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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장 (5) (84/187)

26장. 거스를 수 없는(5)

[ 염라의 권능이 망자의 기억을 읽습니다. ]

권능이 발동되면서 죽은 쌍둥이 동생의 기억이 흘러들었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기억보다도 순간순간의 강렬한 감각이었다.

고통, 슬픔, 분노…… 그가 겪었던 평생이 파도처럼 살갗에 부딪쳐 왔다.

내가 처음으로 명부를 찢었을 때.

세상은 헌터 시대가 열린 지 막 3년이 된 시점이었다.

법과 체제가 전복된 사회는 여전히 혼란스러웠고,

홀로 남은 젊은 아버지에게 갓난쟁이 자식 둘은 때때로 숨이 턱 막혀 올 만큼 고된 무게였다.

그저 아기들이 무사한 것에 감사하던 아버지의 마음마저, 그 무게에 조금씩 마모될 정도로.

매일 밤 잠든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언젠가부터 아버지는 생각했다.

똑같이 한 배에서 나온 형제들인데 왜 형은 아무도 닮지 않았고, 동생은 한 번 품에 안겨 보지도 못한 어머니를 빼닮았을까.

형제의 전혀 다른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아버지의 마음도 전혀 다른 둘로 나뉘기 시작했다.

죽은 아내를 닮은 동생에게는 언제나 처음의 그때처럼 애틋한 마음이.

아내도 자신도 닮지 않은 형에게는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낸 후 홀로 견뎌야 했던 울분이.

아이들이 자랄수록 커져 간 그 마음은 어느새 두 어린 소년들에게 깊은 흉터를 남기기 시작했다.

-네가, 네가 태어나지만 않았어도……!

-너만 없었어도 우리는 완전했을 텐데……!

아버지의 거친 손이 무자비하게 형의 몸을 상처 입힐 때마다 지켜보던 동생의 마음도 함께 피가 터지고 찢겨 나갔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아버지의 사랑은 둘 중 누구에게도 온전히 닿지 않았다.

그렇게 십여 년.

그저 소년이기만 했던 두 형제가 어느덧 키가 훌쩍 자라고 어른에 가까워졌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에는 여전히 앳된 흔적이 남아 있었을 때.

-이제 제발, 그만하세요, 아버지……!

셀 수 없이 찢겨 나간 동생의 심장이 끝내 칼을 품었다.

-제발, 제발…… 그만 좀 하라고 했잖아!

아버지의 심장을 찢고 나온 칼은 남은 그의 인생마저 산산이 조각내고 말았다.

그렇게 형은 학대하고 자신만을 사랑하던 아버지를 찌른 동생은, 형의 곁을 떠나 누구든 받아준다던 천생교에 몸을 맡겼다.

천생교가 흑탑이 되고, 두 번째 천생교주가 흑탑의 탑주가 되고, 그렇게 지금에 이를 때까지.

아주 가끔씩, 자신과 달리 만인의 사랑 속에서 평온한 삶을 누리는 형을 찾아가며.

“……아.”

그 모든 것을 읽어 내고야 말았을 때.

나는 제 자식의 손에 쓰러져 간 아버지의 최후를 곱씹으며 침음했다.

아내를 잃고 제발 아기들만이라도 살려달라고 빌었던, 47년 전의 그 간절했던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못난 놈.”

동시에 실감했다.

차사가 명부를 찢은 뒤 더 이상 지켜봐선 안 되는 이유는, 되살아난 그들이 어떤 생을 살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그래.”

그 비통한 깨달음 속에서 생불왕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기어이 네가 우는구나.”

그녀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왕이여, 신은 변하지 않는다.”

천지 만물의 비극을 그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신의 눈이었다.

“네가 오늘 기어코 눈물을 흘리겠다면 너는 이제 영원히 눈물이 마를 날이 없을 것이다.”

그 눈으로 그녀는 쌍둥이 아기들의 운명도 직접 점지했을 것이다.

그때부터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사랑이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지. 간절함이 영원하면 좋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런 운명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운명은 너무 가혹하고, 인간은 너무 약해.”

그것이 모든 인간의 평생을 내려다보는 생불왕이었다.

“약한 것은 금방 부러져. 부러지고 더러워져.”

