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쟁의 신이 케이지 안으로-114화 (114/204)

제 114화 : 단단하게 받아쳐라.

옐로우 맘바는 크게 4팀으로 구분되어있다.

알파(ALPHA).

브라보(BRAVO).

찰리(CHALI).

델타(DELTA).

브라보는 기본적으로 첩보와 소규모 폭파작전 그리고 요인암살의 특성을 뛰고 있다.

용병의 역할 중 가장 비밀스러운 임무를 맡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찰리는 다르다.

대제압팀.

힘 대 힘으로 붙었을 경우 압도적인 실력행사를 위하여 조합된 팀이다.

옐로우맘바의 특성상 브라보가 시그니쳐지만 팀 전체 화력으로만 따지자면 찰리가 가장 강하다.

래진은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서둘러.”

“네. 알겠습니다. 찰리 전원 복귀시키겠습니다.”

전화는 끊어졌고 래진은 씨익 미소 지었다.

“오랜만에 전쟁터로 복귀하겠구만.”

“선배, 여긴 서울입니다. 중동이나 아프리카가 아닙니다.”

“나도 알아.”

대답이 차갑다.

그건 이미 결심을 했다는 뜻이다.

즉, 서울이 아니라 뉴욕일지라도 대세를 거를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도대체 뭐가 뭔지.’

십여 개 용병 업체가 카르텔을 형성했고 그들 연합팀에 도혁이 당했다.

그리고 이제 한국까지 쳐들어와 무언가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래진의 설명이다.

채호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 바닥을 떠났다.

유일한 생존자이기 때문에 세상을 떠난 다른 팀원들에게 늘상 미안함을 갖고 살아왔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복수 운운하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채호는 심란한 표정으로 현관으로 들어간다.

두호는 한 행사장에 나와있었다.

흰 천막 아래서 상자 하나를 간이 책상에 턱하니 올려놓았다.

더운 날씨로 인하여 대형 강풍기를 틀어놓았지만 소용없을 만큼 날은 덥다.

이마에 땀방울이 뚝 떨어진다.

준모가 나시만 입은 채로 박스하나를 들고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진짜 이게 사람잡는 날씨 아닐까 싶네요.”

“덥긴 덥네.”

이라크의 날씨도 경험해본 두호지만 확실히 한국이 더욱 덥다.

건조한 그곳과 달리 습한 것이 문제다.

예수 역시 평소 같은 정장차림이 아닌 편한 운동복 차림이었다.

“두호씨. 야탑고 권투부 선수들 도착했습니다!”

두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 밖을 빠져나갔다.

멀리서 권투부 친구들이 몰려온다.

맨 앞에 양성학이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손을 흔든다.

“두호야!”

“오셨습니까, 감독님.”

권투부 친구들은 양성학의 뒤에 일렬로 도열해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

“반갑습니다. 선배님!”

두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었고 곧장 양성학에게 다가갔다.

“잘 지내셨습니까.”

“제자를 잘 두니 이런 호사도 누리는구나.”

오늘은 과거 두호의 스폰서인 한빛 제빵과 야탑고 권투부에 후원 기념 행사이다.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배급하고 빵을 선물할 것이다.

오늘의 봉사자들은 두호의 후배인 권투부 친구들이다.

두호의 소개로 한빛 제빵에서 모교 권투부에 후원을 시작한 것이다.

한빛 제빵 역시 PRIDE-K 이후 두호의 덕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점은 100여개가 넘어갈 정도로 늘어났다.

“이렇게 만나게 되니 반갑습니다.”

한 무리의 직원들과 함께 등장한 고령의 사내.

낡은 중절모와 빛바랜 회색 양복이 그가 보여지는 것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인 걸 알게 한다.

한빛 제빵 김성길 대표이다.

과거 보육원 시절 이후 처음 만나는 거니 약 35년 정도만의 만남이다.

“영광입니다. 두호 선수.”

“처음 뵙겠습니다. 백두호입니다.”

김성길은 웃는다.

두호를 바라보는 부드러운 시선은 진한 인간미로 채워져 있다.

어느 시인은 현대인의 눈빛을 ‘삭막하고 표독스럽다’고 했다.

맹수가 인간의 탈을 쓴 것 같다고 할 만큼 손톱 만큼의 인정도 뿜어내지 않는 우리 모두의 눈과는 다르다.

온갖 비바람 속에 살아 남았기에 야생초가 아름다운 것처럼 김성길은 훈훈한 시선을 보낸다.

“두호 선수의 능력이 저희 회사까지 살리고 있군요.”

