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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1화 (11/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이웃들! 11

“하하하하! 어때어때?! 끝내주지!?”

성벽을 따라 달리며 신난 캐롯이 뒤를 돌아보자 성인 크기의 오토마톤이 녹색망토를 펄럭이며 뛰고 있다.

“즐겁습니다! 나는 지금 즐겁습니다! 행복합니다!”

알고 있는 말을 총 동원하여 지금의 기분을 설명하는 그린을 보며 캐롯은 5년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즐거워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한 밤의 도시를 뛰어다니던 캐롯이 갑자기 속도를 줄였다.

“조용히 걸어.”

“왜 그러십니까?”

“여기서 부터는 거주구역이라서 경비병들이 야간 순찰을 돌아. 시끄럽게 뛰다가 걸리면 경비용 오토마톤이 쫒아오는데 엄청나게 빠르다?”

“우리보다 빠릅니까?”

“당연하지. 세상은 넓고 미친놈들은 얼마든지 있어.”

“지금 그것은 농담이라는 것입니까? 뭔가 즐겁습니다.”

“어머, 나 농담해버렸네. 좀 웃겼어?”

그린이 즐거워했다.

“예 웃겼습니다.”

캐롯도 즐거웠다. 한참 밤거리를 쏘다니다가 마리아의 여관에 들른 캐롯은 건물 뒤로 돌아가 마당 한편에 세워진 건물로 향했다.

창밖으로 불빛이 환했다.

“부인회 모임 장소지. 여기서 네 전투복을 만들고 있어.”

슬쩍 문을 열자 아낙들과 애덤, 레나가 잡동사니에 파묻혀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어? 캐롯!”

“안녕하세요. 고생이 많으세요들.”

방글방글 웃으며 인사를 하자 아낙들이 아는 체를 한다.

“캐롯 왔구나.”

“예, 젬 부인. 어때요?”

“시작한지 얼마 안됐어. 오늘은 슬슬 마무리하고 나머지는 낮에 할 참이야. 여기 젊은이들이 있어서 한결 수월하네.”

“그래요? 잘 됐네. 애덤?”

“말도 마. 손가락이 아파 죽을 것 같아.”

“그건 자네가 바느질을 못해서 그런 거야. 남자의 필수덕목이니 정진하게.”

“호호호!”

아낙들의 웃음에 캐롯이 따라 웃어주다가 옆에 선 후드를 소개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전투복을 입을 오토마톤이에요. 이름은 그린.”

후드를 벗은 그린이 고개를 꾸벅였다.

“반갑습니다. 그린입니다. 제 전투복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성 밝은 오토마톤이네.”

“이제 돌아다녀도 돼? 크랭크가 손보고 있다고 했는데.”

캐롯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았고, 그린도 따라 앉았다.

“이틀 철야해서 끝냈어요. 지금은 움직이면서 조정 작업 중이에요. 그나저나 레나는 엄청 졸린 가보네.”

꾸벅꾸벅 졸고 있는 레나를 보고 애덤이 한숨을 쉬었다.

“한번 크게 움직이고 나면 좀처럼 체력이 회복되질 않더라고. 내리 3일은 자야해.”

“잠만 재울게 아니라 몸에 좋은 거라도 좀 먹여야겠네.”

옆에서 가죽 바지에 철판을 이어붙이고 있던 아낙의 말이었다. 듣고 있던 캐롯이 말했다.

“체력 포션이라도 좀 먹여볼까?”

“우리 형편에 그건 좀 비싸서···.”

“뭐, 친구 좋다는 게 어디야? 크랭크가 가진 게 있을 거야 내일 갖다 줄게 좀 먹여봐.”

애덤이 캐롯을 잠시 쳐다보았다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요 며칠 들어 내가 쌓아놓고 있던 관념이 깨지는 기분이 들어. 고마워 캐롯. 잊지 않을게.”

“어떤 관념인데?”

“세상에는 온통 나쁜 놈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 드물지만 좋은 사람도 많아.”

바느질을 하던 아낙들이 흐뭇하게 웃는다. 캐롯이 물었다.

“또?”

