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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신이 케이지 안으로-138화 (138/204)

138화 : 절대 두 팔은 떨어트리지 마라

도혁이 매의 눈으로 스코프를 바라본다.

‘하나, 둘, 셋...!’

이윽고 카바나투얀 항구에 저격총 격발 소리가 울린다.

덜컹!

곧 바람을 찢는 소리와 함께 배의 반대편으로 달리던 사내의 등에 적중한다.

“억!”

총에 맞은 사내가 붕 뜨며 앞으로 날라간다.

이윽고 땅에 엎어진 사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메이슨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정말 귀신같은 솜씨군.’

게임속에서나 구현될 실력.

더군다나 흔들리는 배 위에서 움직이는 목표물을 맞춘다는 것은 신기에 가까운 능력이다.

겨우 몸을 숨기는데 성공한 인원이 자신을 포함해 채 6명.

불행 중 다행으로 몸을 숨기니 더이상 총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5분이 넘도록 눈치만 보던 그들이 하나둘씩 시선을 맞춘다.

거친 숨을 내쉬며 슬쩍 주위를 돌아보는 메이슨.

“지금부터 내 말 잘들어. 내가 신호를 주면 각자의 방향으로 바닷속으로 뛰어들어라. 알았나?”

사내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해라. 각자 산개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운이 좋으면 다섯은 살 수 있겠지.”

메이슨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쁘레오. 여기서 살아만 나가면 내가 기필코 찢어 죽여주마.’

메이슨은 천천히 자신의 호흡을 안정시켰다.

“하나. 둘.”

메이슨이 거칠게 소리친다.

“셋! 산개해!”

사내들은 메이슨의 신호에 맞춰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저격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리는 사내들이 겨우 난간을 뛰어넘어 바다로 뛰어들었다.

풍덩풍덩.

잠수한 부하들은 모두 살았다는 안도감에 들떴다.

하지만 메이슨의 표정은 굳었다.

‘제길...’

원래 그의 계획은 부하들을 미끼로 사내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 총소리.

메이슨이 굳은 표정으로 허리춤에 달린 권총집으로 손이 간다.

천천히 권총을 빼어든 메이슨.

‘그렇다는건.’

이윽고 메이슨이 훽하니 자신이 몸을 숨기던 컨테이너를 벗어나 총을 겨눈다.

그러자 어느새 나타난 도혁이 권총을 쥔 그의 손을 양손으로 후려친다.

땅바닥으로 떨어진 권총.

하지만 메이슨은 망설이지 않고 다시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들어 휘두른다.

복면을 쓴 도혁이 허리를 숙여 칼을 피해낸 다음 뒤로 물러선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메이슨이 씨익 미소 짓는다.

“복면을 쓸거였으면 무엇하러 모습을 드러낸거지?”

도혁이 땅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자신의 뒤쪽으로 뻥하니 차버린다.

“물어볼게 있어서.”

메이슨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주위엔 저격을 맞고 쓰러져 있는 사내들이 널려있었다.

“이렇게까지 저지르고?”

“겁을 좀 먹으면. 대답을 잘해줄까 싶어서,”

그 순간 벼락같이 메이슨이 칼을 휘두른다.

도혁이 한 발자국 물러나서 칼을 피해냈지만 메이슨은 재차 공격을 시도한다.

기회를 주지 않고 속전속결로 끝내려는 듯 칼을 휘두름에 망설임이 없었다.

칼을 피해내며 뒷걸음질을 치다 컨테이너에 등이 닿은 도혁.

메이슨의 눈이 빛나며 깊게 칼로 찔러 들어간다.

도혁은 찔러들어오는 메이슨의 팔을 낚아채며 오히려 끌어당긴다.

중심을 잃고 끌려 들어가는 메이슨.

도혁이 팔꿈치로 그의 턱을 때리려 하자 메이슨이 칼을 쥔 손을 풀어 땅바닥을 구른다.

반대편 사선으로 크게 굴러 도혁의 타격 거리를 벗어난 메이슨.

그 모습을 본 도혁이 흥미롭다는 듯 웃는다.

“오호.”

기본적으로 무기를 사용하여 싸우는 군인들과 용병은 무기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

맨손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보다 무기를 사용하여 재빨리 상대를 무력화 시키는게 익숙한 그들이기에.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순간 그들의 뇌는 오히려 굳는다.