“빵이 맛있어서 아닐까요.”

두호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양성학을 불렀다.

“저희 은사님이자. 야탑고 권투부 감독이신 양성학 감독님이십니다.”

김성길이 반가운 듯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감독님. 김성길입니다.”

“양성학입니다.”

자신이 현역이던 시절 그 흔한 스폰쉽 한 번 제안받지 못했었다.

교육자로서 활동하는 지금 제자로 인하여 이런 스폰쉽을 체결하는 것이 신기한 양성학이었다.

양성학은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예수가 직원들 몇 명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하더니 이내 두호에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행사 준비 끝났습니다.”

두호가 트럭을 향해 말했다.

“시작하시죠!”

곧 큰 트럭에 문이 열리며 배식차가 등장했다.

김성길 역시 팔을 걷으며 의지를 다졌다.

“자 어디 한 번 지역사회에 이바지 해봅시다!”

양성학은 고개를 끄덕이며 권투부 아이들에게 말했다.

“애들아 열심히 해라.”

“네!”

두호도 앞치마를 두르고 반찬통 앞에 섰다.

예수가 그의 왼쪽 준모가 오른쪽에 섰다.

행사가 시작했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리니 곧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번 행사 대상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접근도 막지 않았다.

그들에게도 무료 식사권을 나눠준 것이다.

“두호 선수 팬이에요!”

“오빠 너무 잘 생겼어요.”

두호의 팬들로 보이는 여고생들이 배식을 받으며 소리친다.

우르르 몰려와 사진을 찍어댄다.

두호에게 사진찍어도 되느냐는 질문 따위는 없다.

그냥 붙어 찍고, 팔짱 끼고 찍고, 오누이 마냥 뺨이 닿을 듯 들이대고 찍는다.

“역시 우리 형님은 격투기계의 BTS였어.”

사람들은 더욱 몰려 들었다.

그들 모두 식사보다는 두호를 보기 위함이다.

밀려드는 사람들로 봉사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지만 얼굴은 더욱 밝아졌다.

“천원 씩만 받아도 떼돈인데.”

준모가 아쉽다는 표정을 했다.

반찬을 배식하던 두호가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람들을 쭉 훑어보던 두호가 옆에 있는 준모를 향해 말했다.

“준모야 여기 화장실 어딨지?”

“네 형님, 저쪽 공원 뒤쪽에 공중화장실 있습니다. 깨끗하던데요.”

“금방 올 테니까 반찬 배식 좀 부탁하자.”

“금방 안 와도 됩니다. 염려 말고 다녀오세요.”

두호는 자리를 벗어났다.

화장실은 행사장에서 300여미터 떨어진 공원 입구에 있었다.

두호는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 사라졌다.

야구모자를 눌러쓴 사내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남자 화장실은 텅 비었다.

좌변기가 있는 세 개의 문은 모두 닫혔는데 첫 번째와 세 번째 문은 비었다는 표시가 있고 가운데만 사용중이라는 빨간 글씨다.

스윽!

허리춤으로 손이 향한다.

한 자루 칼이 뽑혀 나왔다.

사용중이라는 문 앞에서 멈춘 사내가 길게 호흡을 하더니 닫힌 문을 사정없이 걷어찼다.

콰앙!

잠금 장치가 터져나가며 문이 열렸다.

없다.

좌변기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사내가 잠시 당황한 표정을 할 때 비어있다는 표식이 있는 화장실 문이 소리없이 열리며 두호가 나타났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 뒤 위로 넘어가 옆 칸에 있었던 것이다.

퍽!

고개를 돌리는 사내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휘청거리는 사내의 복부와 턱에 원투가 연이어 꽂힌다.

사내는 고통스런 얼굴을 하면서도 칼을 휘둘렀다.

탁!

두호는 칼을 쥔 사내의 팔을 팔꿈치에 끼워넣고 팔을 부러뜨렸다.

“으훅!!”

사내가 비명을 질렀고 두호는 머리채를 거머쥐더니 소변기에 사정없이 찍어 버렸다.

뻑!

뻑! 뻐어억!

세 번을 더 찍고 완전히 떡이 된 사내를 화장실 변기 칸으로 밀어 넣었다.

사내는 변기 위에 주저 앉았는데 얼굴에서 피가 흘렀다.

“누구십니까?”

사내는 거의 넋이 나간 상태였다.

여전히 입이 막혀있어 아무런 말을 못하는 그를 보며 두호가 스산한 목소리로 말한다.

“블랙러프인지 뭔지 하는 곳인가?”

