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정리
[ 사라수대왕 (서천꽃감관)(저승차사) ]
* (!) 해당 신격은 물질계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 (!) 권능 – 생명, 죽음, 사후세계
“음, 역시 몸이 없으면 상태창이 제대로 뜨지 않는 건가.”
저승에 합류했지만 사라의 상태창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나도 현신 전에는 상태창을 못 열었으니 당연하겠지.
“일단 저한테 여분의 몸이 몇 개 있으니 이걸 쓰십시오.”
가짜 몸을 꺼내며 새삼 바리를 돌아봤다.
쓸 일이 있을 거라더니, 이렇게 빨리 여분이 필요할 줄이야.
아이의 예지는 대체 어디까지인 걸까?
“호오, 그것참 기묘하구나.”
몸을 본 사라가 눈을 빛냈다.
가짜 몸은 원래 눈코입 없이 대충 빚은 인간 형태였다.
신이 빙의하면 그제야 주인에 맞춰 형상을 갖추게 되는데, 얼굴과 체형은 본래 모습과 같지만 머리 모양이나 옷 정도는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다.
“영감, 웬만하면 상투는 잘라. 요즘 애들처럼.”
지켜보던 호구별성이 말했다.
“지금 영감 꼴은 누가 봐도 신이니까.”
현신하면 보통 인간과 다를 바 없으니 굳이 신이라고 티 낼 건 없다고.
“그래, 그러마.”
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안 그래도 생각한 매무새가 있다. 이승이라면 나도 제법 알지.”
5천 년 묵은 한량답게 심심하면 이승을 들락거렸나 보다.
아무튼 적응이 빠르면 좋지, 뭐.
“엥?”
그런데 사라가 현신한 직후.
“아니, 영감탱이 장난하나!”
그 모습을 본 호구별성이 버럭 성을 냈다.
“추리닝이 뭐야, 추리닝이!”
트렌디한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호구별성과 달리 사라는 검은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거기에 꽃처럼 붉은 기가 도는 갈색 머리칼은 나름 멋지게 자르긴 했는데, 아직도 목과 귀를 덮을 만큼 긴 편이라.
트레이닝복과 합쳐지자 얼핏 이발 시기를 놓친 백수 같기도 했다.
그렇다고 생불왕께서 작심하고 빚어낸 그 몸은 어디 가질 않아서, 큰 키와 마른 몸에도 두드러지는 어깨, 나른한 듯하면서도 수천 년의 현기가 담긴 눈은 그런 차림에도 감춰지지 않았다.
“염병! 라면 사러가는 백수 삼촌 같잖아!”
호구별성은 그래도 용납이 안 되는 모양이지만.
“이게 편하다.”
대충 자른 머리를 쓸어 넘기며 사라가 말했다.
꽃을 기르던 손이라 그런지 그 단순한 동작조차 멋들어졌다.
“사내는 그저 마누라한테만 어여쁘면 된다.”
“…….”
5400살 먹은 홀아비가 저러니 할 말이 없었다.
잔소리를 하려던 호구별성도 결국 푹 한숨을 쉬었다.
“원강아미가 대체 뭘 보고 결혼한 거지?”
“뭐겠느냐. 홍옥 같은 이 얼굴이지.”
그 말대로, 몸도 몸이지만 역시 얼굴이 가장 사기였다.
그 외모에 나른한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꾸미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자유로운 예술가 같은 인상을 풍겼다.
그래도 신은 신인지라 인간이 감히 눈을 들여다보면 백수니 예술가니 하는 생각은 날아가버리고 말겠지만.
“대왕, 이제 내가 좀 더 보이느냐.”
어느새 나를 부르는 호칭이 막내 차사에서 대왕으로 바뀌었다.
눈치챘지만 내색하지 않고 사라의 상태창을 열었다.
[ 사라수대왕 (서천꽃감관)(저승차사) ]
* 권능 – 생명, 부활, 사후세계
* 스킬 – [L]살살이꽃 lv.1, [L]피살이꽃 lv.1, [L]뼈살이꽃 lv.1, [L]숨살이꽃lv.1, [L]혼살이꽃(비활성)
* 체력 28/28
* 근력 21/21
* 마력 31/31
* ……
다섯 꽃이 레전더리 스킬이 되었지만, 그중 혼살이꽃은 아예 비활성이다.
“음.”
상태창을 본 사라가 턱을 매만졌다.
“신성이 얼마나 돌아왔는지 잘 가늠이 안 되는구나.”