하지만 메이슨은 과감하게 자신의 무기를 버리고 타격거리를 벗어나는 선택을 한 것이다.

“감이 좋네.”

여유가 넘치는 도혁과는 달리 메이슨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단 한 방이다.

그것도 제대로 허용하지 않은 한 방.

그러나 그 한 방에 이 자와의 격차가 피부로 느껴졌다.

자신이 밀어붙이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큰 공격을 유도해낸 것이다.

메이슨이 인상을 찡그린다.

이 싸움을 언제 끝낼지는 저 자의 손에 달렸다.

“묻고 싶은게 뭐지.”

자신이 도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채자 전략을 바꾼 것이다.

도혁이 싱긋 웃는다.

“전에는 무기를 어떻게 공급 받았나.”

“뭐?”

메이슨은 도혁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했다.

“원래는 미국 군수산업체에게 정규 거래를 통하여 공급을 받았었다.”

“그렇게 산 무기로 잘도 반군편에서 싸웠구만.”

해머필드는 반군을 지원하기 전 미국 군수업체에서 무기를 거래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해머필드가 반군을 도와주는 것이 적발되어 무기 공급이 중단되었다.

그들이 블랙 러프에 가입한 것 역시 중단된 무기 공급을 위해서였다.

적어도 지구에서 미국과 척을 지고 무기 공급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는 곳은 없으니까.

도혁은 메이슨이 떨어트린 권총을 집어든다.

이윽고 탄알집을 분리해 총알을 하나씩 떨어트린다.

총알을 모두 바닥에 버린 도혁이 탄알집을 다시 결합해 메이슨에게 던진다.

그가 던진 총을 받은 메이슨이 의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본다.

“뭐하자는 거지?”

“목숨을 살려줄테니. 해머필드 수뇌부랑 계산기 잘 두드려봐.”

“뭐?”

“이번 일로 제일 이득을 볼 사람이 누군지.”

도혁은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메이슨은 도혁의 말에 잠시 우두커니 서서 오늘 일을 돌아보았다.

윈스턴과의 무기거래.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방해하는 세력이 있었다.

돈은 사라졌고 무기는 받지 못했다.

그리고 윈스턴은.

생각을 마친 메이슨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포그스컬스 이 개새끼들이...”

그의 주먹이 꽉 쥐어진다.

끼이익!

두호가 오토바이를 멈춰 세우고 헬멧을 벗었다.

이윽고 멀리서 한 무리의 사내들이 다가온다.

맹혁과 그의 직원들이었다.

그가 머리를 긁으며 두호에게 말했다.

“막상 하려니까. 걱정은 되네요.”

두호가 그를 보며 싱긋 웃는다.

맹혁의 사무실에서 두호는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맹혁씨. 혹시 무기 장사를 해보실 생각 없습니까?”

두호의 뜬금없는 말에 맹혁이 당황한다.

지금 말하는 무기장사란 윈스턴의 물건을 뜻한다.

“빼돌리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감당이 되겠습니까?”

단순히 물건을 가로채 이득을 챙기는 문제가 아니다.

윈스턴의 무기를 가로챈다는 것은 곧 블랙 러프와의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다.

맹혁이 아무리 필리핀에서 잘나가는 음지의 상인이라고 하지만 블랙러프에 비할바가 아니다.

도혁이 싱긋 웃는다.

“가로채자는 게 아닙니다. 이름만 걸자는 거죠.”

맹혁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두호가 윈스턴의 무기가 보관되어있는 창고를 올려다보았다.

미사일급의 큰 무기들은 대형 계약이 체결이 되어야 만든다.

그러니 이곳에서 무기를 팔아넘기는 건 개인화기와 소형 유도미사일 정도가 대부분이다.

“누가 옵니다.”

맹혁의 부하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두호가 씨익 미소지었고 맹혁이 눈을 좁혀 멀리서 다가오는 사내들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킨다.

긴장이 가득한 그의 표정은 사내들이 다가오자 점차 밝아진다.

“혁이. 잘 지냈어?”

맹혁이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맨 앞에 선 사내에게 인사한다.

“오랜만입니다. 캡틴.”

다가오는 사내들은 바로 옐로우 맘바의 알파팀이었다.

그리고 맨 앞에 선 사내.

두호의 키도 작은편이 아니었지만 두호가 작아 보일 정도로 태산같은 덩치를 가지고 있는 사내였다.