손을 떼 주었지만 사내는 여전히 침묵이다.

똑!

사내의 손가락 하나가 부러진다.

컥!

그야말로 단발마의 비명이다.

두호는 어금니를 물고 있는 사내를 내려다 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채호야, 물건 하나 좀 싣고 가야겠다.”

전화를 끊고는 이내 사내의 뒷목을 강하게 후려쳤다.

기절한 사내는 축 늘어졌고 두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사내는 눈을 떴다.

어지럽다.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고 얼굴에 무엇인가를 뒤집어 씌운 듯 시야는 없다.

얼굴이 터져 나갈 것 같다.

“으음!”

사내는 자신이 지금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걸 알았다.

슥!

복면이 벗겨졌다.

낯익은 얼굴 하나가 지척에서 내려다 보는데 래진이었다.

사내는 눈동자를 움직여 주위를 살폈다.

쭈그러지고 바퀴 빠진 승용차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폐차장이다.

기억을 더듬어 정리하던 사내는 어금니를 물었다.

화장실에서 두호에게 무너진 것까지가 기억의 전부다.

그그극!

래진은 자동차 좌석 하나를 끌고 와 앉았다.

“확실히 심문은 내 스타일이 아닌데. 상황이 상황이니까.”

래진이 히죽 웃더니 어깨춤에 달린 칼집에서 칼을 하나 뽑아든다.

씰 펍(SEAL PUB).

특수부대 네이비씰에서 사용대는 특수전 나이프이다.

세월로 인하여 손잡이는 헤지고 닳아 있었지만 칼날만큼은 서슬퍼렇게 빛난다.

“용병 업계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짓이 뭔지 알아?”

매달린 사내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마약 거래, 무기밀매, 용병 연합이야.”

일반적인 회사와 달리 PMC(민간 군사 기업 : Private Military Company)는 무기를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다보니 하루이틀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들만의 규칙, 어떤 국제법보다 분명한 룰 하나가 있다.

바로 마약과 무기밀매, 그리고 불법을 목적을 위한 연합이다.

“블랙워터, 지금은 아카데미로 회사 이름이 바뀌었는데 그곳을 세운 에릭 프린스가 한 말이 있지. 이 세 개를 안 지키면 그때부터는 용병이 아니라 범죄집단이다.”

래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내에게로 걸어간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 잘해. 그러면 살 수 있다.”

싸아아!

래진은 사내의 경동맥을 얕게 그었다.

사내는 순식간에 목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헛기침이 계속해서 나오고 두통이 시작된다.

주르륵!

피가 흘러내린다.

“한 20분 정도 걸릴거야. 경동맥 근처 핏줄이 혈류량을 못 버티고 터질거야. 그러면 과다출혈로 죽게 되겠지.”

래진의 말이 맞다.

이대로 놔두면 자신의 생명은 길어야 30분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다.

“블랙러프에 소속된 용병 단체들 이름을 대.”

사내는 필사적으로 목을 한쪽으로 꺾어 피가 나오는 양을 줄이려 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그걸 보며 래진이 웃었다.

“목을 그렇게 뒤틀면 글쎄, 10분 정도는 더 연장되지.”

촤악!

래진이 칼을 재차 그었다.

상처는 더욱 깊게 벌어졌고 피는 쏟아진다.

“모릅니다. 난 내가 속한 곳 말고는.”

래진의 눈이 좁혀졌다.

합쳐졌는데 서로를 모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배신.

서로를 모른다는 건 조직내에서 함부로 배신을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가 내 편인지 모름으로 인해 함부로 적과 내통하거나 조직에 반하는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우두머리가 누군지 모르지만 매우 능숙한 용인술을 갖고 있다.

“그럼 소속은 어딘데?”

래진의 표정은 부드럽다.

하지만 사내의 마음은 전혀 편하지 못했다.

살인자의 얼굴은 항상 자상하다.

“사...산티나 마크입니다.”

래진이 턱을 쓰다듬으며 산티나 마크에 대하여 떠올린다.

‘산티나 마크라면 러시아 카잔 출신의 용병들로 구성된 기업인데.’

아무래도 자신이 추측한대로 러시아와 아프리카측에서 활동하는 놈들의 연합은 맞는 것 같았다.

“근데 아까 그 사람은 왜 덮친 거야?”

백두호를 공격한 것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는 래진이었다.

사내가 망설인다.

래진이 칼이 다시 움직이자 사내는 빠르게 말했다.

“죽이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죽여?”

래진의 눈이 삼각형으로 모아졌다.

“그 사람이 누군진 알아?”

“백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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