그러나 그녀의 말이 들렸을 때.

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울분이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럼 우리는.”

그 울분은 지난 세월 죽음의 집행자로서 살아온 내가,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며 가슴에 담아온 울분이었다.

“인간은.”

내 몫의 명부에 담겼던, 그리하여 내가 집행해야 했던 그 모든 불우한 삶이 남긴 흔적이었다.

“그 이유 없는 불행 앞에서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받아들여야 한단 말씀이십니까.”

그 순간 나를 내려다보는 삼신의 눈에 차가운 한기가 서렸다.

차갑다 못해 통증까지 느껴지는 한기가 새파란 불꽃처럼 튀었다.

“……강림.”

그 시선으로 나를 짓누르며, 그녀가 강림 형에게 말했다.

“네 아우가 아니더냐.”

형에게 말하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나를 향한 채였다.

“너는 반백 년을 대체 어찌했길래 새 왕의 혓바닥이 아직도 인간에 머물러 있는 것이냐.”

형을 질책하고 있었으나 기실 나를 향한 질책이었다.

“…….”

이윽고 형의 눈도 나를 향했다.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어 왔다.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대왕님.”

그 물음과 함께 강건하게 벼려진 충신의 눈이 공손히 바닥을 향했다.

삼신이 그를 형으로서 질책했음에도 그는 나를 막냇동생이 아닌 왕으로 부르며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승의 생불왕보다도 저승의 나를 깊이 생각한다는 뜻일 터였다.

“흥.”

그에 삼신은 코웃음을 쳤다.

“보아라, 백 년조차 안 된 핏덩이도 왕이라고 천 년이 넘은 신하가 고개를 조아리는구나.”

나를 향했던 시선은 이제 칼로 긁어내는 듯한 날카로운 냉소마저 품은 채였다.

“그런데 정작 자리에 앉은 너는 아직도 그 무게를 몰라.”

그 말이 들렸을 때.

나는 차마 생불왕의 형형한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대신 형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형, 그때 잘했다고 하셨잖아요.”

47년 전, 내가 처음으로 명부를 찢었을 때.

삼백의 형제들과 함께, 조용히 내 어깨를 감싸준 나의 형에게.

“우리는 죽음을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리하여 내가 진심으로 세상의 저편을 사랑할 수 있게 이끌어준 그에게.

“…….”

내 물음에 그는 입을 다문 채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았고.

“그렇다면 당신께서 그때 잘못하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끝내 낮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시간을 되돌려 그때로 돌아가신다면 당신께서는 명부를 찢지 않으실 겁니까?”

비탄도, 분노도, 조롱도 없는 그저 건조하기만 할 뿐인 어조.

“그 갓난아이 둘을 태어난 지 열흘 만에 죽게 하실 겁니까?”

그럼에도 그의 물음은 어떤 비수보다도 날카롭게 내 심장을 찔렀다.

“아니면 악인이 될 한쪽의 명부만 찢으실 겁니까?”

잠깐의 틈도 없이 연달아 내리꽂히는 그의 물음에 나는 그저 가늘게 신음했다.

“미래에 악인이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런 죄도 없는 아기를 죽게 하실 겁니까?”

회초리처럼 나를 매질하던 그 물음은, 이윽고 하나의 절망이 되어 나를 후려쳤다.

“그리하실 것이라면 당신께서는 왜 생불왕께 화를 내시는 겁니까?”

그리고 마침내 그 물음이 귀에 박힌 순간.

나는 아가리를 벌린 뱀처럼 나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비통함에 그저 숨이 막혔다.

나 역시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47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아기들의 명부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과연 무엇이 옳은 답인지…… 정말로,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왕님.”

그때 나를 내려다보던 형의 눈에도 짙은 슬픔이 담겼다.

“당신께서는 무언가를 잘못하셔서 마음이 아프신 게 아닙니다.”

그러나 그 슬픔은 불행하게 살아야 했던 쌍둥이들을 위한 슬픔이 아니었다.

“잘못하셔서가 아니라 단지 공감하기 때문에 아프신 것입니다.”

오직 형과 똑같이, 인간으로서 신의 계단에 오른 나를 향한 슬픔이었다.

“인간처럼, 인간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에.”

