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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신이 케이지 안으로-132화 (132/204)

제 132화 : 절대 두 팔은 떨어트리지 마라

두호는 재활 훈련의 여념이 없었다.

어느새 2주차로 접어든 재활 훈련.

부상은 많이 호전되었지만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기에 더욱 훈련에 매진 중이다.

굵은 땀이 두호의 이마를 타고 턱에서 흘러내린다.

주민이 힘을 복 돋아주듯 크게 소리친다.

“자 두호씨 다리 더 뻗고!”

밴드를 발바닥에 걸치고 뒤로 쭉 미는 두호.

얼핏 쉬워 보이는 자세이지만 그의 표정은 일그러진다.

최근 몇 개월간의 강행군으로 인하여 그의 육체적 피로도는 이미 최대치이다.

주민의 관리와 필린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젊은 두호의 몸이라도 진작에 몸이 퍼졌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밴드를 밀어내자 주민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좋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두호는 뒤로 벌러덩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경기가 끝난 후 몸 상태를 다시 끌어올리는 재활 훈련은 몸이 아직 휴식기를 벗어나지 못해 체력적으로 더욱 힘이 들기 때문이다.

주민이 에너지 드링크와 물 한 병을 가져와 두호의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태블릿 PC로 오늘 자 두호의 훈련량과 몸 상태를 기록하는 주민.

두호가 상체를 일으켜 세워 주민의 태블릿 PC를 슬쩍 쳐다본다.

그 모습을 본 주민이 싱긋 웃는다.

“아무래도 최근 일정이 너무 빠듯해서 그런지 몸의 누적된 피로가 많네요. 조금 더 장기적인 측면으로 관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당분간 음식량은 더욱 늘릴게요.”

“네.”

두호는 주민이 가져다 놓은 에너지 드링크의 캔 뚜껑을 딴다.

따악!

그리고 벌컥 마시기 시작할 때 멀리서 채수가 크게 소리쳤다.

“재활 훈련 끝났습니까?”

“어. 지금 들어갈까?”

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두호를 부른다.

“두호씨! 5분 뒤 회의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두호가 입을 옷 소매로 슬쩍 닦으며 대답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채수가 먼저 회의실로 향하고 주민이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어딘가로 뛰어간다.

탕비실 안으로 들어간 주민이 커다란 플라스틱 상자 하나를 꺼내 밖으로 빠져나왔다.

“예수님!”

“네. 여기 있어요!”

멀리서 자료를 정리하던 예수가 무슨 일이냐는 듯 주민을 쳐다보았다.

주민이 미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제가 회의 자료를 챙겨야 해서. 두호 씨 이것 좀 부탁드립니다.”

상자를 받아든 예수가 싱긋 미소 짓는다.

“네. 알겠습니다. 먼저 들어가세요.”

“미안해요!”

주민 역시 서둘러 채수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갔다.

예수는 채수에게 건네받은 상자를 양 팔로 껴안아 두호에게 걸어간다.

두호의 옆에 상차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예수가 곧바로 상자를 열었다.

두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묻는다.

“이게 뭡니까?”

예수가 자신의 손목에 걸려있는 머리끈 하나를 풀어 머리를 뒤로 묶는다.

“아이스 패킹입니다. 이번 재활과 컨디셔닝 중점이 두호씨의 근육 회복에 초점이 맞춰졌대요. 그래서 주민 코치님이 구해오신겁니다.”

상자 안으로 팔을 집어넣어 복대처럼 생긴 비닐 팩 두 개를 꺼냈다.

이윽고 꺼낸 팩을 두호의 양쪽 허벅지에 감는다.

면 끈으로 위 아래를 단단하게 고정하고 팩의 끝 부분에 전원 플러그를 연결하자 순식간에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이내 차가운 기운이 허벅지를 감돈다.

두호가 신기한 듯 아이스팩을 쳐다본다.

“오.”

예수가 그 모습을 보며 싱긋 웃는다.

“시원하세요?”

“좋네요.”

“그럼 이제 회의하러 이동하실까요? 제 손 잡으세요.”

앉아있는 두호에게 손을 뻗은 예수.

아이스 팩으로 다리를 고정하여 일어나기가 힘든 것을 알아챈 것이다.

두호는 싱긋 웃으며 예수의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예수가 허벅지의 감은 팩과 연결된 기기를 들어 옆구리에 낀다.

두 사람은 천천히 회의실로 이동한다.

“아. 그리고...”

