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인형 오토마톤-6화 (6/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티 타임! 6

캐롯이 난동을 피우는 사이 크랭크 역시 덤벼드는 오크들을 상대했다. 방패가 생각이상으로 단단했지만 상대는 그걸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었다. 방패를 들고 덤벼드는 오크에게 몸으로 부딪혀 들어간 크랭크는 오크가 주춤한 틈을 타 손으로 방패의 위를 잡고 내리더니 오크의 머리에 도끼를 박아주곤 방패를 빼앗았다.

뭐가 이리 가볍지?

“캬아아악!”

마침 오크가 창을 들고 덤벼들자 비스듬히 방패를 들어 창날을 튕겨낸 크랭크는 그대로 오크와 거리를 좁히고 몸을 돌리더니 큼직한 손도끼로 오크 머리를 쪼게 놓았다.

“방패는 이렇게도 쓸 수 있다.”

훙! 퍼어엇!

한손으로 들고 그것을 휘두르자 방패 날에 맞은 오크의 머리가 잘려나갔다. 크랭크는 점점 이 방패가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며 덤벼드는 오크들을 상대했다.

키가 2m 가까이 되는 커다란 인간과 조그만 소녀가 날뛰기 시작한다. 그걸 보고 점점 나무 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선다.

“얘야! 뒤를 조심해!”

“알아!”

빠각!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돌려차기를 선보이자 오크의 목이 꺾여 쓰러진다. 고양이처럼 바닥에 착지한 캐롯은 오크피를 뒤집어 쓴 채로 고개를 돌렸다.

“당신들 뭐야? 왜 거기 들어가 있어? 좀 거들어주지 않을래?”

사람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그럼 풀어줘!”

캐롯이 고개를 돌리고 오크 하나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둘 다 덩치가 이만저만 좋은 것이 아니라서 마치 곰 두 마리가 싸우는 것 같다.

“크랭크! 얘네들 풀어줘?”

빡!

쓰러진 오크를 위에서 방패로 여러 차례 찍어버린 크랭크가 고개를 든다. 괴상한 양동이 투구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크랭크?! 아르곤의 그 크랭크냐?!”

“어? 크랭크를 알아?”

“알다마다! 너도 안다! 오토마톤 캐롯이지?!”

캐롯이 두 손으로 볼을 감싸며 웃었다.

“어머, 나 유명 오토마톤이야?”

남은 오크들은 겁을 먹고 도망쳤다. 크랭크가 나무 감옥으로 뛰어가며 외쳤다.

“모두 풀어줘!”

“예이예이~!”

캐롯이 다다다 뛰어 엉성한 자물쇠를 손도끼로 후려쳐서 문을 열어주자 다들 굳은 표정으로 쏟아져 나왔다.

크랭크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억울함과 안도감,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사람들은 설명했다.

그들도 드래곤 레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조사 도중 오크들과 조우했고, 상대의 수가 너무 많아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잡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충격적인 소식이 하나 더,

“자네가 들고 있는 그 방패, 드래곤 스케일이야. 이 놈들은 드래곤 스케일과 드래곤 본으로 만든 몽둥이로 무장했어.”

크랭크가 놀라며 방패를 들어보았다. 좀 이상하게 생긴 라운드 방패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드래곤 스케일이라니!

남자 엘프 하나가 말했다.

“일정수준 이하의 마법과 물리공격을 방어합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 닳았습니다.”

“여자들! 여자들은 따로 끌려갔어!”

누군가의 외침, 그리고 모인 남자들의 눈이 뒤집혔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 건물로 우르르 뛰어갔다. 커다란 창고 같은 곳이었는데, 문을 박살내고 들어서자 여자들이 감옥에 앉아 있다가 반색을 하며 일어섰다.

“케이!”

“존슨!”

동료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남자들이 달려가서 문을 열었다. 그걸 보고 캐롯이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오크에게 잡혀갔던 여자들치곤 몰골이 괜찮네?”

“야 너는 말을···!”

“내버려둬. 이 녀석이 정말 그 캐롯이면 입이 험한 걸로 유명하니까. 그리고 우리들 은인이시다.”

하얀 천으로 된 옷을 입고 있던 여자들이 말했다.

“흠신 두들겨 맞고 잡혀왔더니 옷을 벗기고 씻기더라. 그리고 이런 옷을 던져주고 우릴 여기에 가뒀어.”

“그리고? 그게 다야? 다른 다친 데는 없어?”

“응, 걱정 했었어?”

물어보던 남자의 얼굴이 시뻘게지더니 얼굴을 가렸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긴장이 풀렸는지 좀 웃어버렸다.

“아! 여기 오크가 또 있다.”

캐롯이 창고 한 구석에 오들오들 떨고 있던 오크를 발견했다. 눈에서 불길이 나올 것 같은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자 오크 여자가 부들부들 떨면서 고개를 돌린다.

