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쟁의 신이 케이지 안으로-126화 (126/204)

제 126화: 절대 두 팔은 떨어트리지 마라.

“저 자세에서 중심을 잡는 코어의 힘. 그리고 한쪽 다리가 들린 체로도 안전하게 벽까지 버텨내는 완력까지.”

사실상 포드탱은 넘어져야 했다.

그러나 포드탱의 복부코어가 끝까지 두호의 힘을 버텨내어 안전하게 케이지에 등 댈 수 있던 것이다.

케이지에 등을 대면 상대가 그래플러라도 방어하기가 쉬워진다.

케이지를 이용해 중심을 잡기 쉽기 때문이다.

“쉽진 않겠구만.”

탁현이 눈을 좁히며 케이지 안을 바라본다.

“저 친구, 준비 많이했네.”

케이지에 등을 기댄 클린치 상황.

포드탱이 두호를 살짝 밀어 라이트 엘보우를 날린다.

두호가 귀 옆으로 왼팔을 붙여 그것을 막아내고 뒷손으로 카운터를 날린다.

하지만 포드탱 역시 그 뒷손을 고개를 돌려 피해버렸다.

퍼퍼퍽!

두 사람은 마치 합이라도 짠 듯 거친 난타전이 시작되었다.

빠아악!

두호가 기습적인 리드어퍼로 포드탱을 공격했다.

눈으로 좇기 힘든 속도였지만 포드탱이 가볍게 상체를 들어 피해낸다.

쉭!

기다렸다는 듯이 날라가는 니킥.

두호의 눈이 빛난다.

앞으로 나가는 무게중심을 그대로 이용하여 몸을 튼다.

포드탱의 강력한 니킥이 거리가 좁혀지니 힘을 잃는다.

짧은 순간에 주고 받은 무자비한 공방.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탁현이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는다.

“확실히 스트라이킹은 최강이라 불릴만해. 포드탱 선수.”

격투기 경기에는 어떠한 흐름이라는 게 존재한다.

아무리 상반된 스타일을 가진 선수라 할지라도 어디선가 본 듯한.

몇 번은 나온듯한 익숙한 패턴이 있기 마련이다.

수많은 경기를 겪은 포드탱은 경험으로써 방어해낸 것이다.

운동신경과 지능으로 벗겨낸 두호와의 차이다.

둘은 잠시 케이지에 붙어 클린치를 만들고 있었다.

학학!

훗으으!

거친 숨소리가 게이지 밖까지 울린다.

아무런 동작 없이 서로 껴안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놀고 있는 건 아니다.

수(數)가 팽팽할 땐 양쪽 모두 미동도 없는 법이다.

결국 눈동자만 쉼 없이 굴러간다.

누구 하나라도 무리수를 뒀다간 감당 불가한 공격이 쏟아진다는 걸 알고 있다.

확실하지 않으면 함부로 행동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된다.

차아악!

포드탱이 기습적으로 빰클린치를 시도한다.

콱!

번개처럼 두호의 목을 감아버리는 포드탱의 두 손.

그러자 두호는 순식간에 몸을 틀어 옆구리를 바짝 붙인 다음 포드탱의 복부를 때린다.

-쾅

포드탱의 니킥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복부를 공격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인 것이다.

다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때 1라운드가 끝나는 종이 울렸다.

-때앵

심판이 두 사람을 떼어놓고 각자의 코너로 돌아간다.

세컨들이 케이지 안으로 투입되었다.

포드탱의 코치가 차분하게 포드탱의 뒷목을 주무르며 말한다.

“거리가 자꾸 깨져. 거리가 벌어질수록 유리하다고.”

포드탱이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헹구던 물을 탁 뱉는다.

“퉤. 저 새끼. 스텝이 너무 잘게 쪼개져서. 거리를 자꾸 뺏기네.”

스텝이 크면 클수록 접근이 빨라지지만 움직임이 예측된다는 단점이 있다.

두호의 스텝은 잔발에 가까워 읽기가 힘든 것이다.

스으윽!

코치가 수건으로 그의 얼굴을 닦아낸다.

“우리도 보폭 줄이자. 저쪽은 급하게 타이틀매치 성사된 사람이라 재밌는 게임을 해야된다는 압박감이 있을거야. 케이지 레슬링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게 그 증거지.”

포드탱은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2라운드부터는 템포좀 끌어 올려야겠군. 저 새끼 목을 잡아 비틀어야 하는데.”

포드탱의 코너만큼이나 두호의 코너 역시 분주했다.

“두호씨. 1라운드 잘 해줬어요. 거리감은 잡았으니까. 천천히 녹여봅시다.”

“네.”

채수가 자신의 장갑에 덜어온 바셀린을 두호의 눈가에 발라준다.