알파팀의 캡틴이자 도혁의 선배였던 유상철이었다.

악수를 건네는 유상철.

“이렇게 보니 또 반갑구만. 피부가 좀 탔네?”

“네. 필리핀의 해는 뜨거우니까요.”

“그래 좋구만. 그리고...”

두호에게 다가가는 유상철이 악수를 권한다.

“래진 선배에게 말은 들었네. 김도혁이 동생이라고.”

“네. 반갑습니다.”

두호를 바라보는 상철의 얼굴에는 잠시 그리움이 엿보였다.

“좋은 사람이었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살짝 미소지어 두호의 어깨를 두드린 그가 윈스턴의 창고를 올려보았다.

“여긴가?”

“네.”

창고는 총 4곳으로 구분되어있었다.

맹혁은 이제야 두호의 계획을 알아챈 듯 입을 벌렸다.

“그럼 설마...”

“네. 이제 무기 관리는 옐로우 맘바 알파팀이 해주실겁니다.”

두호의 계획은 이러했다.

블랙러프에서 포그스컬스가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윈스턴이라는 독자적인 무기공급망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군수업체와 껄끄러운 관계에 놓여진 다른 용병단체의 상황상 이 정도의 확실한 무기 공급책은 유일한 활로인 셈이니까.

포그스컬스가 무기를 내주지 못하고 돈만 받고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돌면, 포그스컬스의 위치는 급속도로 흔들릴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할 행동은 단 하나이다.

무기를 되찾아 오는 것.

맹혁을 앞세워 무기를 거래한다는 소문을 퍼트려 블랙러프가 회수를 위해 움직이면 옐로우 맘바가 나서서 방해한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찰리팀에게 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법이다.

도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내부 분열도 생긴다면 더 좋고.’

두호가 그의 옆에 나란히 서서 물어보았다.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일단은 양이 너무 많은 것 같으니. 두 개 분량만 챙기고 나머지는 소각시켜야지. 그래야 놈들이 더욱 안달나서 달려들겠지.”

두호는 흡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계획을 하나만 덧붙이자고.”

상철의 말에 두호가 그게 무엇이냐는 듯 올려다보았다.

“블랙 러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모든 용병단체와 군인들에게도 이 정보를 흘리지.”

그러자 두호가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블랙러프의 경쟁자들도 모두 불러모아 그들이 더욱 조급하게 만들겠다는 것.

“우리는 혁이의 경호 정도라고 생각하면 더 편할 것 같네.”

“네. 알겠습니다.”

상철이 뒤를 돌아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창고 두 개 분량만 챙기고. 나머지는 다 소각시켜.”

“네.”

알파팀 인원들과 맹혁의 직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트럭을 몰고 윈스턴의 창고로 향하는 그들.

그 모습을 본 두호가 싱긋 미소짓는다.

***

“네. 제가 바로 알아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바로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윽고 쥐고있던 전화기를 집어던진다.

전화기가 거울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난다.

“쁘레오 이 새끼가...”

쁘레오가 돈을 들고 사라지는 이 모양새는 블랙러프에 소속된 타 용병단체들이 보기엔 의심쩍다.

혹시나 포그스컬스가 돈을 얻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는 것은 아닐지.

무기를 곧바로 보내준다면 상관없겠지만 지금 자신들은 돈도 무기도 없다.

바로크가 호출 버튼을 누른다.

이내 직원 한 명이 다급하게 방에 들어오자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말한다.

“싹 다 들여보내.”

“네!”

직원이 식은땀을 흘리며 뛰쳐나갔다.

담배 하나를 꺼내 문 바로크가 눈을 감는다.

쁘레오가 돈을 들고 사라졌다.

그리고 무기가 보관되어있는 창고가 불타 없어졌다.

하지만 화재 현장에서 두 개 창고 분량의 무기들이 사라졌다.

더군다나 갑작스럽게 필리핀 오퍼상이 무기거래를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고민하던 중 바로크의 대표실 문이 열린다.

수십 명의 사내들이 껄렁거리는 모양새로 들어온다.

군인이라기보단 삼류 왈패와 같은 모습.

그러나 곳곳에서 보이는 상처들이 얼마나 많은 아수라장을 헤쳐왔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바로크가 굳은 표정으로 명령한다.

“눈치 볼 것 없다. 이제 질러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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