그리고 그 슬픔은 나와 쌍둥이들 사이에 영원한 빗금을 그었다.

“어쩔 수 없는 일 앞에서, 인간처럼 그것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에 아프신 겁니다.”

그것을 느꼈기에 나는 말했다.

“하지만…….”

형이 내게 그어버린 비통한 선 앞에서.

그렇게나 간절했던 아기를 학대했던 그 못난 아버지를 되씹으면서.

“하지만, 그냥…… 잘 살면 되잖아요.”

나는 내가 명부를 찢어 살린 쌍둥이들을 대신해 한탄했다.

“그렇게 간절했는데…… 그냥, 그렇게 끝까지 사랑하며 살면 되는 거잖아요.”

그러나.

“예, 그렇지요.”

그저 잠시 나를 바라보던 형은 다시금 건조한 얼굴로 돌아와 말했다.

“그렇게 살면 됩니다. 후회할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현명하게, 바르게 살면 됩니다.”

참담한 심정으로 죽음을 집행하던 내 옆에서 그 모든 비극을 관조하던 얼굴로 돌아와 말을 이었다.

“그러나 인간이란 대개 그렇지 못하기에 당신께서도 직접 그 자리에 오르신 것이 아닙니까.”

거듭 숨이 막혀 왔다.

형의 말이 맞았다.

그의 말대로 나는, 이승의 저울이 공정하지 않았기에 저승의 저울이 되었다.

“대왕님.”

그가 다시 말했다.

“신은 완벽한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비탄도 조롱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신은 세상이 모순적이고 불합리하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그는 계속해서 나와 쌍둥이들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선을 그었다.

“신이 존재하면, 그 많은 모순과 불합리는 신의 뜻이 됩니다.”

귓가에 닿는 차분한 목소리를 통해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왜 어떤 이는 못나고 어떤 이는 잘났을까. 생불왕과 서천꽃감관이 그렇게 점지했기 때문에. 왜 어떤 이는 병에 걸렸을까. 역신이 찾아왔기 때문에. 왜 어떤 이는 벌써 죽어버린 걸까. 그것이 저승왕의 명령이기 때문에.”

그는 지금 쌍둥이의 비극에 괴로워하는 나를 위로하고 있다고.

“그러니 당신께서는 모든 인간이 완벽한 삶을 살지 못한다고 슬퍼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 하나만을 위로하고 있다고.

“누구도 불행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신이 존재하는 겁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위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와 쌍둥이들 사이에 그어진 가혹한 하늘의 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형, 나는…….”

그래서 나는 말해야만 했다.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될 것 같아요.”

고통에 신음하듯이 내 안의 울분을 토해 내야만 했다.

“그렇게 그냥, 모든 불행한 사람들에게, 세상이 원래 그렇다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나를 내려다보던 형의 눈에 재차 연민이 담겼다.

“탯줄을 자르시면 됩니다.”

그가 내려다보는 모든 천지 만물 중에서 오로지 나 하나를 위한 연민이었다.

“탯줄을 자르시면 지금 당신을 아프게 하는 인간의 삶에서 벗어나실 겁니다.”

그 연민의 본질을 알아챈 순간.

오래전, 내가 두 번째로 명부를 찢었을 때의 그를 떠올렸다.

-그래.

-네 말도 맞다.

그 높은 하늘의 자리에서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깨달았다.

높은 곳에서 숲을 내려다볼 때 나무 하나하나를 구분하지 않듯이.

신의 자리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죽음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

지금 그는 다시 한번 그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렇게 인간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시면 자연히 인간보다 더 멀리 보시게 될 겁니다.”

탯줄은 수많은 윤회를 거듭하며 인간으로서 쌓아온 카르마였다.

형은 그 탯줄을 잘라야만 비로소 인간에서 신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로 모든 것에서 인간을 벗어난다는 뜻이었다.

인간을 이해할 카르마를 잘라 냈기 때문에 더 이상 인간의 불행에는 공감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었다.

개개인의 불행에 공감하지 못하는 대신, 인간에게 주어진 그 가혹한 운명이 대국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알게 된다는 뜻이었다.

“…….”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이해했을 때.

나는 나를 내려다보는 형의 눈을 마주하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절대 이 탯줄을 자르고 싶지 않다고.