몇몇 사람들이 욕설을 하면서 다가가자 여자들이 앞을 막아섰다.

“안 돼. 저 오크여자는 건드리지 마.”

“왜!?”

“꽤 잘 대해줬어. 살려주고 싶어.”

엘프 여자 하나도 막아섰다.

“죽은 동료들에게 미안하지만 저 오크 여자를 죽인다면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습니다.”

이상한 대립은 금세 끝났다. 크랭크가 나섰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야. 본대는 내 동료를 잡으러 나갔다. 뒤를 치고 싶다. 빨리 각자 무장해라. 복수전이다.”

“이 시벌 오크 놈들!”

“포를 떠주겠어!”

“죽은 내 친구들의 원수!”

각자 분노를 터트리며 남자들이 금세 뛰쳐나갔다.

캐롯이 하얀 옷을 입을 여자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언니들은 다른 옷이 없어?”

“그 놈들이 찢어버려서 이거뿐이야.”

“그래. 다들 하나 같이 이쁘네. 부럽다. 살아있어서, 다들.”

붉은 머리칼을 기른 우락부락한 근육의 여성 모험가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 와중에 엘프 여자가 캐롯의 말뜻을 이해하고 대답했다.

“꼭 몸에 피가 흐르고 있어야만 살아있는 것이 아니에요. 당신이 그 회전하는 오르골 인형, 오토마톤 캐롯이군요. 구해주셔서 고마워요. 캐롯, 그리고 크랭크.”

오크여자의 앞에 쭈그려 앉은 크랭크는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여자 우리말 할 줄 아나?”

“예, 예. 하, 할 줄 알아요.”

“너는 똑똑하군. 나는 너를 다치게 할 생각이 없다. 오크 여자를 해치는 것은 인간 전사의 수치다. 너희도 그렇지? 그래서 여자들을 살려둔 것이 아니냐?”

“여자들은 언젠가 찾아오실 그 분을 위해서···.”

“그 분?”

“제가 알려드릴게요. 짐작 가는 게 있으니까. 링링, 일어나세요.”

여자오크 링링이 크랭크의 눈치를 보더니 일어섰다. 다가간 엘프 여자가 목걸이를 풀더니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남동생들로 부터 우리를 지켜줘서 고마웠어요. 가세요. 몸을 피하세요. 곧 병사들이 들이닥칠 것입니다.”

오크여자 링링은 후다닥 달려 건물을 빠져나갔다. 자리에서 일어선 크랭크가 엘프 여자 앞으로 가서 섰다. 그러자 모두들 고개를 들어서 크랭크를 올려다보았다.

양동이 같은 투구를 뒤집어썼지만 커다란 키에 터질 것 같은 근육 덩어리는 실제로 몇 여성 모험가들을 히죽 웃게 만들었다.

“바쁘지만 좀 들어봅시다. 간단하고 명료하게.”

“여긴 드래곤 카이자니아의 레어였어요.”

“카이자니아? 레어였다?”

고개를 끄덕인 엘프 여자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오래전 마왕에게 대항하다 살해당한 드래곤이에요. 오크들은 그의 추종자였죠. 언젠가 그가 돌아올 날 만을 기다리며 이렇게 인간을 사로잡아 그 중에 여자들을 시중들 하녀로 준비시키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생각한다?”

“링링과 다른 오크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생각해본 거예요. 확실한 건 자료를 더 찾아봐야 해요. 하지만 설득력 있지 않나요? 뭐 하러 인질로 잡고 이런 옷을 입혀놨다고 생각하죠?”

크랭크는 여자들의 한결 같은 차림새를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알겠습니다. 일단 여기서 탈출합시다. 나는 지금 내 일행들이 걱정입니다. 따라오시오.”

적당히 무기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가자 남자들이 급하게 무장을 챙기고 있었다. 크랭크가 캐롯을 쳐다보자 캐롯이 빙글빙글 웃으며 뛰기 시작했다.

“가자 용사들아! 오크 놈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겨주자!”

종족을 막론하고 복수심에 눈이 뒤집힌 사람들이 괴성을 지르며 캐롯의 뒤를 따랐다.

“크와아아악!!!”

동굴에서 방패와 몽둥이로 무장한 오크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걸 보고 눈을 부릅뜬 게토가 외쳤다.

“포위당하면 절대 안 돼! 퇴로를 지켜라! 몰리! 바리케이트 점화!”

딱! 푸화아아악!

몰리가 손가락을 튕기자 넓은 통로 좌우에 바리케이트 겸 쌓아놓은 장작더미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난전을 겪으며 살아온 퇴역 군인은 비장한 표정으로 오크들을 쳐다본다.

“이놈들아 내가 이런 걸 몇 번이나 당할 줄 아느냐?”

게토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쏴라!”

투투투투투투투!

트트트트!