“오토마톤과 인간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거.”

캐롯이 하하 웃는다.

“그래. 하지만 그 사실을 너무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지는 마. 부끄러우니까.”

캐롯의 한방에 애덤은 쑥스러워했고, 아낙들은 크게 웃었다.

갑자기 그린이 끼어들었다.

“캐롯, 지금 나는 즐겁습니다. 굉장히 기쁘고 즐겁습니다. 지금 당신은 다시 농담이라는 것을 한 것 입니까?”

“그래. 진심인데 뭔가 웃기지. 오고가는 말이라는 건 참 재미있지 않아?”

“그렇군요. 그렇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손을 턴 마리아가 일어섰다.

“늦었어. 그만 손 놓고 일어나들, 자고 내일 와. 그리고 그린도 내일 저녁에 다시 와. 길이 맞춰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부인.”

“저녁에 그런 일이 또 있었지.”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 캐롯이 끓여준 녹차를 마시며 전날 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크랭크는 그린을 보았다.

“그래서 이상점은?”

“왼쪽 다리와 왼쪽 팔의 가동 각이 오른쪽에 비해서 15도 정도 적게 나옵니다. 그리고···.”

그린에게 들은 내용을 적은 크랭크는 곧바로 조정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캐롯은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좀 있다가 길드에 나가봐야해.”

“아 중간보고 들으러 가야 한다고 했지?”

베이컨에 계란프라이를 튀기고 콩나물국을 끓이던 캐롯이 고개를 돌린다.

“그래, 어제 밤에 이어서 가동 테스트를 해줘. 점심 때 쯤 돌아올 거야. 다 됐다. 그린, 팔과 다리를 움직여봐라.”

작업대에서 상체를 일으킨 그린이 팔과 다리를 움직여 보다가 말했다.

“가동 각 오차 허용 수치 이내에 들어왔습니다.”

“좋아. 아무래도 새 부품이라서 조정이 쉽군.”

“밥 다됐다! 먹어!”

크랭크가 야무지게 아침 먹는 모습을 쳐다보던 그린이 물었다.

“오토마톤도 뭔가 먹을 수 있습니까?”

엉뚱한 질문에 캐롯은 웃어버렸고, 크랭크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너희들은 식도와 위장이 없어. 목소리를 내는 공기 주머니가 있을 뿐이···. 아니 잠깐,”

잠시 생각하던 크랭크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수도의 귀족가문에서 사용하는 애완용 오토마톤은 차나 과자 정도는 먹을 수 있다고 들었어. 뭔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가본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기회가 된다면 관련 자료를···. 계란 후라이 추가.”

“예이예이~! 후라이 추가, 아! 거기 양배추 즙부터 다 마시라고!”

벌컥벌컥 양배추 즙을 들이키는 크랭크를 바라보며 그린은 자신도 이런 마스터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그런 생각을 신기하게 여겼다.

약속 시간에 길드에 도착한 크랭크는 미리 와 있던 일행들과 만나 함께 길드장실로 안내되었다.

“저는 얼마 전까지 길드 장을 이렇게 자주 마주보게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게토의 말이었다. 커다란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던 길드 장은 즐겁게 웃었다.

“어깨를 펴십시오. 여러분은 저희 길드의 허리 입니다.”

중간레벨이라는 말을 거창하게 하는 것을 모두는 딱히 지적하지 않았다. 길드 장의 중간보고는 간단했다.

“출발은 예정대로 4일 뒤 입니다. 방주도시 메인쿤과 트레일에서 출발한 원정대는 저희 도시에 들려서 하루 쉬고 함께 출발할 것입니다. 트로겐 원정대는 현지에서 만날 예정이며, 3개 도시 원정대 총인원은 대략 140여명, 오토마톤 60대 정도입니다.”

게토가 기가차서 그만 웃어버렸다.

“허헛, 굉장하군요. 우리 도시까지 합하면 160여명은 나오겠는데요?”

“답답하지만 이해 못할 상황은 아닙니다. 탐색 장소가 드래곤 레어입니다. 뭐가 나올지 알 수 있겠습니까? 나라도 안 뺍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길드장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여러분이 본 드래곤 레어는 어땠습니까? 솔직히 뭔가 건질 것이 많아 보이던가요?”

