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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신이 케이지 안으로-200화 (200/204)

200화 :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심판이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며 단호하게 거리를 벌렸다.

“두 선수 모두 코너로 돌아가세요.”

알도프는 심판을 보며 어깨를 으쓱한다.

이윽고 한쪽 눈을 찡긋하며 자신의 코너로 돌아간다.

두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팀원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방금전 킥...’

두호 역시 태어나 처음 보는 수준이었다.

사람은 반격을 염두에 두는 순간 방어가 허술해지기 마련이다.

그와 반대로 방어를 신경 쓴다면 공격이 무뎌지는 것 역시 당연지사.

하지만 알도프는 그런 것이 없었다.

마치 격투게임 버튼을 누르듯 단 한 번의 멈춤과 지연이 없이 최적의 선택을 생각하면 몸이 이행된다.

두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의자에 앉자 팀원들이 서둘러 그의 회복을 돕는다.

늘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었지만 오늘은 들어가는 기합까지도 달랐다.

데이비드가 그의 허벅지를 마사지하며 풀었고 계속해서 근육의 상태를 점검한다.

탁현이 손가락 하나를 펼쳐 두호의 눈앞에서 이곳저곳으로 이동한다.

혹시나 마지막 킥에 데미지가 쌓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어떠십니까. 시야는 돌아왔나요?”

“네.”

두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물을 입만 적실 정도로 조금 마셨다.

탁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의 어깨를 주무른다.

두호가 반대쪽 코너에 앉아있는 알도프를 바라보며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잘하네요.”

“괜히 디펜딩 챔피언이 아니니까요.”

데이비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탁현은 살짝 놀란듯한 표정이었다.

언제나 냉철하게 적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 했던 두호의 말은 의미가 달랐다.

방법을 찾기보다 탄성이 나오는 인정.

호적수임을 인정한 것이다.

데이비드가 그의 발목을 살짝 돌려가며 긴장을 풀어준다.

“알도프의 거리 싸움은 세계 최고입니다. 어쩌면 역사상 최고일 수도 있죠. 2라운드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움직여봅시다. 우리 플랜 B 기억하죠?”

두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데이비드의 말을 경청한다.

“레슬링을 섞을 겁니다. 나오는 펀치를 받는 카운터 태클은 알도프의 방어를 뚫기 힘들테니 겨드랑이 클린치를 통하여 케이지에 붙여봅시다. 전체적인 틀은 플랜 B로 갑시다.”

거리 싸움이 의미 없는 질척한 싸움을 요구하는 데이비드.

뺨이 닿아있는 거리라면 두 사람 모두 타격 거리가 의미 없어진다.

단거리 화력전으로 승부를 보자는 것.

두호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

“알도프씨 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

“어.”

레이첼이 지원해준 직원들은 가볍게 알도프의 몸을 주무른다.

분명히 큰 점수를 가져갔고 마지막 큰 공격까지 적중시킨 알도프의 표정은 왜인지 그리 밝지 못했다.

슬쩍 손을 가져가 자신의 오른쪽 귀를 만져보는 알도프.

약간이지만 분명히 피가 묻어나왔다.

‘분명히 스쳤는데...’

주먹을 피하는 것은 완전히 회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정타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그 주먹은 피해낸 것.

두호의 빠른 핸드 스피드도 무색할 만큼 완벽히 주먹을 피해냈지만 단 한 번 자신의 귀를 스쳤던 주먹이 있었다.

이것으로 거리감을 잡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할 만큼 아주 얕은 타격.

그러나 그 한방으로 귀가 찢어졌다.

그 말은 즉, 모든 주먹을 경이로울 만큼 정확하게 끊어치고 있다는 것.

끊어친 주먹은 조금이라도 닿는다면 그 무게가 정확히 전달된다.

심판이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자 알도프는 씨익 미소 지으며 일어난다.

“마냥 애송이는 아니라 이거지?”

어깨를 툭툭 털며 일어나는 알도프.

맞은편에서도 두호가 걸어 나온다.

‘다행히도 큰 타격은 아니었다.’

충격으로 인해 쓰러졌다기보다는 알도프의 타격에 실린 무게로 밸런스가 무너진 것.

하지만 어찌됐건 자신이 점수에서 크게 손해 본 상황이다.

두호가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잡는다.

‘천천히 따라간다.’

-때앵!

