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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신이 케이지 안으로-177화 (177/204)

177화 : 4년에 한 번 오는 날.

미네소타 주 워스키쉬.

왠만한 도시 하나 크기에 호수가 옆에 있어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호수를 정면으로 마주 보는 곳에 텍사스 풍의 바가 하나 있었다.

두호와 동수가 문을 열고 바 안으로 들어가니 유리컵을 닦던 바텐더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한다.

“어서오세요! 편하신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두호는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 직원이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두 사람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동수는 손을 뻗어 메뉴판을 살펴보는 척 하며 가볍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술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워낙 한가한 동네라 벌써부터 술을 마시는 인원들이 많이 보였다다.

동수가 두호에게 메뉴판을 보라는 듯 건넸다.

“이곳엔 왜 온 겁니까?”

동수는 이곳에서 별다른 의심점을 찾지 못한 듯 의아한 표정으로 두호를 바라보았다.

두호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메뉴판을 다시 동수에게 건넨다.

“전 마티니나 한 잔 먹겠습니다.”

대답 없이 음식을 주문하는 두호.

동수가 손을 번쩍 들어 직원을 부른다.

“저기요!”

“네 잠시만요!”

곧이어 직원이 자신의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달려온다.

두호와 동수 자리에 앞에 도착한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본다.

“네. 주문하시겠어요?”

“네. 마티니 한 잔이랑 레드락 450cc 한 잔 주세요. 프라이즈도 하나 주시고.”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직원은 메모지와 함께 테이블에 놓인 메뉴판도 가져간다.

두호가 그제서야 외투를 벗으며 동수에게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한다.

“왜 이곳에 왔는지 궁금하다 하셨죠?”

“네.”

두호가 주위를 슬쩍 둘러보았다.

“아무리 한가한 동네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일찍이 사람들이 모였죠.”

“그러고 보니...”

이곳 워스 키쉬에 도착하면서부터 사람을 많이 발견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인구 밀집도 역시 낮은 지역이니 이만한 인원이 모이는 것 또한 처음이다.

“그리고 하나 더...”

두호가 팔짱을 끼더니 갑자기 미소를 짓는다.

멀리서 직원이 미소를 지은 채 마티니와 레드락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두 사람 앞에 올려놓으니 두호가 살짝 고개를 숙인다.

직원이 처음으로 두호를 바라보자 표정이 살짝 변한다.

하지만 눈썰미 좋은 사람이더라도 못 알아챌 만큼 찰나의 순간 표정이 다시 미소로 바뀌었다.

동수조차 알아보지 못한 틈을 두호가 확인하고는 살짝 미소 지었다.

‘제대로 번지수 잡은 것 같군.’

“하나 더는 무슨 말 입니까?”

동수가 뒷이야기가 궁금한지 두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 가게에 있는 손님들의 나이대.”

“나이대요?”

동수가 다시 천천히 주위를 살펴보니 많아야 40대.

대체적으로 30대가 많았다.

이곳은 특별한 산업지대도 없고 유명한 기업조차 근처에 없다.

그런 곳에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많을 수가 있는 것인가.

“아까 보니. 간간히 호수 근처에서 장사하시는 분들 나이대는 대체로 노인이더군요. 그리고 이 사람들이 그런 장사를 한다면 이 시간에 여기 있으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습니까?”

“동네에 하나 있는 술집. 출처를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그리고 아까 점원의 앞치마가 불룩 튀어나와 있더군요.”

“그걸 보셨어요?”

“크기 보니까 45구경인 것 같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번엔 직원이 감자튀김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고 두 사람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돌아서려 하자 두호가 말을 건다.

“말 좀 하나 물읍시다.”

“네?”

직원이 왜 그러냐는 듯 두호를 바라본다.

두호는 자신이 주문한 마티니를 한 입 마시더니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혹시 이 근처의 사는 어떤 사람 집을 아시나 해서요,”

직원이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어휴. 제가 누구인지를 알아야죠.”

