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인형 오토마톤-2화 (2/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티 타임! 2

사람하나 겨우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굴 앞에 장작을 쌓아 불을 피우자 연기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입구가 몇 군대 되나 보군 빨려 들어가는 게 빨라.”

그때 피를 닦아내고 말끔해진 캐롯이 나섰다.

“나 잠깐 들어갔다 올게.”

“어딜 들어간다고?”

캐롯은 날카롭게 웃었다. 도저히 인형의 웃음으로 보이지 않았다.

“전리품을 챙겨야지.”

게토가 뭐라 하기도 전에 그녀는 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야! 너 숨은!?”

“아하하하! 오토마톤은 숨 안 쉬어!”

불을 지피고 있던 토스트의 외침에 연기 속에서 캐롯의 외침이 멀어진다.

게토가 크랭크를 쳐다보자 그는 나직하게 말했다.

“용돈벌이죠.”

“뭐 좋아. 얼마나 있을지 보자고, 뛰쳐나올 놈들이 있을지 모른다! 경계해라!”

잠시 후 멀지 않은 숲속 넘어에서 괴성을 들리자 레나가 뛰어갔다. 그걸 보고 애덤이 검을 들고 뒤따랐고, 게토가 외쳤다.

“유리! 그리고 크랭크! 자네도 가주게!”

자동석궁을 챙겨든 유리가 뛰어가고 크랭크도 방패와 큼직한 손도끼를 든 채로 뒤 따랐다.

입구는 세 곳 더 있었다. 게토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고블린을 처치하고 굴 앞으로 돌아오자 캐롯이 굴 앞에 보따리 펼쳐 놓고 앉아 있었다.

“와! 다 모였네. 다들 어때? 좀 할 만해? 그나저나 게토 아저씨 지휘 끝내주는 걸? 군대 갔다 왔어?”

여전히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던 대머리 아저씨가 씩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내부는 어떻더냐?”

“만든 지 얼마 안 됐나봐 중간에 큰 방하나 있고 입구가 2개 더 있었어. 인간 여행자로 보이는 시체도 몇 구 있었어. 오래먹으려 그랬는지 말려서 걸어놨더라. 그리고 이건 안에서 쓸 만해 보이는 것들 주워왔어.”

바닥에 펼쳐진 보자기에는 장신구나 단검, 동전이 꽤 있었다. 게토는 이 오토마톤이 하는 짓이 꽤 마음에 들었다. 감성이 좀 건조하지만 오토마톤이니 뭐 상관없나?

게토는 크랭크를 한번 쳐다본 다음 씩 웃으며 말했다.

“칭찬해주고 싶구나. 너 참 쓸모 많은 녀석이로구나.”

“엣헴! 더 칭찬하라고!”

허리에 손을 올린 캐롯이 코를 세웠다. 귀엽다는 듯이 웃어준 게토는 몰리를 보았다.

“몰리, 저 굴을 무너뜨리고 싶다.”

“가능해요.”

쿠쾅-!!

쭉 뻗은 대로에 자동마차를 세워놓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제임스는 별안간 폭발음을 듣고 깜짝 놀랐다가 숲에서 걸어 나오는 일행을 보고 반가워했다. 그는 손잡이로 창문을 내리고 반갑게 외쳤다.

“어이! 깜짝 놀랐잖아!”

“고블린 굴을 무너뜨렸어. 다 탔냐?! 출발!”

모두가 올라탄 것을 확인한 게토가 외치자 제임스는 자동마차의 차폐모드를 풀고 전진시켰다.

마차 안에서 애덤은 맞은편에 앉은 토스트의 장비를 훔쳐보다가 어색하게 물었다.

“그거 얼마나 합니까?”

“응?”

“그거, 화살 쏘는···.”

토스트는 자동석궁을 들어보였다.

“아, 이거? 자동석궁이야. 꽤 비싸지.”

비슷한 나이의 상대가 말을 놓자 호승심이 생긴 애덤은 대 놓고 물었다.

“얼마나 하는데?”

“알고 싶어?”

“음.”

“네 옆에 앉은 아가씨 소개 시켜줘 그럼 알려주지.”

순식간에 애덤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더니 칼자루를 잡았다. 하지만 뽑지 못했다. 옆에서 레나가 그 팔을 잡았기 때문이며, 앞의 토스트 역시 겨누지만 않았지 자동석궁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토는 제임스와 이야기를 하느라 애써 말리지 않았고, 크랭크도 캐롯이 가져나온 전리품을 살펴보느라 못 본 척 했다.

“일일이 발끈 하는 게 참 재미있네, 말해봐. 어떻게 하면 저런 강화인간을 데리고 다닐 수 있냐?”

애덤의 이성이 끓어지려는 찰나 캐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끼어들었다.

“크랭크, 이 애들 싸워.”