아무래도 적응 기간이 필요한지.
“내 힘은 재생이니 멀쩡한 자들한테는 소용없을 테고.”
왠지 모르모트를 달라는 것 같은데, 착각일까?
“아.”
그러다 문득 인벤토리에 챙겼던 내 쓰레기 가짜 몸이 떠올랐다.
“마침 망가진 몸이 하나 있습니다.”
박수 놈이 야마라자를 부활시킨다고 심장을 찔러서 못쓰게 된 몸.
나랑 똑같이 생긴 몸을 그냥 두기도 뭐해서 일단 챙겼는데.
“호오, 적당하구나.”
가슴에 구멍이 뚫린 몸을 보고 사라가 눈을 빛냈다.
……뭔가 정말 실험체를 발견한 듯한 눈이지만, 일단 넘어가자.
“피, 뼈, 살…… 세 가지 꽃을 이 몸에 피워 보마.”
우우웅.
그가 손에서 하얀빛을 발한다.
하얀빛은 빨간색, 검은색, 노란색으로 갈라지더니, 심장을 꿰뚫은 상처를 감싸기 시작했다.
“와.”
새삼 감탄했다.
감쌌던 빛이 꽃으로 피어나면서 상처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최상급 힐러 수준인데.”
헌터 중에도 힐러야 있지만, 치명상을 이렇게 순식간에 고치는 실력자는 거의 없다.
과연 부활의 신답다고 할까?
본래 권능을 찾을수록 그는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다.
“흐음, 그래.”
사라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몸에 담긴 기력으로는, 몇 번 피우지는 못하겠구나.”
아직 마력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상관없었다.
지금도 충분히 대단했으니.
“헌데 이 몸은 어쩌다 이런 꼴인 게냐.”
그가 물었다.
“아직 삿된 기운이 남아 있는데.”
오래된 신답게, 무당의 주술을 느낀 모양이었다.
“……아.”
그 물음에 나는 굿판을 떠올리다가.
“……저를 제물로 ‘야마라자’를 깨우려고 했습니다.”
그때 느꼈던 불쾌감을 곱씹으며 답했다.
“뭐?”
그런데 뜻밖에도 사라가 언성을 높였다.
순식간에 하얗게 질린 얼굴이 되어.
“야마라니, 서역의 염라 말이냐!”
그러고는 경악한 얼굴 그대로 호구별성을 돌아보았다.
“그게 사실이냐, 별성?”
“뭐, 나?”
갑작스런 추궁에 호구별성이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뭐, 나도 같이 봤지. 그 박수가 전하를 제물로 바치려던 걸.”
“그런데 너는 왜 이렇게 태연한 게냐!”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사라가 호통을 쳤다.
“핏덩이 새 염라야 그렇다 치고, 3천 년을 산 네가 우주를 모르는 것도 아닐 진대!”
“아니, 미친 영감이 왜 갑자기 나한테 그래.”
난데없는 호통에 호구별성이 눈을 끔뻑였다.
그러나 마마신답게 호통에도 되레 독기를 뿜었다.
“우주고 나발이고 내가 알 게 뭐야!”
“……제정신이 아니로군.”
그 말에 사라가 황당해했다.
원래 신은 스스로를 우주의 뜻에 의해 존재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신들의 언어대로라면 사라는 부활을 관장하라는 우주의 뜻을 타고났달까.
그러니 호구별성의 발언은 부모를 부정하는 패드립과 다름없었다.
“하긴, 별성 네가 제정신이면 역신이겠느냐, 백신이겠지.”
쯧쯧 혀를 찬 사라가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백신(vaccine)이라니, 이 양반도 요즘 말을 참 잘 쓴단 말이야.
헌데 매사에 시큰둥한 양반이 저렇게 심각한 걸 보면.
아무래도 ‘야마’의 부활이 정말 큰일이긴 한 모양인데.
“대왕, 잘 들어라. 이 우주는 절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신을 허락하지 않는다.”
곧바로 알아들었다.
실제로 야마가 깨어나려 했을 때, 나는 내가 부정당하는 것 같았으니까.
“만약 널 제물로 야마를 깨웠다면 그건 분명 큰일이다. 하지만.”
그가 한 번 숨을 삼켰다.
“하지만 더 큰일은, 네가 멀쩡히 존재하는데도 야마가 깨어나는 거야.”
“…….”
“그는 결국 죽음의 신이기 때문이다.”