그러자 두호가 사진 한 장을 품에서 꺼내 들었다.

그 사진을 본 직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이윽고 싸늘한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두호는 씨익 미소를 짓는다.

“모르시나요?”

그가 꺼내든 사진은 다름 아닌 바로크의 얼굴이었다.

맹혁에게 받아 보관해 놓았던 사진.

두호가 직원에게 보여준 사진을 발견한 가게 안 손님들까지 모두 말이 없어졌다.

차가워진 공기 속 작게 틀어진 컨트리 음악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장내의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감지한 동수가 곁눈질로 주위를 살펴본다.

“네 모릅니다만.”

“아니요. 아실 겁니다.”

“어째서죠?”

“그렇지 않으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죽을 테니까요.”

순간 다시 술집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술 집안 사내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이내 큰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

“저 친구 저거 죽이기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구만!”

주문을 받던 직원 역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이제는 숨길 필요조차 못 느꼈는지 자신의 앞치마 안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든다.

두호의 말대로 정말 45구경.

동수가 놀란 눈빛으로 두호를 바라본다.

단순히 권총의 유무만 알았어도 대단하지만 종류까지 알아채는 능력에 감탄하는 것이다.

두호의 머리로 총구를 겨누며 다가오는 직원.

“어이 꼬맹아. 조용히 마티니나 먹다 갔으면 오늘 저녁은 집에서 먹었을 텐데 말이야.”

“싸움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뭐?”

두호의 시선이 자신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니 동수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첫째. 싸움을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첫 퍼포먼스가 가장 중요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호가 직원을 향해 손을 뻗는다.

한 손은 직원의 뒷 머리를 낚아채었고 다른 한 손은 총을 쥔 손의 방향을 바꿔놓는다.

뒷머리를 잡은 손의 힘을 줘 사정없이 책상 위로 내려찍는다.

쾅!

사내는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흘렸고 두호는 사내의 손을 비틀어 총을 뺏어 들었다.

“으악!”

이윽고 망설임 없이 사내의 등을 조준한다.

탕탕!

총성 두 발이 울렸고 사내는 축 늘어져 책상 아래로 쓰러졌다.

다시금 찾아오는 정적.

두호가 동수를 바라본다.

“첫 상대는 과감하고 화려하게. 다수를 상대할수록 중요한 원칙이죠.”

술집 안 사내들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풍경을 믿지 못하겠단 듯 그저 멍하니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과 농담을 주고받던 사내가 시체가 되었다.

인지부조화.

저자의 실력과 자신들이 버젓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더군다나ㅍ 저 절륜한 움직임은 어디에서도 못 본 것이다.

두호가 총구를 땅으로 늘어뜨리며 동수를 바라본다.

“그리고 싸움이 이어지기 전 두 번째 해야 ㅍ할 원칙이 있습니다.”

동수를 향해 일어나라고 손짓하자 동수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두호의 곁으로 다가간다.

두호와 동일한 선상에 서자 두호가 사내의 품 안에서 남은 탄알집을 꺼내든다.

“누가 가장 고위직 사람일 것 같습니까?”

여기서 고위직이란 현장에서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동수가 긴장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지만 마땅한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

“상석(上席)의 기본조건은 자신의 등 뒤를 보여주지 않는 자리. 하지만 자신은 모두를 확인할 수 ㅍ는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나이가 많아 보인다면 거의 확실한 겁니다.”

이윽고 동수가 시선을 옮긴다.

가게 중앙쯤 벽에 가장 가깝게 앉은 한 사내가 보인다.

사내들은 자신을 한 방향으로 쳐다봐야 하지만 자신은 고개만 돌리면 모두를 볼 수 있는 자리.

두호가 씨익 미소 짓는다.

이윽고 순식간에 상석의 앉은 사내에게 총을 격발한다.

탕탕!

사내는 목과 이마에 구멍이 뚫린 채 천천히 뒤로 쓰러진다.

콰당!

사내들의 고개는 한 번 더 돌아갔다.

