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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신이 케이지 안으로-197화 (197/204)

197화 : 4년에 한 번 오는 날.

두호는 볼레로를 보며 싱긋 웃는다.

“너도 나한테 갚아줘야 하는 게 있지 않나?”

볼레로는 고개를 숙이며 비꼬는듯한 탄성을 뱉는다.

“하.”

이윽고 헛웃음을 터트리며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서 칼을 뽑아든다.

“그 잘난 면상에 칼을 쑤셔 넣어야 오늘 잠을 잘 수 있겠군.”

현철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동수를 바라본다.

방금 전까지 자신과 동수가 동시에 덤벼들었지만 이겨내지 못했다.

그러나 동수는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괜찮을 겁니다.”

동수의 속을 알 수 없는 말에 현철은 한숨을 내쉬며 팀원들에게 손짓했다.

“모두 한 발 물러서라.”

부하들은 볼레로를 향해 겨누던 총을 거두었고 현철의 명령처럼 뒤로 물러서 주었다.

볼레로는 휘파람을 불며 두호에게 걸어간다.

“지옥까지 실크로드가 열리는구나.”

“그래. 좋지?”

두호 역시 무표정한 얼굴로 볼레로를 향해 걸어간다.

슈욱!

번개같이 찔러 들어가는 볼레로의 칼.

두호가 고개를 젖혀 피해내고 종(縱)으로 칼을 휘두르며 볼레로의 턱을 노린다.

볼레로의 턱에 붉은 실선이 그어지며 피가 조금 묻어나온다.

두호는 오 하는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반응 좋네.’

볼레로는 망설이지 않고 두호의 팔을 잡아채며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큰 덩치의 볼레로가 보여주는 힘은 헤비급 선수와 맞먹는다.

그 거친 힘으로 인해 두호가 붕 뜨며 볼레로의 어깨 너머로 넘어간다.

하지만 빙그르르 돌아 두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부드럽게 착지했다.

그러나 옆구리의 맞은 총알이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약간 찡그린다.

“쥐새끼같이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구나.”

두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자세를 잡는다.

볼레로에게 향하는 두호의 칼.

처음 볼레로의 공격보다 배로 빠르고 배로 무거웠다.

순식간의 어깨의 칼 한 방을 허용하는 볼레로.

“으윽.”

하지만 아파할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듯 자세를 낮춰 바닥에 누워버리는 두호.

이내 물 흐르듯이 볼레로의 발목을 노리며 그의 아킬레스건을 그어버린다.

한쪽 다리가 풀리며 꿇어앉게 된 볼레로.

그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알도프와 근접무기를 든 채 스파링을 하더라도 이렇게 칼을 시야에서 놓친 적이 없던 볼레로였다.

두호는 땅을 손으로 밀어내며 마치 스프링처럼 탄력적으로 일어난다.

물구나무와 같은 자세로 볼레로의 가슴팍을 뻥 차버리니 볼레로가 가슴팍을 움켜쥐며 뒤로 넘어진다.

두호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볼레로를 내려다본다.

“겨우...”

볼레로가 인상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두호는 그를 보며 어림도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 실력으로 정상을 꿈꾼 벌이다.”

볼레로가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럼 어떻게 할까?”

떨어트린 칼을 주워 든 볼레로는 두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길바닥 거지로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라. 이거냐?”

볼레로의 눈은 분노로 인하여 빨갛게 충혈되었다.

“평생을 길바닥에 주운 과자 부스러기로 같잖은 목숨이나 연명해라?”

자신을 마치 동정하는듯한 눈빛을 보내는 옐로우 맘바들을 훑어본다.

“이기는 게 뭐가 잘못이냐. 우리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칼을 찌르기 좋게 뒤집어 잡는 볼레로.

칼을 잡는 그립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이번엔 일격 필살로 끝내겠다는 의도였다.

두호에게 걸어가는 볼레로.

차분한 걸음걸이였지만 두호의 눈에는 보였다.

천천히 분산하는 무게중심.

최고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가장 최적의 순간을 찾는 것이다.