2라운드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다시 천천히 거리를 조이며 시작하는 두 사람.

그러나 알도프는 거리감을 완벽히 파악했는지 두호보다는 조금 빠른 박자로 다가선다.

머리를 가볍게 좌우로 흔들며 두호의 반응을 확인하는 알도프.

점점 흔드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 모습을 본 데이비드가 신음을 삼키며 한숨을 내쉰다.

‘드디어 나오는구만.’

빠른 박자를 통하여 자신의 공격 템포를 끌어올리고 상대의 체력을 빨아먹는 알도프 고유의 전술이다.

잔박자로 몸을 움직이면 공격과 방어 두 가지 모두 반응이 편해진다.

거리감까지 잡힌 지금 알도프의 전략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는 순간이다.

단단하게 가드를 잡근 두호의 팔 위로 꽂히는 잽.

가볍게 뻗은 듯 하지만 팔 위로 전달되는 무게는 우습게 볼 수준이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나오는 알도프의 잽.

이번엔 두호가 훅으로 카운터 펀치를 치려했지만 허공을 가른다.

알도프 역시 두호를 맞추지 못했지만 가드 위를 때리는 데는 성공했다.

두호의 눈이 좁혀진다.

‘리듬이 특이하네.’

자신의 공격과 준비해온 전략을 이행하려면 저 움직임을 제어해야 한다.

더 이상 알도프의 박자에 끌려가는 것은 불리하다.

완벽히 자신의 리듬으로 싸움을 유도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호가 갑자기 움직이던 머리를 멈춘다.

시간이 멈춘 듯 움직이지 않는 두호의 움직임에 알도프가 흠칫한다.

그 순간 나오는 두호의 엇박자 투.

빠악!

그림같이 알도프의 왼뺨에 적중했다.

탁현과 데이비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환호한다.

“그렇지!”

코앞에 둔 상대 앞에서 멈추는 결단.

상대의 리듬을 흔드는 심리전까지.

두호의 배짱과 핸드 스피드가 만들어낸 명장면이었다.

알도프는 깊게 들어오려는 두호의 몸을 툭 밀어낸다.

뺨을 어깨로 슬쩍 닦아낸 알도프가 씨익 미소를 짓는다.

“제법이야? 이렇게 리듬 깨고 들어올 줄은 몰랐는데.”

“잔재주의 한계지.”

두호는 무엇인가 감을 잡은 듯 펀치를 찔러 들어간다.

그러나 어딘가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1라운드와 똑같은 패턴의 움직임으로 다시 투 훅을 던진다.

훅이 날아오는 순간 알도프의 눈이 빛난다.

다시 올라오는 알도프의 번개같은 하이킥.

그러나 결과는 1라운드와 완전히 달랐다.

훅을 내지르던 두호의 몸은 마치 폭포처럼 땅으로 떨어졌고 알도프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알도프는 순간 눈에 당황이 비쳤다.

“어?”

알도프의 몸이 붕 떠오른다.

긴박한 상황에서는 익숙한 몸의 패턴이 먼저 나감을 이용한 두호의 고차원적인 페이크.

축발인 왼발을 잡아채 번쩍 들어 넘어뜨리려 했다.

몸이 떠오른 알도프의 눈에서 빛이 난다.

“이 새끼가...”

자신의 허리를 튕겨 두호의 가슴팍을 밀쳐낸다.

약간의 틈이 생기자 알도프가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숙였고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한 무게중심은 이내 회복되었다.

그야말로 신의 경지인 대처.

두호는 순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곧바로 데이비드의 전략처럼 한쪽 다리를 잡아채며 코너까지 밀어붙인다.

“으아아!”

쾅!

강하게 케이지의 부딪친 알도프.

이내 두호는 재빠르게 손을 놓고 알도프의 겨드랑이를 감싸 안으며 강하게 압박했다.

스크램블(그래플링 상황에서 몸이 복잡하게 클린치로 엮인 것) 상황에서 두 사람은 잠시 멈추었다.

그러나 눈은 수만 가지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중이었다.

그 순간 알도프가 헛웃음을 지으며 두호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늙은 노란뱀 새끼 모가지를 꺾었을 때 네가 있어야 했는데.”

두호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팔에 힘이 강하게 들어가지만 알도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동생들은 살려달라고 비는 꼴이 얼마나 우습던지 말이야.”