고개를 든 크랭크의 양동이 투구가 그들에게 향했다. 목소리는 친절하지만 도무지 저 차림새는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모두는 생각했다. 근육질의 덩치에 양동이를 뒤집어 쓴 모습이라니 누가 봐도 이상해 보인다.

“레나. 바지가 찢어졌습니다. 자켓도, 그 옷, 당신에게 어울리는 것이 아니군요.”

당황한 레나는 옷매무새를 정돈하려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찢어진 바지와 자켓이 다시 붙는 것은 아니다. 그때 몰리가 끼어들었다.

“토스트 그만 놀려.”

“하지만 재미있는 걸! 이 친구 표정 봤어? 하하하! 7살짜리 애 같아!”

토스트가 인상을 풀더니 낄낄 거린다. 애덤의 인상이 더 굳어지자 몰리가 그에게 말했다.

“애덤 당신도 일일이 반응하지 말아요. 토스트는 사람 놀리는 걸 좋아하는 그냥 악당이에요.”

“몰! 악당이라니! 악동이라고 해줘!”

“당신은 악동이라고 하기엔 나이를 너무 먹었어. 그만 좀 닥쳐!”

퍽퍽-! 마법사의 손바닥으로 등짝을 두들겨 맞은 토스트는 오히려 좋아 죽으려는 표정을 지었다. 애덤은 화를 좀 가라앉히고 고개를 숙였다. 그걸 보고 있던 유리가 입을 열었다.

“비욘드 자동석궁, 장탄수 100발, 드럼탄통을 교환하면 100발 또 쏠 수 있어요. 구동은 마력모터로 하는데, 여기에 가공한 마력구슬을 넣어줘야 해요. 마력구슬 하나로 연속으로 300발정도 쏠 수 있어요. 구매는 도시 내에 무기점에 주문하면 1주일 정도 걸려요. 수도에서 주문제작하는 거라서, 가격은 제작사와 옵션에 따라 달라지는데 살려면 좀 비싸지만 이거랑 똑같은 걸 사세요. 그래야 실전에서 쓸 만해요. 그래서 가격이 얼마냐면.”

“800만 리즈.”

“백작가문 5년차 메이드가 받는 3달 급여랑 맞먹지.”

토스트의 말에 애덤이 인상을 살짝 썼지만 곧 바닥을 노려보며 생각에 잠겼다.

“백작가문 5년차 메이드 급여는 어떻게 알아?”

“우리 누나가 일하거든?! 하하하!”

“우와! 너희 누나 백작가 메이드 였냐?!”

“암! 우리 가족의 자랑이다!”

“동생이 이러고 사는 거 알면 땅을 치시겠네.”

“물론 알아, 덕분에 등짝을 자주 얻어맞고 있지! 하하하!”

농담을 주고받는 와중에 자동마차가 멈춰 섰다. 운전실의 조수석에서 게토의 얼굴이 튀어나온다.

“이놈들아! 여기서 야영할거다! 내려!”

자동마차에서 내린 일행들은 게토의 지시에 따라 유리가 마차 지붕에서 사주 경계를 하고 여전히 피를 뒤집어 쓴 캐롯과 찢어진 옷의 레나가 주변 정찰을 갔다. 그리고 나머지는 장작을 모으고 함정을 설치하는 등의 야영준비를 시작했다.

“천막 같은 건 안칩니까?”

“아, 이놈이 있으니까. 좀 불편하지만 이 안에서 자는 편이 마음 편하지 않겠어? 원래 군 병력 수송용이라 빈자리는 많으니까.”

게토가 자동마차의 몸체를 손바닥으로 두들기자 근처에 커다란 솥을 걸어놓고 식사를 준비하던 차주 제임스가 씩 웃어보였다.

때마침 캐롯과 레나가 돌아왔다.

“주인! 이 몸 한 바퀴 돌고 왔다! 야생 동물의 흔적은 좀 있었지만 눈에 띄는 몬스터들은 없었어. 하지만 밤에는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아무래도 숲이니까.”

“저, 크, 큰 불곰의 흔적을 발견··· 했습니다···. 그 덕에 위협적인 몬스터는 없을 것 같습···?”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크랭크마저도,

“말을 할 수 있었어?!”

“우와! 좀 더 말해와! 목소리 예쁜데?!”

“우으···!”

다가오는 사람들 때문에 당황한 레나가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츠리자 애덤이 그녀를 가리고 섰다.

“너무 가까이 오지 마쇼! 놀래잖아! 얘는 낯가림이 심하다고!”

인상을 찌푸린 토스트가 뭐라고 한마디 하려는데 제임스가 끼어들었다.

“자네들 강화인간을 처음 보지?”

“예!”

“난생 처음이에요! 말만 들었지.”

솥의 스프를 천천히 저으며 제임스가 말을 이었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말해보게.”

“어, 백치? 좀 모자라다든가?”

“아니야! 대단히 순수하다고 했어!”