“엘보우 조심하구요. 낙무아이들은 킥과 빰클린치만 있는게 아닙니다. 게다가 이런 극 단거리는 엘보우 나오는 게 보이지 않으니. 팔꿈치 위치 절대 놓치지 말아요.”

두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작전 시작 해야죠?”

채수가 빙긋 웃는다.

“전 세계에 충격 한 번 줘야지.”

탁현도 한마디 거들었다.

두호가 지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땡

“2라운드 파이트!”

1라운드의 탐색전은 끝났다.

이제 준비해온 자신의 이빨이 상대의 목덜미를 잡아야하는 순간이 왔다.

제법 먼거리에서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는 두 사람.

부우웅!

여지없이 원거리 킥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포드탱.

가드째로 부숴버릴 듯한 박력을 보여주는 하이킥이 두호의 팔에 막혔다.

펏!

두호의 눈이 빛난다.

‘이건 뜨랑크가 보여준 기술.’

뜨랑크가 이 기술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속절없이 KO 당했을 만큼 위협적이다.

두호가 숨을 가다듬는다.

이상하게도 먼 거리였는데 두호는 원투를 시도했다.

포드탱이 히죽 웃으며 카운터로 받아친다.

두호의 몸이 멈칫했고 거리상 맞아야 하는데 포드탱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사사사악!

그 사이 다시 재진입 하는 두호.

포드탱은 흠칫 놀란 반응이었다.

‘뭐야.’

두호의 원투가 그림 같이 꽂혀 들어간다.

싱긋 웃는 그의 표정에 작전이 성공적임을 알 수 있었다.

두호의 세컨들 역시 빙긋 웃는다.

포드탱을 상대할 작전 중 하나인 포켓존.

그러나 포켓존은 진입하는 것이 문제이다.

상대도 그것을 알기에 포켓존으로 진입하는 것을 저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두호는 한가지 해법을 찾았다.

페인팅을 통하여 그 거리로 진입하는 것.

움직임을 잠시 멈췄다가 상대의 카운터 타이밍에 다시 진입하는 것이다.

작전상 거리에 다시 도착한 두호.

슉!

지금부터는 두호의 시간이었다.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공격.

퍽!

파파팍!

정타도 있고 헛손질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드탱은 조금씩 밀려난다.

싸움은 같이 붙어야 피해가 적다는 걸 알면서도 기선을 빼앗긴 탓에 쉽지 않다.

빡!

안면에서 하체로.

복부에서 다시 안면으로.

커리어 내내 이 정도의 압박을 당한 적이 없던 포드탱의 이마가 꿈틀한다.

‘분석 영상으로는 분명히 이 정도의 실력이 아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이대로 흘러갈 수 없던 포드탱은 두호의 가슴팍을 있는 힘껏 밀었다.

거리를 떨어뜨리려는 의도였다.

두호가 상체가 들린다.

포드탱은 본능적으로 위기라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밀리면 아웃이다.

그렇다면 같이 승부를 내야한다.

-빠악!

포드탱이 맞서 하이킥을 날린다.

두호의 옆 머리에 적중한 포드탱의 하이킥.

쿠후!

두호는 터지는 신음을 삼킨다.

촥!

중심을 잃으면서 피하지 못했다.

두호는 꼿꼿하게 바닥으로 엎어졌다.

케이지 아래 있던 탁현과 채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우려하던 상황이.’

포드탱은 노련하다.

처음에는 두호를 얕보다 밀린 것이다.

그러다 맞다보니 자칫 자신도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정면으로 충돌해온 것이다.

정면충돌은 노련한 경험자가 앞선다는 것이 케이지의 상식.

두호 또한 자신감을 갖고 마음을 잠시 풀었다.

흐름을 기다리기보다는 때로는 흐름을 거역하는 것도 승부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포드탱은 알고 있는 것이다.

커리어 최초로 넉아웃 위기에 처한 두호.

화아악!

포드탱이 이를 악물고 엎어진 두호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든다.

두호의 상위포지션에 도착한 포드탱.

어깨가 위로 들릴 만큼의 힘을 주어 세차게 내리꽂는 포드탱.

그 순간이었다.

내려치는 팔을 고개만 틀어 살짝 피해낸 두호가 그의 팔과 뒷목을 잡아챈 것이다.

초크가 아닌 상대와 몸을 바싹 붙여 공격할 틈을 안주겠다는 의도.

두호의 이마에는 피가 흘렀고 눈에 띄게 호흡이 거칠어졌다.

포드탱은 이를 악물고 공간을 만들려 했지만 두호 역시 필사적이었다.

“이 새끼가...”

탁현과 채호의 눈이 빛난다.

두호의 기적 같은 생존이다.

기습적으로 날아온 포드탱의 하이킥을 놀라운 스텝을 이용해 비켜 맞은 것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꽂혔고 TKO였다.

쓰러지며 바닥에 충돌한 머리가 어느 정도 정신을 회복시켜 준 것이다.

“그라운드 디펜스가.”

