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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신이 케이지 안으로-167화 (167/204)

167화 : 가시밭길 끝엔 영광이 있다.

준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고로 훈련이란 무엇인가.

기술을 능숙하게 잘 구현할 수 있도록 안전한 상황에서 연습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이리 수십 마리가 호랑이를 사냥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정말로 찔러 죽일 생각인지 망설이지 않고 파고드는 칼.

그러나 그 호랑이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그 칼을 피해낸다.

“대표님...이게 뭡니까.”

“먼저 제안하신겁니다. 저 역시 반대했지만 완강하셔서.”

두호가 칼을 피하고 찔러 들어온 사내를 그대로 껴안는다.

이윽고 뽑아올리 듯 들어 바닥으로 강하게 메친다.

쾅!

“억!”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곧바로 사내의 얼굴에 내리꽂는 두호의 파운딩.

단 한 방이었지만 사내는 의식을 잃은 듯 축 늘어진다.

준모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요.”

사실 채호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극진공수도의 창시자 최배달.

그는 기상천외한 훈련법으로 유명하다.

한 손 새끼손가락으로 턱걸이를 한다던가, 돌덩이를 손으로 내리쳐 단련한다던가.

하지만 그는 그런 시간들을 거쳐 최고의 무도인으로서 역사에 자리잡았다.

현대 과학 기술은 그러한 무식한 방법들보다 육체의 부상을 최소화하고 실력향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렇게 위험한 방식으로 끌어올릴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수미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놈한테는 저런게 필요한거야.”

오직 그녀만이 이번 훈련의 필요성을 알고 있는듯 했다.

“짐승은 야생에 있어야 그 능력을 다 발휘하는 법이지.”

빈틈이 보이자 태건이 벼락같이 칼을 찔러넣는다.

두호가 옆구리 사이로 칼을 쥔 손을 잡아내고 태건의 얼굴을 향해 카운터를 날린다.

하지만 태건 역시 상당한 실력자.

애초에 맞을 것을 염두에 둔 것인지 몸을 붕 띄워 두호의 앞가슴을 뻥하니 차버린다.

두호를 공격함과 동시에 맞았을때에 충격을 줄이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뒤로 밀려나 넘어진 두호가 한 바퀴 굴렀지만 마치 한 동작처럼 순식간에 일어난다.

‘확실히 저 두 사람이 거슬리네.’

수미의 부하들만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많은 인원수에 시선이 끌려 빈틈이 생겼을 경우 경수와 태건이 그 틈을 정확하게 파고들어온다.

수미가 눈을 좁히며 두호를 바라본다.

‘더 몰아부칠 필요가 있겠구만.’

두호는 평소 자신의 싸움에서 무언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몸 상태는 오히려 과거 도혁의 시절보다 뛰어나지만 다른 점이 딱 하나가 있었다.

감각.

살이 찢기고 근육이 터져나간다 할지라도 더욱 위험한 공격을 감지해내는 감각.

전쟁터에서는 순간의 방심으로 목숨을 잃는 것이 허다하기에 항상 긴장하고 동물적인 본능에 의존해야한다.

하지만 케이지 안은 다르다.

얇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글러브.

급소를 공격하지 않음으로 생기는 빈틈.

더군다나 위험한 상황이라면 목숨을 건져줄 심판과 의료진이 존재한다.

‘그거로는 부족해. 더욱 성장을 해야한다.’

상철이 목숨을 잃은 순간부터 단순히 XFC경기 뿐만이 아니라 자신은 어디에서도 칼과 총을 맞을 수 있는 위기에 노출된 것이다.

다시 돌아가야한다.

전쟁의 신으로 불렸던 그 시절의 감각으로.

경수가 칼을 반대 손으로 옮기며 그동안 칼을 쥐고 있던 손을 툭툭 턴다.

긴장감으로 인하여 잔뜩 힘이 들어가자 베테랑인 경수 역시도 손목에 피로가 쌓인 것이다.

경수가 눈을 좁히며 소리친다.

“어설프게 한두 방으로 끝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큰 동작으로 들어가지마.”

“네!”

부하들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태건 역시 뒤에 선 부하들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더 넓게 퍼져 서라. 휘말리지 않게.”

“네!”

부하들은 간격을 더 넓혀 두호를 천천히 압박해간다.

두호의 눈이 끊임없이 주위를 살핀다.

