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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610화 (610/616)

<6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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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주(荊州)를 장악했다.

마침내 익주(益州)를 굴복시켰다.

이역만리에 위치한 교주(交州)가 종속되었다.

천하가 통일되었다.

난세가 종결되고 평화가 다가왔다.

정벌군의 승전보가 연이어 울려퍼질 때마다 백성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수많은 생명들을 끔찍하게 먹어치운 난세가 드디어 쓰러졌음을 느끼면서 천하통일의 대업을 완수한 천하제일검을 경외했다.

“난세가 끝났다!”

“한나라 만세! 위나라 천세!”

“크흐흑! 드디어… 난세가 끝나다니! 이제야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어.”

괴물이 죽었다.

난세라는 이름의 괴물이 쓰러졌다.

만세를 삼창하며 기뻐했다.

기쁨과 감격에 벅찬 눈물을 흘리기로 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감내했던가.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계속 희생을 강요당해야 했다. 가족과 친지들의 주검을 차디찬 황무지에 파묻으며 절망만을 토해냈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걸세!”

“다시 돌아갈 수 있다니… 정말이지 꿈만 같구먼!”

위나라에 정복당한 남방의 백성들도 함성을 내지르면서 기뻐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가족과 친지들이 있는 땅으로 돌아갈 수 있다.

참화를 피하고자 형주와 익주로 도망쳤던 백성들은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떠안았다. 계속 요원하게 느껴졌던 실낱같은 희망이 마침내 현실이 되었으니까.

“드디어 끝났구먼….”

“참으로 영원처럼 길고 지독한 시간이었소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사대부와 호족들도 안도의 한숨을 흘리면서 고조된 분위기에 동조했다.

천하제일검 이성휘가 익주를 정복하고 교주의 투항까지 받아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에 사대부와 호족들은 크게 기뻐하며 위나라의 천하가 결국 도래할 것임을 직감했다.

한(漢)은 끝난다.

난세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할 터.

인과응보가 아니겠는가.

시산혈해의 난세를 불러들인 한나라는 재액을 떠안고서 사라져야 마땅하다. 도탄과 고통에 시달렸던 사대부와 호족들은 한나라에 적개심을 내비쳤다.

위(魏)의 시대가 펼쳐지리라.

머지않아 어린 황제에게서 황위를 찬탈하겠지.

한나라는 빈껍데기일 뿐,

살아있는 산송장에 불과했으니까.

백마지맹을 위반한 조조가 위나라를 건국했을 때부터 이미 한나라는 망자나 다름없었다. 권력의 흐름에 예민한 사대부와 호족들은 찬탈을 직감했다.

“나는 위나라를 따르겠소!”

“한나라가 불러들인 난세를 토벌하신 위왕이야말로 천하의 주인이 되기에 적합하오.”

찬탈은 시간문제였다.

천하통일의 완수.

위나라는 절대적인 대의명분을 쥐고 있었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동원하여 천하를 제패했던 위나라를 누가 막겠는가. 13주를 장악하고 민심까지 거머쥔 조조는 만승천자가 되어야 마땅했다.

“대장군이 돌아온다고 하오!”

“그, 그게 사실이오?! 대장군이 돌아온다니…!”

“천하를 제패한 영웅께서 돌아오시는군. 어서 천하의 영웅을 맞이할 준비를 하세나!”

남방 정벌의 선포된 이후로 반년이 흘렀다.

이성휘가 돌아온다.

대장군의 군세들이 중원에 도달했다.

검 한 자루로 천하를 제패했던 영웅이 마침내 귀환의 여정에 올랐다. 첩첩산중에 위치한 익주까지 점령한 이성휘의 무명은 산천초목마저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대장군께서 오셨다!”

“북을 크게 쳐라! 나발을 크게 불어라!!”

“영웅의 귀환이다! 천하의 영웅께서 드디어 돌아오셨다! 군중들은 어서 영웅을 맞이하라!”

장안(長安)의 백성들이 크게 기뻐했다.

낙양(洛陽)의 백성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성휘가 한나라의 도읍들을 횡단하자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환호했다. 천하를 거머쥔 영웅의 모습을 눈에 담고자 안간힘을 썼다.

“주군, 대장군이 형양을 넘었습니다.”

형양(滎陽)을 넘었다.

머지않아 허도(許都)에 도달하게 될 터.

행군속도가 매우 빨랐다.

분명 강행군을 거듭하고 있는 것일 터.

이성휘가 병마들을 계속 재촉하면서 귀환을 서두르고 있었다. 곽가의 보고에 조조는 코웃음을 치면서도 쑥스러움이 느껴지는 반응을 보였다.

“흥, 그래도 가족들이 보고 싶었던 모양이지? 이역만리에서 계속 고군분투를 했었을 테니…. 당연히 가족들이 그리웠을 만도 하지.”

질투의 화신으로 돌아선 아내를 두려워하여 행군을 지체한다면 노여움이 산불처럼 거세질 터.

이성휘는 호랑이를 붙잡고자 거처로 뛰어드는 사냥꾼의 심정으로 강행군을 거듭했다. 기민한 행동 덕분에 아내의 노여움이 잠깐이나마 잦아들었다.

머지않았다.

곧 아내와 재회하게 되리라.

그로부터 1주일 뒤-.

이성휘는 마침내 허도에 도착했다.

