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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신이 케이지 안으로-195화 (195/204)

195화 : 4년에 한 번 오는 날.

준모는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찡그렸다.

철재 구조물 뒤로 함께 숨은 찰리 팀원이 그의 상태를 살핀다.

“준모씨!”

오른쪽 어깨로 총이 스친 듯 피가 묻어나온다.

찰리 팀원은 곧바로 무전기를 집어 들고 영철에게 보고한다.

“찰리 4. 여기는 찰리 4. 지금 타겟 총상으로 인한 출혈입니다. 여기서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전투기술이 없는 준모에게 지금 이곳은 너무나 위험하다.

협소한 공간.

상대가 어느 곳으로 이동하고 목표를 잡았는지를 알 수 없는 난잡한 구조.

타겟을 보호하며 전투를 이어 나가기엔 굉장히 불리한 지형이었다.

영철이 무전기를 집어들자 총알 한 발이 날아와 무전기를 놓친다.

탕!

“젠장.”

떨어트린 무전기를 다시 집어 들며 소리치는 영철.

“안돼! 아직은 내부 지형 파악이 안 끝나서 오히려 위험하다.”

-어떻게 합니까?

영철은 입술을 질끈 깨문다.

예상외로 상대의 수가 너무나 많았다.

더군다나 포그스컬스는 조금씩 고지의 찰리팀에게 공격을 받는 이 상황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작지만 확실한 반격이 들어오는 상황.

시간을 끌면 준모의 안전을 확보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무전기를 집어 든 영철이 비장한 표정을 짓는다.

“연막탄 준비해.”

영철의 옆에 앉아있던 찰리 팀원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대장...?”

“어쩔 수 없어. 너희 두 명은 책임지고 준모씨 데리고 빠져나가.”

-네. 알겠습니다. 저 혼자 준모씨를 모시고 빠져나가겠습니다. 찰리 6는 남아서 돕겠답니다.

연막탄.

이렇게 협소한 곳에서 연막탄을 사용한다는 것은 단 한 가지를 의미한다.

연막을 뿌려놓은 다음 준모를 대피시키고 나머지 팀원들이 백병전으로 돌입하는 것.

총기 사용을 막아낼 수 있으니 준모의 안전은 확실히 보장될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원수가 적은 찰리 팀원이 백병전은 필히 불리해지기 마련이다.

영철이 쓴 웃음으로 자신의 옆에 앉은 팀원들을 바라본다.

“미안하다.”

팀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의뢰인 타겟의 목숨을 구하는 것.

일류 용병들만이 할 수 있는 투철한 군인정신이다.

찰리 팀원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대장이 이제 와서 미안하댄다.”

“뭐. 언제 우리가 목숨 안 내놓고 일했어요?”

팀원 하나가 궁시렁거리며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연막탄과 칼을 꺼내든다.

“대장 되자마자 이런 명령이면 곤란한데.”

“어휴 오늘은 호텔 침대 말고 병원 침대에 눕겠구나.”

“그것도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지.”

각자들이 불만을 토로하지만 표정은 전혀 달랐다.

이미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준비를 마친 그들.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어서 작전을 실행하라는 듯 영철을 바라본다.

영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막탄을 집어든다.

“모두들 미안하다. 셋.”

준모의 팔을 붙잡고 있던 팀원 역시 연막탄을 꺼내든다.

“둘!”

팀원들이 마스크를 입에다 두르며 뛰어내릴 준비를 마친다.

“하나! 던져!”

영철의 구호에 모두가 들고 있던 연막탄의 안전핀을 뽑아 아래층으로 내던진다.

아래에 있던 포그스컬스들은 당황한다.

“수류탄이다!”

황급히 몸을 내던지지만 수류탄의 굉음 대신 쇳소리와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피시이익.

“뭐야?”

포그스컬스 사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이내 표정은 당황으로 바뀐다.

아무리 층고가 높은 공장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연막탄 양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만큼 짙기 때문이다.

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든다.

“하나도 안 보이는...”

연막속에서 찰리 팀원 한 명이 벼락같이 튀어나와 고개를 내민 사내에게 몸을 던진다.

콰앙!

쓰러지는 사내를 깔고 앉아 무자비하게 난도질을 친다.

“으윽!”