두호는 알도프를 잡고 있던 유리한 포지션을 스스로 포기했다.

이윽고 허리를 뒤로 빼며 강하게 주먹을 내리 꽂는다.

케이지 철창에 몸을 기대고 있던 알도프의 가드 위를 묵직하게 때린다.

퍼억!

챙그랑.

강펀치에 케이지의 철창이 서늘하게 울린다.

그러나 알도프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두호가 몸을 다시 뒤로 뒤틀자 순간 공간이 벌어진다.

그 순간을 노린 알도프가 온 몸을 던지듯 주먹을 뻗는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몸의 반사신경이 느려지기에 두호의 빈틈을 노린 것이다.

그 순간.

두호의 몸이 그대로 숙여진다.

날아오는 알도프의 팔을 잡아채며 몸을 비트는 두호.

두호의 어깨를 타고 알도프는 강하게 바닥에 메쳐진다.

쾅!

유도의 정수.

이론서에 실릴만큼 완벽한 기술이었다.

바닥에 떨어지는 알도프의 몸을 그대로 타고 올라가며 마운트 포지션에서 파운딩을 내려 꽂는 두호.

쾅!

쾅!

마치 포탄이 터지듯 엄청난 파열음이 알도프의 가드 위로 떨어진다.

사람들이 열광한다.

“알도프가 바닥에 깔리는걸 얼마만에 보냐!”

“우하하하! 결국 저 새끼도 그래플링 상황에선 별것 없구만.”

그들도 그럴것이 알도프는 챔피언에 등극한 이후 테이크 다운 디펜스 확률 100%를 자랑한다.

압도적인 타격과 탁월한 방어능력을 가진 그에게 정확히 카운터를 먹인 것.

알도프의 표정은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도발에 걸린 줄 알았지만, 자신보다 한 수 너머를 보고 있음에 불쾌함을 느낀 것이다.

‘뭐 이런 새끼가...’

완벽한 사냥꾼.

절대로 이성을 놓지 않는 베테랑의 냄새가 풍긴다.

XFC 단 3전짜리 선수에게.

바닥에 누워있던 알도프가 배를 힘껏 위로 튕겨낸다.

그 위에 타있던 두호의 무게중심이 흔들리며 몸이 위로 떠 올랐다.

엄청난 속도로 다리를 빼내어 두호의 한쪽 팔을 강하게 잡아채는 알도프였다.

하위 포지션에서 역으로 올라가는 리버스 암바.

관객들은 놀란 듯 입을 벌리며 탄성을 내뱉는다.

분명히 위기상황이었지만 순식간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상대의 목에 칼을 들이민다.

두호는 처음으로 경기 중 포커페이스가 풀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정확한 그립이 걸린 것은 아니었지만 팔꿈치의 무리가 오기엔 충분한 각도였다.

두호는 생각을 바꾼 듯 잡힌 한 손을 다른 팔로 힘껏 끌어당겼다.

반격을 포기하고 서브미션을 방어하는 것에 집중한 것이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기에 당연한 선택이다.

알도프 역시 그의 팔을 잡아챘지만 완벽한 그립은 아니었다.

그러나 알도프는 최대한 몸을 가깝게 붙이고 사력을 다해 두호의 팔을 잡아당겼다.

원래대로라면 그대로 몸을 일으켜 세워 스탠딩으로 돌아가는 것이 평소의 알도프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만한 기회는 또 없을 것이라고.

두호의 실력을 인정한 것이기도 했다.

이마에 핏줄이 올라설 만큼 사력을 다하는 알도프.

허리와 팔 힘으로 필사적으로 버텨내는 두호.

이 줄다리기는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순간이었다.

힘 싸움이 10초를 넘어가는 그 시점.

두호가 한 발을 땅에 디딘다.

알도프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떻게 이 상황에서...’

사력을 다하는 이 순간 무게중심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두호는 느릿하지만 분명히 발을 디뎠다.

가로축이던 힘의 방향을 세로축으로 바꾼 것이다.

이 행동은 일어서겠다는 의미.

두호가 다른 한 발 역시 딛고 일어선다.

90KG의 육박하는 알도프의 몸까지 들어버리는 엄청난 코어.

두호가 자신의 머리 위까지 알도프를 들어올린다.

“으아아아!”

이윽고 강하게 팔을 내리치며 알도프를 땅바닥으로 내리꽂는다.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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