이윽고 위나라의 참모들은 주군의 상태를 예의주시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고요한 폭풍전야에 들어선 심정으로 촉각을 곤두세웠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라고 했던가?

안타깝게도….

그 잠언(箴言)은 먹히지 않을 터였다.

연이은 숙청으로 수많은 정적들을 제거했던 철혈의 군주가 바로 아내였기 때문이다.

* * *

천하제일검이 돌아왔다.

영웅의 귀환이다.

13주를 제패한 천하의 명장이 입성했다.

천하통일을 완수한 영웅이 돌아오자 허도는 뜨거운 환열에 휩싸이게 되었다. 시가지에 집결한 수많은 군중들은 영웅의 귀환을 진심으로 환대했다.

“대장군께서 귀환하셨다!”

“영웅의 개선이다! 중원을 구한 영웅께서 오셨다!”

장안과 낙양에서 그러하였듯,

허도의 백성들도 이성휘를 열렬히 추앙했다.

황실과 조정을 구한 전쟁영웅.

천하 13주를 거머쥔 위나라의 개국공신.

경국지색의 미녀들을 처첩으로 들인 당대의 호걸.

영웅의 출현을 기다려온 난세의 군중들은 천하제일검을 경애했다. 수많은 호걸들을 집대성한 완벽의 영웅과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돌아오셨네요, 주군.”

"공달."

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으면서 맞이해주었다.

위위(衛尉) 순유.

아름다운 참모가 다가왔다.

안 본 사이에 더 아름다워진 것 같았다.

밤색 눈동자가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면서 매력을 자아냈다. 이성휘는 순유를 두 눈으로 응시하면서 마침내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허도에 무슨 일은 없었나?”

“으응… 있기는 하죠. 지금도 진행되는 중이예요.”

“…….”

“대책을 마련해볼게요.”

허도에서 불상사가 벌어졌다.

변고.

본인이 바로 상서롭지 못한 변고였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곤혹을 토로하는 순유의 답변에 이성휘는 식은땀을 흘렸다. 황급히 주변을 훑어보던 이성휘는 아내가 개선식에 불참했음을 알게 되었다.

“아만이 많이 화났겠지.”

“그래도 다친 사람은 없으니까… 화해의 여지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들 하잖아요.”

흐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이다.

과연 물 베기일까.

사람 베기로 이어지진 않을까?

살얼음판에 앉은 위태로운 기분이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대장군의 꾀주머니가 바로 옆에 있는데 뭐가 심려되세요?”

“…….”

너한테도 책임이 있다만.

문약에 이어 끼어들었잖아.

의기양양한 목소리와 함께 어깨를 으쓱이는 순유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오히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진 않을까 걱정이었다.

“문약은?”

“당연히 건강하시죠. 장군들도 모두 무사해요.”

무탈하다.

평소처럼 건강하시다.

순유의 대답에 크게 안도했다.

“우선 아만을 만나볼 생각이다. 혹시라도 만나주지 않는다면… 아이들이라도 만나봐야지. 아빠가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렸을 테니”

“네, 알겠어요.”

하북과 남방을 연이어 정벌하면서 가정에 소홀해지고 말았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회상하며 잠시 입을 다물었다.

많이 자랐을까?

그동안 반년이 넘게 흘렀으니까….

혹시라도 아빠의 얼굴을 잊어버리진 않았을지 노심초사하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 * *

성대한 개선식이 열렸다.

유협이 참석했다.

뒤이어 조정대신들도 다가왔다.

주변을 철통처럼 경계하는 병력과 구름처럼 둘러싸인 군중들이 사방에서 북적였다. 이성휘는 유협과 조정대신들을 맞이하면서 남방의 승전보를 보고했다.

“영예로운 주군, 그동안 무탈하셨사옵니까? 소녀는 이역만리까지 출정하신 영예로운 주군께서 항상 무탈하기를 기원하였사옵니다.”

잿빛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인이 이성휘에게 예를 취하면서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광록훈(光祿勳) 가후.

순유를 이어 가후가 영예로운 주군을 환대했다.

천하통일의 대업을 훌륭하게 완수한 주군을 바라보면서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함께 참전하지 못하여 안타깝다는 아쉬움이 머금은 미소에서 느껴졌다.

“허도를 지켜주어 고맙다. 덕분에 전력으로 정벌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과찬이시옵니다.”

개선식이 종료된 뒤-.

이성휘는 곧장 저택으로 향했다.

가족들이 있는 장소.

이역만리에서 항상 그리워했던 안식처.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그리워했기에 빠른 발걸음으로 향했다. 이윽고 이성휘는 가후와 함께 저택에 도달하게 되었다.

“…….”

대문에 도착한 순간,

이성휘는 어느 푯말을 목격하게 되었다.

『난봉꾼 출입금지. 썩 꺼지지 않으면 찬물을 부어버리겠음.』

악의가 넘쳐흐르는 문구가 아닐 수 없었다.

대문에 내걸린 푯말.

그를 바라보던 이성휘와 가후는 할 말을 잃었다.

무거운 한숨을 내쉬면서 현모양처의 악의를 짐작해본 이성휘는 이윽고 양손을 뻗었다. 아내의 마음처럼 굳게 닫혀버린 대문을 좌우로 열었다.

끼이익-.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저택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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