그녀가 무언가 말을 망설이는 듯 하자 두호가 말하라는 듯 쳐다본다.

예수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한 번 한다.

“흠. 저녁에 뭐하세요?”

“저는 별 것 없습니다.”

“그럼 같이 저녁 식사 어떠세요?”

두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들고 있던 기계를 자신이 대신 들어주었다.

“네. 좋습니다. 대신 아주 늦게 되십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예수의 얼굴이 슬쩍 붉어진다.

이내 짐짓 별일 없는 척 먼저 걸어가자 그 모습을 보며 두호가 피식 웃는다.

회의실에서 모인 팀 코리안 몬스터.

이번에는 채수가 아닌 탁현이 대형 스크린 앞에 섰다.

“계약서를 토대로 경기 일정이 잡혔습니다.”

탁현이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자 스크린에 띄워진 PPT 화면이 바뀌었다.

경기 일정을 확인한 두호는 눈을 좁힌다.

10월 31.

할로윈데이.

“XFC는 매년 할로윈데이를 맞이하여 파이트나잇 오브 할로윈(FIGHT NIGHT OF Halloween)을 개최합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뜨거운 기념일에 가장 화려한 매치업으로 경기를 구성하죠. 우리의 데뷔전 역시 이때입니다.”

국가적인 기념일과 행사가 있는 날은 자연스레 티켓 판매량이 올라간다.

일 년의 단 하루인 날들을 기념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 특정 행사를 참여하는 것이니까.

탁현이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빠르게 바뀐다.

이윽고 민 머리의 백인 남성의 사진이 떠올랐다.

“이름 데미안 볼크. 국적은 미국이고 한국 나이로는 33살입니다. XFC에서 전적만 20전이 넘게 쌓인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죠.”

채수 역시 그를 알고 있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링 네임 루스리스갱(Ruthless. 무자비한 GANG. 깡패). 단단한 피지컬에서 나오는 슬러거(훅과 어퍼컷 등 휘두르는 큰 펀치를 선호하는 복서)형 복싱 스타일을 가진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무서운 점은 따로 있죠.”

이윽고 화면이 바뀌며 볼크의 경기 영상이 흘러나왔다.

터치 글러브를 위해 손을 내미는 두 선수.

볼크가 터치 글러브와 동시에 기습적인 리드 훅을 크게 휘두른다.

쾅!

상대는 겨우 가드에는 성공했지만 볼크의 엄청난 펀치 파워에 기우뚱거린다.

이윽고 몰아치듯 볼크가 연속으로 펀치 공격을 퍼부었고 상대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상대의 가드가 머리쪽에 고정되있는 그때.

볼크가 벼락같이 상대의 하체를 잡아채 더블렉 테이크 다운을 시도했다.

이내 양 손을 단단히 맞잡고 상대를 번쩍 들어 어깨에 들춰맨다.

이윽고 뒤로 넘어지듯 땅에 내다꽂는 대형 슬램.

순식간에 상대의 상위 포지션으로 올라가 파운딩을 꽂았고 그대로 경기는 끝이 났다.

“NCAA DIVISION (미국 대학 레슬링 리그) 올해의 선수, 2008 미국 레슬링 국가대표, F사가 개최한 그래플링 대회 금메달리스트. 그의 그래플링 실력을 증명하는 엄청난 커리어들입니다.”

볼크가 가진 그래플링의 기록은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레슬링 계에서 탑급으로 손꼽히는 실력의 소유자인 셈이다.

“결국 그의 슬러거형 펀치는 그래플링으로 이끌어가는 하나의 방법인 셈이고, 우리는 그 그래플링을 대처하고 상대를 KO 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두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탁현의 뒤에서 재생되는 볼크의 다른 경기들을 지켜보았다.

뛰어난 맷집과 체력.

그 위에서 피어나는 레슬링 테크닉.

그런 그가 겨우 랭커 최하위권에 위치했다는 점이 XFC 수준을 엿볼 수 있었다.

탁현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두호를 바라보았다.

“내일부터 저희는 저 깡패놈을 때려잡을 준비를 할겁니다.”

VIP 1인 병실 문이 열리고 두호가 들어선다.

그러자 침대에서 누군가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두호를 반겼다.

준모였다.

“형님 바쁘실텐데 여길 왜 오셨습니까!”

두호가 과일 바구니와 함께 평소 준모가 좋아하던 음료수를 책상에 내려놓는다.

“그래도 와야지.”