머릿속에서는 수 만가지의 상황이 그려진다.

‘들어온 놈을 그대로 반대 방향으로 밀어내고...’

어느새 채호의 옆에 선 동수가 놀라운 표정을 짓는다.

“단순히 운동선수인줄 알았는데 아닌가 봅니다.”

“잘 봐두세요.”

“네?”

“돈 주고도 못 볼 실력이니까.”

채호의 의미심장한 말에 동수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한 사내가 두호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감을 확인하고 순식간에 달려든다.

“흐아아압!”

채호 마저 놀라게 할 만큼 빠른 속도였지만 애석하게도 두호에게 닿지 못했다.

두호는 찔러 들어온 팔을 그대로 붙잡아 반대 방향으로 던진다.

달려나오는 속도와 두호의 끌어당기는 힘으로 인하여 자신의 무게중심을 잃은 사내가 반대편 사내들에게 날아간다.

공간이 생기자 오히려 파고드는 두호.

한 사내가 방어를 위해 칼을 휘두르자 두호의 오른쪽 어깨를 스친다.

옷이 찢어지고 피가 배어나오는 상황.

그러나 두호는 개의치 않고 사내의 발목을 걷어찬다.

중심이 무너지며 상체가 한쪽으로 쏠리자 두호가 벼락같이 뒷 목을 낚아채 니킥을 꽂아넣는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진 사내는 일어나지 못했다.

‘사람 몸에서 어떻게 저런 파워가 나오지.’

MMA 슈퍼스타인 맥그리거가 말한 것이 있다.

-정확도가 파워를, 타이밍이 스피드를 압도한다.

정확한 시점에 나온 정타라면 굳이 큰 힘을 쏟지 않아도 상대는 쓰러지게 되어있다.

한 사내의 어깨를 밀치고 누군가 벼락같이 튀어나온다.

두호가 미소 짓는다.

‘그렇지. 지금 나와야지.’

경수와 태건이 신중하게 공격할 순간을 재고 있자 두호는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오히려 달려든 것이다.

어줍잖은 숫자 30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제대로 된 실력자 한 명이 더욱 위협적이다.

경수가 무표정한 얼굴로 두호의 어깨를 향해 공격한다.

두호가 기다렸다는 듯이 상체를 숙여 칼을 피해낸다.

경수는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이게 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감각과 대응이다.

순식간에 잡힌 경수의 허리.

이윽고 두호가 힘을 줘 몸을 들어올리자 벨이 울린다.

- 때애앵!

5분이 끝났음을 알린다.

두호는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경수의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고생하셨습니다.”

경수는 얼떨ᄄᅠᆯ한 표정을 지으며 마주 고개를 숙인다.

“고생하셨습니다.”

두호가 한 켠에 앉아 조심히 호흡을 정리한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경수.

‘만약 종이 울리지 않았다면. 난 바로 땅에 메다 꽂혔을 것이다.’

경수의 옆으로 태건이 다가온다.

“그런 사람이다. 이해하려 하지마. 받아들여.”

“네.”

내색하지 않았지만 태건은 두호를 보며 생각한다.

‘진정한 천외천(天外天)이 되었군.’

동수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두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저런 움직임이...”

채호는 놀라하는 그를 보며 말없이 미소 지었다.

동수는 충격에 빠져 뒷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장담컨대 지금 보여주는 움직임들은 옐로우 맘바 캡틴급이나 나올 움직임이다.

단순히 스포츠적인 경쾌하고 명료한 움직임이 아니다.

상대의 숨통을 끊어낼 지독한 허수와 실초의 반복.

그는 싸움을 계속하면서도 끊임없이 심리전과 머리싸움을 시도하는 것이다.

사내들 역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저 자의 움직임을 예측하기엔 불가능한 수준이다.

“왜 경호가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자신 같은 사람들 열 명이 덤빈다 하더라도 당해내지 못할 사람이다.

채호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동수의 어깨를 툭 친다.

“그의 신분이 문제니까요.”

동수는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수미가 손을 들자 태건이 시선을 돌린다.

“다친 놈이나 누운 놈은 모두 빼버려. 좁아진다.”

쓰러진 사내들이 정신을 못 차리자 훈련에 방해가 될 것을 염려한 것이다.

그러자 두호가 고개를 젓는다.

“됐습니다. 늘 좋은 환경에서 싸울 수는 없겠죠.”