지붕위에서 자동석궁을 들고 주변을 살피던 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른이 되어도 순진한 어린아이 같아 사람의 말을 의심 할 줄 모르고 잘 속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어난 대형사고가 많았다고.”

애덤의 얼굴이 굳어졌고 레나는 그 등에 숨어 고개를 숙였으며, 사람들의 눈은 커졌다.

“마왕과의 전쟁 당시에 약물과 마법으로 육체개조를 시도했던 사람들의 후예지. 부작용으로 그 후손들은 지능의 발달이 늦고, 군에 복종하게 하려고 부여한 강한 추종성이 그대로 이어져 마음을 정한 사람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성향을 가지게 되었어.”

국자를 떠서 스프의 맛을 보던 제임스는 자루를 뒤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 때문에 일어난 끔찍한 사건사고도 많았고, 그럴수록 저들에 대한 핍박과 멸시는 커져만 갔지, 그러다 결국 다들 숲속으로 숨어버렸어. 요즘은 엘프 만큼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되어버렸지.”

“많이 안타깝지, 인류를 지키려고 다 함께 싸웠는데 같은 사람에게 속고 실망해 몸을 숨기고 마음을 돌려버리다니.”

국자를 저으며 제임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 친구들, 지금이라도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게.”

모두가 입을 헤 벌리고 털보 제임스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게토가 덧붙였다.

“강화인간도 결국 사람이다. 좀 많이 순진한, 하지만 힘이 좀 쎈, 그러니 보호자가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마. 나는 너희들을 잃고 싶지 않아. 아까 고블린 머리 터지는 것 봤지?”

“헛!”

모두가 기겁한 채 뒤로 물러섰다. 레나가 다시 당황했다.

“아, 아니에요! 아, 안 때려요!”

“어? 진짜? 그럼 가까이 가도 돼?”

“가까이? 더 가까이?!”

사삭!

토스트와 리모가 눈을 크게 뜨고 기괴한 걸음으로 다가가자 레나가 기겁을 했다. 그걸 보고 다시 뒤로 후다닥 물러섰고, 기가 찬 애덤이 소리를 질렀다.

“아 그만 좀 하라고! 얘 놀란단 말이야!”

“으하하하하!”

“하하하하!”

두 사람이 애들처럼 웃으며 뒤로 돌아 달아났다.

게토는 한숨을 쉬었고 몰리는 저러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닌 양 신경 끄고 제임스의 솥을 쳐다보았다. 이 와중에 크랭크는 캐롯의 옷을 전부 벗기고 젖은 수건으로 몸의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호기심이 도진 악동 토스트와 리모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호박팬티, 캐미솔 차림의 캐롯이 가슴과 다리를 가리며 요염한 표정을 지었다.

“아잉~! 변태!”

“으헉! 귀, 귀여워!”

“컥! 뿅가죽네!”

어린애 체형의 오토마톤의 요염함에 쓰러진 두 사람을 보고 몰리가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뀐다. 그러다 오토마톤에게 흥미가 생겼는지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더니 쓰러진 토스트의 등에 걸터앉아 크랭크에게 씻겨 지고 있는 캐롯을 바라보았다.

“뭘 봐. 난 여자는 관심 없어.”

“프흣! 크흐흐흐!”

옆에 쓰러진 리모가 폭소를 터트렸다. 애덤 조차 피식 웃어버렸다. 얼굴에 쓴 멧돼지 뼈 너머로 몰리는 심드렁한 표정을 했다.

“나도 애는 관심 없어. 그보다 너, 손하고 발은 소프트 스킨 안 씌웠어?”

“씌워줬어. 근데 오크 때려잡고 보니 피떡이 되어 있더라.”

“피떡? 와! 이거 생체 스킨이야?”

대답은 크랭크가 했다.

“배양하는데 애먹었지요.”

“일반인이 그걸 어떻게···!”

크랭크는 캐롯을 보며 말했다.

“다됐다. 상처는 없어. 장비를 수선 할 테니 쉬고 있어.”

“알았다. 주인!”

캐롯은 몰리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전했다.

“그건 비밀, 그리고 지금 네 밑에 남자가 좋아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이야.”

“으어멋!”

깜짝 놀란 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얼굴이 달아오른 토스트가 숨을 몰아쉬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네 엉덩이, 내 등에 새겨 졌어···.”

“당장 죽어!”

토스트를 밟고 있는 몰리를 보고 게토는 지도를 보다말고 외쳤다.

“아 거 장난 좀 적당히 하라고!”

“이게 장난으로 보여요! 이 변태 새끼! 죽어!”

“크허엉컥! 여왕님 저는 당신의 충실한 돼지새끼가 될게요!”

“꺄아악! 이거 놔!”

이 난장판에 정신이 아찔해 지는 것을 느낀 애덤은 문득 보았다. 레나가 고개를 돌리고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을,

“큭큭···!”

저런 게 재미있어?

애덤은 평소 보아온 레나의 다른 모습에 그만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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