자동석궁 3대가 화살을 사격했다. 화살이 날아들자 오크들은 라운드 방패를 2단으로 쌓으며 방어진을 구축했고, 게토는 기초적인 방어 전술을 오크들에게서 보게 되자 긴장했다.

훈련된 놈들이다!

탄통의 화살을 모두 쏴버린 유리가 서둘러 탄통을 교환하며 질린 얼굴로 방패를 든 오크들을 보았다.

“게토! 방패가 뚫리질 않아요!”

“젠장.”

그들이 가진 자동석궁은 100미터 앞의 판금갑옷을 관통한다. 그 석궁이 뚫을 수 없는 방패라니,

눈에 띄게 줄어든 바리케이트의 불길을 힐긋 쳐다본 게토는 결단을 내렸다.

“퇴각준비! 레나! 거기 오토마톤! 시간을 벌어라!”

화아악!

오크들 좌우의 비탈에서 몸을 가리고 있던 나뭇가지를 헤치며 레나와 오토마톤이 튀어나왔다.

“캬오오!”

좌우에서 인간과 인형이 달려 나와 격돌하자 오크들은 방어진을 무너뜨리고 난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빡!

머리를 몽둥이로 가격당해서 피를 쏟은 레나가 서슬 퍼런 눈빛을 들었다.

주먹을 휘두르자 오크의 머리가 폭사했다. 반대편에서 양손에 롱소드를 쥔 오토마톤 역시 멋모르고 방패를 후려쳤다가 검을 하나 부러뜨려먹고 남은 검으로 방패 사이사이를 찔러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훌륭하게 싸워대는 둘을 뒤로 하고 게토가 외쳤다.

“퇴각! 여기서 몸을 뺀다! 저 놈들 무장이 우리를 능가한다!”

“저들은요?!”

“걱정마라! 우리가 빠지면···!”

“우와아아아!!!”

오크 무리 뒤쪽에서 함성이 들린다. 오크들의 지원군이 온 줄 알고 게토는 기겁했으나, 선두에서 뛰고 있는 작은 무언가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캐롯!”

“아하하하하하! 역전의 용사들아 나를 따르라!”

키이이이이잉!

달리다말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몸을 회전시키자 칼날을 휘두르는 작은 소용돌이 바람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오크들에게로 덮쳐들었다.

크갸가가각!!

“꾸에에에엑!!”

“크아악!!”

치마의 칼날로도 드래곤 스케일 방패를 자를 순 없었지만 주변의 운 없는 오크들의 몸에 무수한 상처 정도는 안겨 줄 수 있었다. 그 뒤로 역시 같은 무장을 한 모험가들이 덮쳐들었다.

“이야아아아!”

“이 자식들아!”

“죽어라!”

짐승들의 아비규환 같은 모습이었다. 일행이 얼떨떨해 하는 사이 게토는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살폈지만 좋게 봐도 승산은 크지 않았다. 분노로 눈이 뒤집혀졌다곤 하지만 모험가들은 감금생활로 피폐함이 눈에 띌 정도였기 때문이다.

“레나! 거기 오토마톤! 오른쪽으로 돌아라! 모험가들을 동굴 바깥쪽으로 몰아! 유리! 토스트! 오른쪽의 오크들에게 견제 사격! 저 놈들이 동굴을 등지게 해라!”

트트트트트! 퉁퉁퉁퉁퉁!

“리모는 떨어져 나온 오크들이 바리케이트를 넘지 못하게 견제해라! 포위당하면 끝이다!”

자동석궁의 탄통을 교환한 리모는 바로 석궁을 장전하더니 불꽃 바리케이트를 넘어 오는 오크를 화살꽂이로 만들어버렸다.

레나와 오토마톤이 오크들을 두들겨 패는 와중에 쓰러진 오크를 집어던져 모험가들을 오른쪽으로 밀어붙였다. 결국 오크들은 동굴을 등지게 되었고, 모험가들은 동굴 입구를 등지게 되는 식으로 대치하게 되었다.

“크랭크! 사람들을 뒤로 빼! 저쪽에 수가 더 많아! 지친 모험가로는 우리가 불리하다!”

피가 잔뜩 묻은 손도끼를 들고 있던 크랭크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곁으로 캐롯이 따라 나섰고, 레나와 오토마톤도 나섰다.

잠깐의 고착 상태와 함께 두 진영 사이를 가로 막고 선 주력전사들을 보고 오크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뒤의 모험가 집단도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크랭크가 뒤로 물러섰다.

오크들이 분노하며 한발 앞서자 그들의 앞에 화살이 꽂혔다. 파파파팍!

크랭크가 또 물러섰다.

의도를 알아챈 모험가들에게서 불만이 나왔으나 캐롯이 레나가 부축하고 있던 부상자를 그들에게 던져 버렸다. 놀란 사람들이 몽둥이와 방패를 던지고 사람을 받아냈다.

“야! 사람을 막 던지지 마!”

“이 썩을 오토마톤 녀석아! 부상자를 뭘로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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