두호의 말에 수미가 눈을 찌푸린다.

저 말은 케이지 밖에서도 싸움을 이어갈 수도 있단 뜻.

‘위태로운 상황인가 보구나.’

이윽고 다시 종이 울린다.

-때애앵!

두호의 눈빛이 다시 돌아온다.

긴장과 이완을 완벽히 이해한 듯한 눈빛.

오히려 그 모습에 사내들의 기세가 꺾인다.

“시작하시죠.”

부하들의 기세가 꺾인 듯 하자 태건이 한 발자국 앞서 나온다.

“따라 들어와라. 내가 앞장서마.”

이윽고 태건이 기합을 지르며 달려가자 부하들 역시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간다.

두호는 그 기운을 마치 거대한 산맥처럼 담담하게 받아낸다.

***

미국 플로리다.

바로크가 굳은 표정으로 어디론가 이동중이다.

자신이 미국 전역에 뿌려놓은 첩보원들의 보고를 받고 병력을 모아 급하게 이동하는 것이다.

플로리다 파인섬 옆 작은 인공섬에 옐로우 맘바가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전력은 찰리 팀.

여기서 완벽히 기를 꺾어놓는다면 이 전쟁은 승리를 코앞에 두게 된다.

그의 세단을 뒤로 트럭 수십여 대가 뒤따라 이동한다.

바로크가 조수석에 앉은 부하에게 말했다.

“얼마나 남았나.”

“네 대표님. 15분 정도 후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가깝군.”

확실한 것은 알도프를 대신하여 전면에 나서는 것은 자신이 되어야한다.

알도프의 신분도 신분이지만 자신이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리더로서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총 인원은?”

“회사 직원들로는 50명. 블랙러프 인원으로 100명. 그리고 현지 갱단놈들까지 합하면 얼추 300명 정도 됩니다.”

“많군.”

“네. 갱단 놈들은 파인섬을 빠져나가는 길목에 배치하기로 했고 인공 섬 안에는 몇 사람 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개인섬이다 보니 현지 경찰에게 협조를 끌어내기도 쉬웠습니다.”

옐로우 맘바에게는 주위의 이목을 끌지 않아 좋은 곳이겠지만 자신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곳이다.

더군다나 퇴로 확보와 차단까지 간단한 곳이니 이만한 전쟁터가 없었다.

“오늘 기필코 다 잡는다.”

“네.”

차는 텅빈 도로를 빠르게 달렸고 이내 인공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위로 들어섰다.

바로크가 무전기를 꺼내든다.

“준비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린 바로크 역시 입고 있던 방탄 조끼를 더욱 조여매며 결의를 다진다.

차의 행렬이 중앙쯤을 건너자 엄청난 폭음이 들려온다.

콰콰쾅!

순식간에 자신들이 건너온 다리의 끝부분이 무너지며 도로가 끊겼다.

바로크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꺼내 뒤를 확인한다.

시멘트 먼지와 화약의 냄새가 강하게 풍겨온다.

그 순간 머릿속에 든 불안한 생각.

‘설마...’

이윽고 확신이라도 주듯 운전석의 사내가 크게 소리친다.

“대표님 앞에...!”

바로크가 황급히 앞을 돌아보자 차량 전방에 바리케이트가 세워져 있었다.

눈을 좁혀 바라본 바로크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 위에 서 있는 사내를 바라본다.

‘처음 보는 놈인데.’

눈 앞에 보이는 사내.

그렉이었다.

그렉이 소리친다.

“사격 개시!”

그의 명령과 함께 총탄이 비오듯 쏟아진다.

“제기랄!”

운전석의 사내가 쏟아지는 총알을 미처 피하지 못해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 죽었다.

이윽고 그가 차 핸들을 놓치자 차는 중앙선 콘크리트 가벽을 들이받고 멈춘다.

바로크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차량을 빠져나오는데 성공하지만 얼굴은 싸늘했다.

그는 이 상황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옐로우 맘바가 아니면 저놈들은 누구지. 설마 아카데미?’

고개를 빼 살펴보지만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럼 옐로우 맘바는 어디에 있는 거지...’

트럭들 역시 모두 멈춰섰고 부하들이 쏟아지듯 내린다.

이윽고 시작된 아카데미와의 교전.

어지러운 상황 속 바로크만이 차 뒤에 몸을 숨긴 채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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