두호는 자세를 잡았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수십수백 번의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볼레로.

곧 거친 음성으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든다.

“죽어 이 개새끼야!”

엄청난 속도로 쇄도하는 볼레로와 두호가 서로 스쳐 지나간다.

서걱!

샤악!

잠시 서로를 등진 채 가만히 서 있는 두 사람.

동수와 현철은 굉장히 놀란 표정으로 두호와 볼레로를 살펴보았다.

‘못 봤다.’

마지막 한 수임을 예고했음에도 자신들은 그들의 칼끝을 보지 못했다.

‘누가 이긴거지?’

두호가 이내 느릿하게 바로 선다.

이윽고 칼을 바닥으로 던진다.

“이기는 것 중요하지. 근데...”

볼레로는 목을 부여잡고 바닥으로 털썩 쓰러진다.

바닥에 피를 토하며 목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튀어나온다.

“어떻게 이겼는지가 더 중요하다.”

볼레로는 아쉬움과 원망 가득한 눈으로 두호를 바라본다.

“알...알도프...”

볼레로가 그의 이름을 천천히 부르다 이내 바닥으로 털썩 쓰러진다.

두호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

영철이 공장 밖 대리석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순간 멀리서 불빛이 보인다.

혹시나 숨어있던 포그스컬스의 잔당들일 수 있으니 찰리팀은 총기를 집어들며 경계했다.

그러나 빛 너머로 보이는 것은 자신들의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준모와 예수였다.

이내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드는 영철.

곧 찰리팀 앞에 멈춰선 준모와 예수가 힘겹게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두호씨는요?”

“그...”

예수가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았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영철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영철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는다.

이윽고 팀원에게 무전기를 건네받은 영철이 누군가에게 연락을 시도한다.

“찰리 송신. 브라보 캡틴 응답 바란다.”

잠시 적막이 감돈다.

이윽고 들려오는 무전.

-브라보 송신. 현철입니다.

무전이 왔다는 것은 어찌됐건 상황이 마무리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현 상황 보고하라.”

- 임무 종료. 의뢰인은 부상이 있지만 무사하고 적의 주요 타겟 볼레로를 사살했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찰리팀은 기뻐하며 들고 있던 총을 들어 흔들었다.

“그렇지!”

“이제 집 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영철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고생했다. 의뢰인 잘 모시고 호텔로 이동하고 경계 강화해라. 잠시 후에 보자.”

준모와 예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제서야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무전기를 집어넣으려던 영철에게 또 한 통의 무전이 도착했다.

-델타 송신. 찰리 팀 응답 바랍니다.

영철은 무전기를 집어 들고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부영철이다. 말해.”

-네 형님...아니 보스. 델타 캡틴입니다.

아직은 보스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았는지 델타 캡틴이 말 실수를 하자 영철이 슬쩍 미소 짓는다.

“됐다. 왜?”

-스컬킹 동선 변경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작전이 틀어졌는지를 확인한 듯합니다.

스컬킹은 알도프의 콜사인.

영철의 표정은 고심하는 듯했다.

원래 전쟁은 한 쪽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폭풍처럼 몰아붙여야 한다.

더군다나 두호의 부상 상태를 고려하면 지금 알도프를 공격하는 것 역시 맞다.

이대로 내일 경기를 진행했다가는 두호의 패배가 불 보듯 뻔하니까.

하지만 지금 그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도 있었다.

영철은 한숨을 내쉬며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말을 했다.

“일단은 건드리지마라. 이제부터는 의뢰인의 싸움이야. 경기가 끝난 후 노려보자.”

-네. 알겠습니다. 몸 조심 하십시오.

무전이 끝나자 준모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팍을 때린다.

“아니 왜요! 그 양아치 새끼 확 죽여버리면 안 됩니까?”

영철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지금 저희가 알도프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면 큰 이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전쟁이 수면 밖으로 올라오는 순간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날 테니까요.”

준모는 이해는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이윽고 화를 식히려 주위를 둘러보던 중 차 하나를 보며 표정이 멍해지는 준모.

이내 그의 표정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들어차며 영철을 바라본다.