서로를 바라보던 중 크랭크가 입을 열었다.

“추종자인 오크들이 드래곤의 비늘과 뼈로 무장 할 정도니 찾아보면 뭔가 더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급해서 반짝이는 물건은 찾아보질 못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 한다면 거기 청동문과 내부 공간입니다.”

“예, 오크 소굴로 들어갈 때 열었다는 문이지요?”

“바깥은 밤인데 안은 낮이었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공간 마법의 일종이 아닐까요. 몰리?”

가만히 듣고 있던 마법사 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그 문 자체가 어떤 공간과 연결되었다고 생각되네요. 밤낮이 다르다고 했으니 대륙 반대편 아니면 만들어진 공간일 가능성이 높아요.”

“사실 그 청동문은 안쪽에서 봤을 때 몇 개 더 있었습니다. 출입구가 여러 개라는 말입니다.”

토스트가 중얼거렸다.

“어? 그럼 그 청동문을 거치면···.”

“토스트! 좀 크게 말해보게!”

다들 어렴풋이 짐작한 내용이 토스트의 입으로 흘러나왔다.

“그 문을 떼어다 다른 도시에 옮길 수 있다면, 그쪽 공간을 거쳐서 다른 쪽 문이 설치된 곳으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이겠네요. 와, 획기적 이동 수단이네요.”

“예! 획기적입니다! 회에에엑기이이이이적인 발견입니다! 수억 리즈어치의 보물보다 값진 아이템의 발견입니다! 으흐하하하하!”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꺾으며 광기를 선보이는 길드 장을 보면서 모두는 저 자리에 가면 다 저렇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크랭크가 말했다.

“몰리, 그걸 옮길 수 있을까요?”

“현재로선 작동하니까 이것저것 실험해봐야죠. 만약 모든 것이 순조롭다면,”

길드 장이 끼어들었다.

“청동문의 개수만큼 직통 포탈이 생기는 겁니다! 동시에 여러분은 엄청난 발견을 한 모험가로 이름을 남길 것 입니다! 물론 길드에서도 공적을 치하하여 많은 혜택을 드릴 것이고요!”

“저는 크게 유명해지는 건 싫군요. 큰 기대에 부담도 되고,”

“아니! 크랭크 당신이 그런 소릴 할 때요! 우리 아르곤 모험가 길드의 전설적인 오토마톤 캐롯의 마스터인 당신은 이미 유명할 만큼 유명한 상황입니다! 우리 길드의 간판 중의 하나에요!”

흥분한 길드 장을 바라보며 2미터짜리 거인은 입을 다물었다. 토스트가 슬쩍 물었다.

“크랭크, 유명해지면 좋은 거 아니에요?”

“사람에 따라 좀 다른데, 내 기준으로는 아닙니다.”

“알았으니 말 놔요.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싫습니다.”

“크어억! 내 진심이 차였어!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

크랭크에게 거절당한 토스트가 주저앉아 훌쩍이자 몰리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여러모로 불쌍한 녀석이야.”

진정한 길드 장은 다시 책상에 앉으며 말했다.

“이 건에 대해서는 당분간 함구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말이 나왔으니 길드 장님. 저와 캐롯은 공식적인 발표에서 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으로는···.”

“상관없습니다. 공식 기록과 발표에서 빼주시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애덤이 손을 들었다.

“당신도 입니까?”

“예. 이름을 날리는 건 좋지만 너무 유명해지는 건 조금 꺼려집니다. 저희는 돈을 벌러 온 거지 유명해지려고 온 게 아니거든요.”

사람들의 등 뒤에 조용히 숨어 있는 레나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길드 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는! 유명해지면 좋겠습니다. 아시겠지만 모험가는 인생의 한 철이거든요.”

“그렇지요!? 이것이 야망을 가진 모험가의 모습이오! 오늘도 멋지게 번쩍이는 구려! 게토!”

환호하는 길드 장을 앞에 놓고 대머리 게토는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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