자신의 리더가 눈 깜짝할 사이 어느새 시체가 되었다.

그들의 인지부조화는 더욱 심해졌으며 상황파악을 위해 부지런히 눈알을 굴렸다.

“상대의 머리를 따내면 몸만 남습니다. 그렇다면 반은 성공한 겁니다.”

두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내들이 하나 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저 개새끼 뭐야...”

“조심해라. 보통은 아닌 것 같다.”

일어서는 그들을 바라보며 싱긋 미소 짓는 두호가 권총을 자신의 허리춤에 넣는다.

“그리고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 자리 선정이 중요합니다.”

두호가 살짝 뒷걸음질을 치다 이내 멈춰 선다.

벽과의 거리가 살짝 있지만 정확히 벽을 등지고 서 있는 것이다.

“뒷공간은 남긴 채 상대를 끌어낼 수 있는 자리. 협공을 당하더라도 공간 활용은 할 수 있는 자리여야 합니다.”

동수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황급히 두호와 비슷한 자리에 섰다.

“자 이제 싸우면 됩니다. 그렇게 넓은 공간은 아니니 저들은 총기를 쓰지 않을 겁니다.”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모습에 동수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표정은 진지해졌다.

자신이 들어왔던 그 어떤 수업보다 정확하고 실전적인 것들이다.

상의 안쪽에서 칼 한 자루를 뽑아낸 채 사내들을 노려보는 동수.

그 모습이 만족스러운지 두호가 미소를 지으며 사내들을 바라본다.

“얼른 시작하자. 수업할 것 많이 남았다.”

두호는 동수에게 그 어떤 훈련에서도 들을 수 없는 경험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미완성의 브라보.

만약 이들이 완성만 되었다면 분명히 블랙러프를 압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을 가르쳐줄 어떠한 캡틴도 없다.

박래진, 부영철, 유상철.

모두 후임을 양성할만한 여유가 되지 못한다.

그러니 자신이 해야한다.

혹시나 래진과 영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 할 지라도 그들의 뒤를 이을 노란뱀을 만든다.

그렇게 심은 씨는 다시 꽃 피울 것이고 설령 맘바가 무너지더라도 그들이 다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줄 것이다.

두호는 달려오는 사내들을 보며 씨익 미소 짓는다.

‘성장해라. 너희들은 나와 달리 무슨 일이 있어도 정상을 지켜야 하는 노란뱀이니까.’

그렇게 조금씩 새로운 전쟁의 신이 성장하고 있었다.

***

미네소타의 비밀 쉘터의 문이 열린다.

바로크가 비틀거리며 느릿하게 걸어들어온다.

하지만 역시나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의 측근들만이 알고 있는 이곳은 원래 정보원들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임무를 이어나가기 힘들 때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곳이다.

여차하면 캐나다로 밀입국을 시도할 수 있는 루트까지 확보하여 미국에서 활동하는 포그스컬스의 최후의 보루 같은 곳.

그러나 자신이 이곳을 이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거실로 들어가니 바로크는 곧장 냉장고로 걸어가 문을 벌컥 연다.

이윽고 맥주캔 하나를 집어들어 곧바로 캔 뚜껑을 따 벌컥벌컥 들이킨다.

이내 캔 하나를 다 비워낸 바로크가 맥주캔을 바닥에 내팽개친다.

티잉!

그러나 그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아직까지 그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닌 듯 이 정도의 술조차 부담인 것이다.

“제기랄.”

그는 곧바로 냉장고의 위에 설치된 선반을 열었다.

선반을 여니 작은 금고 하나가 보였고 비밀번호를 경쾌하게 누른 그가 손을 집어넣는다.

그가 금고에서 꺼내든 것은 알도프가 로엘에게 건넨 작은 철제 케이스였다.

거실에 앉아 말없이 철제케이스를 바라보는 그가 큰 소리로 웃는다.

“하하! 정말 갈 데까지 가는구나 바로크!”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철제 케이스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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