하지만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포그스컬스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너무나 짙은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수많은 전쟁터를 돌아다녀 봤지만 이런 상황은 겪어보지 못한 전혀 다른 공포심이다.

“으악!”

사내의 비명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난전이 벌어진다.

서로의 몸을 부여잡고 칼을 찌르기 위해 거친 몸싸움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난다.

이 안개는 숫적 우위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찰리 팀원에게도 시야가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

“준모씨 데리고 나가!”

준모를 들춰 멘 사내가 전속력으로 반대쪽 출구로 달린다.

“으아아아!”

보이진 않지만 길이 트인 곳은 반대편 벽면까지 길이 열려있다는 공장의 특성을 이해한 듯 사내의 뜀박질은 거침이 없었다.

이내 유리창까지 닿은 사내가 몸을 내던진다.

쨍그랑!

준모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 사내가 고통스러운 듯 가슴팍을 부여잡는다.

“으윽...”

“괜찮으세요?”

사내가 인상을 찡그린 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뻗는다.

그 손에는 오토바이 키가 들려있었다.

“어서 가세요! 저쪽으로 200미터쯤 가면 저희 오토바이가 있을 겁니다. 그것을 타고 이곳을 빠져나가세요!”

“두호 형님은 어디에 있죠?”

“그분께서는 산타마리아 자재창고로 가셨습니다. 저는 안에 팀원들과 함께 싸워야 해서 거동이 불편하실 테지만 이해 좀 부탁드립니다.”

“네...”

찰리 팀원은 곧바로 가슴팍을 부여잡고 다시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준모는 한쪽 발을 절뚝 거리며 죽을힘을 다해 오토바이가 서 있는 곳으로 달린다.

“형님...”

***

볼레로가 싸늘한 표정으로 시계를 확인한다.

“뭐지.”

10분 단위로 보고를 하라 명령을 내렸지만 국도 창고쪽 병력에게 보고가 오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일이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 당장 알도프에게...”

텅!

자재창고의 조명이 모두 꺼지며 순식간에 어둠으로 잠긴다.

“뭐야?”

볼레로가 인상을 찡그리며 주위를 살펴본다.

공장 내부에서 기다리던 포그스컬스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볼레로는 곧바로 외부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부하들에게 무전을 친다.

“어이 섹터 A 밖에 무슨 일 있어?”

그러나 무전기 너머로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볼레로는 재차 무전기를 집어들고 연락을 시도했다.

“어이 B섹터 너희...”

순간 말을 멈춘 볼레로.

그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

“싹다 총기 들어!”

볼레로가 거친 목소리로 외치자 총기를 놓은 채 휴식을 취하던 포그스컬스가 모두 허둥지둥 총기를 챙겨든다.

“쥐새끼가...”

볼레로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시야의 차단.

더군다나 혹시 몰라 챙겨온 야시경은 모두들 내려놓은 상태다.

본인들의 눈이 모두 막힌 상황.

순간 작지만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확실히 들려온다.

푸슉푸슉.

이윽고 바닥에 무엇인가 철푸덕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털썩!

볼레로는 두호가 창고 내부로 들어왔음을 눈치챘다.

“소리 들리는 데로 그냥 방아쇠 당겨!”

사내들은 모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총기를 만지작 거린다.

“읍!”

푸슉푸슉!

다시 들려오는 소음기 소리에 포그스컬스는 모두 소리가 들렸던 방향으로 총기를 난사한다.

타타탕!

창고 내부가 번쩍거리며 검은 옷을 입은 누군가가 살짝 보인다.

“목표물 들어왔다. 소리에 집중해. 인간인 이상 집중하면 무조건 소리가 들린다.”

볼레로의 외침에 모두가 눈을 감고 집중한다.

어차피 보이지 않는다.

하나의 감각에 집중하면 못 들을 것도 없다.

틱!

들리는 소리의 방향으로 총기가 다시 한 번 난사된다.

귀를 찢는듯한 총기음 소리에 예수가 비명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는다.

“꺄악!”

이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었지만 두호를 잡아내지 못했다.

이윽고 볼레로가 힘겹게 책상을 더듬거리며 무엇인가를 집어든다.

소형 랜턴이었다.

빛을 비추지만 방향은 자재 창고 내부가 아니었다.

예수를 비추며 총기를 그녀의 머리에 댄다.

볼레로가 싸늘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더 이상 날뛰면 이년 머리에 바람구멍난다.”