앞으로도 영원히 수많은 불우한 삶에 고통받아야 할지라도, 나는 나와 인간 사이의 이 아픈 유대를 결코 끊고 싶지 않다고.

신의 자리에 올랐어도, 내 영혼이 품은 인간의 탯줄은 아직도 인간을 연민하는 하늘을 애타게 바라고 있었으니까.

【됐다, 그만해라.】

그리고 내가 그리 결심하자마자 지켜보던 생불왕이 입을 열었다.

【못난 놈.】

세상 모든 인과의 꼭대기에서 모든 인간의 평생을 결정 짓던 신의 목소리가 내게 쏟아졌다.

“아.”

2만 년의 세월을 이승의 왕으로 군림한 삼신이, 오직 나 하나에게만 분출하는 막대한 신성.

그 엄청난 무게가 나를 압박해 왔을 때.

“아……윽.”

나는 당장이라도 납작하게 짓눌려버릴 것만 같은 고통을 느꼈다.

【네가 감히 인간의 편에서 나를 원망하느냐.】

그녀가 내뱉는 한 음절, 한 음절이 계속해서 날 짓누르는 신성에 깊이를 더했다.

【하지만 너는 하나만 알고 하나는 모르는구나.】

그 목소리가 울릴 때마다 사지가 덜덜 떨려 왔다.

【너희를 불행으로 몰아넣는 그 모순과 불합리는 과연 누가 낳은 것이더냐.】

이어지는 물음이 하늘에서 떨어진 쇳덩이와 같이 나를 덮쳤다.

【그 모순과 불합리를 원망하기 전에 너희들이 그것을 낳지 말았어야지. 부자와 빈자를 만들지 말았어야지. 높은 자와 낮은 자를 나누지 말았어야지. 빼앗는 자를 벌하고 빼앗기는 자를 지켰어야지.】

세상에 얽힌 모든 인과를 하나의 삶으로 풀어놓는 생불왕의 권능 그 자체였다.

【역사라는 이름하에 너희들이 쌓아온 그 막대한 업의 굴레를, 내 운명이라는 명분하에 너희들 스스로 갚을 수 있도록 해주었거늘.】

하여 기어코 생불왕의 권능 앞에 더 버티지 못하고 무릎 꿇었을 때.

【너는 어째서 인간이 아니라 나를 원망한단 말이더냐.】

나는 삼신의 물음에 그저 비통하게 신음할 뿐이었다.

그 말은 결국, 인간이 인간 스스로 불합리를 남겼기 때문에 불행한 운명이 이어진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니까.

인간의 세상은 완벽하지 않고, 평등하지 않고, 따라서 누군가는 계속해서 불완전하고, 불공평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된 이상 삼신도 누군가에게는 가혹한 삶을 점지해야만 할 테니까.

“……아으윽.”

나는 그것을 고스란히 느끼며 계속해서 흐느꼈다.

나를 짓누르는 생불왕의 권능이 숨이 막히게 버거운 것은.

이토록 슬프고 괴로운 것은.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게 너무나도 비참하고 끔찍해서, 나는 혼미해져 가는 의식으로 단지 그녀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렇다면 어디 한번 계속해서 인간으로 살아 보아라.】

하늘 꼭대기에서 나를 찍어 누르며, 삼신이 계속해서 말했다.

【탯줄에 묶여, 너를 잉태한 세상의 모든 인과에 묶인 채로 살아 보아라.】

차갑게 시린 그 눈에 담긴 것은 이제 명백한 조롱이었다.

【그러나 탯줄에 묶인 아기가 아무것도 할 수 없듯, 너는 세상의 인과에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나를 조롱한 그녀가 이번에는 저주처럼 말을 이었다.

【새로운 왕이여, 나는 이미 내 앞에서 탯줄을 끊는 네가 보인다.】

세상의 모든 인과를 꿰뚫어 보고 다가올 미래를 예지하는 생불왕 삼신할미.

【나를 부정했던 너는 스스로 나를 찾게 될 것이다.】

그 위대한 신이 내게 저주와도 같은 예언을 무참히 내리꽂았다.

【너는 결국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것임을, 바꿀 수 없는 것이 있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6장. 거스를 수 없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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