

“저 마스크 누가 만들어 준거야? 정말 잘 만들었어.”

“내가.”

“응?”

“내가 깎고 갈아서 만들었다. 10개 쯤 만들어보고 가장 좋은 걸 남겼지.”

“와! 멋져 크랭크! 역시 내 주인!”

가죽으로 만든 앞치마를 입고 굵은 팔로 팔짱을 하고 있던 크랭크는 어깨를 좀 으쓱이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좋아하니 기분 좋군.”

“감사합니다. 마이스터 크랭크.”

그린이 고개를 돌리자 방열사가 심어져 무게감이 더해진 플루이드의 화려한 금발이 출렁거린다.

“네 몸에 들어간 비용은 너희 길드에서 지불할 거다. 그리고 길드에선 네 주인에게 수리비를 청구하는 대신에 너를 인도받아 길드 소속의 오토마톤으로 삼을 셈인 것 같더군. 그 편이 네게 더 좋을 거다.”

“그렇습니까?”

“그래, 이번에 너는 꽤 유명해졌거든? 이름이 알려진 모험가나 오토마톤이 많을수록 길드의 입지는 커지기 마련이야. 많은 공적을 쌓고 더 유명해지도록 해라. 그러면 그저 오토마톤이라고 너를 함부로 대할 사람이 적어질 것이다. 우리 캐롯처럼.”

“엣헴! 아르곤에서는 아무도 날 못 건드려!”

크랭크는 캐롯을 내려다보았다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데, 네 머리카락은 아르곤에서 일하는 플루이드라는 여자가 제공했다. 오토마톤 그린이 아주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자길 우러러보길 바라더군.”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만져보던 그린이 되 물었다.

“제가 유명해지면, 이 머리카락을 제공한 플루이드도 유명해지는 것입니까?”

“그렇지. 캐롯이 유명해져서 내 이름도 함께 퍼진 것처럼.”

“엣헴!”

잘록한 허리에 조그만 주먹을 대고 코를 치켜세우는 조그만 오토마톤을 내려다보며 그린은 작업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섰다.

그리고 크랭크와 캐롯을 바라보았다.

“제가 유명해지면 당신들의 이름도 퍼지는 것이로군요.”

캐롯이 말했다.

“그래, 우리 크랭크가 유명해지도록 힘 좀 쓰도록 하라고.”

“아니 나는 그렇게 유명해지고 싶지는···.”

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겐 당분간의 사명이 생겼습니다. 유명해 질 것, 플루이드와 크랭크, 캐롯의 이름을 알릴 것.”

“음! 좋아!”

크랭크는 고개를 저었지만 캐롯은 좋아했다.

도시로 스며든 저녁노을을 밟으며 부인회에서 만들고 있는 전투복 제작을 돕기 위해 여관으로 향하던 중, 그린은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을 눈치 채고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니?”

캐롯의 질문에 그린이 말했다.

“추적자가 있습니다.”

“귀여운 추적자들이네. 야호! 코딱지들아!”

근처에서 보기 드문 금발의 오토마톤을 발견하고 졸래졸래 따라오던 동네 아이들이 순식간에 그린과 캐롯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캐롯! 이 오토마톤은 누구야?”

“예뻐···. 인형공주 같아.”

특히 소녀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린은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럴리가요. 저는 캐롯처럼 소프트 스킨도 없습니다.”

고개를 세차게 저은 소녀들은 두 손을 들어올렸다. 캐롯이 웃으며 말했다.

“안아줘. 그 나이대의 아이들은 안기는 걸 좋아하거든.”

허리를 숙여 소녀를 안아 든 그린이 말했다.

“어린 인간에겐 좋지 않은 기억뿐입니다만, 지금은 묘한 기분입니다.”

“지금 네가 말끔하기 때문이야. 인간은 퍽 단순해.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들어봤니?”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낸 캐롯은 그걸 아이들의 입에 하나씩 넣어주면서 웃었다.

“그리고 여기 애들은 내가 대부분 교육했거든? 사탕과 채찍과 궤변으로 말이야. 그래서 오토마톤을 보고 냅다 돌부터 던지고 보는 애새끼들은 없지. 그렇지 애들아?”

“예! 그럼요! 캐롯 선생님!”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길을 걷는 와중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게 꽂혔다.

“이봐! 캐롯! 뒤에 오토마톤은 누구야? 예쁘장한데?”

“취향 특이하네! 인형놀이는 어릴 때 그만 둔 것 아니었어?”

“얌마!”

“하하하! 그린이야! 이번 드래곤 레어 원정에 참가하는!”

모여 있던 남자들이 수근 거렸다.

“그 오토마톤?! 크랭크 솜씨인가?! 굉장하군 그래?”

“들어간 돈이 얼만 줄 알면 기절할 걸?!”

악담을 좀 더 주고받은 다음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남자들을 보면서 그린이 물었다.

“당신은 굉장한 사교술을 가지고 있군요. 친구인 줄 알겠습니다.”

“그린, 잘 기억해. 우리는 어차피 오토마톤이야. 솔직히 인간과 친구라니 가당치않지. 조물주가 피조물과 친구 먹겠어? 하지만 겉으로는 봐봐. 길드 간판 오토마톤이 돌아다니는데 아는 척이라도 좀 하고 싶지 않겠니? 그래야 자기 명성도 오르니까. 내가 말이야! 저 캐롯이랑 친하다고! 라는 식이지.”

그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관계를 얇고 넓게야. 저 인간의 속마음을 너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몰라.”

“예.”

전투복을 제작하던 부인회에서도 그린의 모습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금발이 정말 잘 어울리는데? 누구 머리니?”

“플루이드 겁니다.”

“아, 그 금발 처녀의, 결국 잘라서 팔았나 보군, 어쨌든 참 잘 어울리는 구나. 걸어 다니는 인형 같아.”