한 포그스컬스 사내가 황급히 책상을 더듬거리며 랜턴 몇 개를 집어들어 다른 사내들에게 나눠준다.

사내들의 랜턴이 하나둘씩 켜지며 창고 내부를 비춘다.

한 사내가 무엇인가 발견한 듯 눈이 커진다.

“저기 있습니다!”

사내가 비춘 빛을 따라 시선이 이동한다.

쓰러진 포그스컬스 사내를 방패삼아 들고 있던 두호가 보인다.

그의 얼굴에는 피칠갑이 되어있었고 표정은 싸늘했다.

어둠 속에서 들개들을 사냥하는 호랑이의 모습.

그 모습을 본 예수는 굉장히 당황한다.

“두호씨...”

두호가 들고 있던 사내를 내팽개치고 권총을 앞으로 툭 던진다.

“여자 보내.”

볼레로가 그 모습을 보며 씨익 미소 짓는다.

“안되지.”

예수의 머리채를 쥐어잡고 고개를 확 젖힌다.

“꺄악!”

그녀의 목에 겨눠진 그의 총구.

방금 전까지 총을 격발하던 총구라 달구어진 상태,

예수의 목에 가벼운 화상자국이 남는다.

예수는 고통스러운 듯 표정이 일그러졌고 볼레로가 두호를 싸늘하게 바라본다.

“네가 날뛰면 답이 없어지니까. 쉽게 가자.”

두호는 느릿한 걸음으로 볼레로에게 다가간다.

그 모습에 예수는 소리친다.

“그냥 가세요! 저는 상관 없으니까...”

볼레로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은 손을 살짝 흔든다.

이래도 도망 갈거냐는 듯.

두호는 차분하게 주위를 살펴본다.

예수의 안전이 먼저다.

그 순간 볼레로가 총구의 방향을 바꿔 두호에게 향한다.

탕!

두호가 바닥으로 쓰러진다.

예수가 입을 벌린 채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두호는 허벅지 바깥쪽을 쥐어잡은 채 볼레로를 노려본다.

그러나 볼레로는 어깨를 으쓱한다.

“도망가면 골 아파지니까. 쉽게 가야지.”

이윽고는 방아쇠를 한 번 더 당긴다.

탕!

이번에는 허리 왼쪽에 맞으며 두호가 앞으로 쓰러진다.

“아. 이건 그냥 쏜거야.”

마치 다 잡아놓은 먹잇감을 유린하듯 그의 얼굴에는 비열한 미소가 보여진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단 말이지. 보스께서 어떻게 너 같은 놈한테 죽었을까. 인질 한 명 잡혔다고 빌빌대는 새끼한테...”

“두호씨! 괜찮아요!?”

예수가 눈물을 흘리며 소리치자 두호가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인다.

“괜찮습니다.”

볼레로가 이제는 예의 따위는 차리지 않겠다는 듯 예수의 뺨을 거세게 한 대 때렸다.

짝!

“아까부터 쨍알쨍알. 시끄럽다.”

“그만해라.”

두호를 보며 볼레로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헛웃음을 지으며 두호를 바라보는 볼레로.

“뭐라고?”

“그만하라고.”

어이가 없다는 듯 하늘을 보며 헛웃음을 짓는 볼레로.

“어이가 없네.”

이윽고 다시 두호를 조준하기 위해 총구를 겨누자 서늘한 쇠의 촉감이 볼레로의 머리에 닿았다.

“그만 하시라잖아.”

볼레로가 당황하며 고개를 돌린다.

한 사내가 볼레로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사내를 발견하며 총구를 돌리지만 그의 머리에도 총구가 하나 닿는다.

“동작 그만. 대가리 터진다.”

사내들의 머리에 모두 총구가 겨눠지며 순식간에 창고 안은 정적이 휩싸인다.

두호가 눈에 힘을 줘 볼레로 너머를 바라본다.

이윽고 씨익 미소 지으며 한숨을 내쉰다.

“경호라는 사람이 왜 이렇게 늦었습니까.”

“죄송합니다. 팀원들의 발이 워낙 느려서.”

어둠 속에서 동수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윽고 진지한 표정으로 볼레로의 머리에 총구를 더욱 가깝게 붙인다.

“뉴 브라보 전원 현장 도착했습니다. 의뢰인의 임무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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