채수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래플링 상황에서 방어 연습은 잘 되어있나를 묻는 것이다.

탁현이 눈을 좁히며 대답한다.

“괜찮아. 문제는 체력인데.”

큰 공격을 허용하면 체력이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체력훈련과는 다른 의지의 영역.

지금 두호는 팔조차 드는 것이 힘들 테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포드탱이 겨우 두호의 팔을 뿌리치고 재차 공격하려 했다.

포드탱이 흥분에 겨워 주먹을 높이 들어 올렸다.

이걸 허용하면 어디 하나 제대로 망가질 것 같다.

그 순간에도 두호는 눈을 크게 떴다.

핏물속에서도 눈동자가 붉게 타오른다.

내려치는 펀치에 맞춰 몸을 튼다.

자신의 다리를 포드탱의 어깨에 걸어 팔을 잡아챈다.

리버스 암바!(REVERSE ARMBAR. 일반적으로 배가 하늘을 보는 암바가 아닌. 배가 땅에 붙은채 거는 암바).

포드탱이 고통에 이를 악문다.

두호 역시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그러나 탁현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평소 같으면 팔을 부러뜨릴 정도의 완벽한 각이지만. 지금은 체력이 없어 붙잡아두는 게 고작.’

완벽한 그립이었지만 탭이 나오지 않는 것이 그 증거였다.

포드탱이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진다.

‘다 죽어가는 놈이. 어디서 잔재주를.’

포드탱은 뒤로 눕듯이 한 바퀴를 구른다.

롤링.

그 역시 종합격투기 챔피언으로 그라운드를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자세가 풀리며 떨어진 두 사람.

그러나 비틀거리듯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야생에서 포식자의 싸움은 기가 눌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느 한쪽이 전투불능의 상태가 되어야 끝이 난다.

서로에게 다시 다가가는 그 순간.

-때앵

2라운드가 끝나는 종이 울렸다.

그러나 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서로에게 걸어간다.

이마를 맞대고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

심판이 떼어 놓으니 그제서야 코너로 돌아간다.

“명품 경기야!”

“좋다. 포드탱, 그만 끝내.”

의자에 앉은 두호.

채수가 천 거즈로 두호의 옆 머리를 짓누른다.

하지만 피의 양이 많아 지혈이 잘 되지 않는다.

“괜찮습니까?”

“그럼요.”

두호의 눈빛은 오히려 차분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이 모습이 전광판에 그대로 송출되자 채호가 미소 짓는다.

‘형님 열 받았군.’

화날수록 표정이 부드러워지는 도혁이다.

뜨거운 기름일수록 수증기가 나지 않는다.

분노와 자존심이 극도로 달궈졌다.

땡.

포드탱이 히죽 웃으며 다가온다.

“어이 코리안. 잘 버티네.”

비아냥 거린다.

도발 역시 경기 전략의 하나다.

“골통을 깨부술 수 있었는데.”

두호가 달려든다.

그러나 그 속도는 궤를 달리한다.

지쳐 허우적거리던 두호의 몸놀림이 아니다.

단 한 번에 숨통을 끊겠다는 대쉬.

포드탱을 빠져 나가지 못하게 사각을 잡고 원투를 뻗는다.

-퍼퍽!

포드탱이 뒷손을 날려 얼굴을 노린다.

스윽!

두호는 슬쩍 고개를 뒤로 젖혀 흘려보낸 뒤 주먹을 뻗느라 앞으로 굽어진 포드탱을 밑에서 쳐 올린다.

완전한 힘이 실린 어퍼컷.

-빠악.

정확하게 맞은 포드탱이 휘청하며 뒷걸음질을 친다.

중심을 잡고 앞을 바라보았을 때 두호가 없다.

“어?”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낄 때 갑자기 트레이저 스타디움의 조명이 쏟아지는 천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쾅!

-그림 같은 테이크 다운. 엄청난 완성도의 기술입니다.

어나운서가 자리에 일어나서 소리친다.

순식간에 상위 포지션을 차지해낸 두호의 이마에서 피가 한 방울 떨어진다.

그 피는 포드탱의 이마에 묻었다.

쿠욱!

파운딩을 쏟아낸다.

한 방 두 방.

삼십 초가 넘어갈 정도로 몰아치는 파운딩에 조금씩 포드탱의 가드가 헐거워진다.

-쾅쾅

대장간의 칼을 담금질하듯 쉼 없이 쏟아지는 공격.

조금씩 포드탱의 그의 가드가 열렸다.

심판이 다가와 가까이 지켜본다.

눈에 흰자위가 보이며 팔이 올라오지 않는 포드탱을 바라보며 황급히 달려들었다.

와락!

포드탱을 이불처럼 감싸며 팔을 흔드는 심판.

‘경기 끝! 백두호 선수가 킹 챔피언쉽 미들급에 새 바람을 불어넣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