“에구! 인형 맞잖아.”

“아 그런가?”

아낙들이 웃는다.

“그린, 유명해져서 우리 플루이드의 이름 좀 알려주렴.”

“예. 부인.”

“그리고 우리가 만든 전투복도.”

마리아가 거의 완성된 전투복을 들어보였다. 대략 가죽 바지와 자켓에 금속 장갑판을 달고 가죽을 덧대어서 보강한 물건이었다.

“입어보렴. 몸에 맞춰 줄게. 레나도,”

아낙들의 틈에서 일어선 오토마톤과 강화인간이 같은 모양의 전투복을 입고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애덤 이거.”

“응?”

바느질에 여념 없던 애덤이 고개를 들자 그의 앞으로 가죽 주머니가 던져졌다. 한 손으로 받아내자 캐롯이 말했다.

“체력 회복제야 한번 먹여봐.”

“고마워.”

캐롯은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먹여보고 결과를 알려달라고 전해 달랬어. 크랭크도 궁금하데.”

“음.”

4일 뒤, 아르곤 방주 도시로 메인쿤과 트레일에서 출발한 드래곤 레어 원정단 60여명과 오토마톤 20여기가 들어섰다.

“화려하군. 마치 개선군의 입장 같아.”

성문에서 부터 이어져 들어오는 자동마차의 행렬에 구경나온 사람들의 얼굴이 밝았다. 방주도시 메인쿤과 트레일은 아르곤과 교역에서 부터 여러 가지로 친밀한 관계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도시기도 하고, 영주들과의 사이도 좋은 편이다.

“우와! 하드 스킨! 하드 스킨을 장착한 오토마톤이 있어!”

자동마차의 행렬을 보호 하듯이 무장한 오토마톤들이 일렬로 걷고 있다. 그 중에 선두에 선 것들은 가지각색의 망토에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어 마치 중장갑 기사 같았다.

크랭크의 목마를 탄 캐롯이 입을 헤 벌리고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와! 세상에! 하드 스킨 오토마톤이 이렇게나! 20대 중에 10대가 하드 스킨이야!”

“드래곤 레어 탐사에 저렇게 많은 병력을 데리고 오다니 무력시위 수준이구만.”

“과시용이겠지요.”

옆에서 함께 구경하던 게토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크랭크, 가세. 우린 길드에서 대기해야해. 곧 원정단장들과 회합이 있어.”

“예.”

캐롯을 목마태운 크랭크는 그대로 길드 앞까지 걸어갔다.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이 인사를 한다.

“와, 캐롯 그 모습 참 잘 어울린다.”

“여기 경치가 참 좋아! 크랭크는 평소 이런 느낌으로 다니고 있었구나.”

몰리가 웃으며 말했다.

“주인님을 목마 탄 오토마톤이라니 신선해.”

캐롯과 크랭크가 서로를 내려다보고 올려다보더니 낄낄 웃었다.

“몰리도 한번 올라와 볼래?”

“난 됐어.”

“그럼 내가 태워주지. 나는 다시 한 번 네 엉덩이에 짓눌리고 싶···! 끼이약후우우!”

파지지직! 감전되어 쓰러진 토스트를 보고 캐롯이 말했다.

“몰리, 토스트는 일부러 그러는 거야.”

“나도 알아. 이 정신병자 녀석! 넌 꼭 그런 헛소리를 하고 싶어?”

“크으윽···. 남자에겐 놓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존재하거든.”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토스트를 보고 몰리가 머리가 어지럽다는 표정을 했다.

게토의 성화에 다들 길드로 들어가서 기다렸다. 그곳엔 이미 이번 원정에 참가할 아르곤 원정단원들이 모여 있었다.

“우와! 여기도 하드 스킨 오토마톤이 있어!”

캐롯이 길드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외쳤다. 사람들 틈새에 아까 본 것과 비슷한 하드스킨 오토마톤 두 대가 서 있다가 고개를 돌린다.

“시끄럽다. 이 조그만 땅콩 같은 오토마톤아.”

“땅콩?!”

크랭크를 포함해서 다들 히죽 웃거나 웃음을 참거나 했다. 인파를 헤치고 캐롯의 앞으로 걸어간 붉은 머리카락 여자가 허리를 숙여 캐롯을 내려다보았다.

캐롯이 놀라워했다.

“어머나, 세상에! 헤리슨! 헤리슨이 내 눈앞에 있어! 아르곤 길드 최고의 모험가!”

헤리슨은 인상을 꿈틀 댔다가 고개를 들어 크랭크를 보았다.

“너 오토마톤에 뭔 짓을 하면 이게 이렇게 되냐?”

“헤리슨 오셨군요.”

“그래. 임마. 요즘 마왕군 잔당도 별로 안보여서 한가하던 참인데 바람이나 좀 쐴까 하고 와봤다. 어이! 땅콩! 차 한 잔 우려내봐.”

“이런 영광이! 바로 준비할게요!”

캐롯이 길드 탕비실로 도도도 달려가자 팔짱을 하고 그 모습을 쳐다보던 헤리슨이 입을 열었다.

“타 도시 원정단장들 오기 전에 이야기 좀 듣고 싶구만, 빠르고 간단하게 소개부터 해봐.”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게토가 앞으로 나서자 헤리슨이 고개를 돌린다.

“뭐야 이 대머리는?”

“멋진 대머리죠?”

토스트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자 로비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웃음을 참는지 킥킥 거렸다. 헤리슨도 피식 웃더니 말했다.

“파티에 활기가 있군. 너 꽤 괜찮은 사람인가보네, 아니면 단순한 호구든가.”

“칭찬 감사합니다. 몰리 지져.”

파지지직! “끼이약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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