그리고 옆에 앉아있던 성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한다.

“오랜만이에요. 두호님.”

“네. 몸은 좀 어떠세요?”

“도움 주신 덕분에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이제는 입원치료가 아닌 통원치료로 바뀐 성아였다.

두호와 수미의 도움으로 이제는 일상생활의 문제가 없을 만큼 많이 호전된 그녀.

준모의 옆자리에 앉은 두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살펴보았다.

“몸은 좀 어때?”

“그냥 등이 조금 가렵네요. 흉터가 남을거라는데 뭐 이 정도면 다행인거죠.”

두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자 준모가 사색을 하며 손사레를 친다.

“형님 그러지 마십시오. 제 역할이 원래 이런 것 아닙니까. 다음에 그 시끼를 만나면 제가 콱 그냥...”

그런 큰일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밝은 모습을 보이는 준모가 고마웠다.

“그런데 형님 제가 운전을 못 해드려서 어떻게 합니까?”

“나 면허 땄다. 괜찮으니까 신경쓰지말고 몸 상태나 더 관리해.”

그리고는 두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준모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가시려구요?”

“응. 오늘 해야할 일이 있거든.”

준모는 섭섭한 표정으로 두호를 바라보았다.

“아쉽습니다. 형님. 자주 놀러와 주세요. 여기 병원 밥이 너무 밋밋해서 살 빠지겠습니다.”

두호는 싱긋 웃으며 준모의 어깨를 툭 쳤다.

“그래. 푹 쉬고 다음에 맛있는거 사서 올게.”

성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두호에게 인사했다.

“조심히 가세요.”

“네. 준모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두호가 방문을 열고 나선다.

그는 씨익 미소 지으며 혼잣말을 하며 걸어갔다.

“너 복수하러 가는 거야.”

채호에게 받은 차를 몰고있는 두호.

두호가 백미러를 통해 한 차량을 지켜보았다.

최근 2주 동안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차량.

하지만 직접적인 접촉이 들어오지 않았어도 두호는 알 수 있었다.

준모에게 해를 끼친 사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두호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마치 유인을 하듯 천천히 차를 몰았다.

그렇게 한참을 운전하여 경기도 외곽 IC를 지나쳐 풀이 우거진 비탈길로 들어선다.

그 길을 쭉 따라올라가니 거대한 냉동창고가 하나 나왔다.

냉동창고 정문에 차를 세운 두호가 차에서 내린다.

곧장 트렁크에서 가방 하나를 꺼내들고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 두호.

이윽고 얼마 되지 않아 봉고차 두 대가 냉동창고 앞에 멈춰선다.

차 안에서는 모자와 마스크를 쓴 십여 명의 사내들이 쏟아지듯 차에서 내렸고 조수석에서 한 사내가 문을 열고 내린다.

바르고프였다.

그가 눈을 좁히며 냉동창고를 올려다본다.

“꽤 크네.”

“네. 과거 공성수산이라는 곳에서 사용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창고를 폐쇄하여 경기도청으로 소속이 넘어간 상태라 하네요.”

바르고프가 씨익 미소 짓는다.

들개를 제압할만한 실력을 가진 사내가 아무런 의미 없이 이곳을 찾아왔을 리가 없다.

자신들을 유인할 생각인 것이다.

바르고프가 슬쩍 자신의 뒤에서 전투를 준비하는 부하들이 보인다.

경기관총으로 중무장을 하는 사내들.

베테랑의 전투요원이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 단언코 자신했다.

바르고프가 권총을 꺼내 약실을 확인한다.

이윽고 탄알집을 결합해 장전을 마친 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한다.

“빨리 끝내고 가자.”

냉동창고 안 메인관리실.

바르고프와 함께 한국으로 들어온 모로코가 조심스레 문을 연다.

끼익!

벽이 열리는 왼쪽의 벽면부터 신중하게 시야를 확보하며 천천히 진입한다.

그 순간.

퍽!

어둠속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모로코의 무릎을 걷어차 버린다.

“억!”

단발의 신음소리와 함께 사내가 모로코의 총기를 손으로 걷어내듯 떨어트린다.

이윽고 무장해체 된 모로코의 머리와 가슴에 총알을 한 발씩 박아넣는다.

푸슉푸슉!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순식간에 당해버린 모로코.

어둠 속에서 걸어나오는 사내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난다.

“확실히 감각은 이 몸이 더 좋구만.”

옐로우 맘바 팀 브라보의 캡틴.

김도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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