나는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래, 이 땅에 죽음의 신이 강림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자들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땅에서 야마를 깨우려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걱정이 된다. 그들이 계속 너를 노려도 문제인데.”
사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널 포기한다면, 그거야말로 이 한반도에 죽음의 신화를 새로 쓰겠다는 것일 테지.”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나도, 호구별성도,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살아남은 한반도의 신으로서, 가능한 한 빨리 저승을 복원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꼈기 때문에.
그렇지 않으면 이때까지 없던 또 다른 죽음의 신화가 시작될 테니까.
“어쨌든 정리할 것부터 정리해야겠지.”
이어지던 침묵 사이로 사라가 먼저 표정을 풀었다.
그가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대왕, 계속 나를 사라수대왕이라고 부를 것이냐?”
……대뜸 호칭 정리라.
나는 그의 뜻대로 화제를 돌렸다.
지금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으니까.
“원하시는 호칭이 있으십니까?”
뭐, 호구별성도 누나라고 불러 달라고 했으니까.
일단 불러 달라는 대로 불러주자.
“으음, 글쎄.”
내 물음에 사라가 턱을 매만졌다.
심각함은 사라지고 다시 조금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수천 년씩 그대로 사는 양반들이라 그런가?
호구별성도 그러더니, 의외로 신은 작은 변화에도 은근히 좋아했다.
“너, 그새 별성은 누나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음, 그렇긴 한데.
설마 오천 살 넘은 양반이 형이라 부르라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로 모셨던 대왕님 친구를 편하게 부르기는 좀.
“뭐, 난 그냥 사라도령이라 부르거라. 내가 지난 염라와도 말을 텄는데, 그 자식 녀석과 형 동생 할 순 없지 않느냐.”
사라도령!
그 정도면 부를 만하다.
나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예, 도령님.”
“도~~~~령?!”
그런데 호구별성이 눈을 치켜떴다.
“양심 있냐! 총각 때 쓰던 이름이잖아!”
……하긴, 5400살 먹고 도령은 좀 뻔뻔하긴 해.
2800살 별성 누나도 마찬가지고.
뭐, 호구별성이야 어쨌든 난 이제 그를 도령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빠 친구’인데, ‘사라 형’보다는 그래도 ‘사라도령님’이 편하다.
사실, 그간의 관계를 생각하면 ‘사라 삼촌’ 정도가 제일 맞는 호칭이겠지만.
“대왕님.”
그리고 그때.
“대왕님, 저도.”
줄곧 듣고만 있던 바리가 끼어들었다.
“저도 저승에 계속 머물러도 될까요?”
뼈가 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뒤에 세우고.
“그게……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당분간 이승에 계시기 힘드실 테니까요.”
그렇긴 했다.
그들이 속은 인간과 다름없긴 해도, 일단 겉모습이 너무 독특하니까.
아무래도 바리 역시 계속 고민한 모양이었다.
우리가 제법 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래, 그렇게 해.”
나는 소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사실 저만한 만신이라면 오히려 내가 버선발로 모셔 와야 할 인재가 아닌가.
이로써 나는 최상급 힐러와 미래를 읽는 만신까지 얻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대왕님.”
“……!…!!……!”
“…!!……!!…!”
환하게 웃는 바리 뒤로, 바리네 조부모도 딱딱딱 뼈 박수를 치며 허리를 숙였다.
말을 못 하게 된 양반들이지만 저런 식이면 소통은 어느 정도 될 것 같았다.
“그럼 세 사람을 정식으로 저승 신화에 초대할게요.”
‘우주 신화 대통합 시범 사업’에 따르면, 신이 아니라 인간도 신화에 초대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 각성자들도 신처럼 신화가 되는 것일 터.
“……!”
그런데 세 사람을 ‘저승 신화’로 초대한 순간.
[ 바리 (무당)(인간) ]
* 권능 – 천도, 치성, 예지
뜻밖의 정보에 놀라고 말았다.
[ 비리공덕 할멈 (도사)(인간) ]
* 권능 – 천도, 예지, 도술
[ 비리공덕 할아범 (도사)(인간) ]
* 권능 – 치성, 예지, 도술
비리공덕 할멈과 할아범.
그건 신의 이름이었으니까.
무조신 바리데기를 주워 길렀다던 그들은, 망자가 길을 잃지 않게 저승으로 인도하는 길잡이 신들이었다.
생각지 못한 이름에 당황했다.
그들이 정말 신인 걸까?
그렇다면 왜 상태창에는 인간이라고 뜨는 걸까?
“!”