“여러분들이 직접 건드리는 것은 위험하다 이거죠?”

“네.”

“저 차 좀 씁시다. 그리고 그 양아치 새끼 어디 있답니까?

영철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한다.

***

빠아아앙!

알도프는 분한 듯 핸들을 거칠게 내리쳤고 클락션 소리가 울린다.

“씨발! 씨발!”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연거푸 핸들을 때렸다.

“제길...”

완벽한 패배.

이 말 말고는 다른 할 말이 없었다.

준모와 예수를 볼모로 잡고 그를 죽이려 했다.

경기 전날 실종되었다고 보도를 한다면 굳이 자신이 피를 흘리지 않고도 돈과 싸움을 모두 이길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브라보가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을 때 직감했다.

아마도 이 전쟁은 패배로 끝날 것 같다고.

‘훗날을 도모해야한다.’

전화기를 집어 든 그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이 털보. 소말리아 가는 배편 하나만 구해봐.”

지금 일반적인 항공을 이용한다면 옐로우 맘바에게 표적이 되기 쉬웠다.

그들이라면 그런 협소한 공간에서 암살쯤은 우습게 벌일 수 있는 놈들이니까.

“자세하게 묻지 말고 내일 새벽 3시. 금액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그 순간 누군가 알도프의 백미러를 향해 하이빔을 쏘기 시작했다.

얼굴을 찡그린 알도프의 곁으로 차량이 빠르게 달라붙었다.

알도프는 화가 나는 듯 창문을 내리고 크게 소리친다.

“야 이 개새끼야. 운전 똑바로...”

그 순간 상대의 창문이 내려진다.

그곳에는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 웃는 한 사내의 모습이 보인다.

준모였다.

알도프는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준모는 마우스 피스를 꺼내 물었다.

예전에 탁현한테 멋있다고 자신도 하나 만들어달라 부탁한 마우스피스다.

“내가 형님한테 도움 드릴 건 없고...”

마우스 피스를 낀 준모가 조수석에서 쿠션 하나를 가져와 자신의 배 앞으로 깔아놓는다.

“과잉 충성 한번 갑니다!”

준모는 눈을 질끈 감고 차의 핸들을 훽하니 꺾었다.

“죽진 말고 반병신만 되라. 이 양아치 새끼야!”

준모의 차는 알도프의 차 앞 바퀴를 정확히 때렸다.

곧 알도프와 준모의 차는 도로 옆 갓길로 굴러떨어진다.

퍼엉!

준모의 차 앞 범퍼는 완전히 함몰 되었다.

차 문을 열고 나온 준모가 목을 매만진다.

완전히 반파된 자신의 차량과는 달리 꽤 온전한 상태를 유지한 알도프의 차량.

“이래서 비싼차를 타라는거구만...”

그 순간 차 문이 뻥하고 열리며 알도프가 걸어 나온다.

머리에는 피가 흐르고 충격이 거셌는지 크게 비틀거렸다.

알도프의 눈은 시뻘게져 준모를 죽일 기세로 천천히 다가간다.

“안 되겠다. 넌 오늘 죽어야겠어.”

준모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며 자신에게 걸어오는 알도프를 준모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뒷걸음질 친다.

“저 세계 챔피언님...제가 기분이 너무 꿀꿀해서 너무 공격 운전을...제가 배상을 해드릴 테니까.”

알도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떨어진 돌 하나를 주워든다.

준모는 기겁을 하며 뒤를 돌아 도망간다.

“히익!”

절뚝거리며 도망치고 비틀거리며 쫓아간다.

너무나 느린 속도의 추격전이지만 분위기는 피가 마를 듯 했다.

그 순간 들려온 소리.

위웅위웅!

에에엥!

경찰차와 구급차가 때맞춰 도착했다.

준모는 거의 울먹이며 경찰차를 향해 도망쳤다.

“진짜 뒤지는 줄 알았네. 왜 이제 와요!?”

이윽고 멈춰선 차량에서 경찰들과 구급대원들이 내린다.

“괜찮으십니까?”

알도프는 이를 악물다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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