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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1/187)

서장. 저승이 무너졌다

저승이 무너졌다.

헌터 시대가 열린 지 꼬박 50년 만의 일이다.

권선과 징악의 신 염라마저도 끝내 인간의 손에 쓰러지고야 말았다.

세상의 저편이 저무는 때였다.

지옥불이 끓던 화탕이 식고 지장보살이 돌보던 삼도천이 메말랐다.

오색꽃이 만발하던 서천의 꽃밭에는 시든 꽃잎만 잿가루처럼 흩날릴 뿐이었다.

사흘간의 장례는 길지 않았다.

기나긴 신화의 세월을 기리기엔 그저 찰나에 불과했다.

타다 남은 향에서는 하얀 연기만 맥없이 피어올랐다.

연기처럼 스러져 간 나의 두 번째 아버지를 그리며, 나는 내내 울었다.

그저 아버지로 모셨던 염라의 부재가 비통해서만은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나를 집어삼킬 듯 죄어 오는 상실감 때문이었다.

저승의 끝은 선악의 종말을 의미했다.

이제 악인은 죽어서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선인은 저승에서조차 복록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신화가 끝났다.

죽음마저 불공평한 세상이 왔다.

빼앗은 자는 영생을 누리고, 빼앗긴 자는 윤회도 없이 소멸하겠지.

신화를 잃어버린 죽음은 결국 선의 흔적을 지우고, 악의 참상만을 영원히 대물림하게 될 것이다.

[ 저승 신화 복원 요청이 승인되었습니다. ]

그래.

[ 우주질서보존회의 정책에 따라 저승 신화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

[ 당신의 신화를 복원하십시오! ]

말단 차사인 내가 저승의 왕위를 계승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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