그런데 그때.
“……!…!!”
“!……!!…!”
바리 뒤에 선 할멈과 할아범이 뼈를 딱딱 부딪치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꼭, 당장은 그냥 넘어가 달라는 것처럼.
만약 뼈만 남아 있는 게 아니었다면 슬쩍 윙크도 하지 않았을까.
“……대왕님.”
바리가 다시 말했다.
“저희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원래 남매처럼 크셨대요.”
마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는 눈으로.
“그분들을 도사로 키워주신 분은, 바리공주를 모신 만신이셨고요.”
그 말에 사라와 호구별성도 사뭇 진지해졌다.
“……이야, 엄청난데.”
먼저 반응한 것은 호구별성이었다.
“아직도 바리데기를 모신 무당이 있었어?”
그렇게 말할 법했다.
밤하늘의 칠성신만 해도 모시는 무당이 드물거늘, 하물며 그 무조신 바리공주라니.
“네, 정말 굉장한 분이셨대요.”
바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마디도 허투루 하시는 법이 없었다고, 그분의 모든 말씀은 신께서 직접 내리신 말씀이셨대요.”
정말로 ‘들은’ 얘기를 전하듯이.
“던전이 열리기 하루 전에도 그분께서는 우주의 이치가 뒤집어진다, 한마디를 남기시고 홀연히 잠들 듯이 돌아가셨대요.”
던전이 열릴 것도 예견했다고?
그 말은 좀 놀라웠다.
그럼 그녀가 모셨던 바리공주도, 우주 신화 대통합 시범 사업을 미리 알았다는 뜻 아닌가?
“그런데 15년 전에, 할머니랑 할아버지께서 같은 꿈을 꾸셨대요.”
맞장구치듯 두 노인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리워해도 한 번을 오지 않으셨던 그분이, 처음으로 꿈에 나오셨다고.”
-오늘 그분께서 오시니, 너희는 필히 귀하게 모셔라.
“수십 년 만에 꿈에 나오셔서 그 말씀만 남기고 또 연기처럼 사라지셨다고.”
꿈꾸듯 말하던 바리가 좀 더 진지한 얼굴을 했다.
“두 분이 똑같은 꿈을 꾸셨으니 절대 예삿일이 아니라고 여기셨는데, 그날 밤 저를 만나셨대요.”
여기까지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네 이름이 ‘바리’구나.”
“네, 그분께서 귀하게 모시라고 하실 분은 역시 단 한 분밖에 없다고.”
바리도 담담히 말을 받았다.
“……그래서 제가 이런 과분한 이름을 갖게 되었죠.”
그 말에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과분한 이름.
이 말은 결국 지금의 바리는 ‘무조신 바리공주’와 자신을 분리한다는 뜻이었다.
“그래, 그렇구나.”
그렇다면 더 사정을 물을 것도 없을 터였다.
정말로 기억이 없든, 아니면 그런 척을 하는 것이든.
그만한 신이라면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
“환영해, 바리.”
나는 더 의문을 갖지 않고 바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바리는 잠시 내 손을 내려다보다가.
“대왕님.”
이윽고 내 손을 맞잡으며 다시 웃었다.
“저도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도 될까요?”
처음으로, 열다섯의 나이에 어울리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할미가, 기왕 저승의 식구가 됐으니 편하게 부르라고 해서요.”
조금 부끄럽다는 듯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덧붙였다.
“할미?”
마고할미가 그랬다고?
나는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눈을 끔뻑였다.
……아니, 뭐 나도 굳이 꼬박꼬박 대왕님으로 불리고 싶은 건 아닌데.
그래도 오빠라니.
아이 같은 모습으로 아이처럼 웃으며 그런 말을 하면 21+49살 먹은 입장에서 듣기가 좀…… 아니, 그렇지도 않은가?
“……그래.”
잠시 생각하다가, 그냥 그렇게 대답해버렸다.
“뭐든 편하게 불러, 바리.”
뭐, 솔직히 진짜로 열다섯 살이겠어.
뭔지는 몰라도 당연히 사라졌던 바리신이 모습을 바꾼 걸 텐데.
그러니 4800살 바리공주가 잠시 어려진 기분을 내겠다면 뭐, 받아 줘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짧게 웃었다.
“네, 오빠.”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리도 나를 따라 다시 웃었다.
“……최선을 다할게요, 당신의 나라를 위해서.”
어쨌든, 하루빨리 저승을 재건해야 하는 내게는 감사한 말이었다.
7장. 정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